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

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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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영철 시집 『돌돌』. 최영철 시인의 시 작품을 담은 책이다. 크게 3부로 나뉘어 있으며 '뜻밖의 선물', '또 다른 돼지들', '빈소에 가면 웃음이 나오는 이유', '골문 앞', '나눔070', '기일', '봄의화원' 등을 수록했다.
저자

최영철

저자최영철은최영철은1956년경남창녕에서태어나부산에서성장했다.1986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면서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일광욕하는가구』·『그림자호수』·『호루라기』·『찔러본다』·『금정산을보냈다』등과육필시선집『엉겅퀴』,성장소설『어중씨이야기』,산문집『동백꽃,붉고시린눈물』·『변방의즐거움』등을냈다.백석문학상을비롯한몇개의상을받았다.이번시집은‘자연과사람은화쟁하는실천’의주체임을역설적으로드러낸여러시편이돋보인다.

목차

1부

풀수염
프라이하는법
햇살의내력
붉은볼일침
감기라는바이러스씨
잊지마꿈세트
삼단우산
고독한사람
망각에대한항소심
웃어라첫닭
터져라당의정
국밥의탄생
비철이야기
디엠지부동산에대한전망
햇살한줌시키신분
만세,삼일절
납죽
나무의연인
사려니숲
새날,하구에서
진흙쿠키
백발연탄
그해여름의소나기

2부

돌돌
스마트정진
하지의밤
빗방울듣는밤
바이오테러
칸칸칸
무인전철
무인모텔
방음벽
사랑과전쟁
제4호찜질방
지독한사랑
와불지나며
아내들사이에아내가없다
모기젖
주위를뱅뱅돌았다
내빼자병아
달빛의이력
死의찬미
자살특공대
등대전설
멸치
벌벌벌벌레벌레

3부

1초전
약발
검은물
아침이다
백야白夜

나무들의단식

뜻밖의선물
또다른돼지들
빈소에가면웃음이나오는이유
골문앞
나눔070
기일忌日
봄의화원
저승꽃
뇌사에대한문학적고찰
마지막한잔

나목
노숙에게
파지破紙

봄복수

출판사 서평

해설

그곳은시인에게“너희들다쓸어가고/범벅이된/주둥이만남아꿀꿀대는”시골이며‘아우성’이다.그곳에시인은뼘을대고감정을덧대고있다.그곳은“더가봐야갈데도없다/갈데도없는길을가”는격정의검은물이흐르는강옆이다.하지만그곳을‘뜻밖의선물’이거나살만한숲이라고명명하며시인은마음을열어준다.아니,그곳이시인을받아준다고말하자.따라서시집은열어주고받아주는상호텍스트를되풀이한다.예컨대그곳은젊은시절의밤처럼“막차놓치고홀로지새우는밤이갓길”인동시에,이제되돌아온“하지의달을둥글게펴밤불빛에방생하”는땅이다.하지의달과달속의기억들로공간은풍성하고시간은아프다.시인의뛰어난시로기억될「풀수염」에서“수염과같은보호색이었다가어느새수염으로진화한풀들”의정체성을살핀다면자연과사람은화쟁하는실천을서로익혀야한다.그곳에서조금만비켜서면‘칸칸칸’이필요한‘고독하고섬세한영혼들’의‘불가마’같은삶이있다.대치하는두개의시공간은서로독을품은채어긋나거나화해하며길항하거나무관심하다.그리하여“어느게장인지졸인지모르게/머리를박자첨벙,꼬리를말자빙빙/몸을섞자돌돌,파고들자펄펏/처음은다른몸이었으나이다지뒤섞여/이다지허물어져오늘만은하낫”이라는해학이곳곳에등장했다.시집을다읽었다면그곳은남도의동남부가아니라당신에게도낯익은땅이다.-송재학-

