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참 좋다

난 네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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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단 15년째를 맞아 세상의 여러 시공간을 관찰하고 탐사하는 고된 역정을 담아내면서도 따듯하고 심미적인 형상화 능력을 보여주는 정용국의 시집 [난 네가 참 좋다]. 이 시집은 우리 시조 시단에서 만나기 어려운 리얼리즘의 본원적 충동이 세상살이의 축도(縮圖)처럼 담긴 작품집이다.
저자

정용국

저자정용국은1958년경기도양주에서태어나,2001년『시조세계』로등단했다.시집『내마음속게릴라』,『명왕성은있다』,기행문『평양에서길을찾다』를출간했으며,이호우시조문학상,가람시조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명왕성|잠깐|봄동|그대,맹지|반지하창밖에는|삐라|우박|깊고깊은오모가리|쑥개떡|도다리쑥국|떨이포도|설핏
2월|월정리역|날라리에게|실외기

제2부늙은떡국|화살나무편지|석등|자산에서길을묻다|블랙아웃|장편|강정필사본|뜨거운손|진도실록|첩첩무등|불쌍한
돈|휘청거리는|모둠전|졸에게|중곡동

제3부아득하다|산성중수기|눈물|기일|식칼|삶은늘저쪽에있다|선종|후광|모든것은지나간다|아가미젓|형수|망우리|강이나를불러놓고|몸이나를불러놓고|월동

제4부옹알이별사|애벌의꿈|보산역|가자미식해|묻지도따지지도않는|일요일의남자|외경|철야일지|여기,사람이있다|낮술|장엄|자리|개구리는개구리밥을먹지않는다|갑오실록

해설유성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시조’라는양식과역사사회적인식

2001년『시조세계』로등단해시집『내마음속게릴라』,『명왕성은있다』를펴낸정용국시인의세번째시집『난네가참좋다』가실천문학사에서출간되었다.등단15년째를맞아펴내는시인의야심작인이번시집은우리시조시단에서결코만나기어려운돌올한개성의결실이다.세상의여러시공간을관찰하고탐사하는고된역정을담아내면서도가장따듯하고심미적인형상화능력을보여주는이번시집은이땅외따로운곳에서펼쳐지는아프고도가파른삶을더욱정밀하게응시하고묘사하면서,우리시조시단의새로운전범을보여준다.

사람살이의구체성에발딛고

시조라는정형적형식속에서도전방위적으로시적소재를선택하며비판적으로세상을읽어온정용국시인의열정은이번시집에서더욱첨예화하고세련되었다.신작시집『난네가참좋다』는우리시조시단에서만나기어려운리얼리즘의본원적충동이세상살이의축도(縮圖)처럼담긴작품집이다.한마디로정용국시인의시는‘시조’라는양식과역사사회적인식이어떻게결합하고구현될수있는지를보여주는하나의실물적근거이다.
정용국시인의작품이가진가장큰특징은우리시조시단의주류권역에서잘다루지않는사람살이의구체성을애정과관심으로길어올린다는것이다.특히이번시집에서이에대한관심은삶의본원적투시로나아가며,동시에외연적으로는시조소재의권역확장을꾀한다.

햇살은들다말고
바람도스쳐가는

중곡동헐한월세반지하창밖에는

귀열린상추댓포기
옹알이가한창이다

잔웃음자지러진
외손자걸음마에

장맛비로반토막나울상이된품삯도

해거름탁배기잔에
다소곳이졸고있다
_「반지하창밖에는」전문

정용국시인의시선은힘겨운삶을지속하는주변의풍경에서시작한다.“중환자실”(「명왕성」)이나“탑골공원뒷골목”(「불쌍한돈」)이그러하며,“중곡동헐한월세반지하”또한마찬가지다.그런데시인의작품이가진애잔함감정은그안에새로운도약을꿈꾸기도한다.위의시에서도드러나듯이“헐한월세반지하창밖”에피어나는“귀열린상추댓포기”가그것을상징하는데,고단한삶이반쯤가라앉은‘반지하’는“잔웃음자지러진/외손자걸음마”로한순간밝아진다.반지하세입자는장맛비때문에반토막이난품삯에울상이지만“해거름탁배기잔”으로삶의고난을견딘다.시인은그런삶을일구어가는이름없는이들의뒷모습을지극한애잔함으로응시한다.

