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장의 수첩 : 일기들 - 민음사 탐구 시리즈 11

지부장의 수첩 : 일기들 - 민음사 탐구 시리즈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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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은 좋은 선생님입니다
한국어학당 노조 지부장의 비밀일기
그 사람 왜 저렇게 예민해?
그렇게 직장에서 불편한 게 많아?에서
‘그 사람’을 담당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일기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학교에 맞서, 학생들과 함께
싸우며 지켜내야 했던 소중한 감정과 권리의 기록
『지부장의 수첩』을 쓴 최수근 선생님을 소개하자면, 저는 엄마 이야기를 꺼내고 싶네요. 저의 어머니는 전교조 해직교사였는데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을 해결하려고 싸우는 사람이었어요. 어릴 때는 엄마가 해직되었을 때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았고, 커갈 때는 퇴근한 엄마가 학교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고는 ‘아니, 엄마는 어떻게 나선 거지? 난 못하겠는데……’ 생각하게 됐는데요.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노조를 설립한 최수근 선생님에 대해서도 그런 존경심과 궁금함을 품고 있었죠.
2021년 「한국어를 교육하는 일」을 인문잡지 《한편》 ‘일’ 호에 실었을 때 최수근 선생님은 힘 있고 다감하게 한국어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필자였어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나 2024년 겨울, 그는 지난 지부장 임기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힘든 시기였고, 이제 돌아볼 여유가 겨우 생겼다고요. 그렇게 매일 한 편씩 다시 쓰고 고쳐 쓴 일기들이 쌓였고, 저는 편집자로서 정당하게 일기를 훔쳐보면서 미처 몰랐던 그 사람의 내면과 행동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우선 내향인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점심밥을 주로 혼자 먹고 누가 앞에 와서 앉으면 말없이 일어나 버리기까지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런 사람이 연차수당 체불 대응팀에 들어가면서 ‘얼마나 할 일이 많으면 나에게까지 합류해 달라고 하나’ 짐작하는 게 일기의 시작입니다. ‘여기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동료, 가입은 하지 않을 거지만 노조가 일을 못한다고 불평하는 동료, 혼자 회의에 들어가지 않도록 옆을 지켜 주는 동료의 묘사들이 생생합니다. 백미는 학교와 교섭이 시작되면서인데요. 단체교섭을 준비하고, 백 가지를 요구하고,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는 흐름에 빨려듭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이 어떻게 권한을 사용하고, 모욕감을 준 상대에게 복수(ㄷㄷ)를 하고, 동지를 냉혹하게 ‘손절’을 하는지가 적혀 있어서 권력자의 수첩을 들여다보듯 재미있어요.
막상 최수근 선생님은 이런 걸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다고 합니다. 자신을 뽑아 준 사람들을 대표하는 법,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법, 조합비를 관리하고 플래카드를 잘 거는 법 등등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때그때 힘들게 익혀야만 했으니, 일기를 출판해서 공유하고 싶을 법해요. 그에게 동기 부여가 된 건 ‘캡틴 마블’이라고 하는데요. 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에 참여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큰 힘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서사입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그런 영웅 같은 선생님을 사랑하지만, 또 한편 두 배가 된 일을 하느라 지친 지부장의 뒷모습도 지나칠 수가 없어요. ‘착한 애가 어쩌다가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니……’라며 걱정하는 은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까지, 일터에서 떳떳하게 일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과 같이 읽고 싶은 일기책입니다.
저자

최수근

저자:최수근
한국어교육자.어릴적말을더듬는습관으로인해모국어의발음과의미를이질적으로바라보는데익숙해졌고,이경험이외국어로서의한국어교육에관심을갖게했다.중국인한국어학습자의고정관념과사회적거리감을연구했다.언어정책,외국인의사회적응,번역등에관심이있다.주디스리치해리스의『양육가설』을번역했으며현재한국어교육노동자의노동조건향상을위해일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오늘

1부2019년
2부2020년
3부2021년
4부2022년

나가며2024년6월17일

출판사 서평

일기는어디까지갈수있을까?
훔쳐보고돌려읽는일기의재미와묘미
탐구시리즈의에세이라인‘일기들’

새로운세계를보는새로운시대의시각.민음사탐구시리즈의‘일기들’이출간되었다.박살난이세계를교정하고자지옥에서온출판노동자의『교정의요정』,500여일간의호르몬대체요법과정을기록한트랜스젠더여성의『호르몬일지』,연세대한국어학당노조지부장의비밀일기인『지부장의수첩』은내밀한기록을통해반드시세상에전해야할이야기가있다.각각세대도분야도다른저자들이쓴‘일기들’은세권을함께읽을때더큰연결을이룬다.이는가장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되는회로이니,구체적인연결은책장을넘기는사람의손끝에서드러날것이다.2022년『철학책독서모임』으로시작해3만부판매를기록하며독자들의강력한지지를받고있는탐구시리즈는2024년하반기청년정치와페미니즘을주제로계속된다.