작가의말

-노심초사의즐거움-

난장에나와우왕좌왕하다보니어느덧파장무렵이다.내가가지고나온물건이낡고투박한것이어서늦은장터를오래지키는신세가되고말았다.맵시있는것들을가지고나온장꾼들이물건을다팔고떠들썩하게더큰장으로옮겨간뒤에도내앞에는여전히,차마버릴수없는것들이남아있었다.그것들이라도챙겨어서다른장터로옮겨야했으나그러지못했다.차마버리고갈수없었던이것.땡처리도할수없었던이것.등단시점으로치면30년이지만살아온것으로치면60년을보내며내는시집이다.무척즐겁고애틋하고뭉클하고아프고고되고슬픈길이었다.너무오래,어눌한말을내뱉었다.엄밀히말해그말들은하나도나의것이아니었다.세상의파장이요자연의율동이었다.나는그것들의말을엿들은염탐꾼이었고누군가가무심코흘리고간말을주워담아궁굴려본흉내쟁이였다.
막다른강마을에서7년을살았다.둘이상을가지는게버겁고둘이상을생각하는게차차어려워졌다.처음엔퇴행인줄알고낙심했으나그것도진보가될수있겠다는생각을했다.우리가진보인줄알고건너뛰고넘어온길들이무지막지한퇴행이되고있지않은가.시내로나가는버스가하루네댓번이고구멍가게도하나없고이야기통하는사람하나없는그곳을나는잘살아냈다.대화상대는내안에도사린온갖잡다한나만으로도충분했다.내가심심할까봐길고양이와새들과벌레들이내머리맡에와놀다갔다.
勞心焦思.평화로운변방에들어와살면서유유자적하지않으려고내가나에게내린행동강령이었다.노심초사,참가혹한말이다.그러나나란놈은매사에게으르고요령부득이어서이렇게무언가로딱부러지게닦달하지않으면옆길로빠지기일쑤였다.하여이런어마어마한지침을하달하게된것이었다.저만큼,엉뚱한길로접어들고있는나에게나는‘어이,어디가?그리로가면길이없어’하고소리쳤지만도통먹혀들지않았다.인정사정없이나를체포해올수밖에없었다.풍경에반하고향기에반하고적요에반해혼미해진나를다그치려면이렇게단호해져야했다.
노심초사.사실그건새롭게떠올린말이아니었다.온갖크고작은상념과씨름했던십대중반에이미거머쥐었던말이고,그뒤로도희희낙락하려는나를내리치는매운죽비로사용했던말이었다.아무짓도않고,아무생각도않고물끄러미,잔잔하고평화롭게흘러가는강만바라보고있는나에게노심초사의죽비를내리쳤다.낙동강이지척인마을에서태어나그런지나는유순한강을좋아했다.산과바다도좋지만나는분명강의유전자를물려받았을것이다.그래서어슬렁유유자적강변을걸었는데어느날불현듯이게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
아직은평화를구가할때가아니지않니?
세상은더오리무중이고아비규환인데
너혼자달관할때가아니지않니?
나는강을따라팔자걸음을걷고있는나에게이렇게추궁했고곧강변산책을그만두었다.내가바라볼지점은아직까지는저건너도시변두리의시끌벅적한난장이었던것이다.‘아직’이아니라어쩌면죽을때까지도시변두리의번다스러운일상을벗어나지못할것이란예감도들었다.얼마간탐닉했던강마을의고요한평화야말로얼마나나에게불길한조짐이었던가.얼떨결에주어진평화를서둘러강물에던져버리고서야나는안심하고가슴을쓸어내렸다.천만다행이었다.더이상아쉽지도그립지도안타깝지도슬프지도않다면그것이야말로무료하고무의미한감옥일것이다.어떻게든평화롭고무료한감옥을탈출해야했다.
그렇게나는다시서럽고아픈마음에경배했다.소음이라고는가끔짖는개소리가전부였다.개들은그고요와평화가불만이라는듯한번짖기시작하면아무대꾸도없는허공을줄기차게물어뜯었다.그소리에나의가슴이콩닥거렸다.저녀석이어느새나의나태를알아버린것일까?그의문에답하듯길건너편개들까지합세해더욱요란하게짖기시작했다.광활한적요가주는평화를깨고개들은그렇게일정한간격과높이로내의식을난도질했다.이적요는불길하다고,이적요는거짓이라고말하고있었다.정적만이뒷짐지고걸어다니는골목,지나는행인도없는길을향해줄기차게짖어대는개의항변은분명나를향한것이었다.생각은거기에까지이르렀다.
그렇게소리치는동네개들의질타를듣고있다가불현듯이말이내게왔다.노심초사.하늘이나를어여삐여겨나를닦달할매운회초리하나를내려주신것이다.옳거니,나는얼른엎드려그회초리를받았다.그리고지금그것과함께살고있다.나는잠시도쉬지않고세상앞에애태우는마음노동자다.외람되고염치없게도나는다시,나에게찾아와줄봄을기다리고있다.이렇게오래여러번의봄을기다리게될줄몰랐다.나의봄은대부분,봄을기다리던마음을내려놓고겨울을수긍하려고할때쯤찾아왔다.이제더이상그것은나의몫이아니라고끈을놓아버릴즈음찾아왔다.어김없이오는봄을나는늘시험하고의심했다.봄을기다린다해놓고,봄을애타게부르고있다해놓고,정작나는어느새마음의빗장을닫아걸고있었다.문을열고들녘에나가보니저만치당도한봄이왁자지껄하다.그들은어느귀퉁이에숨었다가느닷없이나타난게아니라나에게건네줄무엇인가를들고꽁꽁얼어붙은겨울들판을건너오고있었던것이다.출간을앞두고,7년을살았던강마을을떠나햇볕좋은바닷가마을로거처를옮기게되었다.강은잘가라고손을흔들어주었고그중몇줄기의강물이나와동행해주었다.다시나는,돈떨어진건달처럼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