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3 판)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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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상상력과 여성성의 시어들로 빚어져 희망의 언어가 담긴 허수경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토속적인 문체로 사랑과 기다림, 그리움을 노래한 `진주 저물 녘`을 비롯하여 `폐병쟁이 든 내 사내` 등 허수경의 시를 총 4부로 나누어 수록했다. 감성적이고 세련된 언어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온 허수경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크고 깊은 고통과 몸부림이 담긴 사랑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진주 저물녘


기다림이사 천년 같제 날이 저물셰라 강바람 눈에 그리메지며 귓불 불콰하게 망경산 오르면 잇몸 드러내고 휘모리로 감겨가는 물결아 지겹도록 정이 든 고향 찾아올리 없는 고향
문디 같아 반푼이 같아서 기다림으로 너른 강에 불씨 재우는 남녘 가시나
주막이라도 차릴거나
승냥이와 싸우다 온 이녁들 살붙이보다 헌칠한 이녁들
거두어나지고
밤꽃처럼 후두둑 피어나지고
저자

허수경

1964년경남진주에서태어나1987년『실천문학』복간호에시를발표하면서시인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혼자가는먼집』,『내영혼은오래되었으나』,『청동의시간감자의시간』이있고산문집으로『길모퉁이의중국식당』,『모래도시를찾아서』가있다.1992년가을에독일로가서마르부르크대학에서독일어를배우고1994년뮌스터로와서고대동방고고학을전공했고,2006년에박사과정을마쳤다.지금독일뮌스터에서약18킬로미터떨어진작은마을알텐베르게에서읽고쓰면서살고있다.

목차

목차
제1부진주저물녘
진주저물녘
그믐밤
탈상
한식
외가
상여길
한고개또한고개너머
진주초군
남해공동산
밤소나기
이춘분
댕기풀이
입맞춤
단칸방
폐병쟁이내사내
곗돈
둥글레꽃
사?식을먹으며
항소이유서
입춘
지리산감나무
젓갈달이기
국경
제2부원폭수첩
원폭수첩1
원폭수첩2
원폭수첩3
원폭수첩4
원폭수첩5
원폭수첩6
원폭수첩7
남강시편1
남강시편2
남강시편3
남강시편4
남강시편5
제3부유배일기
달빛
조카이름같은꽃이
유배일기
폭우
꽃은
땡볕
목련

별노래

근대사
오래된사진
스승의구두
진주아리랑
국립경상대학교
잠을깨는이겨울
대평무밭
할리우드
제4부조선식회상
우리들은지방도시근교에서살고
그렇지만우리는
아버지,나는돌아갈집이없어요
이상하다왜이리조용하지
먼그림자끌고
아버지와얘기를나눌만큼
나는스물넷,아버지
조선식회상1
조선식회상2
조선식회상3
조선식회상4
조선식회상5
조선식회상6
조선식회상7
조선식회상8
조선식회상9
조선식회상10
조선식회상11
조선식회상12
조선식회상13
조선식회상14
우리는같은지붕아래사는가1
우리는같은지붕아래사는가2
우리는같은지붕아래사는가3
우리는같은지붕아래사는가4
해설송기원
초판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첫사랑같은,허수경의첫시집
1980년대말.그때우리들은가난했지요.가난하고지난했지요.정치는어두웠고청년들은잡혀갔고글을쓰는것도,사는것도검열과단속의시절이었어요.그시절,탄생된저의첫시집,『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는저의뿌리,저의오래된얼굴을담고있습니다.
시인으로서의삶이지난하다는걸모르고열정만가득하던시절,말의어려움과지난함과지극한가벼움과가벼움뒤에서있는사랑과삶을알아보지못하고다만젊어서불렀던노래들이그시집안에는담겨있습니다.(「개정판시인의...
첫사랑같은,허수경의첫시집
1980년대말.그때우리들은가난했지요.가난하고지난했지요.정치는어두웠고청년들은잡혀갔고글을쓰는것도,사는것도검열과단속의시절이었어요.그시절,탄생된저의첫시집,『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는저의뿌리,저의오래된얼굴을담고있습니다.
시인으로서의삶이지난하다는걸모르고열정만가득하던시절,말의어려움과지난함과지극한가벼움과가벼움뒤에서있는사랑과삶을알아보지못하고다만젊어서불렀던노래들이그시집안에는담겨있습니다.(「개정판시인의말」에서)
“크고깊은고통과몸부림”이잉태한“저주와은총”의시
1986년실천문학의주간으로있던소설가송기원은미발표작이대부분인한시집원고를앞에두고말한다.
“맙소사,…(중략)…그녀의시는이미무르익을때로무르익어서이제막땅에떨어지기직전의과일들이자아내는어떤조바심의분위기가,그리고그런조바심이자아내는안타깝고도애절한분위기가전편에질펀한것이아니랴.…(중략)…누군가로부터저주와은총을함께받은시인이다.”(해설「저주와은총의사랑」에서)
허수경의첫시집『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는그렇게세상에나왔다.그리고1988년초판간행후,20여년이흐른지금변함없이“크고넉넉한사랑”으로이수상한시절을함께살고있다.20여년의세월을건너뛰어,안상수선생의디자인으로다시만나는개정판『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는“토실한햇살이몸을섞고”“힘들수록팽팽하게당겨지는”(「남강시편4」)진주남강의“오직그리운눈매유순한눈매”(「남강시편3」)를꼭닮아있다.
두번째시집『혼자가는먼집』을펴낸후,독일로건너간시인은시를쓰기위해소설을,산문을쓰고또시로가기위해머나먼이국에서18년째다른생을살고있다.시도세월을타게마련이라,오래전시인이부려놓았던말들이,불현듯시인을닮아있거나혹은시인이자신의시로늙어가하나의‘데칼코마니’를이루는생을허수경시집은우리에게보여준다.특히나『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는시인과의관계망을넘어역사의흐름속에서일련의시대성과핍진한민중의삶이등치를이루어반복되는데까지그의미가확장된다.“싸움많아고된땅”에서오직“살아있음으로만증거할”(「남강시편2」)뿐인질곡의시대를온몸으로부딪쳐단금한언어로지어진80여편의시는,작가의고향인‘진주’산(産)시어로주물되어“영영돌아오지않는1950년”(「젓갈달이기」)-“불혹을넘긴해방산천”(「원폭수첩7」)-“무전기공화국”(「우리는같은지붕아래사는가3」)등과같은시공간을넘나들다가“남강”에이르러서야열에들뜬언어를장구한세월의물줄기에풀어놓음으로써역사성과민중성이교차하는격자무늬의옹골진시편들이되었다.
여기에서주목해야할것은“너른강에불씨/재우는남녘가시나”(「진주저물녘」)의시선으로바라본시적현실이20년이지난지금에와서도여전히유효하다는점이다.“전쟁을겪어불행한세대와전쟁을겪지않아불행한세대”(「아버지,나는돌아갈집이없어요」)가“같은지붕아래”살아야하는불편한동거와,우리가발을딛고있는곳이“시를쓸만한”(「진주초군」)“즐거운시련이많은땅”(「진주초군」)이그러하다.그러나시적화자는“가을로익어가는가난한눈물이/무와함께씹히는아린내나라”(「대평무밭」)를통감하며“우리에게유일하게채무이행을주장할수있는/조선의산천”(「조선식회상5」)을운명적으로끌어안는다.
“떠난사람의자리가썩는”(「탈상」)시대의아픔을통해“붉은고추”(「탈상」)가익듯이,여전히“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의명제가유효한시대에허수경의시편들은‘수상한시대’의독법으로다시읽히기에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