무의미의 축제

무의미의 축제

$13.00
Description
더욱 원숙해진 시선으로 바라본 삶과 인간의 본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 저자가 2000년에 발표한 《향수》 이후 1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로 인간 존재의 삶이 가진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밀란 쿤데라 문학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았다.

6월, 파리 거리를 거닐던 알랭은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과 마주친 후 배꼽이야말로 이 시대, 남자를 유혹하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에로틱한 메시지 무엇인지 고민한다. 한편 암에 걸리진 않았을까 걱정하던 다르델로는 의사를 만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전 직장 동료 라몽에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스탈린은 사냥을 하러 간 곳에서 자고새 스물네 마리를 발견하는데, 탄창이 열두 개밖에 없다. 열두 마리를 쏘아 죽인 다음 탄창을 가지러 13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 돌아와 보니 남은 열두 마리가 그대로 있었다는 사연을 자신의 동지들에게 이야기하지만 모두 이 이야기가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닌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 전립선 비대증인 칼리닌은 스탈린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간에는 자리를 뜰 수가 없어 바지에 실례를 하고, 스탈린은 그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천천히 연설을 하며 그 상황을 즐기는데…….
저자는 스탈린의 일화를 통해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넘어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결국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 보잘것없음의 축제일뿐임을 보여준다. 하나의 농담에도 진지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의 무거움, 이러한 무의미의 축제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며 그것이 우리의 시대임을 일깨워준다.
저자

밀란쿤데라

1929년체코의브륀에서야나체크음악원교수의아들로태어났다.밀란쿤데라는그음악원에서작곡을공부하고프라하의예술아카데미AMU에서시나리오작가와영화감독수업을받았다.1963년이래「프라하의봄」이외부의억압으로좌절될때까지'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운동'을주도했으며,1968년모든공직에서해직당하고저서가압수되는수모를겪었다.『농담』과『우스운사랑』2권만이쿤데라가고국...

목차

1부주인공들이등장한다7
2부인형극공연27
3부알랭과샤를은자주어머니를생각한다45
4부그들모두가좋은기분을찾아나선다63
5부천장아래깃털하나가맴돈다89
6부천사들의추락107
7부무의미의축제129

출판사 서평

배꼽과거짓말,그무의미한에로틱함에대하여

6월,파리거리를거닐던알랭은배꼽티를입은여성들과마주치고,배꼽이야말로이시대,남자를유혹하는힘이되었다고생각한다.허벅지,엉덩이,그리고가슴.지금까지남성들로하여금매력을느끼게한여성의이신체부위들에는제각기‘의미’가있다.“에로스의성취로이어지는매혹적인긴여정”인허벅지,“난폭함,쾌활함,표적을향한최단거리의길”인엉덩이,그리고“여자의신성화,예수에게젖을먹이는동정녀마리아,여성의고귀한사명앞에무릎꿇”게하는가슴.하지만몸한가운데그저둥그렇게팬의미없는구멍,이에로티시즘은어떻게정의되어야할것인가?

“허벅지,가슴,엉덩이는여자들마다다형태가달라.그러니까이황금지점세개는단지흥분만불러일으키는게아니고,그와동시에한여자의개체성을나타내준다고.배꼽을가지고이여자가내가사랑하는여자라고말할수는없어.배꼽은다똑같거든.그러면배꼽이우리에게말해주는에로틱한메시지는뭘까?”-작품속에서

한편암에걸리진않았을까걱정하던다르델로는의사를만나건강에문제가없다는말을듣고안도한다.하지만거리에서우연히마주친예전직장동료라몽에게자신도모르게,자신이암에걸렸다고이야기하고는묘한희열을느낀다.거짓말을했다고부끄럽지도않았지만,그거짓말을왜했는지스스로도알수가없다.암을꾸며내서대체무슨이득을본단말인가?사람들은자신에게이득이될때에만거짓말을하지않는가?그런데도다르델로는왜이다지도기분이좋은것일까?

