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글이란잠자리를축축하게적시는식은땀같은것이었고,정오가까운시간에일어나면한기에떨리는몸으로마당에내려쌓이는햇살을멍하니바라보았다.그렇게몇년의시간이빈막소주병처럼밑바닥을뒹굴며지나갔다.
『박영근전집2-산문』,「결핍에대하여」中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원저자
박영근시인10주기에출간된『박영근전집』
야만의권력이우리꿈을악몽으로편집하던1980년대“솔아솔아푸르른솔아/샛바람에떨지마라”노래하던시인박영근.시인이부평반지하방에서곡기를끊고세상과의마지막싸움을벌이다떠난것이꼭10년이됐다.시인이평생고투했던시와산문을모은『박영근전집』(전2권)이실천문학사에서출간되었다.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김이구)에서는시인의10주기(周忌)에맞춰『박영근전집』을내기로계획하고,2014년11월‘박영근전집간행위원회’를구성해서전집발간을준비해왔다.시인이작고한뒤그를기억하는이들이틈틈이준비해두었던것을이어서,시인의글을다시찾아내고엮는1년6개월의작업끝에명실공히‘박영근문학’의정본으로서시전집1권,산문전집1권으로결실을이루게된것이다.
박영근시인의첫시집『취업공고판앞에서』의서시를보면이런구절이있다.
가다가가다가
울다가일어서다가
만나는작은빛들을
시라고부르고싶다.
시인의글이란“잠자리를축축하게적시는식은땀같은것”이다.시인은쉬지않고정진했고바닥에주저앉아작은빛들을오랫동안바라보았다.그의시는바닥에서,바닥의몸에서피어났다.그의시는인간존재에대한성찰과사랑이담겨있으며지금이시대에도유효하다.현재의피폐하고어두운삶을헤쳐나갈수있는내면의힘이있다.
『박영근전집』은?
『박영근전집1-시』에는시인이생전에펴낸시집『취업공고판앞에서』(청사,1984),『대열』(풀빛,1987),『김미순전』(실천문학사,1993),『지금도그별은눈뜨는가』(창작과비평사,1997),『저꽃이불편하다』(창작과비평사,2002)와유고시집『별자리에누워흘러가다』(창비,2007)를발간순서대로1~6부에실었고,7부‘시집미수록시’에는시집에수록되지않은시40편을찾아실었다.시인이십대시절인1976년『학원(學園)』지에투고해‘학원문단’에발표된?눈(I)?과?눈(II)?를비롯하여1980년대이후여러매체에발표했으나시집에실리지않은시들을이번전집을엮으면서찾아내어실은것이다.특히시집에실리면서개작된작품들도발표당시의원문그대로수록한바,이작품들은시인의퇴고과정을엿볼수있는연구자료로서특별한가치가있을것이다.
『박영근전집2-산문』에는노동현장의생활이야기를쓴산문집『공상옥상에올라-일하는사람들의짧은이야기』(풀빛,1984)와시평집『오늘,나는시의숲길을걷는다-박영근의시읽기』(실천문학사,2004)를1,2부에수록했고,시인이생전에여러지면에발표했던글들을모아시평집으로출간하고자컴퓨터로정리해두었던원고를3부‘박영근의시집읽기’에실었다.또동료시인들의시집에쓴발문과해설,각종매체에발표한시평과시인론을발표순서와상관없이비슷한글끼리묶어4부‘박영근의시평들’에실었고,5부‘문화시평?기타’에는『이대학보』『공동체문화』등에발표한문화시평을비롯하여일반산문과서평,미술평,추천사와시집후기,편지등다양한글들을수집해서묶었다.전태일의삶을청소년소설형식으로쓴미발표원고도찾아5부에함께실었다.
『박영근전집』은등단무렵‘노동자시인’으로알려지며주목받은후민중적활력을다양한형식모색과함께담아냈던시기의시와산문에서부터,1990년대와2000년대자본이질주하는절망적시대현실에맞서도달한치열한현실의식과엄정한미의식이균형을이룬빼어난시와시평들에이르기까지시인의모든글을엮어낸성과인바,그의문학과삶의궤적을총체적으로보여주고있다.또한시의제목변경과개작양상까지반영하여꼼꼼하게작성한작품연보와생애를자세히담은시인연보,그리고시인의삶과작품세계등을다룬글목록등관련자료를싣고있어,박영근문학을연구하고조명하는데요긴한길잡이가될것이다.
앞으로나가기위한반성과실험앞에서관성은자기자신을얼마나주저하고두려워하는가.
