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그리다 (초상화가 정중원 에세이)

얼굴을 그리다 (초상화가 정중원 에세이)

$19.00
Description
『얼굴을 그리다』는 스마트폰, 컴퓨터 기술에 힘입어 사실을 기록하는 ‘카메라-이미지’가 보편화된 시대에 ‘왜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를 그리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대한 정중원의 섬세하고 밀도 있는 응답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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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중원

홍익대학교에서시각디자인을,같은대학원에서회화를전공했다.인물을사실적으로그려내는작품들이국내외로알려지면서다양한전시및워크숍,강연을이어가고있다.역대최연소작가로국회의장공식초상화와헌법재판소장공식초상화를의뢰받아제작했다.연극에도관심이많아서2011년부터비영리극단‘서울셰익스피어컴퍼니’를운영하고있으며,「햄릿」,「헛소동」,「겨울이야기」,「리어왕」등의작품에출연했다.그림을그리고,연극을하고,글을쓰고,운동을하고,아름다운이들과교류하는,이른바‘고대그리스인처럼살기’를삶의기조로삼고있다.

목차

1부
얼굴을그리다
-나는나를알지못한다
-할머니의초상화
-“저건내가아닙니다”
-초상화의평가기준

초상화가,그수난의기록들
-헨리어빙의초상화
-포효하는사자
-모던아트의훌륭한모범
-진실대진실
-클리브스의앤
-‘모두가비평가다’

자화상
-내얼굴의초상화
-결점의아름다움
-거울
-알브레히트뒤러
-미켈란젤로부오나로티
-희미한푸른점

사랑하는사람의초상화
-얼굴을‘생각한다’
-평균적인얼굴이매력적이다
-연인을그리는화가
-군대그림
-피카소의폭력
-프랜시스베이컨과조지다이어
-신이된안티누스
-회화의기원

사회와초상화
-조선의초상화
-데스마스크
-정부표준영정
-화폐와초상화
-은행권에새겨진한국근현대사
-지폐,사회의자화상
-관제초상화
-독재자의초상화
-저항하는초상화
-초상,사회의기록

2부
초상화의의의
-인물화그리고초상화
-인물을지탱하는그림
-존재하지않는대상의초상화
-화가와모델
-영화감독노먼록웰
-캐스팅디렉터
-호메로스

페르소나의초상
-배우가그리는초상
-‘호기심을자극하는’초상화
-페르소나
-자유의지
-페르소나의초상화

최첨단초상화,CGI
-CGI
-언캐니밸리
-CGI초상
-부활한피터쿠싱
-딥페이크와재현의윤리

실재와재현
-시뮬라크르와시뮬라시옹
-하이퍼리얼리티
-하이퍼리얼리즘
-뒤바뀐순서
-도리언그레이의초상화

맺음말

출판사 서평

“나는나를보지못한다.고로나는나를알지못한다.”
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가정중원이이야기하는우리‘얼굴’의모든것

우리가태어나서단한번도보지못하고죽는것은무엇일까.문자그대로내눈으로직접단한번도볼수없는것이있다.바로‘나의얼굴’이다.그래서인간은거울을만들고,초상화를그리고,카메라를발명해서사진과영상을찍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완전한이미지를얻지는못했다.자기모습에대한호기심과불확신,기대와불안은계속되었고지금이순간까지도인간은스스로의복제상을끝없이생산하고조작하며공허한환호와절망을반복하고있다.“너자신을알라.”라는유명한말은‘내가나를가장모른다.’라는명제를전제한다.이단순한잠언이수천년에걸쳐서공명하는까닭은,이말이우리에게‘나자신’의불가지성을적나라하게상기시키기때문이리라.볼수없는것을알기란어려운일이다.
그러므로‘나는누구인가?’라는오래되고고리타분한철학적고민도결국에는내가나를바라볼수없다는단순한역설에서시작되었을지모른다.나는나를보지못한다.고로나는나를알지못한다.-본문에서

2011년보자르(Beaux-Arts)미술공모전회화부문최우수상수상,2015년스페인로하갤러리(GaleriaRoja)초청작가선정,역대최연소작가로19대국회의장,5대헌법재판소장의공식초상화제작을의뢰받았을뿐아니라,우리나라주요매스컴및일본,말레이시아등세계유수매체에출연한바있는,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가정중원의에세이『얼굴을그리다』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처음에‘시각디자인’을전공했던저자는영화,영상,조명,연출등‘사실적’인영역에관심이많았다.그러던2011년무렵,어느‘리얼리즘회화전’에서주태석작가의한작품을만나고“나도저렇게해낼수있을까?”하는자문과함께,‘사실’로“갈데까지가보자!”라고결심하게된다.결국대학원에서회화를선택한그는본격적으로‘하이퍼리얼리즘’을탐구하며,다른많은주제중에서도우리‘얼굴’을선택하여초상영역에다가선다.저자는할리우드의유명배우등동시대인물은물론,호메로스와셰익스피어,이육사,이상등역사적인물,심지어미켈란젤로의「천지창조」속아담과신,그리스신화의비너스까지마치살아숨쉬는존재처럼생생히되살려내면서전세계적으로주목을받는다.로버트다우니주니어의경우에는,자신의하이퍼리얼리즘초상을직접공유해가며저자에게찬사를보냈다.그런데‘놀라울정도로실제와똑같은그림’이라는경이로움이면에는,늘몇가지질문이따라붙는다.“사진이나동영상촬영기술이고도로발달한이시대에,도대체왜하이퍼리얼리즘회화를그리는가?”또“왜하필초상화인가?”하는문제다.

