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대학 안 가도 잘 살 수 있다는 구호, 고등학교 열에 일곱이 대학을 가는 현실. 지금 대학이란 무엇일까? 지옥의 입시 경쟁을 통과한 20대 청춘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 진리를 탐구하는 공간, 더 나은 사람이 될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기관…… 대학에 어른거리는 후광의 정체는 무엇일까? 학교 밖에서 우리는 무엇에 근거해 의견을 세우고 세상살이에 적용할 것인가? 창간 3주년을 맞은 인문잡지 《한편》이 마침내 지식의 산실인 대학을 탐구한다.
저자

난다,김종은,신하영,우재형,신현아,유상운,소진형,황민호,현수진,유리관

청소년인권운동연대‘지음’에서활동하는청소년인권활동가이자‘투명가방끈’활동가.『우리는대학을거부한다』,『대학거부그후』,『나를지키는법내가고치는법』등을함께썼다.모든사람이인생의모든시기에서차별받지않고,있는그대로의모습으로존엄하게살아가는세상을꿈꾼다.

목차

10호를펴내며새로운대학서사를쓰자

난다학력무관의세계를항하여
김종은익명을설득하는학생자치
신하영혼란스러운강의실만들기
우재형노동문제동아리활동기
신현아대학이해방구가될때
유상운탐구는어디에서일어나는가
소진형‘실용적인학문’의성립사정
황민호졸업하기싫은학교
현수진대학안팎에서의역사학
유리관아다르고어다른세상에서

참고문헌
지난호목록

출판사 서평

우리가모르는대학이야기를읽고
새로운대학서사를쓰자!

남들처럼대학에가고취업을하고결혼을하는것은한국사회에서가장강력하게작동하는청년기서사다.‘일류대학’이목표인아이들의학창시절은학생의학습태도와그때그때의운,양육자의정보력과사교육비에따라변주된다.스카이,인서울,4년제대학에들어간학생들이쓰는다음편은좋은직장에가기위한스펙쌓기에서시작된다.

그런데현실의대학경험은이런일류대학서사보다훨씬복잡하다.우리는대학에못간것이평생한인어른을,일찌감치대학을자퇴하고한집안의가장으로사는친구를,대학에가지않기로결정한누군가를직간접적으로안다.학창시절의기억이저마다다르듯20대면누구나다간다는대학이야기의속사정은수만가지일수밖에없다.새로운대학서사쓰기의참조가될이번《한편》은사회학,정치학,교육학,철학,지역학,과학기술학,역사학,국문학등대학안팎에서쓰인열편을실었다.

학부생,대학원생,교수,
활동가,출판노동자가
대학안과밖에서얻은
역동적인배움들

일류대학서사가지배하는사회는각자의고유성보다사회적으로용인된자격을먼저따진다.대학입시거부선언으로만들어진‘투명가방끈’의활동가난다의「학력무관의세계를항하여」는학벌주의다음의논제를던지며10호를연다.능력들의줄세우기가당연시된사회에서난다는능력을차별의전제가아닌대화의조건으로파악하자고제안한다.한편이번호를문닫는출판노동자유리관의글「아다르고어다른세상에서」는대학의경계끝자락에서지식분열의현장을전한다.그가가공하는대학교재는학문의성지에서나온문건이라는것이무색할정도로단어와문단이파괴되어있다.절망한교정공이마주한분열된문장에서어떻게진리의빛을찾을까?

신자유주의시대의대학을다니는대학안사람들의사정은어떨까.포항공대화학공학과김종은의글「익명을설득하는학생자치」는대학생익명커뮤니티‘에브리타임’의저격글에서시작된학내여론에대응한경험을생생하게전한다.총여학생회의대처는학생자치의기본을따르는데에서힘을얻는다.같은학부생인서울대철학과우재형의「노동문제동아리활동기」는교내청소노동자의인권문제를고민하며겪은좌절과희망이담겨있다.철학책을읽으며,학우들과맞부딪치며자기이해를갱신해가는우재형의여정은대학의공부를세상의문제에적용하는솔직한탐구사례다.교육학자신하영은교수자의입장에서‘요즘학생’들과의대화를시도한다.「혼란스러운강의실만들기」에서신하영이관철하는교육철학은다른세계를향한반발감을표현하며상대의입장도들어보는연습자체에교육적의미가있다는것이다.대학은후기청소년기의학생들에게는미래를위한단단한자산을주고,교수자에게는텍스트에갇힌연구를현장으로확장하는공간이된다.

혹독한현실에도
대학은사라지지않는다

학자가생산한지식에대한세간의평가는더욱혹독하다.동아시아정치사상사연구자소진형의「‘실용적인학문’의성립사정」은예수회가동아시아에처음서양학문과학제를소개하던17세기의상황을살핀다.서양의천문학과기하학이실용적이라는데동의하면서도진실된학문이될수있는지에대해서는의문을표한동아시아지식인들의기록은지금‘실용’의의미를깊이생각하게한다.이어지는과학기술학연구자유상운의「탐구는어디에서일어나는가」는‘산학연’으로한몸이된혁신지향형대학연구실의과거를파고든다.실험실에서만들어진진리의위상을상대화하며학계와협업하는사람들에게생각거리를던지는글이다.

《한편》이만난대학안팎의사람들은배움의위기앞에서각자의방식으로대응하고있다.《옥천신문》대표황민호는체제로서의대학이아닌생활세계의문제를해결하는지역의학교를지향한다.안남어머니학교와옥천저널리즘스쿨의학생이야기가담긴「졸업하기싫은학교」는지역공동체의문제에관여하는배움의감동을전한다.「대학안팎에서의역사학」에서역사가현수진은연구를바탕으로한콘텐츠를제작하는활동을통해엄격한학문세계에소통의틈을만든다.이들이낸틈새에닿은독자는역사소비를넘어생산에참여하는즐거움을맛본다.
문화연구자신현아는대학을너무사랑해대학원에진학했지만비정규직노동자가되어오랜매혹의주술에서벗어났다고털어놓는다.「대학이해방구가될때」는대학강사가,청소노동자가,학생이사라진대학이곧없어질것이라서슴없이말하는사람들에게학내에여전히‘우리’가살아있다고소리높여말한다.이모든이야기가익숙하거나낯설거나,독자는《한편》과함께대학에대한이해와오해를갱신하며나의배움이야기를새로써나갈수자극을받을것이다.

새로운세대의인문잡지《한편》

끊임없이이미지가흐르는시대에도,생각은한편의글에서시작되고한편의글로매듭지어진다.2020년창간한인문잡지《한편》은글한편한편을엮어서의미를생산한다.민음사에서철학,문학교양서를만드는젊은편집자들이원고를청탁하고,인문사회과학분야의젊은연구자들이글을쓴다.책보다짧고논문보다쉬운한편을통해,지금이곳의문제를풀어나가는기쁨을저자와독자가함께나누기위해서다.

《한편》10호‘대학’에적용된글꼴은궁서흘림체를현대적으로재해석한HG한글씨앗으로,유연한획의흐름에서묵묵히학문에정진하는힘이풍긴다.인문잡지《한편》은연간3회,1월·5월·9월발간되며‘세대’,‘인플루언서’,‘환상’,‘동물’,‘일’,‘권위’,‘중독’,‘콘텐츠’,‘외모’,‘대학’에이어2023년5월‘플랫폼’을주제로계속된다.창간3주년을맞아기획한한국의젊은연구자인터뷰집『공부하는일』도오는2월10일곧출간될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