관성으로부터자유로워진정신과태도는자신의핵심을현실속에실현하기위하여중심을찾아부단히운동할것이다.비로소시가자기몸인현실을얻기위하여고통의불을켜고활동하기시작하는것이다.그런싸움,싸움의축적,그와중에서고통이섬광처럼터질때환히보이는현실의벌거벗은모습!
『박영근전집2-산문』,「진정한고통혹은희망」中
간행사|절망속을헤쳐간시인의삶
박영근(朴永根)시인이이세상을뜬지10년이되었다.치열한정신으로삶과문학을부여잡고씨름한시인이남긴글들을다시찾아읽는시간은시대의파노라마를숙명적으로관통해야했던존재의속살을만지는경험으로뜨거웠다.
한시인의시를평하면서박영근시인은이렇게쓰고있다.
시인의소망은현실속에서이루어질것처럼보이지않는다.어쩌면현실은시인에게거스르기힘든파고가더한급류가될지도모른다.그러나시인은자신의삶의절망으로시를써나갈것이다.상당수의시인들이보여주듯이시인에게삶에대한절망보다위험한것은글쓰기에대한포기에의유혹일것이다.현실과삶에대한절망속을살면서그절망의의미조차묻지않는다면,무엇이남을것인가.
현실과삶에대한절망속을살면서도그절망의의미를묻지않을수없었던,시를쓰지않을수없었던시인의운명을그는완성하였다.그러나그가전생애에걸쳐절망속에서살았다할것은아니다.또한그절망이란시인의길,문학의길이인도하는흰빛의근원이기도했다.
박영근전집을엮는일은안타깝고,즐겁고,고마운작업이었다.일찍우리곁을떠난데대한아쉬움을되풀이확인하면서안타까웠고,민중적활력이넘치는1980년대시와산문에서부터치열한시대인식과엄정한미의식이결합한이후의시와비평에이르기까지빼어난그의글을만나면서즐겁지않을수없었다.마치지금인듯시와산문에담긴간절한호소가들려왔으니,고마움으로순간순간가슴이미어졌다.
전집1권에는시집으로출간된작품외에도발표된많은시작품을찾아서수록했고,전집2권에는그가역점을두어썼던시평들을비롯해문화시평과미술평,미발표유고등을두루모아엮었다.또한시인연보와작품연보를상세히작성해실었다.그의삶과문학의궤적을총체적으로담아낸충실한전집을엮고자한간행위원들의소망이이루어졌기를바란다.
박영근전집출간이그를문학사속으로아득히떠나보내는행위가될수는없다.전집출간으로비로소그의문학적업적과위치를문학사속에정당하게자리잡아줄수있는여건이마련된것은사실이다.피상적으로알려지고일부분에집중해평가되어온것을넘어서노동자시인,민중문학의면모와이후의엄정한현실의식과시의식의양상,시형식의탐색과성취등이이제그의전체작품을토대로엄밀하게재조명될수있을것이다.그러한연구와조명의글쓰기는현실과삶에대한절망속을살면서,그절망의의미를묻는행위가아니라면박영근의문학과온전히만날수없을것이다.
2016년5월
박영근전집간행위원회
박영근시인의생애
1958년전북부안에서태어남.
1981년『반시(反詩)』6집에'수유리에서'등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시작.
1984년첫시집『취업공고판앞에서』(청사),산문집『공장옥상에올라』(풀빛)출간.
1987년두번째시집『대열』(풀빛)출간.
1993년세번째시집『김미순전』(실천문학사)출간.
1994년제12회신동엽창작기금을받음.
1997년네번째시집『지금도그별은눈뜨는가』(창작과비평사)출간.
2002년다섯번째시집『저꽃이불편하다』(창작과비평사)출간.
2003년제5회백석문학상을받음.
2004년시평집『오늘,나는시의숲길을걷는다』(실천문학사)출간.
2006년결핵성뇌수막염으로타계.
2007년유고시집『별자리에누워흘러가다』(창비)출간.
민중문화운동협의회,민중문화운동연합,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등에서활동했으며,『예감』『내일을여는작가』『시평(詩評)』등잡지의편집위원과민족문학작가회의인천지회부회장,인천민예총부회장,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등을지냈다.
오랫동안인천부평에서살았으며,인천광역시는2015년에시인이자주거닐던부평구청옆신트리공원에민중가요[솔아솔아푸르른솔아](안치환작곡?노래)의원작시?솔아푸른솔아-백제6?를시인의육필로새겨시비를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