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동백의 노래 (우동식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여순 동백의 노래 (우동식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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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2009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해 시집으로 〈바람평설〉, 〈겨울, 은행나무의 발묵법〉을 출간했던 우동식 시인이 실천문학에서 세 번째 시집 『여순 동백의 노래』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학사19기 예비역 소령으로 여순 지역에서 예비군 중대장으로 십수 년간 근무하면서 항쟁의 현장을 일일이 직접 발로 답사하여 땀으로 쓴 63편의 시가 4부로 각각 나눠 실려있다. 시집 제목 『여순 동백의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갑작스레 준비 없이 닥친 어수선한 해방의 정국에서 이념 대립과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한 민중들이 흘린 붉은 피에 대한 비가(悲歌)이자 치유의 노래이다.
윤한룡 실천문학 대표는 ‘1948년 10월 19일 남쪽 땅 여수에서 일어났던 14연대의 거사는 반란인가? 항명인가? 항쟁인가? 보는 시각에 따라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그에 대한 명칭도 달라지고 있다. 육군 영관 출신으로 현재 여수시 미평동의 예비군 중대장인 우동식 시인이 그동안 몸소 현장에서 보고 겪고 느꼈던 여순 거사를 항쟁의 시각으로 형상화하여 한 권의 시집으로 펴냈다. 이 시집 ‘여순 동백의 노래’는 당시 거사의 진실을 세상에 제대로 밝히는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 다 시절을 잘못 만난 질곡의 현대사의 피해자이기에 피아간 화해와 상생을 모색하는 치유의 시집이기도 하다. 이 시집 출간을 기해 시인의 염원처럼 전라선의 종점인 남해 바다 여수역에서 열차를 타고 순천역으로 진격해간 14연대의 분단세력에 대한 항쟁처럼 통일의 기세가 천안역-서울역-평양역-신의주역으로 내달려 하루빨리 분단이 종식돼 억울하게 희생된 피아 원혼들이 구천에서나마 대동하길 기원해 본다.’며 이 시집을 추천하며 일독을 권하고 있다.
저자

우동식

1967년경남함양에서태어나학사19기예비역소령이다.2009년『정신과표현』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바람평설〉,〈겨울,은행나무의발묵법〉,시해설집으로〈바다갤러리〉가있다.2015년『리토피아』신인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민족문학연구회,여수일보편집위원,여수물꽃시낭송회,여수갈무리문학회,여수작가회의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제1부
노란풍선꽃11
해방13
암운15
화산16
문상길중위와손선호하사18
신월리농무20
봉기22
벌떼24
봉기군의항변26
신월리의통증28
여수경찰서를점령하다30
여수역32
봉기군아리랑34
서면학구리전투일지36
장대다리38
호모사케르40
학살의기억,여수42

제2부
학살의기억,순천인근45
순천농림학교47
소화다리50
양지맷골큰박골52
묵사발54
신전마을56
구랑실송장골59
반송쟁이61
잉구부전투63
무자비한작전65
손가락총67
종산국민학교69
형제묘71
돌쫑지고개74
마래터널76
민드레미재78
애기섬진혼무80

제3부
봉성산85
서시교87
산꾼88
누명90
지리산92
형배굴94
피아골애가96
풍장98
적의이분법100
좀비증후군103
레드콤플렉스105
들개와주구의시간107
침묵109
바람의향방111

제4부
여순동백의노래115
언어의온도117
어느병사의고백119
국군은살아서말한다121
천불천탑123
신조어제조기125
가짜뉴스대잔치128
가슴에묻고산얼굴들131
순천여순항쟁위령탑133
갈가리찢기다135
사법부의사죄137
주먹세상139
여순항쟁,오늘의과제141
여순항쟁위령제143
섬진강145

해설149
시인의말180

출판사 서평

우동식시인의『여순동백의노래』는사마천의‘사기(史記)’처럼기년체식인해방정국부터4.3사태를거쳐여순항쟁순서로서사를읊고있다.1부의시제목들의차례인‘해방-암운-화산-문상길중위와손선호하사-신월리농무-봉기-봉기군의항변-여수경찰서를점령하다’가바로시대적사건의순서인것이다.뒤이어2부의시제목인‘잉구부전투-무자비한작전-손가락총-형제묘’등이같은배열로엮어있다.


