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기원

바람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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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명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바람의 기원』.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어법을 가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의 불안과 고독을 긴장감 있는 언어로 밀도 있게 응축해냈다. 시인은 섬세한 시선으로 우리 삶의 모습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다양한 사건과 풍경들을 감각적인 언어로 빚어낸다.
저자

김명철

저자김명철은1963년충북옥천에서태어나,2006년『실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짧게,카운터펀치』가있다.

목차

제1부생각|마비|표정없이|증폭|고사|경중|실색|외줄|연|농부와나무와사과|말,말,말,그리고고지|실체|골이파이다|선산|차단
제2부넓은문|괜찮다|낙과|이탈|탈|직립산행|착시|아직도아름답다하는가|눈물|요람에서무덤까지|역행|나뭇잎처럼당신은|대조기
제3부Paul|사각|고양이의입술에묻은피와죽은쥐의관계|선상의품바|유예|하루하루,하루|정문|가난하고낮고쓸쓸한|생목|공백|우기|잠시너를잃고|바람에게|현장검증
제4부결절|바람의기원|흑야|흔들리던돌이흔들리는나를|복선|깃털처럼|탈환|눈밭에앉아서|갈피|반달|결빙기|유산|해독
해설이성혁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시인에게시쓰기란어떤염원의과정이다

2006년『실천문학』으로등단해시집『짧게,카운터펀치』를펴낸김명철시인의두번째시집『바람의기원』이실천문학사에서출간되었다.일상의풍경을포착하는예리한시선과가벼움과무거움사이를자유자재로넘나드는어법을가진시인은이번시집에서삶의불안과고독을긴장감있는언어로밀도있게응축해냈다.시인은섬세한시선으로우리삶의모습들을주의깊게바라보며다양한사건과풍경들을감각적인언어로빚어낸다.

꽃과바람의서글픈전쟁

삭막하고황폐해보이는일상을한줄한줄스케치하듯시를써온김명철시인은첫시집『짧게,카운터펀치』를통해‘경쾌하지만결코유쾌하지않은’삶의이면과진실을그만의고유한감각으로성공적으로그려냈다.특유의활달한상상력과관찰력,일상의풍경을포착하는예리한시선으로가벼움과무거움사이를자유자재로넘나드는시인의독특한시적진술에대해시인이자평론가권혁웅은“여러개의삶을살기.이모든걸자유롭게.그것도파격이아니라정격으로”라고표현한바있고,평론가유성호는“삶의여러국면에대해여러모양의접근과표현을취하고있는이색적성취”라고평가했다.
등단10년을바라보는김명철시인은이번시집『바람의기원』에서좀더원숙한시선으로대상과주체의본질적어긋남,그리고그곳에존재하는어떤‘시차(時差)’를관찰하며삶의황량함속에서도삶을사랑하는생존법을이야기한다.

향나무와소나무처럼
당신과난이질적이었고
언제나나는햇살에목이말랐습니다
나는당신을빨아들여내가지들을길렀고
당신은이른봄새의모가지처럼수척해졌습니다
바람에당신이흔들릴때
내머리위에떨어지던햇살들을따라
죽거나산내가지들이
목을빼기도했습니다
겨울을준비하는가을의바람처럼
전쟁을위한평화나
평화를위한전쟁뿐이었습니다
_「바람의기원」부분

만남과이별의반복은마치잘못쓰인이야기의주인공처럼우리들을괴롭게한다.시인은‘당신’과‘나’의본원적인어긋남을관찰해그곳에존재하는‘시차(時差)’에대해이야기하며떠남을숙명으로지닌바람처럼우리삶또한(우리가살아있는한)숙명적으로생성과소멸,교차를반복할수밖에없음을보여준다.시인은결핍과우울,비애를짊어진풍경속에서생명을꿈꾸는한줄기희망을발견하기도하는데,마치“가시관처럼생긴자리/집앞전신주꼭대기까치둥지가/독한바람을하나하나통과시킨것처럼”(「표정없이」)우리들역시삶에순교하듯그고통을머리에이고살아가야함을역설(逆說/力說)한다.
시집의해설을쓴이성혁문학평론가는표제작인「바람의기원」에대해시인이“타자와순응의관계가아니라‘정곡’의관계를맺어야한다고”생각한다며“그관계는‘전쟁’이라는말로표현되기도했”듯“타자인‘당신’과의전쟁을통해서야신생은이루어질수있”음을말한다고했다.

