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성 (민병훈 소설집 | 반양장)

재구성 (민병훈 소설집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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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러나 멀리서 보려는 의지가 내게는 없다.”
먼저 모르는 사람이 남긴 헤맴의 흔적
내뱉어진 의식과 방치된 기억으로
추적하는 유실된 기분과 감정
신인 작가 민병훈의 첫 소설집 『재구성』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0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재구성』 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는 기억, 기원, 기계에서 비롯된 무드를 바탕으로 느슨한 테마를 공유한다. 2015년 단편소설 「버티고(vertigo)」로 데뷔한 민병훈 작가는 줄곧 진술적 언어와 재구성의 구조를 통해 남겨진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아닌 휘발되는 순간으로서의 소설을 탐색해 왔다. 발화되는 동시에 사라지는 소설에 중심이나 원형은 없다. 중심과 원형에 대한 감각을 촉발시키는 계기만이 있을 뿐이다. 인식이 아니고 재인식이며, 구성이 아니고 재구성이다. 이러한 연유로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민병훈 읽기는 여전히 한가운데 그 어디쯤에서 끝나기를 반복한다. 어느 곳에도 도착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지연되는 감각으로 가득한 이 소설들은 자신의 감정에서마저 소외된 현대인의 두려움을 무섭도록 사실적으로 그린다.
저자

민병훈

2015년《문예중앙》에「버티고(vertigo)」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
장화를신고걸었다비는오지않았지만연꽃사이를헤치며
재구성
원인
여섯명의블루

2부
서울
서울-남작
모두진술

3부
버티고(vertigo)
붉은증기
정점관측

작가의말
추천의말_헤맴의기록/정지돈(소설가)
작품해설_난망하는소설/노태훈(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기억을부르는진술
1부에서는민병훈소설의주된작법인진술적언어의예술성이두드러진다.민병훈의소설은소설에요구되는보통의덕목에관심두지않는다.흡입력있는스토리,필연적인결과를향해달려가는집중된전개,아름다운문장과합리적인사유는민병훈소설에서찾아보기힘들다.규정하기힘든감각과사유의덩어리가되려하는그의소설은차라리하나의뉘앙스다.불확실하고불확정적인언어,즉1인칭의진술을통해다시인식되는기억들은말하지않고도감지할수있는비언어적언어를꿈꾼다.

■기원을찾아서
2부에수록된작품들은‘기원’이라는테마를중심으로묶였다.누구에게나영원히지워지지않는원체험이있다.민병훈소설에서그러한원체험은폭력에대한경험이다.학창시절수련원에서경험한유년기의집단체험은극기훈련,정신단련,복명복창,연대책임같은강렬한트라우마적기억을형성한다.공포와불안,흥분과욕망이뒤섞여있는그날들의경험은그날이전과이후로우리를분화시킨다.20세기한국사회가만들어낸기이하고기괴한폭력의공기가2부곳곳에스며들어있다.

■인간을삼키는기계
기계와인간의관계에대해상상할수있는작품들로구성된3부에서는민병훈소설에서만접할수있는공간들이자주드러난다.우주원,과학단지,박물관,탄광촌,방공호,광장과제단등낯설고거대한시설들뿐만아니라기차,비행기,전투기,기중기등육중한기계들역시매우중요한소재로나타난다.거대한시설들로둘러싸인공간이나인간이닿을수없는능력을지닌기계들은인간의왜소함을가시화하며인간이지닌한계의면모들을차갑게드러낸다.

시작과중간과끝을지닌서사물이기를포기한민병훈의소설은시작도중간도끝도파악할수없는인간사유의시공간을핍진하게묘사한다.하나의결론을향해나아가는서사물과달리민병훈의소설은끊임없이방해받는탓에출발하지도전개되지도도착하지도못한다.모름을공유하기위한민병훈식의글쓰기는방해하는것들에대한기록이자방해받는와중에도사라지지않는것들에대한집요한탐색이기도하다.이헤맴의기록은민병훈이한국문학의땅에남긴첫번째발자국이자유일한발자국이다.
■수록작품소개

「장화를신고걸었다비는오지않았지만연꽃사이를헤치며」‘나’는그의죽음을구체적으로떠올릴수있을것이라생각하지만생각은자꾸방해받는다.못질소리가그치지않는다.정신을차리고보니‘나’는호스로물질하는중이고트럼펫을연주하는중이다.그런가운데다시기억을떠올리지만사람들의야유속에서기억은다시중단된다.두서없이쏟아지는너의말들속을헤매기시작한건언제부터였을까.그러나‘나’는이내잠에들고만다.