짓무른시간들이멋대로지분대는번잡한골목에도꾸려야할삶은있다계면조(界面調)속살이우는가리봉동쪽방촌

낮술로달래놓은어깃장시름한놈어물전뒷골목을서성이는초저녁중국어전화방간판이싸락눈을이고있다
_「삶은늘저쪽에있다」전문

우리가꾸려야할삶은언제나“짓무른시간들”과“번잡한골목”이있는‘저쪽’이었다.사람살이의다양한변주들이울려퍼지는“가리봉동쪽방촌”은“중곡동반지하”와마찬가지로주류화하지못한생들이시름을달래며고단한삶을꾸리는곳이다.시인은‘저쪽’에존재하는삶을보며소외된어느곳도삶의주류가아닌곳이없다는역설을목격한다.그리고현실을탐색하며‘저쪽’은추상적세계가아닌바로이곳에존재하는삶의무대로서‘구체성’을띠는곳임을증언한다.

시조의새로운미적완결성을꿈꾸다

정용국시인의작품에는늘사람이먼저고사람이중심이다.시인은사람이라는궁극의가치를발견하고지지하면서,‘사람’을지워가는폭력적현실에저항한다.그의시선은가까이는가족에서부터이웃그리고멀리사회에서억압받는이들에이르기까지관심과애정의눈빛을보낸다.

황조롱이한쌍이
알을품는송전탑에

땅에서내버려진날개없는사람들이
현수막둥지를틀고하늘을차지했다

삼십오년전굴뚝에올라
쇠공을쏜난장이대신

국민소득수만달러어안이벙벙하고최저임금오천원엔머리에쥐가나고일조달러수출고에도통상임금거덜났다세계십위무역규모에불법파견재하청이라재벌입김에설왕설래선거공약은휘청휘청이등쌀에허리휘어키작은아들딸들이아직도법을믿고허공에매달려있다

하늘이너무비좁다
우러러보기에는
_「여기,사람이있다」전문

황조롱이한쌍이알을품은‘송전탑’에“날개없는사람들”이올라분노와항의를담은현수막둥지를틀었다.“국민소득수만달러(중략)세계십위무역규모”와“최저임금오천원”의대비속에서,‘허공’은사람들이땅에서우러러보기에는너무비좁다.이런비참한현실은비단오늘날만의것이아니다.이미“삼십오년전”에굴뚝위에오른난장이가무거운쇠공을하늘높이쏘아올리고는사라졌다(조세희,「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사람도바뀌고시대도바뀌었지만,약한자들을향한사회의폭력과억압은여전하다.“세계십위무역규모”에도“불법파견재하청”이라는“재벌입김”에“키작은아들딸들이아직도법을믿고허공에매달려있다”.
시인은이런현실에분노하면서도자기스스로를먼저채찍질하는것을잊지않는다.그는「낮술」이라는시에서“송경동시인의목발이”,“백기완선생쉰목소리가”“내시를밀어낸다”라고고백한다.송경동시인의‘굴하지않는투쟁성’이,백기완선생의‘견결한삶의지속성’이자신의시를밀어내는경험을하며시인은폭력적현실에적절한대응을못하는것만같아“무기력”을느끼며스스로를반성한다.시인이라는업(業)을가진자로서,현실과문학의자장사이에서있는자신의‘시쓰기’를이어가며그존재론을깊이성찰하는것이다.

한사람떠나갔다
술도시도다버리고

도다리살오르고
다북쑥올라오면

묵은해풀어내자고
몸살을앓더니만

올봄은더디다고
멋쩍게웃던저녁

눈으로보내주던
성근말만맴도는데

다식은
양은냄비옆

가지런한수저한벌
_「도다리쑥국」전문

시인의가장강한무기는다름아닌시임을증명하는여러작품이이번시집에실려있다.그중에서도가장빼어난경우라할수있는이작품은술도시도다버리고떠나간“한사람”을“다식은/양은냄비옆/가지런한수저한벌”로은유한한편의아름다운서정곡이다.“묵은해”를풀어내려는몸살과“올봄은더디다고/멋쩍게웃던저녁”의대조속에서산뜻하고도아득하게한사람의시간과그흔적을보여준다.
소외된현대인의삶의그늘에비치는한줄기햇살을발견하는정용국시인은시조시단의주류현상을넘어시조의현대성구현에앞장서며외로운싸움을하고있다.이외롭고처절한투쟁에서시인이승리한다면,그것은그의시에그려진이들의승리이후일것이다.이번시집은시조본연의틀을유지하면서도동시대삶의다양한주제를다루어야하는숙명을지닌시인(시조)의조용하고치열한투쟁의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