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촛불 바다 (촛불혁명 기념 시집)

천만 촛불 바다 (촛불혁명 기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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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천만 촛불 바다』는 촛불 혁명을 기념하여 고은, 신경림, 강은교, 박노해 등 시인 61명이 참여해 쓴 시를 엮은 시집이다. 2016년 겨울 천만 촛불집회에 대한 시인들의 서정적 응답을 들어볼 수 있다.
저자

고은

1958년 등단한 이래 시, 소설, 수필, 평론 등 130여 권의 저서를 간행. 특히 1995년 호주에서 영문 시선집 <아침 이슬(Morning Dew) : 페이퍼 바크 출판사(Paper Bark Press)>이 출간되자마자 매진되었고 그 결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작가들이 초청되는 시드니작가축제(Sydney Writers' Festival)에 1996년 주빈으로 초대되었다. 시드니작가축제에 참가한 고은 시인은 많은 청중 들 앞에서 한국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 하버드옌칭스쿨 연구교수, 미국 버클리대학교 초빙교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의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의장, 세계 시 아카데미 한국대표 등을 역임했다.

목차

나 오늘, 광장에서 너의 춤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 강은교
다 나오셨네 - 고은
11월 26일 - 공광규
광화문 별곡 - 권서각
공화국 - 권혁재
촛불 광장에서 - 김광렬
촛불의 셈법 - 김명수
돌파 - 김명철
숨을 곳도 없이 - 김병호
민초들이여, 분연히 궐기하라 - 김선태
뿔 - 김성규
빛의 어머니 - 김수복
알 수 없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어 - 김연필
서울 촛불 - 김용락
촛불의 겨레 - 김윤환
다시 새 생명으로 피어나라 232만 송이 - 김종원
촛불ㄹ이 가장 황홀할 때 - 김종인
금남로 사랑 - 김준태
촛불은 보석을 낳는다 - 김지희
촛불 집회 - 김창규
흔들리는 시간 - 나문석
들불 - 나종영
촛불 비손 - 나해철
이천십육년 십이월 대설 - 남효선
깃발론 - 맹문재
광화문 촛불 - 문창길
대한민국 피의자 박근혜 - 박노정
증거하는 별 - 박남준
이게 나라다 - 박노해
빙등을 덥히며 - 박몽구
촛불의 주파수 - 박서영
그 모든 것이 한 개 촛불 앞이었다 - 박설희
광화문 2 - 박완호
불-꽃 - 배창환
광장은 비어 있다 - 백무산
사울의 질문법 - 서안나
들림 - 서정춘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 손현숙
원무 - 신경림
영동 촛불 - 양문규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 오인태
촛불을 쓰다 - 오춘옥
올 것은 오는구나 - 유승도
그날, 촛불을 들었다 - 윤석홍
촛불이 타올랐다 - 윤임수
신 우리의 소원 - 윤중목
이 붉은 빛의 강 속에서 우리 부활했다 - 이승하
몰라요, 정말 모립니다 - 이원규
광장으로 - 이은봉
바람을 삼키는 촛불이여! - 이재무
촛불 - 이정록
눈싸움 - 전영관
가시리 같이 가시리 - 정수자
장수풍뎅이도 성난 뿔 앞세워 - 정원도
촛불, 실록을 쓰다 - 정철훈
국화를 던지다 - 정희성
광장은 즐겁다 - 조원
대한민국 2016년 12월 촛불혁명 - 채상근
오직 한 송이 촛불로 - 천수호
어린이의 촛불 - 최종천
촛불, 대한민국 2016 - 홍사성

수록 시인 소개
촛불 집회 일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

출판사 서평

실천문학사, 촛불혁명기념시집 ‘천만 촛불 바다’ 출간
고은 신경림 강은교 박노해 등 블랙리스트 시인 61명 참여
2016년 겨울 천만 촛불집회에 대한 시인들의 서정적 응답


1. (주)실천문학사에서 촛불혁명기념시집 ‘천만 촛불 바다’를 발간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가한 시인은 고은, 신경림, 강은교, 박노해 등 61명입니다.