해방이란풀려나는것

여기일제의압제로부터풀려나는것을
두려워하는자들이있다

조국은
제국주의시대를지나냉전체제로돌입하여
분단의아픔을겪었다

누가한반도의허리를잘랐는가

이산의슬픔을뒤로하고
북한은공산주의,
남한은자본주의세상이되었다

그전환기의틈바구니속에서
친일파는친미가되어
반공을앞세운애국자로변신하였고
여순항쟁을불량국민들로매도하였다

일제강점의막강한바이러스
해방을두려워했던세력이
자기들만의세계로전염시키고있다
지긋지긋한아와비아의투쟁
-「해방」전문


1948년10월19일밤여수신월리하늘엔14연대의
깃발이함성을내질렀다제주4·3항쟁을진압하라는
부당한명령앞에울밑맨드라미는붉은벼슬을세웠
고넘너리바다는심하게너울을쳤다구절초꽃몽우
리가몽글몽글가슴을찢고울분을토했지만수평선
을넘어간메아리는단한마디도돌아오지않고제주
토벌초토화라는해무낀언어만주둔지를에워쌌다

‘동족상잔결사반대,미군즉시철퇴’

이것이그들의격문이었다잘못된명령을거부하
며목숨을내놓은항거를하였다‘민중은혁명의대
본령이며폭력은혁명의유일한무기이기’에어두운
시대를향해외치는자의소리는비굴하거나굴종하
지않았다

제주도군사기지화라는미군정의속셈과동족간의
총을겨누는만행은결코일어나선안될일

이땅을지키고인민의권리와복리를위해생명을
바치는것은

국군의사명이다

그러므로그들의저항은
인권으로부터오는신성한권리행사였다
-「봉기군의항변」전문


우리는알고있다

서국민학교운동장에서어떤일이일어났는지,
부역자색출이라는명분아래
경찰과우익청년단원들이
인간터널을만들어
그아래로지나가게하고
중상모략과강요된거짓자백을이끌어내
서로를지목하게했다는것을
내가너를지목하지않으면
네가나를지목하지않으면
죽어야했던시절이었다

생사의갈림길이되는죽음의잔치

좌우양분으로갈라세우고
마치,선악을분별하는신이되어
즉결심판으로사람들의목숨을앗아갔다
학교뒷밭의구덩이,교실,구봉산기슭에서
마구잡이,손가락총질을시킨것이다

서국민학교5학년서xx씨,
등교를하니
교실바닥에핏물이흥건히고여있었다고했다

이웃에게,친구에게,모르는사람에게
손가락총질을당한자국들이

군홧발에
짓이겨진동백꽃문양이었다
-「손가락총」전문

시인은여순항쟁의붉은서사만기록한것이아니다.아래「섬진강」같은시는미학을갖춘서정시로서도충분한성공을거두고있다.

격랑이다

몇번을건너야
차별없는평등한세상을만날수있을까
나는자꾸만휩쓸려가고
겨울시린얼음날에몸이베이곤했다

저쪽은가나안일까
바람이태어나떠도는광야일까


역사의물결,

온몸으로물살을가늠하며
거대한강을건너
내가걸어온발자취를남기면
신경마다전해지는그날의기억을따라
검은물위로별들이떠오를까
이땅에
별의체온을전할수있을까
철지난누더기마음과
해묵은그날들을
저격랑이는강물에씻어내면
봄의문장하나얻을수있을까

섬진강은
언땅을녹이는눈물길이다
-「섬진강」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