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외진 곳 (반양장)

당신의 외진 곳 (반양장)

$13.00
Description
“오늘 밤 왜 중심가로 가지 않았나요?”
흐린 창 너머로 보이는 타인의 삶
전시하지도 과시하지도 않는 자기만의 고독
2019년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장은진의 세 번째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두 번째 소설집 『빈집을 두드리다』 이후 8년 만에 묶어 내는 신작 소설집이다. 첫 번째 소설집에서 “자학적인 고립과 결여 상태를 감수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출구 밖 타인들을 향한 소통에의 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김형중)는 평을, 두 번째 소설집에서는 “밖을 갈구하지만 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정실비)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는 장은진의 소설 세계는 세 번째 소설집에 이르러 만조에 다다른 듯하다. 바다가 가장 높은 순간 파도가 끝까지 일렁이는 모습처럼, 작가는 한 권의 소설집에 춥고 사나운 마음을 자유자재로 부려놓는다. 혼자라고 생각하는 이들, 혼자라고 생각해서 남아 있는 관계를 스스로 끊는 이들, 외로움에 몸서리치더라도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기 위해 작가는 오랜 시간 흐린 창 앞에 서 있다. 웃풍이 드는 그곳에서 기꺼이, 가만히 타인의 고독을 살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외진 곳」도 수록되어 있다.
저자

장은진

1976년광주출생.2002년《전남일보》신춘문예와2004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에소설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키친실험실』,『빈집을두드리다』,장편소설『앨리스의생활방식』,『아무도편지하지않다』,『그녀의집은어디인가』,『날짜없음』이있다.2009년문학동네작가상,2019년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외진곳7
울어본다41
이불79
수리수리마수리121
망상의아파트157
안나의일기195
이층집231
점거275

작가의말313
추천의글315

출판사 서평

■그럴듯해보이지않는삶일지라도
체념한듯체념하지않는태도는장은진의인물들의특징이며,장은진의소설의특기다.작가는중심에서얼마간소외된인물을그리면서도부풀리지않는다.남에게자신이사는방식을좀더세련되게보여주려고애쓰거나인생에힘든구간에있음에도짐짓밝아보이려‘척하는’일에는관심이없다.각자가겪는고통과불안을그만큼의사이즈로들여다볼뿐이다.작품마다인물들은삶의숨통을틀어막는극심한가난이나불행은겪지않지만,자신이어쩌다이런곤란에머무르게되었는지오래생각한다.곤란의사이즈를정확히아는그들이므로,소망하는것역시대단한판타지가아니다.그들은아주약간의소망만을지닌채산다.지금몸을뉘인이방의넓이가조금만더넓기를,온도가조금만더따뜻하기를,그리고그렇게‘조금더나은삶’을바라는자신을누군가는조금만이해해주기를바란다.그리고다시삶을이어간다.아르바이트를구하고(「외진곳」),끊임없이길을걷고(「이불」),마을벽에일기를쓰며(「안나의일기」).그들은현재에좌절하여미래를염원하면서도삶전체를방기하지는않는다.보리차를끓이고,달걀말이를부치고,“자기숨으로덥힌공기로추위를조금씩누그러뜨리며”(「외진곳」)일상을지켜간다.중요한것은오로지스스로온도를높이며,스스로의슬픔을감내하며사는일뿐이므로.

■당신의창에불이켜질때까지
장은진의인물들은어디에나있다.어두운도심의아파트에,서울의외곽빌라촌에,중심가가아닌변두리에각자의사정을곱씹으며각자의시간을보낸다.「외진곳」의자매는사기를당해원래살던원룸의반토막만한‘네모집’의작은방으로이사를오고,「울어본다」의여자는깊은새벽냉장고에등을기대고냉장고없던시절의어머니와자신을생각하며긴긴불면의시간을보낸다.중심에서밀려나고사람들과친밀하게교류하지않으며스스로의고독에몰두하는것처럼보이는이들의시선이머무는곳은,타인의창이다.「외진곳」의주인공은네모집의다른세입자들의귀가를신경쓰고,「울어본다」의여자는까마득히멀지만분명히보이는맞은편창에같은시간자신처럼잠들지못하는이가있다는사실에위로를얻는다.일견아무것도나누지못하는사이같지만작가는이거리감으로소외를이겨낼수있다는사실을알고있다.장은진의소설은당신이비록외진곳에있어도그창에불이켜지기를먼곳에서바라는이역시있을거라는믿음을일깨워준다.당신이꾸역꾸역일상을살아내고돌아와밝히는그불빛을멀리서누군가가보고힘을낸다는점.우리는각자고독하고서로의고독을해결해줄수없지만,외따로인동시에연결되어있다는사실을.

