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국에서 보내온 노마드 엘레지
2001년 <시평>으로 등단한 전성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실존적 여행시 쓰기’를 표방하며 세계 곳곳을 떠돌던 시인이 10년째 미얀마에서 머물며 보내온 그리움의 서정시들을 모았다. 자신이 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 타지에서 꾸려가는 노마드적인 삶들이 잘 드러나 있다. 유목민들이 대지의 물을 따라 삶의 궤적을 그려가듯, 작품에서 드러나는 ‘물’의 이미지는 시인의 떠나온 곳을 향한 향수를 담고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팃검불 묻은 채 일어나셔서
맞이하는 2,500기의 검붉은 경배, 탑은
알 수 없는 무아의 경지
나비처럼 허공을 묶어
천년의 또 다른 앞을 날지
해 지는 동네의 가난한 얼굴을 씻어내리는
밥 짓는 연기
반찬 조리는 냄새가 집 밖을 나갈 때
누룽지처럼 타서 구수하게 탑의 코를 적시는 노을,
나는 발등이 간지러워
벌판의 까마귀 떼를
사람 사는 집 가까이 불러들인다
숲을 헤치며 바쁘게 뛰어다니던
쉐지공 네 칙칙한 몸빛
무얼 숨기시는지 저마다 선 자리가
깊은 우주의 한가운데여서
이라와디 강을 가로지르는 캄캄한 새 한 마리
해 뜨면 탑으로 돌아온다
기는 것 나는 것 모두가 어둠을 이겨내야 하는 것
긴 그늘처럼 살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솟구치고 무너져 내리며
지켜보고 계시는 검붉은 내 경배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팃검불 묻은 채 일어나셔서
맞이하는 2,500기의 검붉은 경배, 탑은
알 수 없는 무아의 경지
나비처럼 허공을 묶어
천년의 또 다른 앞을 날지
해 지는 동네의 가난한 얼굴을 씻어내리는
밥 짓는 연기
반찬 조리는 냄새가 집 밖을 나갈 때
누룽지처럼 타서 구수하게 탑의 코를 적시는 노을,
나는 발등이 간지러워
벌판의 까마귀 떼를
사람 사는 집 가까이 불러들인다
숲을 헤치며 바쁘게 뛰어다니던
쉐지공 네 칙칙한 몸빛
무얼 숨기시는지 저마다 선 자리가
깊은 우주의 한가운데여서
이라와디 강을 가로지르는 캄캄한 새 한 마리
해 뜨면 탑으로 돌아온다
기는 것 나는 것 모두가 어둠을 이겨내야 하는 것
긴 그늘처럼 살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솟구치고 무너져 내리며
지켜보고 계시는 검붉은 내 경배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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