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박살 난 이 세계를 교정해야 한다
지옥에서 온 교정공의 일기
지옥에서 온 교정공의 일기
‘로써’와 ‘로서’를
‘든’과 ‘던’을 구분해야 한다
망해 가는 세상에서 파괴된 한국어를,
대학교수와 출판노동자의 사회적 관계를,
한국에서 읽고 쓰는 일을 고치려고 하면서
미쳐 가는 한 교정공의 일기
『교정의 요정』을 소개하자면, 늘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민음사 편집부에 막 입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사회과학계의 거장의 원고가 주어졌어요. 설레며 한글 파일을 열자, 화면에 견명조체로 된 무시무시한 글자들이 출현했습니다. 이 세상이 나아갈 길에 관한 글인데, 글을 구성하는 한국어가 박살 나 있었던 것입니다. 편집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원고 이전의 상태인 글더미를 말이 되는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첫 책 『교정의 요정』을 펴낸 유리관 님은 출판노동자입니다. 그가 교수들의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하면서 미쳐 가고 있다는 건 놀랍지 않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직장에서 그가 태업을 하면서 쓴 일기들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는 ‘로써’와 ‘로서’를 틀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그 유명한 「로써와 로서의 구분」을 올려 1000회가 넘는 대리 교정을 수행한 파워블로거입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꼭 슬리퍼를 끄는 상사에게 저항할 방법을 궁리하고, 노동절 집회에 나가서 우리의 미래에 관해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유리관 님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일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웃기고 늘 화가 나 있고 교수XX를 X로 XX하고 싶어 하는 그가 알고 보니 문창과를 나왔으며,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사회지도층과는 다른 입장에서 이 세상을 바꾸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2018년 9월에서 2024년 4월까지 유리관 님이 쓴 일기와 산문들을 엮으면서 저는 너무 많이 웃은 끝에 이상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막상 교정지의 오자 외에는 아무것도 고치지 못하는 방구석 정덕(정치 오타쿠)이 난맥상인 한국 정치와 한국 문학에 관해 늘어놓는 이야기에서 힘을 얻은 것입니다. 가히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에, 브레히트의 서정시에 비할 글들입니다. 지난 3월의 총선에서 자신이 속한 당의 실패에 대해 쓴 마지막 일기까지 일독을 권합니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돌려읽고 싶은 일기예요.
‘든’과 ‘던’을 구분해야 한다
망해 가는 세상에서 파괴된 한국어를,
대학교수와 출판노동자의 사회적 관계를,
한국에서 읽고 쓰는 일을 고치려고 하면서
미쳐 가는 한 교정공의 일기
『교정의 요정』을 소개하자면, 늘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민음사 편집부에 막 입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사회과학계의 거장의 원고가 주어졌어요. 설레며 한글 파일을 열자, 화면에 견명조체로 된 무시무시한 글자들이 출현했습니다. 이 세상이 나아갈 길에 관한 글인데, 글을 구성하는 한국어가 박살 나 있었던 것입니다. 편집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원고 이전의 상태인 글더미를 말이 되는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첫 책 『교정의 요정』을 펴낸 유리관 님은 출판노동자입니다. 그가 교수들의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하면서 미쳐 가고 있다는 건 놀랍지 않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직장에서 그가 태업을 하면서 쓴 일기들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는 ‘로써’와 ‘로서’를 틀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그 유명한 「로써와 로서의 구분」을 올려 1000회가 넘는 대리 교정을 수행한 파워블로거입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꼭 슬리퍼를 끄는 상사에게 저항할 방법을 궁리하고, 노동절 집회에 나가서 우리의 미래에 관해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유리관 님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일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웃기고 늘 화가 나 있고 교수XX를 X로 XX하고 싶어 하는 그가 알고 보니 문창과를 나왔으며,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사회지도층과는 다른 입장에서 이 세상을 바꾸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2018년 9월에서 2024년 4월까지 유리관 님이 쓴 일기와 산문들을 엮으면서 저는 너무 많이 웃은 끝에 이상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막상 교정지의 오자 외에는 아무것도 고치지 못하는 방구석 정덕(정치 오타쿠)이 난맥상인 한국 정치와 한국 문학에 관해 늘어놓는 이야기에서 힘을 얻은 것입니다. 가히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에, 브레히트의 서정시에 비할 글들입니다. 지난 3월의 총선에서 자신이 속한 당의 실패에 대해 쓴 마지막 일기까지 일독을 권합니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돌려읽고 싶은 일기예요.
교정의 요정 : 일기들 - 민음사 탐구 시리즈 9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