「재구성」‘나’는벤치에앉아누군가가오기를기다린다.가까운곳에서개가짖는다.누군가의이름을떠올리려했으나그이름들이너무많다고느낀다.구남,현,제이슨,미영,와타나베,람,바다리,미진,수,모리아……생각의흐름이계속될수록누군가를떠올려야할것같지만끝내누군가가떠오르는것을지연시키기위해노력하는모순의연속.그를자꾸지연시키는것의정체는무엇일까.

「원인」‘나’는기억을찾기위한온갖방법을동원한다.구간을되돌릴시도를.나사를빼는일을.의사의말에따르면공포가‘나’를바꿔놓았다고한다.그것도압도적인공포가.무서웠다고말한적도없는데.애초에무엇을느꼈는지도모르는데.종일음악이흐른다.순간이있고,이미지가몰려오고,모래와해변의모래가뒤섞인다.언제나방해받고있다.그러나동시에‘나’는육박하는기억을모르는척방치하고있다.무엇도원인이아닌동시에모든것이원인이다.

「여섯명의블루」“너는온다.네모로.네모속에서.바퀴달린상자처럼온다.”외국에서죽은친구가비행기에실려고국으로돌아온다.그와함께한친구다섯명은그에대한상실감과함께그와의기억을떠올린다.“우주선의잔해들은전부어디로사라졌을까.”떠올리면떠올릴수록죽음의행방은묘연해지고건물이해체되듯그의모습도해체되어간다.

「서울」“아버지100원만,100원만”1986년봄.체르노빌원전방사능이유출되고서울올림픽이개최되고동생은화장실에서호돌이인형을찢고있던그때그서울에대한피상적인이미지들이계속된다.미래에대해생각하지않는다고말했다가발가벗겨진채로쫓겨났던기억은곧2005년여름의기억으로이어진다.20년을사이에두고나타나는기억의연쇄사이로숨은기억과숨지않은기억이나누어진다.

「서울-남작」‘나’는누구일까.서울이라는공간의특징들과남작이라는인물에대한상상이겹쳐진다.서울과남작에대한이미지가구체화될수록이모든것이머릿속상상처럼보이는가하면과거의시공간에대한사실적인기억같기도하다.상상과실재를구분하는것은무엇일까.

「모두진술」‘나’는청소년을대상으로한극기수련원에서교관으로일했다.수련생들을인솔했고손이부족한날에는식당일도도왔다.잡부에가까운일들이지만규율의공간에서‘나’는말로설명할수없는아늑함과평온함을느끼기도했다.그러던어느날수련생중한명이사라진다.‘나’는책임자로서자신의무죄를입증하기위해모두진술에임한다.하지만이야기를진행할수록그의진술은사실에대한기존의확증마저뒤흔든다.

「버티고」화자인‘음’은편집장으로부터인터뷰지시를받고항공우주원직원을만나러간다.그와의인터뷰를통해날씨가좋을때바다와하늘을구분하지못해바다로비행기를몰다죽음에이르는‘버티고’에대해듣고,한조종사가그로인해죽음을맞았음을알게된다.감각이일으킨착각으로인해맞게된죽음.자신을죽음으로몰고간감각의아이러니.이야기가진행될수록현상으로서의‘버티고’는인식으로서의‘버티고’로전환된다.

「붉은증기」전선을이탈한대령은마수를찾는중이다.대령은철교주변에이르러주변을살피지만공장에서생산되는기계들만이가득하다.그기계들이어디에쓰이는지대령은알수없다.“연장들이대령의이마를주시한다.”대령은커다란기중기를보고자신의눈을의심한다.대령은찾고있던마수를만나지만마수는대령의말에귀기울이지않는다.대령에게현실감있는물질은바닥에떨어진계급장이전부다.

「정점관측」탁의죽음이후,‘나’는탁이맡고있던연구를이어받기로한다.그러나탁의연구속으로들어가면들어갈수록탁의생각도,탁의존재도불분명해진다.누구에게초점을맞추어야할지,누구의눈을빌려야할지혼란스러워지는‘나’는현실과비현실의구분앞에서초점을잃어간다.초점을잃어가는것은그들이공유하는연구대상일뿐만아니라그들의관계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