『얼굴을그리다』는스마트폰,컴퓨터기술에힘입어사실을기록하는‘카메라-이미지’가보편화된시대에‘왜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를그리는가?’라고묻는질문에대한정중원의섬세하고밀도있는응답이다.먼저저자는초상화를탐구하기에앞서우리얼굴을둘러싼신비,즉태어나서단한번도‘직접적으로’볼수없는대상-자기얼굴에관해살펴본다.벌써생활필수품이되어버린‘핸드폰’의기능중가장눈부시게발전한부분은역시‘카메라’다.우리는일상의거의모든순간을카메라에담으며,유사이래그어느시대보다자유롭고빈번하게셀카를찍고누군가의얼굴을촬영한다.하지만찬란한기술발전에도불구하고자신의얼굴을‘직접적으로’보는일은여전히불가능하며,아무리정밀한카메라조차‘왜곡’을피할수없으므로‘나의얼굴’은먼우주나깊은심해처럼미지의영역으로남아있다.이처럼얼굴이라는수수께끼는‘나’라는존재를성찰하려는본원적욕구와맞닿아있을뿐아니라,한평생인간의삶을감싸는모든타자의얼굴들과도밀접히얽히고설켜있다.나와너,우리그리고자아와성격,생명과죽음,역사와시대,욕망과초월에이르기까지사실상‘얼굴’은인간을이루고,또인류가이룩한거의모든것과연결되어있다.

‘얼굴’을이해하고,소유하고,기억하고,원하고파괴하고자하는바람은,결국‘인간이해’의첫걸음이자전부다.저자정중원은역사적초상-윈스턴처칠,헨리8세와클리스브의앤,르네상스시대의교황등-과그것에뒤얽힌흥미로운일화를들려주며‘얼굴’을향한인류의욕망과초상이미지의복잡하고기묘한관계를지적하고,CGI와휴머노이드로봇,딥페이크기술-시뮬라크르와시뮬라시옹-과연관된최첨단초상의현주소는물론,칼세이건의기획아래탄생한‘가장웅장한초상-지구이미지’라할수있는‘희미한푸른점’의의의까지두루살핀다.더불어공공기념물(마오쩌둥,이승만,영국의회광장의밀리센트포셋등),화폐속초상(우리지폐속표준영정,스위스프랑의자코메티,영국파운드의터너와앨런튜링,남아프리카공화국란드권의만델라초상등),광고와대중매체(영화배우,모델,인플루언서,햄릿과도리언그레이등)가그려내고재현하는‘얼굴’의의미를수많은실례(實例)와100여장의도판을바탕으로세세하게규명한뒤,개별인간뿐아니라거대하게역동하는사회와시대가요구하는‘얼굴’에대해서도짚고넘어간다.그런데『얼굴을그리다』의강점은여기서부터다.정중원은직접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를그리는화가로서,단순한미술사적통찰을뛰어넘어‘얼굴’을매섭게꿰뚫어보고열렬히탐구하는독자적인시각을통해‘얼굴’의정체와의미를한층폭넓게이야기해준다.초상화의뢰인과의마찰,성공적인초상화프로젝트,존재하지않는대상의초상화,자화상,친구들과나눈장난스러운초상스케치등,지난세월정중원이‘초상화가’로서정체화해오며체득한그만의깨달음은,수만년동안‘얼굴’을사로잡기위해부단히분투해온우리-인류에게전혀새로운시야와사유의공간을제공한다.

다시같은질문으로되돌아온다.카메라-이미지가범람하는시대에,수백여시간의공이드는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를‘왜그리는가?’정중원은답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은원본과복제,실재와가상의전복된위계를보여주는데본래의목적이있다.그림을얼마나정교하게잘그렸느냐의문제가아니라,사진과그림의관계를모호하게만들어버리는행위,즉무엇이원본이고무엇이복제인지,어디까지가가상이고어디까지가실재인지고민하도록하는경험을제공하는데방점이있다.사진이그림을따라했는지그림이사진을따라했는지,관객으로하여금잠시나마헷갈리게하는것이다.그러므로‘카메라가있는데왜그림으로그리느냐?’라는질문에대한답은역설적으로,‘카메라가있기때문에그림으로그리는것이다.’가된다.-본문에서

이것은비단‘하이퍼리얼리즘’의존재이유만을대변하지않는다.‘얼굴’의신비가우리를성찰로이끌듯이,‘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는실재와가상,존재의진실성을깊이있게질문한다.‘나는누구인가?’,‘나의욕망은무엇인가?’,‘나의존재,나의욕망은오롯이나의것인가?’등실제보다더실제같은,원본보다더욱원본같은‘하이퍼리얼리즘초상화’의아이러니는우리로하여금‘나’와‘나의욕망’의진실성을되묻게한다.자아라고하는,누구나의심하지않고의심할수없는‘원본’이실상무언가의복제,타인과사회가주입하고강요하는가치의되풀이에불과하다면어떨까?저자정중원은우리가‘얼굴(나와너)’을골똘히들여다보고고민하는과정이야말로자아와타자를이해하고,시비와가치를판단하는가장결정적인첫발이되리라고힘주어주장한다.오늘날우리는전지구적재난과새로운시대정신의대두,온갖혼란과분쟁속에서‘얼굴’을마주하는행위의가치를잊고있는지도모른다.『얼굴을그리다』는우리에게나와너의얼굴을다시금마주보라고,다양성과화합의길을향해한걸음더나아가라고열렬히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