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노래 (출간 25주년 기념 특별판, 양장)

가난한 사랑노래 (출간 25주년 기념 특별판, 양장)

$12.00
Description
우리 시의 지평을 새롭게 확대한 1970년대 신경림의 서정적 현실주의 시를 만나다!
《농무》, 《저 푸른 자유의 하늘》의 저자 신경림 시인의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 1970년대 한국 도시 노동자들의 아픈 현실을 자조어린 편지글로 풀어낸 《가난한 사랑노래》의 출간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펴낸 책이다. 25년 동안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저자의 대표시집으로 지금까지 민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가난으로 인해 인간적인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당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표제시 ‘가난한 사랑노래’는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 인간적 진실함을 모두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오로지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적인 것을 버려야만 했던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서는 이 작품과 함께 ‘강물이 되고 별이 되고 꽃이 되면서’,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등의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노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저자

신경림

저자:신경림
1935년충북충주에서출생했다.동국대영문과를졸업하였으며,1956년『문학예술』에「갈대」등이추천되어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그동안펴낸시집으로『농무』,『새재』,『새벽을기다리며?』,『달넘세』,『씻김굿』,『우리들의북』,『가난한사랑노래』,『남한강』,『쓰러진자의꿈』,『우리들의복』,『저푸른자유의하늘』,『갈대』,『어머니와할머니의실루엣』,『목계장터』,『뿔』,『낙타』등이있다.산문집으로는『민요기행』,『시인을찾아서』,『바람의풍경』등이있고,동시집『엄마는아무것도모르면서』를펴냈다.만해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이산문학상,단재문학상,대산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4·19문화상,호암상(예술부문)등을수상하였으며,한국작가회의이사장,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상임의장등을역임했다.현재동국대석좌교수와대한민국예술원회원으로있다.

목차

제1부너희사랑
너희사랑|밤비|언덕길을오르며|새벽달|산동네에서내려다보면|산동네에오는눈|바람부는날|명매기집|진도아리랑|벽화|횃불|상암동의쇠가락|가난한사랑노래|망월|따뜻한남쪽나라|산동네덕담|별의노래|길음시장|중복|산동네에들어서면|갈구렁달

제2부북한강행
북한강행1|북한강행2|북한강행3|북한강행4|강물을보며|산에대하여|두물머리|비오는날|월악산의살구꽃|섬진강의뱃사공|홍천강|江邑行|봄의노래

제3부추운날
올해겨울|강물이되고별이되고꽃이되면서|시인의집|새벽안개|비바람속에서|길|오월은내게|새벽은아우성속에서만|추운날|가자새봄엔|팔월의기도|우리가지나온길에|늙은전공의노래|우리는너무멀리까지왔다|이제겨우먼동이터오는데|나무여,큰나무여|새벽종소리|새해가되어도|날자,더높이더멀리

발문유종호|초판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어느수배자의비밀결혼식

신경림시인의시작품중에서교과서에실리기도했던「가난한사랑노래」는‘이웃의한젊은이를위하여’라는부제가붙어있다.이작품은1970년대한국도시노동자들의가슴아픈현실을자조어린편지글로풀어낸수작으로평가받아왔다.물질적으로가난하지만외로움과두려움,그리움과사랑등인간적진실함을모두가진한사람의인간으로서,오로지가난하기때문에모든인간적인것을버려야만했던시대를잘드러낸작품으로많은이들의심금을울렸고,사랑을받았다.
그런데이작품이탄생하게된배경에는어느수배자의가슴아픈사연이있다는것을많은사람들이알지못한다.어느자리에서시인이들려준사연은이렇다.
시인이1987년서울성북구길음동에살때였다.평소집근처술집에서자주술을먹곤했다.그런데어느날술집주인딸이할말이있다며잠시기다려달라고했다.가게안에있던술손님이집으로돌아가자슬그머니남자친구로보이는젊은이가가게로들어왔다.두사람이시인앞에앉아서고민을털어놨다.두사람은결혼을하고싶지만당시남자가지명수배자로쫓기는처지여서사람들앞에서결혼을하기가힘든상황이었다.그래도한번뿐인결혼인데체포의위험을감수하서라도결혼식을올려야하는지를시인에게물어온것이었다.
그래서시인은결혼하라고독려하면서축시를써주고,주례까지맡아젊은예비부부를결혼시켰다.우여곡절끝에결혼식이끝나고나서시인은가슴저린이사연을시로쓴것이다.이렇게탄생한시가바로「너희사랑」라는작품이다.이시는물론시집의맨앞에실려있는작품이다.그만큼신경림시인의애정이남다른시라고할수있다.대부분사람들이알고있는「가난한사랑노래」작품은결혼식후에한편더쓴작품이라고한다.

끝나지않은가난한사랑노래

요즘사람들에게신경림시인을말하면누구나한번쯤그의작품을봤거나이름을들어본적이있다고할테지만그의시세계에대해말하라면난색을보일것이다.그는이미16권의시집을낸대시인이기때문이다.
신경림시인의독자적인시세계는등단초기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시적소재나주제의다양한탐구정신과형식적미학적측면에서괄목할만한지평을열었다고볼수있다.다시말해그의시적탐색이민중의현실문제에만비중을둔것이아니라,개인적서정에근거하여개별화된자아의고뇌와성찰에천착한결과이며,이러한시적탐색이꾸준히이루어져왔음은모두주지하는사실이다.
특히신경림의서정성은시를시답게만들어주는근원적인힘이며결정적인관건이라는사실을염두에두고시대현실에충실할때우리현대시의영역은확대될수있다는것을명징하게보여주고있다.따라서신경림의시는이른바시대정신에부합하는산문정신과미학적탐색으로한국시문학사의지평을확대하였다고평가할수있다.즉,1970년대신경림의서정적현실주의시는우리시의지평을새롭게확대하였으며,1980년대이후시적모색에한방향성을제시하였다고의미를부여할수있을것이다.

우리가자본주의의최첨단이라할수있는금융산업의붕괴를목도하는현시점에서이런시세계를구축한신경림의시를다시바라봐야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과거독재자와기득권층을위한정치로인해농촌의피폐해진농민들의삶은와해되어갔으며,삶의기반을잃고도시빈민층으로전락한민중들의생활은반세기가지난지금에도별반나아진것이없다.신경림이노래한민중들의절망감과무력감,소외된이들에대한애정어린시편들은여전히우리의심금을울리고있는것이다.이런현실속에서다시울리는그의메아리는여전히새로운시대를갈구하는시민들의저항의지와희망을보여주고있는것이다.
신경림의가난한사랑노래가현재에도유효할수있는것은단지우리시대가여전히암울하기때문만은아니다.우리는그의작품을통해현실의시대적인상황속에서스스로를역사의한주체로다시설수있기때문이다.
따라서신경림시세계를관통하고있는울음의미학은시인의서정세계를구축함과동시에‘이웃의한젊은이’를위하여노래하는연민과시대정신을잘보여주고있으며,미래를향해열린울음소리인것이다.
이번에새롭게만들어진신경림시집『가난한사랑노래』는이런의미에서단순하게출간25주년을기념하여만들어진특별판이아니라우리가나아가야할방향점을제시하고있다는점에주목해야할것이다.아직도우리사회곳곳에서는끝나지않은가난한사랑노래가불리고있다.잊지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