■작품소개
▶외진곳
‘나’와동생은보증금을사기당해하루아침에공용화장실과공용세탁실을사용해야하는비좁은방으로이사한다.‘나’는한가운데마당이있는‘네모집‘이라고불리는이곳을언제쯤떠날수있을까,화장실과세탁기가방안에있는집에서살수있을까상상하지만동생의아르바이트는잘구해지지않고임용시험을치는‘나’의결과는번번이낙방이다.견디다못한동생은일본으로가프리터로살겠다고선언하고,겨울이지나면혼자남게될‘나’는그날밤마당에서서네모집세입자들의방에하나둘불이켜지길기다린다.

▶울어본다
깊은새벽,사방이고요해지면냉장고가운다.냉장고소음에섞여여자도운다.잠이오지않는밤이면여자는냉장고에등을기댄채시간을보낸다.기억을거슬러가다보면냉장고가없던유년시절로돌아가있다.원없이얼음을얼려먹고싶었던때.냉장고를사고싶어일부러음식을쉬게하고배탈이난척했던때.이제여자의냉장고에는냉장냉동칸모두음식이가득채워져있는데,어쩌다냉장고에이렇게의지하게되었을까…….여자는새냉장고를사고열심히음식을하던엄마를생각한다.

▶이불
늙은어머니가무릎수술때문에고향에서올라와모처럼아들의집에머물고있지만,아들은조금곤란하다.아직어머니에게회사를그만두게되었다는말을하지못했기때문이다.엄마가수술을끝내고돌아올때까지영락없이시간을보내야한다.돈을아껴야하므로통신사포인트를긁어영화를보고,첫눈이내리는거리를걸으며남자는자신이계획했던것과는다르게다가오는크리스마스를생각한다.결혼을,프러포즈를꿈꿨던날이지만직장도애인도남자에게멀어져버렸다.

▶수리수리마수리
중고가전을수거하여먹고사는여자는이동네소문의진원지다.사람들은여자를두고입방아찧기를즐긴다.눈짓손짓만해도남자를유혹하는거라고수근댔고그런여자가결혼을하지않자레즈비언일거라고마음대로추측한다.고장난가전제품을고쳐주는수리상인남자에게도그런시선이따라붙는다.볼품없고말수가적고소극적이어서결혼한번못했을거라고짐작한다.소문은무성하지만진정교류하는이없는둘사이를오가는것은야광우산을든채롤러블레이드를신고달리는어린소녀,‘야광이’뿐이다.

▶망상의아파트
203호남자가사는아파트에한여자가이사를온다.평범해보이지만알고보면감시아래에있는,저마다죄를지은사람들이흘러들어오는이곳의비밀을모르는신참에게남자는단단히주의를주려는참이다.이아파트를지키는감시인이우리를어떻게대하는지,여기에서는서로서로믿지않으니어떤태도로타인을대해야하는지…….그리고마침내여자에게도묻는다.이곳에는감옥이에요.전부죄를지은사람들만살아요.당신은무슨죄를지으셨어요?그말에여자는대답하지않는다.

▶안나의일기
안나는마을성당의종지기다.그러나그가유명해진것은그때문만은아니다.바로안나가마을벽이곳저곳에적는일기때문이다.안나의일기는게릴라처럼언제어느곳에나타날지알수없으며,마을의어떤비밀을까발릴지알수없다.작은몸에총명한눈과귀로마을을누비는안나는마을사람들의치명적이거나치졸한비밀을숨김없이일기에적는다.물론그솔직함의대상에는안나자신도포함된다.사람들은어느새일기의독자가되고,안나의글에따라서로를이해하거나등돌리고싸우거나사랑에빠지게되는데…….

▶이층집
집은이층이지만,가족중그공간을제대로누린사람은아무도없다.이층은젊은부부에게세를줬기때문이다.김과장과박여사,삼남매와치매걸린시어머니까지여섯가족은한데복닥거리며산다.자매인수영과유진은매번옷과화장품을가지고다퉜으며,박여사는치매에걸린시어머니를모시느라곤두서있다.김과장은그모든일을방관한채딸들의치마길이를단속하기에바쁘다.그러던어느날몇년만에세를들었던부부가이사를나가고,비어있는이층으로‘자기만의방’을못내바라던두자매가올라가게되는데…….

▶점거
어느날집에커다란검은트렁크같은물체가자리를잡았다.여자는그것을관찰하던도중놀라운사실을깨닫는다.그물체가왼쪽어깨를들썩이는버릇을가졌다는것.그것은아버지의버릇이다.아버지가여기에왜?놀란감정은분노가되고괘씸함이되어여자는검은트렁크를걷어찬다.푹,푹,푹,푹.여자의발길질에도아버지는꿈쩍않고오히려더뻔뻔하게눌러앉는다.가장안락한자신의공간을여자는편히누릴수가없다.나가라고악을쓰다가도리어아버지를피해여자가나와버린다.순식간에아버지에게집을점거당했다.여자는어디로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