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시인의 첫 번째 시집『고양이 타르코프스키』(실천문학사)가 출간되었다. 2009년 등단한 시인은 줄곧 감각적인 시어를 토대로 삶의 내부에서 문득 마주치게 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일상적인 감각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를 감지하고 개성 있게 그려낸다.
장미 꽃잎을 타고 달리는 고양이를 보았어
눈을 감지 못하겠어 불을 껐어 쉽게 잠들 수 없어 기나긴 밤은 뱀 아기가 울어 아기가 우는데 왜 달래지 않지 주위는 고요해 아기만 울어 아득한 울음을
떨어진 고양이는 매일 그럴 거야 청각으로 쏠릴 거야 밤은 닮은 것끼리 붙여놓지 장미향을 따먹으려고 고양이가 담을 넘겠어 아니면 몸의 어디에 장미향을 새기기 위해 날카로운 장미 가시를 참아내는 건 아닐까
달이 뜨든 뜨지 않든 무슨 상관이야
―「고양이는 슝슝」 전문
김명신 시인은 시적 주체의 경험과 상상이 만나 부딪힘으로써 낯선 감각이 튀어나오고 기이한 세계가 구축된다. 김명신의 시는 새로운데 시의 일반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직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시인의 언어들은 동화와 현실을 가로지르며 기묘한 시의 신비를 만들어낸다.
기억이 슬레이트 지붕 같아
분홍 알약 혀 끝에 닿을 때
한 마리 쥐새끼
빨아먹지도 깨먹지도 않았는데 잠이 들었지
우린 너무 딱딱한 귀를 가졌어
검은 짐승의 눈빛과 마주쳤을 때
―「다락방」 전문
사람들은 병을 앓으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병이 삶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 고통을 받아들일 때 그의 삶은 그 고통의 크기만큼 확장된다. 김명신 시인의 시적 주체는 앓고 있다. 병명은 드러나 있지 않지만, 김명신의 시적 주체는 “분홍 알약”을 먹으며 잠들고 방 안은 분홍 약 냄새로 가득하다. 그러나 김명신의 시에서 아픈 시적 주체는 환각의 환부를 안고 사는 보통사람의 삶의 다름 아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머리, 눈, 코, 입, 귀는 자체 분열 상태에 들어갔고, 전 자동시스템으로 인간의 냄새는 늦어도 30분 이내에 말끔하게 청소되어졌다 제 아무리 많은 수를 분양하여도 필사적으로 생존하는 이유를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은 상태였다 우주가 우주를 감시하고 운행하는 모든 것들을 보는 듯 보지 않으며 흘러오는 것이었다 구름으로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면서 하늘 아래 미세한 것들까지도 황홀한 감옥행을 마다할 수 없었다 태초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듯 여러 구멍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트 케이지 2」 중에서
김명신의 시에 인간이 구축한 현대 문명이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다종의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위기에 봉착한 현대문명을 구원할 길이 생명이 지닌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음을 시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신 시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이러한 생태주의적 인식이다.
고양이 타르코프스키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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