책속에서

로비에서만난J가급히옷자락을잡고끌어당기더니단둘이되자말했다.최선생님,정말노조만드실건가요.네,그렇습니다.J는잠시말을고르더니내두눈을똑바로바라보면서말한다.선생님,희생하지마세요,이곳사람들은최선생님이희생하실만큼가치있지않습니다,최선생님은귀하시고요.
저,희생하는거아닙니다.
J는우리어학당에서부조리한문제를바로잡기위해나선적이있고,그때동료들에게외면을당해외톨이가된적이있다.믿음을버리신것도이상하지않다.나를진심으로위해서하신말씀이라고믿지만귀담아듣지않을것이다.실제로지부장임기후에나는사람들에게서버림받았다고느낄지도모를일이다.슬프다.
---「2019년5월9일」중에서

뭐라고말해야어머니께서안심하실지를고심했지만마땅한답이떠오르지않았다.
우리는와인을마시고,그간의이야기를나누고,나는어머니께말씀드린다.노동조합이6월에설립되는데요,그때지부장선거를합니다.지부장은어학당노조의대표자인데,아마제가될것같아요.어머니의안색을살피면서재빨리말을이었다.재미도있고의미도있을겁니다,그리고아무런해꼬지도없을거예요,지부장은가장전면에나서는사람이니학교측도오히려함부로건드리지못할겁니다,자칫하면민주노총전체와대거리를할테니까요,그러니마음놓으세요.
그날가만히듣기만하시던어머니께서연락을한다.얘,어쩜내뱃속에서너처럼간큰애가나왔다니.니가괜찮다고하니까,그래,그럼괜찮으려니,한단다.하지만난어머니도지난해요양센터에서급여가잘못나왔을때강하게항의하시던모습을기억한다.
---「2019년5월30일」중에서

원장이다시말을잇는다.한국어학당중에노동조합이설립된데가또있나요.나는대답한다.서울대와경희대그리고강원대어학당에도조합원들이계시지요.하지만정식으로민주노총소속의지부를설립해서운영하고단체교섭까지할수있는곳은우리어학당뿐입니다.그렇군요,최선생님이여러모로큰일하셨네요.나는그의말에비아냥이섞여있다고느낀다.
원장님,그런데말입니다.앞으로는최선생님이라고부르시면안됩니다.최지부장님이라고부르셔야합니다.그의당황하는모습을보고나서야마음이풀린다.
---「2019년6월17일」중에서

우리의요구안에는‘성별,국적'신앙,결혼여부,나이,고용형태및그밖의이유로차별적처우를하지않는다'라는조항이있었다.학교측은그중에서‘결혼여부,나이,고용형태및그밖의이유'부분을삭제하고싶어한다.
왜요.결혼여부로차별할작정인가요.
그럴리가요.다만근로기준법에서는저부분은명시되어있지않아서그렇습니다.
법대로만할거라면우린지금여기서뭐하고앉아있는겁니까.
일반적으로통용되는법을준용하자는게뭐가잘못입니까.
들으세요.법치좋지요.하지만지금우리는자치를위해여기앉아있는겁니다.법대로하자면우리도학교와대화안해요.바로노동청에고발하고합의안하고처벌시키지요.그러지말자고,대화로풀어가자고지금만나는겁니다.
그래서저희도대화하자고지금앉아있는것아닙니까.
무슨소리예요.법문대로받아적어놓자면서요.그럼지금교섭장에계신것도,법으로사측에교섭의무를강제하니까어쩔수없이앉아계신거아니에요.이게무슨대화예요.차별적처우를금지하자는조항은차별철폐를위해나아가자는선언입니다.학교측주머니에서는돈한푼도안나간다고요.이것조차못받아들이시겠다면앞으로어떻게구체적인현안을이야기하겠어요.유감입니다.
---「2021년3월19일」중에서

학생들의메시지.
-일한만큼월급받고선생님들은그자격이있습니다.좋은수업을우리가들을수있는것은수업외에선생님들이꾸준히준비를하시고연구하시니까그렇다고생각합니다.그거없으면제가한국어실력을여기까지올릴수없었습니다.좋은대우를받으시기바랍니다!!!!
-선생님,선생님은항상우리를위해열심히일하셨습니다.저는진심으로대학측이교사들이일하는것을이해하고그들의문제를인식하기를바랍니다.
-당신은좋은선생님이고좋은보수를받을자격이있어요.당신이원하는것을얻기를바랍니다.
-우리는압니다.ㅠㅠ그들이하는일은너무불공평해요.그들은선생님들을비난하고또한학생들이걱정할필요가없다고말합니다.어떻게우리가걱정하지않을수있을까요-별거아니라고하는데시험일주일전에하는건용납할수없어요.그것은우리에게많은스트레스를줍니다.또한좋은평가방법이아닙니다.
-선생님이우는걸보니마음이아파요.선생님의마음은매우억울할것입니다.선생님은수업을열심히하시고우리에게도잘해주십니다.우리는선생님이학교에서더잘대접받기를바랍니다.선생님,항상응원할게요!
-선생님화이팅하세요!!♥우리가선생님항상옆에있어요.선생님멋있습니다.잘해결되길바랍니다.
-당황하지않으셔도되고,저희가함께하겠습니다.저도이메일을보낼테니걱정하지마세요.이런일을겪으시다니안타까워요.저는선생님편이고,선생님이힘내시기를바라요.
---「2022년5월9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