의미와무의미-탁월함과보잘것없음,그특성에대하여

다르델로는화려한언변으로주위의이목을끄는남자다.한편카클리크는조용히침묵할뿐이다.그런데파티에서만난아름다운여성들은다르델로가아닌카클리크를선택한다.탁월함은주변을부담스럽게한다.함께탁월해야만할것같고,특별한의미를부여해야만할것같은부담감을준다.하지만보잘것없다는건,주위를편안하게해준다.자기자신으로있게해주고자유를주기때문이다.

“뛰어나봐야아무쓸데없다는거지,그래,알겠다.”“쓸데없기만한게아니야.해롭다니까.뛰어난남자가여자를유혹하려고할때면그여자는경쟁관계에들어갔다고느끼게돼.자기도뛰어나야만할것같거든.버티지않고바로자기를내주면안될것같은거지.그런데그냥보잘것없다는건여자를자유롭게해줘.조심하지않아도되게해주는거야.재치있어야할필요도전혀없어.”-작품속에서

스탈린의스물네마리자고새이야기,“장난-후”의시대에대하여

거대한역사의흐름속에내맡겨진인간,그존재의가벼움에천착하는쿤데라는이번소설에서스탈린과칼리닌의일화를교묘히엮어낸다.사냥을간스탈린이자고새스물네마리를발견하는데,탄창이열두개밖에없다.열두마리를쏘아죽인다음탄창을가지러13킬로미터를왕복하는데,돌아와보니남은열두마리가그대로있다.이경험을스탈린이자신의동지들에게이야기해준다.하지만이이야기를듣는동지들모두웃지않고입을꾹다문다.모두들스탈린의이야기가‘웃자고한농담’이아니라‘역겨운거짓말’이라고생각한다.스탈린의농담은“아무도웃지않는장난”이되어버린다.

“농담은위험한게됐지.야,너잘알고있어야돼!스탈린이자기친구들에게해준자고새이야기를기억해!그리고화장실에서고래고래소리지른흐루쇼프도!위대한진실의영웅,경멸의말들을토해내던그사람말이야.그장면은예언적이었던거야!그장면이야말로정말로새로운시대를열었지.농담의황혼!장난-후의시대!”-작품속에서

그리고이렇게가면을쓰고서로를마주하는스탈린과동지들,그사이에서스탈린이유일하게정을주는인물이있는데,바로칼리닌이다.‘칼리닌그라드’의주인공인바로이‘칼리닌’은전립샘비대증환자인데,그래서연설을하는중에도오줌을누기위해시시때때로자리를박차고나가야한다.하지만유일하게스탈린이이야기하고있는중간에는자리를뜰수가없어서바지에실례를하고,스탈린은그런사실을알면서일부러천천히연설을하며그상황을즐긴다.
그런데도대체왜스탈린은도시이름에예카테리나대제도아니요푸시킨도아니고차이콥스키나톨스토이도아닌,“별볼일없는인물”의이름을택한것일까?그이유는바로,너무도진중한역사의한가운데에서칼리닌은“팬티를더럽히지않기위해괴로움을견디”는,“생기고,늘어나고,밀고나아가고,위협하고,공격하고,죽이는소변과맞서투쟁하”는“이보다더비속하고더인간적인영웅적행위가존재”할수없는,즉“모든인간이경험한고통을기념하여,자기자신외에아무에게도해를끼치지않은필사적인투쟁을기념하여오래기억될유일한”사람인것이다.

무의미의축제-우리는무의미를사랑해야한다

쿤데라의첫번째소설『농담』에서,농담이농담으로받아들여지지않아인생을송두리째빼앗긴한남자의이야기가나왔다면,어쩌면그의마지막소설이될지도모를『무의미의축제』에등장하는이스탈린의일화는이제‘농담’이농담으로받아들여지지않는것을넘어서,‘거짓말’로받아들여지는시대에대해이야기한다.현대를살아가는네남자의이야기사이에서어쩌면기이하게여겨질수도있는이역사적일화를통해쿤데라는하나의농담조차에도진지하고특별한의미를부여하는시대의무거움,그비극성에마주하는태도로서‘무의미’를이야기한다.