삶에육박하려는지난한여로(旅路)

시인은꽃과바람의관계를통해‘당신’이라는말로상정된‘삶’에육박하기위해죽음과신생의지난한싸움을계속해야만하는운명을노래한다.“네가나에게로오고부터(중략)내마음이내것이아니었듯이/이제는내살도내살이아닌것같다”(「마비」)라고말하는시인은“눈도,/귀도,/코도없는,/붉은심장만있는피투성이사랑이,/떨어”(「증폭」)지듯바람이체화해몸속을흐르는것이피(血)라할때,‘나’와‘당신’과의이서글픈전쟁또한꽃이지듯붉은“바람한점이떨어”(「바람의기원」)질때까지계속될것을예감한다.
죽음과신생을상관한다는점에서바람은이시집의핵심적인시어라할수있다.“꽃에숨어있던바람이/소리를만들”(「탈(脫)」)면꽃이계절을떠나게될것이라는구절은죽음과연관된바람의‘기원’이랄곳이다름아닌“꽃”임을짐작케한다.즉,바람은“꽃에숨어있던”것이어서,꽃의삶에내재된죽음이라볼수있다.“바람이꽃잎을흔들때마다/몸을뒤집으며/꽃잎이바람을따르”듯“피묻은바람이/어둠속꽃잎을따라”(「잠시너를잃고」)가는것이다.꽃잎이몸을뒤집으며바람에흔들릴때바람또한죽음으로이동한다.
하나의긴여로를기록한이시집은“구개월노동의뒤끝”에서“오래된마음의병”이“온몸으로퍼”져“어디에바늘을꽂아야”(「마비」)할지모를처지에서시작해시집마지막장에이르러다음과같이막을내린다.

돈도사랑도안되는노동만하다가
집으로돌아간다

(중략)

따듯하거나검은것들끼리
차갑거나하얀이들끼리,아니면같이
맘편히지냈기를바랄뿐이다

빈손으로집에돌아가니
그들이남아있다면내쫓지도잡지도않으려한다

눈길을한참걸었는데도비포장길이다
오랜만에오래된시집처럼
햇살에반사되는눈빛이독하지가않다
_「해독(解毒)」부분

시집의가장마지막에실린시「해독(解毒)」에서시인은“집으로돌아간다”라고했다.그는어디로부터집으로돌아오는것일까.시에따르면죽음의바람이부는세상,“돈도사랑도안되는노동”을해야하는세상으로부터귀가중이다.그런데여기서눈여겨볼것은시인이자신이앞으로도한동안힘겨운비포장눈길을걸어야하지만죽음을견디고사랑을발견하며살아나갈의지를가지게된것같다는점이다.그는“눈길을한참걸었는데도비포장길”인곳을지나마침내“죽음을견디고사랑을발견하면서예전보다세계를좀더사랑할수있는마음”(「해설」중)을얻어살아나갈의지를가지게된것으로보이는데,병든마음의출가에서시작한이시집은고통을겪는마음의행적이펼쳐지다가마음의귀가에서끝나는한편의드라마를구성한다.
삶을구성하는이질성과불화가“겨울을준비하는가을의바람처럼/전쟁을위한평화나/평화를위한전쟁뿐”(「바람의기원」)인삶을불러오지만한편으로그것들로죽음과신생이동시에형성되는것이라여기는시인은“누군가와무언가를찾고있는중”이라고말하며스스로에게“편안한가하고묻고편안하다고대답”하고,“괜찮은가하고묻고괜찮다고대답”(「시인의말」중)한다.그런데스스로에게던지는이물음과대답에는어쩐지바람이불기전이나불고난후처럼불안이스며있다.“언제쯤그들에게육박할것인가”하고묻는그에게곧,다시바람이불어올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