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퀴다

꽃은 바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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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3년 『실천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하며 시작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2008년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을 상재하였으며,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하고 2015년 서울문화 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하였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저자

박설희

강원도속초에서유년을보내고서울에서청춘을보냈다.방화수류정과화성에반해수원에정착한후30년가까이살고있다.여행을좋아하고자연속에서가장행복하다.시집으로『가슴을재다』『꽃은바퀴다』『쪽문으로드나드는구름』이있고,공동산문집으로『우리는영원하고사랑도그렇다』『먼곳에서부터』등이있다.

목차

제1부
먼나무
접시
바나나딜레마
완강한텍스트
백양나무
한때비
낯선시간속에서
습도8%
나야
거리유세
물붓
야생화출사(出寫)
이후
사는동안
야생화출사(出寫)

제2부
모심에대해
영(嶺)
먼지들
산책
아득히오래전부터이강가에있었다
물고기의날
유산(遺産)
충혈
다리들
꼬리는꼬리를
겨울산에들다
유사시
인영에게
11월
우천시누항사
카멜레온의죽음

제3부
모래성
배꼽이야기
태양섬유완성반검사
구두
약수(弱水)
건배

졸업식
오래된웃음
다시산성마을에서
마개
하늘아래첫우체통
만개한유모차
만년리(萬年里)에서온감
오후네시

제4부
그만두다
구로애경역사를지나며
탑동의황혼
종묘를나오면서
잔치갔다오는세노인
황톳길
웃음에관해서라면
서쪽으로난창
일곱기둥철강
실크로드의이륙
졸라
저수지의방식으로
물한모금
옛길위에서
황톳길
빗소리
눈산

출판사 서평

따뜻한가면(假面)-너의아트만(Atman)을위하여

■해설
그동안박설희시인의시를읽으면서개인적으로느낀점은이시인은스스로형상화시킬수없는것은쓰지않는다는것이다.특히현실과환상의중간지점에놓인시적오브제를다룰때그러하다.이러한시적태도는필연적으로세계를바라보는시선과깊은연관을맺고있다.첫번째시집『쪽문으로드나드는구름』의추천사에서최두석시인이지적했듯이박설희시인은“세속의누추한풍경”속에서이세계의진경을발견하고그린다.자신을포함한살아가는모든것에뿌리깊은연민을가진박설희의시를마주하며최두석시인의지적에고개를끄덕인다.이번두번째시집을읽으면서그러한세계관은여전히관철되고있다는느낌을받았다.박설희의시기저에놓인물음은,나는무엇인가혹은나는진짜인가가짜인가하는것이다.아트만(Atman),진면목으로서의자아에대한탐구가예술의한기원을이룬다는사실은별다른설명이필요없을터이다.예술이종교와친연적성격을띠고있는이유도아마이지점일것이다.시인자신이의식했든안했든간에시곳곳에아트만에대한갈구가깔려있다는것은현상으로서의이세계에대한믿음이충분하지않은까닭이다.더중요한것은현존하는자아에대해끊임없이회의한다는사실이다.이것은결과적으로자아를포함한세계전체를회의하게하는동인이된다.

이사를하려고짐을정리하다보니마루밑에자루,그
속에팔들이가득,손이달린팔들이우르르쏟아져나와,
누군가맡겨놨는데언제맡겼는지내가무슨짓을한건지
무슨짓을했던팔들인지,이사를해야하는데팔들이한
자루

죽은자와마주쳐간신히벗어났다싶으니또다른주검
과마주치고산사람보다는죽은자와더많이마주쳐,이
제그만죽은자들은신물이난다고체머리흔드는데흰상
여가거리저쪽에서다가오고

생전처음보는집을내집이라고들어가차마시고이야
기나누고다시나와거닐다보면바닷가,파도넘실거리다
가기어코해일이덮치는그마을수천번도넘게해일
이덮쳤는데

어느날문득낯선들판에홀로서서는이름도기억도잊
어버리고기억이없다는것만기억나,드디어다벗어버렸
다고뿌듯해하다가다음순간버스며사람들혼잡한거리
를다시헤매는

수없이재생되는친숙하게낯선거기,
매번돌아오고야기억나는거기의나는누구인가
심연처럼들여다보고있는눈,을
빤히마주보고있는나는

-「완강한텍스트」全文-

견고한성채와같은이세계를시적화자는‘완강한텍스트’라고규정하고있다.이텍스트는개별적자아를구속하고규정하며,각성하려는자아를조롱하고무화시킨다.각성하려는자아에게이세계는혼돈일뿐이다.‘수없이재생되는’세계를인지하고그곳으로부터벗어나고자할때시적화자가할수있는일은자신을들여다보는일이다.‘나는누구인가’라는물음은이러한일상의퍼소나를생경하게바라보는지점에서비롯된다.‘어느날문득낯선들판에홀로서’있는화자의자기발견은박설희의시가자기를찾아가는여행의성격을띠고있음을의미한다.동시에그의여정이그가자주쓰는관형어처럼‘낯선’곳으로의방황이라는것을암시하고있다.낯선여행자의아트만을향한욕망은“나는나인가”라는반성을낳는다.불교적수행을떠올리게하는이질문은이시집의화두에해당한다.