“우리는이제이세상을뒤엎을수도없고,한심하게굴러가는걸막을도리도없다는걸오래전에깨달았어.저항할수있는길은딱하나,세상을진지하게대하지않는것뿐이지.”-작품속에서

개인의정체성을부정하는새로운에로티시즘의시대를여는배꼽,아무런이유도없고이득도가져다주지않는거짓말에기뻐지는마음,농담을거짓말로밖에받아들일수없는오늘,모두가모인파티에서아무런무게도의미도없이천장을떠도는(배꼽없는천사의)깃털,순수하게육체적,인간적고통만을주는칼리닌의방광등,쿤데라는소설속에등장하는이모든이야기를통해,결국우리인간존재의삶이아무런의미없음의,보잘것없음의축제일뿐이며이‘무의미의축제’야말로우리가받아들이고소중하게여겨야한다고말한다.그것이우리의시대라고.

“오래전부터말해주고싶은게하나있었어요.하찮고의미없다는것의가치에대해서죠.(중략)하찮고의미없다는것은말입니다,존재의본질이에요.언제어디에서나우리와함께있어요.심지어아무도그걸보려하지않는곳에도,그러니까공포속에도,참혹한전투속에도,최악의불행속에도말이에요.그렇게극적인상황에서그걸인정하려면,그리고그걸무의미라는이름그대로부르려면대체로용기가필요하죠.하지만단지그것을인정하는것만이문제가아니고,사랑해야해요,사랑하는법을배워야해요.여기,이공원에,우리앞에,무의미는절대적으로명백하게,절대적으로무구하게,절대적으로아름답게존재하고있어요.그래요.아름답게요.”-작품속에서

밀란쿤데라전집

소설,단편집,에세이,희곡,쿤데라문학의정수들-총15종15권

쿤데라전집은모두15종으로출간되어있다.전집구성단계에서미리쿤데라와논의를거듭하여확정한작품들이다.쿤데라의의견에따라희곡인「열쇠의주인들(Lesproprietairesdescles/Majitelekli??)」(1962)과에세이『저아래에서당신은장미향기를맡을것이다(D'enbastuhumerasdesroses)』(1993)은전집에넣지않기로결정하였다.

첫소설인『농담』을비롯하여프랑스에서출간되어쿤데라에게세계적명성을안겨다준『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그리고짧지만삶에대한철학이짙게담긴후기작들까지,1번부터10번까지쿤데라의소설들로이루어진다.『느림』,『정체성』,『향수』등소위쿤데라의‘후기작’이자프랑스어로쓰인이작품들은분량은짧지만“최소한의텍스트공간속에최대한의의미를담으려고노력”한작품들로,“형식적완성과주제의밀도를추구하는쿤데라소설의미학적원리가잘드러”나는소설들이다.(「21세기의오디세우스가부르는망명과귀환의노래」,박성창)하지만이쿤데라의“완성된성숙함”은그의대표작이라일컬어지는초기-중기작품들에가려크게사랑받지못하고있었다.이에민음사는어느것하나뒤떨어지지않는쿤데라의작품들이단행본이나세계문학전집으로구분되는것은마땅치않다고판단하였으며,쿤데라작품들을모두한자리에모아쿤데라를사랑하는독자들이보다쉽게쿤데라의전작과만날수있게하고자했다.

소설뿐만아니라단편집,에세이,희곡등쿤데라작품의모든장르가포함된이번전집중에서는지난2012년출간된에세이『만남』과희곡「자크와그의주인」이국내에서는처음으로소개되는작품들이며『우스운사랑들』,『이별의왈츠』,『배신당한유언들』은이번전집출간을계기로쿤데라와정식계약을맺었으며,전면재번역되어새로운얼굴로독자들을찾을수있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