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21호 : 소년 - 인문 잡지 한편 21

한편 21호 : 소년 - 인문 잡지 한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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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민음사 편집부

저자 : 민음사 편집부
장효주
16살 청소년. 한성여자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생일이 늦어 친구들이 다 보러 가는 만15세 영화를 혼자만 못 본다는 서러움이 있다. 청소년 인권 증진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성북구 청소년언론사 《이음》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조경숙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기술로 지원하는 도토리랩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무튼, 후드티』,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닌텐도 다이어리』를 썼고, 『AI블루』와 『웹툰 내비게이션』을 함께 썼다.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유운기
영화 제작과 비평 작업을 병행한다. 출생주의와 남성성을 재고하는 세 번째 단편영화 「자외선」을 제작 중이다. 영화와 소녀 문화에 대한 논문을 썼으며 영화를 비롯한 제반 미디어의 생태와 주체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ung1914@gmail.com

이길호
인류학자. 효용의 셈법이 바깥으로 밀쳐 낸 이들이 결핍의 명명을 자기기표(‘잉여’)로 도치하는 자리에서 출발해, 재현 체제를 빠져나가며 개입하는 ‘익명’의 존재 형태를 묻는다. 한국의 첫 디지털 민족지 『우리는 디씨』(2012)를 썼다. 이후 여러 편의 익명론 연작을 이어 왔다. 기존 사회론이 제 설명 체계로 포섭하지 못하는 공백이 증폭하는 오늘, 그 빈틈에서 다르게 산출되는 명제들을 담론 공간에 새로 세운다. 비재현적 변형의 익명-되기와 내재적 타자성의 관계-존재론을 정치의 층위로 접어, 셈해지지 않는 것의 정치-존재론으로 펼쳐 간다.

임지선
국내 여러 영화제 현장에서 일한 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에서 영화제 자원봉사자와 스태프의 젠더화된 노동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영화와 행사를 둘러싼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맡고 있다. 영화계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보이지 않는 노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 원하는 노동 방식을 지키며 오래 일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최배은
숙명여대 한국어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 플러스알파 연구원. 부천스토리텔링아카데미 부원장. 한국 근대 청소년소설부터 최근 웹툰, 웹소설에 이르기까지 아동청소년 독자가 향유하는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 아동청소년소설의 서술 기법을 통시적으로 연구하며 아동청소년문학의 형식 연구를 개척하고 있다. 『한국 근대 청소년소설의 정치적 무의식』, 『오래된 백지』, 『문화산업 시대의 스토리텔링』(공저), 『항일문화운동가 신명균』(공저) 등의 연구서와 번역서 『근대 한국 아동문학』(공역)을 출간했다.

양준석
1965년 태어났다. 가족을 따라 초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고, 1979년 한국에 돌아와서 동성중학교와 경신고등학교를 다녔다. 미국 코넬대에서 학사,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외환위기 당시 정부를 지원하고 WTO도하개발어젠다 협상과 한-칠레 FTA 협상을 지원했다. 2003년부터 가톨릭대 경제학과에서 국제통상과 국제경제, 거시경제, 경제성장 그리고 규제 개혁 부문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논문으로 「한국정부의 규제개념과 관리범위 재설계 모색」(공저, 2025), 「TPP 협정의 규제일관성 내용 분석」(2016) 등이 있다.

이예성
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이들의 생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건강 전반으로, 고통에 대한 관심은 윤리로, 안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대한민국 수도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목차

‘소년’을 펴내며 소년의 성장 4

장효주 혐오 시대를 건너는 사랑 15
조경숙 피해자가 된 가해자 33
유운기 출생주의 재발명하기 55
이길호 소년의 빈 얼굴 77
임지선 영화제를 만드는 소녀들 103
최배은 근대 소년과 입시 청소년 123
양준석 인공지능 시대의 젊은이에게 141
이예성 세월 속의 아이들 161