2. 지난 12월말까지 주말마다 열린 열 차례의 촛불 집회에 참가한 사람이 천만 명을 넘었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역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촛불은 마침내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이끌어냈습니다. 가히 정치혁명이고 시민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따라서 본 시집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국민들이 광장에서 바로세우겠다고 나선 국민의 외침에 대한 시인들의 서정적 응답입니다. 이 시집에 함께한 시인들 역시 블랙리스트들이고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4. 시집 뒤에는 ‘촛불집회 일지’와 박근혜정권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6,367명 명단을 기록보전하기 위해 수록하였으며, 책의 수익금 일부는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업 및 문화예술인들의 권리증진 사업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참여시인 명단

강은교 고 은 공광규 권서각 권혁재 김광렬 김명수 김명철 김병호 김선태 김성규
김수복 김연필 김용락 김윤환 김종원 김종인 김준태 김지희 김창규 나문석 나종영
나해철 남효선 맹문재 문창길 박노정 박노해 박남준 박몽구 박서영 박설희 박완호
배창환 백무산 서안나 서정춘 손현숙 신경림 양문규 오인태 오춘옥 유승도 윤석홍
윤임수 윤중목 이승하 이원규 이은봉 이재무 이정록 전영관 정수자 정원도 정철훈
정희성 조 원 채상근 천수호 최종천 홍사성

책속으로 추가

이게 나라다
박노해

눈발을 뚫고 왔다
추위에 떨며 왔다
촛불의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
100만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어둠의 세력은 포위됐다
불의와 거짓은 포위됐다
국민의 명령이다
범죄자를 구속하라

눈보라도 겨울바람도
우리들 분노와 슬픔으로 타오르는
마음속의 촛불은 끄지 못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멈춰서지 않는다

나라를 구출하자
정의를 지켜내자
공정을 쟁취하자
희망을 살려내자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나는
백만 촛불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백만 촛불의 함성과 한몸이 된
크나큰 빛이 되어 나 여기 살아있다

이게 나라다
이게 민주다
이게 역사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빙등을 덥히며
박몽구

비보처럼 첫 결빙 소식 날아든
12월의 첫 토요일
북악은 얼음의 도가니에 벼린 바람을 풀었지만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이무기가 꿈틀거리듯
거대하게 이어진 인간 띠를 얼어붙이지 못했다
뭇 이목들 피해 키를 겨루며
머쓱하게 올라간 빌딩들 사이에서는
연방 살을 에는 칼바람 쏟아졌지만
젊은 연인들이 켜든 촛불 하나 끄지 못했다
거짓의 교과서를 던지고 나온 친구들
쇠를 담금질하다 달려 나온 사람들
바늘로 청춘을 짓이기다 나온 재단사
그물코를 빠져나와 거리를 유유히 떠도는
또 다른 안종범을 찾아 나선 교도관들
비좁은 길도 넉넉하게 유모차를 밀고 가는 누이들……
모두 함께 모여 겨울밤을 데웠다
빙등을 켠 종로통보다 수은주를 5도나 높여
살얼음쯤은 너끈히 녹이고도 남아
손에 손에 촛불을 켜든 사람들의 체온이
구리 이순신의 언 발을 떼어주었다
차가운 돌 옷을 걸친 세종 임금도
이 날만은 진눈깨비를 헤치고 나와
저를 낳아준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의 이발사가 살지 않는 효자동 골목마다
높은 차벽 담 너머 둘러쳐지고
푸른 기와집으로 가는 길 아무리 막아도
마침내 새벽은 열리고 마는가
차가운 철망으로 무장한 경찰버스를
그림판 삼아 붙인 종이 들국화며 진달래로
계절을 거슬러 따스한 체온이 오고 간다
투구로 젊음을 누른 친구들
찬바람을 삼키고 선 또 다른 젊음들에게
뜨거운 손난로를 던지고
일그러진 얼굴을 한 무기를 내려놓았다