오가다기름을넣곤하던주유소에
노란줄이둘러쳐져있다
유사석유의가스누출로주유소가폭발했다고

유사석유,유사지폐,유사감정,유사행동,유사시(詩)
끊임없이제조되어비밀투입구로흘러드는
그힘으로냅다달려보다가

진짜보다더진짜같은
지폐로,드라이브하며,사랑의시를읊어주면
진짜보다더진짜같은
애인이,히히웃으며,사랑한다고,응답할까

유사일수록휘발력과폭발력이월등하다는데

진짜보다더진짜같은
사랑을하다가

순간폭발이일어나
진짜보다더진짜같은
애인들이기화해버린다면

진짜가되는거겠지
사랑의순교자가되는거겠지

-「유사시」全文-

유사(類似)한것이진짜를능가하는현실을보면서화자는‘진짜보다더진짜’같은가짜에대해명상한다.장자의꿈이야기처럼무엇이진짜이고무엇이가짜인지혼돈을일으키고있다.혼돈이라기보다는대승적차원에서진짜와가짜의차이가무엇인지되묻고있는것이다.어쩌면그모든것의기원이혹동일한뿌리를가진것은아닌가하는물음이바탕에깔려있다.이러한혼돈스러운세계속에서도진정한자아를찾아가는시인의열정은집요하다.

평생을바늘로기워온그녀
손에잡히는것을습관적으로깁는다
내가슴은꿰맨자국투성이
물길을찾지못한채금세시들어버린다

그녀가손에핑킹가위를집어든다
지그재그로이어지는단면들의연속
풀어지거나해어진실밥을정리하는
견고한장식성
씨실과날실의교차점에서
아이들이맺히고

레이스로장식된옷에단추들이정렬해있다
성장(盛裝)한나는가슴이답답해진다
아가,체했냐엄지손가락따주랴?
손끝이아니라가슴이에요
가슴이아니라머리에요

늘어진시접을정리한후
이리저리훑어본다설레설레머리를흔든다
꾹꾹힘을주어다리미질을한다
이주름은왜이리안펴져?
그녀는더욱더힘을준다
열판이지나가는대로눌린내가조용하다

옷은반듯해야지
그녀는나를옷걸이에걸어장롱속에보관한다
장롱안이빽빽하다

-「태양섬유완성반검사」全文-

자아의기원에대한치열한인식을보여주는이시에서가장궁금한것은‘그녀’의실체이다.그녀는내가슴을꿰매고아픈나를돌본다.어찌보면어머니같기도하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시적화자의삶을조율하는신과같은존재가‘그녀’이다.‘그녀’의다리미질에따라반듯해지는시적화자는장롱안에걸린다.장롱안에걸린시적화자는빽빽하다.그것은늘같은행위가반복되어왔음을뜻하는것이다.시속에서시적화자는옷이다.옷으로알레고리화된시적화자의삶은재단사에의해타율적으로구조된세계를살아갈뿐이다.이러한세계인식은앞에서언급했듯이진짜와가짜에대한고뇌를불러일으키고자의식을흔들어아트만에이르는길에대해고민하게한다.누군가에의해구조된세계를살아갈수밖에없는시적화자는반대급부로아트만에대한열렬한욕망을지니게된다.‘열판이지나가는대로눌린내가조용하다’는자신에대한성찰에서비롯되었지만일정정도의자조를포함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장롱안’에‘빽빽’하게걸린자아는‘아무리규정해도여전히넘치는나’(「나야」부분)와상통한다.그것역시도‘한발늦게빈집에배달된,그게나야/버려진화분속곰팡이,그게나야/욕망과허기로포장된우울,그게나야’(「나야」부분)같은부정적자조로비추어진다.자조와자기경멸은어쩌면아트만을향한욕망과정확히비례하는것인지도모른다.
박설희의시에서눈에띄는다른요소는사라지고소멸하는것들에대한살뜰한연민이다.이는박설희시가처음부터견지한세계인식의한특징이다.「오후네시」는박설희시인이생각하는소멸의정점이다.이제노을앞에서게될,하여이세상으로부터절연될시간이오후네시이다.

뒷다리를끌며걷던흰개가
옹크리고앉아
아픈제발을오래핥고간다

그것을지켜보는
어린물푸레나무도
날렵한곤줄박이도

곰곰생각하는길

흔들리는이파리
뾰족한발끝

갸우뚱한해가매달아준긴그림자끌고





-「오후네시」全文-

지순한연민의시선으로대상을그리고있는이한편의시야말로박설희의시세계전반을설명할수있는좋은예가된다.상처받은실존에대한끈끈한시선은도대체이세계는무엇이냐는물음을천천히집요하게묻고있는것이기때문이다.실존의위기에다다른‘개’를바라보는‘어린물푸레나무’나‘날렵한곤줄박이’의생각이아무리‘곰곰’하더라도‘개’의실존을이해할수는없다.그것은서로가위치한시간의영역이다르기때문이다.‘갸우뚱한해’즉네시에도달한개의긴그림자가어디로가는가하는문제는현실너머초월적인문제를포함하고있다.마지막연은그러한인식을잘보여준다.한가지바람이있다면여러시편에서이미그기운을느낄수있지만내파의균열이육성으로터졌으면하는것이다.그러나이것도시를잘못읽은내개인의쓸데없는허망인지도모르겠다.

-우대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