참고 문헌 179
편집 후기 181
지난 호 목록 185

출판사 서평

유해한 남성성의 시대
광장과 일터의 소년 소녀들

‘소년’ 호는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 편집장 장효주의 글로 문을 연다. 「혐오 시대를 건너는 사랑」은 온갖 혐오발언이 스며들어 있는 교실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는다. 혐오가 높이 세운 경계와 좌우로 양분된 단어 목록을 넘어서는 힘은 이주민 당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 타자를 향해 나를 열어 놓는 사랑에 있다.
소년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그중에서도 남자아이를 향한다. 출판계에서 ‘폭주하는 남성성’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진 와중, 《한편》의 남성성 탐구는 폭력과 성이라는 소년기를 규정하는 두 요소를 들여다본다. 소년들은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며, 왜 여성을 대상화하고 착취하는가? 디지털 성범죄를 연구하는 개발자·활동가 조경숙의 「피해자가 된 가해자」는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어 범죄에 얽혀드는 피해자-가해자 중첩 현상을 분석하며, 소년 문제 앞에서 어른이 가져야 할 태도를 정초한다. 영화 연구자 유운기의 「출생주의 재발명하기」는 지금의 남성성을 ‘출생주의 남성성’으로 다시 명명한다. 출생주의란 누군가 태어나거나 태어나게 하는 것이 그 자체로 좋다는 사고방식으로, 유운기는 이 출생주의의 과잉에서 소년성의 문제를 찾는다.
이어지는 두 편의 인류학 연구는 소년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우리’를 들여다본다. 이길호의 「소년의 빈 얼굴」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3개월 넘게 이어진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를 다룬다. 한여름 광장에 모여 ‘재투표’를 외치고 ‘국민의 기본권’을 호소한 이들이 있다. ‘소년’, ‘이대남’, ‘보수’, ‘태극기’ 같은 명명이 모두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이길호는 나이, 성별, 계층을 벗어나는 ‘익명’의 형식에 주목한다. 임지선의 「영화제를 만드는 소녀들」은 영화제에 모인 여성 자원봉사자들의 노동을 기록한다. 이들이 무보수의 고된 ‘자원봉사’에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이해할 때 비로소 오늘날 청년들이 일자리에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성장 시대의 성장은
평범한 사람의 비범함으로

1908년 최초의 근대잡지 《소년》에서 ‘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신세대로 등장했다. 잘살아 보자는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지나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지금, 주식 시장의 활황과 인공지능의 발전 가운데 개인의 성장이 과연 필요할까?
청소년들은 여전히 수십 년 전과 비슷한 걱정 속에 있다. 바로 입시다. 국문학자 최배은의 「근대 소년과 입시 청소년」은 오늘날 소년을 ‘근대 소년’과 대비해 ‘입시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21세기 교육은 청소년들을 교실과 학원, ‘스카’(스터디카페)에 고립시키고 있다. 불안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경제학자 양준석의 「인공지능 시대의 젊은이에게」는 인공지능의 발전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로 양분된 노동시장, 세대 간 갈등까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어려운 현실을 짚는다. 잠재성장률 1% 시대의 성장을 직시하는 어른들의 도움말을 확인해 보자.
소년들은 고립되어서는 안 되며 이전 세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할 때, 이 도움은 상호적이라는 것이 ‘소년’ 호의 발견이다. 세월호를 연구한 인류학자 이예성의 「세월 속의 아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언제나 ‘아이들’로 호명되는 상황을 비판하며, 이들을 만나 온 자신이 나이 들었듯 이들 역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나이 들고 있다는 점을 짚는다. 세월호 이후의 시간은 희생자와 주변 사람들 각자에게 다르게 흘렀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서로 다른 물결이 만나듯 접촉하고 뒤섞이면서” 서로의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기도 했다. 그렇게 어른과 소년이 서로를 돌보며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가는 것. 평범한 사람들이 발휘하는 비범함이다.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한편》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한편》 21호 ‘소년’에 적용된 글꼴은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접히고 연결되는 특징을 획으로 표현한 사월십육일체다. 인문잡지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혼자’, ‘로봇’, ‘소년’에 이어 2027년 1월 ‘사실’을 주제로 계속된다.

책 속에서

“타자를 향한 멸시를 방조하거나 예외라는 이름으로 눈을 감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계의 넓이를 스스로 좁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 장효주 「혐오 시대를 건너는 사랑」

“가해 청소년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져야 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매듭을 짓고, 자신이 겪지 않았어도 되는 일에 대해서는 구제받을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
─ 조경숙 「피해자가 된 가해자」

“어째서 남근이 그 중심일까? 왜냐하면 남성성은 출생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남성의 존재 가치를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남성성을 ‘출생주의 남성성’이라고 부르자.”
─ 유운기 「출생주의 재발명하기」

“소년은 또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다. 동일자도, 미디어가 호명하는 사회정치적 범주도 아니며,
광장이 싸워 얻어낸 새 당사자성과도 거리가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 익명이며, 셈에서 빠져나감으로써 개입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기표다.”
─ 이길호 「소년의 빈 얼굴」

“영화제에는 20대 여성을 미숙한 소녀로 보는 시선과 알아서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는 시선이 불편하게 공존한다.”
─ 임지선 「영화제를 만드는 소녀들」

“100년 전 소년의 근대에는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함께 상상도 하였지만, 오늘날 입시 청소년에게 요구하는 것은 일단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라는 것뿐이다.”
─ 최배은 「근대 소년과 입시 청소년」

“과거에는 길을 따라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길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길이 사라지면, 젊은이들은 사회가 사회적 계약을 어기고 나를 배반했다는 절망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 양준석 「인공지능 시대의 젊은이에게」

“평범함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겪은 평범하지 않은 일만으로 이후의 삶이 전부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 이예성 「세월 속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