이렇게 새벽은 함께 맞는 것이다
서로 증오의 벽을 허물며
오일팔 때도 차마 넘지 못한 벽
육이구 때 이한열이 끝내 다 가지 못한 길
이어서 북악의 얼음을 넘어서 간다
살을 에는 찬바람 이기고
겨울 속 따스한 나라를 일군 사람들
저를 버리고 온몸을 리듬에 맡겨 파도를 탄다
따뜻한 빙등으로 긴 밤을 건너
가로막는 바위를 넘어 깨끗한 해 들어 올린다

광장은 비어 있다
백무산

우리가 우리를 버리고 기꺼이 이곳에 모인 것은
시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모여 이토록 뜨거운 광장을 이룬 것은
데모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 문란한 연회장은 우리의 나라가 아니고
저 지저분한 계모임은 결코 우리의 정부가 아닌데
우리가 저들에게 요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이곳이 모인 이유는
저들이 국민을 탄핵했기 때문이다
저들 맘대로 도륙하고 처분한
우리가 맡긴 양 떼를 찾아오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은
진압을 하기 위해서다
국헌을 걸레로 만든
쥐들의 내란과 개들의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 광장에 모인 것은
우리 삶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다
부패한 나라에서는 누구든
정직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광장에 모인 것은
철거를 하기 위해서다
저들의 금고에 빼돌린 정부를 회수하기 위해서다
저들이 담장을 치고 착복한 국가를 압수하기 위해서다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은
의회를 위해서다
지금 이곳이 바로 국민의 의회이기 때문이다
이 광장이 바로 이 나라 최고 권력 기구인 시민의회이기 때문이다
이 의회를 개돼지들의 떼거리로 취급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억류된 역사의 수문을 열기 위해서다
피로 이뤄낸 민주주의를 썩은 물에 익사시킨
불통과 독재의 댐을 폭파하기 위해서다

저들의 금고에 새긴 애국에 똥칠을 하기 위해서다
저들의 동상에 새겨진 권력의 문장을 들어내고
새로 쓰는 역사의 공동 집필자가 되기 위해서다

이제 대중은 양 떼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사자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광장이 더 이상 시위나 데모가 아닌 것은
촛불은 약자의 분노 행진이 아니라
주권자의 권리 행진이기 때문이다

광장에서는 그 누구든 어디서건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중심이기 때문이다
광장의 평등은 우리 삶의 뒤틀린 질서를 질책하는
뜨거운 심장의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광장은 언제나 비어 있다
우리가 모여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 이 순간에도
광장은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뜨겁게 뜨겁게 비어 있는 것이다

바람을 삼키는 촛불이여!
이재무

생일상 축하 케이크,
연인들 분홍빛 연정이거나
청춘의 푸른 낭만을 위해
은은히 커튼을 드리웠던 주홍 불빛들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울면서,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녹여내면서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이 아니다
우리는 바람 불면 더욱
활활 번져 타오르는 들불이다
하나의 촛불은 바람을 두려워하지만
백만 개 천만 개 촛불은 바람을 삼켜버린다
하나의 촛불은 어둠을 숨차하지만
백만 개 천만 개 촛불은 어둠을 지워버린다
촛불과 촛불, 목소리와 목소리가 만나서
요동치는 강물이 되고 우뚝 솟은 산이 되는 것을 보아라
혼자서는 불안하게 흔들리며 수줍던 분홍들이
백만 이백만 천만의 불꽃 파도가 되어 일렁이고
굽이치며, 비참과 굴욕의 성(城)을,
불통과 불신과 적폐의 벽을 무너뜨린다
96%의 원칙과 상식이
1%의 반칙과 비정상을 벌하기 위해 일어섰다
쓰레기는 불로 태워야 한다
장엄한 불빛이여, 활화산이여,
촛불의 배후는 순수다 양심이다 정의다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
재산을 강탈한 도둑을 잡기 위하여
백만 촛불이 타오른다 천만 촛불이 타오른다
타올라라, 촛불이여, 신새벽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