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기뇰 (이태형 소설집)

그랑기뇰 (이태형 소설집)

$12.00
Description
2012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은 이태형의 첫 번째 소설집 『그랑기뇰』. 제목 그대로 어른을 위한 읽을거리이자 성인이라면 한번은 읽어볼 만한 주이상스의 서사를 선물하는 책이다.
저자

이태형

소설가.탄광촌에서태어났다.대학시절매직리얼리즘을접하고유년시절강원도에서의삶과비슷하다고생각했다.현실의삶은언제나환상보다놀랍고잔인하다.그런지점에서모든환상소설은사실리얼리즘이다.지은책으로불신에대한내용을그린『그랑기뇰』이있다.

목차

질병보고-병속의악마
괴사(壞死)
물고기들
사형집행중
패치워크
바바예투
그랑기뇰
감상주의

출판사 서평

인류전체의육체,그리고주이상스(Jouissance)

해설


이태형소설은『그랑기뇰(GrandGuignol)』이라는제목이말해주듯어른을위한B급호러이며그호러의서사화이다.그러나그의단편들은B급호러물의분명한선악구도를벗어나있으며소설내부적A급서사를워딩(wording)하고있다.『그랑기뇰(GrandGuignol)』첫번째단편「질병보고」의전염병은세계보건기구(WHO)전염병등급6단계이다.6등급은전세계적경보인판데믹(pandemic)경보이다.판데믹상황에서,즉생존가능성이매우희박한상황에서그야말로어찌어찌하여살아남은사람들의이야기,‘소년’의이야기로읽힌다.그러나시종모든단편에등장하는‘소년’의가치판단은2분법적선악구도만으로설명되지않는다.소년은집단따돌림으로부터굶주림으로부터아버지로부터살아남기위해선악적판단에자신을가둘수없는호러적서사진행을보인다.

「질병보고」에서자신의창작기법조차노출하는,이미활자화된부분을지우는방식을택한다.그러나그내용이훤히들여다보이는이태형의소설적살아남기는각단편속소년의살아남기와흡사하다.「질병보고」의소년은마지막까지살아남아「괴사」의단계를밟게되고,불타거나파손되지않은푸른벽돌저택또한뒤따르는두번째단편「괴사」로이동해이어진다.습하고축축하고어두운,저택지하에갇힌소년은파충류와조류,특히‘메기’라고명명되는어류들에둘러싸인다.소년의몸또한인간의모습으로보기는어려운,파충류나일종의어류군으로변해있음은「그랑기뇰」의기본적등장인물변화의모습이다.온전한모습으로묘사진술된인물들은대개가침략자들이거나사냥꾼정도이다.

끔찍하고공포스러운판데믹에서동물적감각으로살아남았으니길게설명할필요없이그소년의모습은사람의모습이라보기어렵다.‘팔다리있는물고기’(p.54)에이르면,그괴기스러움혹은키치적상상력은B급호러물을넘어선다.그팔다리는역진화의과정을겪는인간의팔다리일수있다.그팔다리가퇴화혹은용불용설로제거된매끈한어종으로의변신을보여주는이태형의소설들은인간의진보나진화를전혀믿지않는소설이다.‘걸어다니는파충류’(p.55)또한같은맥락이다.세번째단편「물고기」에도‘소년’이등장한다.그단편은제목조차그의도를전혀숨기지않는다.‘100여명의노예’(p.77)아이들을급기야물속생물로돌려보내는즉포유류로의진화역방향단계로돌려보내고만다.아이들은곧물고기들이거나물고기들이된것이다.

아이들의모습은눈에띄게변해갔다.아이들의눈은이제더이상포유류의것이라고보기힘들었다.(중략)그큰입은쉬지않고뻐끔거렸다.피부는점액질로뒤덮여미끈거렸다.손가락과발가락사이에얇은물갈퀴가언뜻보였다.(p.83)

위인용문의내용은어화(漁化)된아이들의모습이다.은근슬쩍‘망상’이아닐까의심해보지만그것은진술을위한진술일뿐이다.앞선3편의단편이일정부분내용적연결고리가있다면4번째단편인「사형집행중」은어류가사라지고그자리를뱀혹은파충류가대신한다.사형집행인이었던소년의아버지피부는‘마치파충류의비늘같이갈라져있는끈적끈적하고도매끄럽게반사되던감촉’(p.96)이었으며소년이운신하는곳곳에서볼수있는양각문양은뱀이꼬리에꼬리를무는형태,두마리의뱀이꽈배기처럼똬리를틀고있는모습이다.족장이자사형집행인이었던아버지가아들의괴기스런성장모습에‘모욕감’을느끼고아들의돌칼로자살하고그아들은누군가에게끌려5층대저택에도달한다.소년은거기서열쇠꾸러미를발견하고잠긴두개의방중어떤방을먼저공개할지를전제한,두가지경우의서사를노출한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p.103)

말하자면소설102쪽까지의내용을저장하겠느냐는말이다.‘예’를선택하고이어어떤방문을열지,방문을열지않을지를결정하는순간부터이소설은필연적으로두가지결말을보인다.첫번째1층의지하실을여는것으로시작된첫번째경우의결말이‘단한권의책’을품에안고먼길을떠나는‘normalending’으로기표화되었다면,두번째경우의결말을전제하는기표시작은아래와내용으로시작된다.

로딩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p.112)

위와같이시작된결말은‘기억’이라는핵심어로종결된다.아버지가나고,내가아버지였던그래서내기억이누구의기억인지불확실한‘나’는결국자신의양발을잘라자살하고만다.어떠한가?두가지결말에서다른미학이보이는가?이태형의소설은비정상과괴물,어류와파충류그리고네발포유류로의끝없는환각적환원을보이며종결된다.왜그러한가?진화의방향이포유류인인간에게로집중될수없었던이유는무엇일까?이유는없다.왜냐하면이소설은어른들만의은밀한죄의식이그환원을가능케하기때문이다.역방향으로의퇴화혹은진화의진술을보여주며만물의영장인인간은모욕당하고폄훼되며또한혐오스러운(애초에혐오스러웠던)본래모습,다듬어지지않았던초기인류,네안데르탈인혹은호모사피엔스쯤으로되돌려진다.

이태형이자기존재를정립하는데필요한하나의기표이자기의는‘그랑기뇰’이다.그랑기뇰을내포한기표들은하나의커다란명사집합체이다.살인,방화,동물적외피로의변환,폭력,자살등이그기표들이다.인류전체의육체를대신하고자하는욕망에서자유롭지못한이태형은산업사회의특정소비계층을향해그모습을드러내고있다.이태형은본격소설과장르소설사이의아슬아슬한어떤지점에숨어두눈만드러낸체,자신을훔쳐보는독자의시선을즐기는지도모른다.그즐김이반복적주이상스로끝나지않으려면그는독자와정면으로당당하게마주서눈맞출준비를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