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게 (공광규 시집)

파주에게 (공광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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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공광규의 시집 『파주에게』. 이 시집은 공광규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공광규

저자공광규는1960년생서울돈암동출생,충남청양에서성장

동국대국문과와단국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과졸업(문학박사)

1986년월간《동서문학》으로등단,등단전투고했던시가1987년《실천문학》복간호에약력미상으로발표됨

시집『대학일기』『마른잎다시살아나』『지독한불륜』『소주병』『말똥한덩이』『담장을허물다』『파주에게』

시그림책『구름』『청양장』『흰눈』『담장을허물다』

산문집『맑은슬픔』

논문『신경림시의창작방법연구』와시평집『시쓰기와읽기의방법』『여성시읽기의행복』을냈고,시창작론『이야기가있는시창작수업』

신라문학대상,윤동주상문학대상,김만중문학상,동국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고양행주문학상,디카시작품상

목차

제1부

병 007
곤줄박이심사위원 012
선물 014
대전역가락국수 016
새벽비 018
유월독서 020
위대한사건 022
평사리에서 024
주소 026
본적 028
나쁜짓들의목록 030
외포항 032
저동항 034
마곡사 036
가을이왔다037

제2부

근황 041
자화상 042
율곡사 044
가래나무열매를꿰며 045
겨울화제 046
꽃잎한장 047
머리핀 048
전주시민여러분께 050
강화도 052
울릉도 054
살구나무 056
새벽밥 058
한화리조트 060
신경주역 061
흰빛을얻다 062

제3부

새벽에잠이깨어 067
그러거나말거나 068
장항선 069
모텔에서울다 070
지금당장! 072
정지 074
헛간을짓다가 076
고양향교 077
빨간내복 078
난분을옮기다가 079
편종 080
상해정안사 082
도굴꾼 083
미포에서 084
겨울에한해가바뀌는이유 086

제4부

열매는왜둥근가 091
파주에게 092
동지 094
11월26일 096
노란리본을묶으며 099
운명 102
아버지와아들 104
낙타의일생 106
모덕사에와서 108
닭둘기 110
주먹을펴며 112
고독사에대한보고서 114
먹이다툼 116
그만내려놓으시오 117
산박쥐 118

시인의산문/고향체험과시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한반도에는바보정말바보들이모여산다”
공광규시인,신간시집‘파주에게’서복잡한분단현실을서정적으로풍자

1.1986년월간‘동서문학’으로등단하여윤동주상문학대상(2009)과현대불교문학상(2011)등을수상한위안과치유,저항과창조의시인공광규(57,사진)씨가신간시집‘파주에게’(실천문학사)를냈습니다.

2.공시인은시집에서현재북한의핵미사일발사와남한의사드배치로복잡해진한반도정세와남북관계,남북관계를주체적으로해결하지못하고주변국의눈치를보면서전쟁불안에떠는삶을사는남북사람모두를파주부근의휴전선철책을자유롭게드나드는철새들의입을빌려한반도에사는“바보정말바보들”이라고풍자하고있습니다.

3.시집에는표제시‘파주에게’‘모텔에서울다’‘자화상’‘흰빛을얻다’‘열매는왜둥근가’‘나쁜짓들의목록’등모두60편의시가실려있습니다.시집뒤에해설대신에시인의고향인충남청양에서보낸청소년기체험을시로형상한시인의산문‘고향체험과시’가실려있어시인의시세계와방법을이해하는데도움을주고있습니다.

3.문학평론가유성호씨는표4글에서“공광규는인간존재에대한궁극적긍정을통해평정의미학과현실탐색의긴장을결합하여노래해온우리시단의수범사례”에속하며,“근원지향과현실탐색의결속을통해우리시가나아가야할한표지標識를세워주었다.”고평가하고있습니다.또공광규의시“안에는위안과치유”“저항과창조”가있다고하였습니다.

4.표제시‘파주에게’는지리적으로북한과마주한휴전선부근의파주시시민들이만드는신문‘파주에서’창간1주년기념축시로발표했던시입니다.이시를표제시로잡은이유는현재북핵과사드배치로복잡하고불안해진남북관계와한반도에사는사람들을‘바보’들이라고꼬집어,‘바보’라는소리를듣지않으려면현재지속하고있는분단상황에관심을더갖고주체적으로해결하도록노력해달라는시인의서정적주문입니다.

5.이번공시인의시집특징을몇가지로정리하면아래와같습니다.

첫째,사회정치적상상력의복원입니다.그동안첫시집‘대학일기’(1987)‘마른잎다시살아나’1989)‘지독한불륜’(1996)에서보여주었던주제들을다시복원하고있습니다.표제시‘파주에게’는파주임진강변으로군대에간아들을면회하고오면서경험한,논바닥에서모이를줍던철새들이일제히날아올라화자를비웃듯철책을자유롭게넘나드는데서발상한시입니다.새들은철책을넘어남북을자유롭게오가는것은물론개성과일산,먼지나반도에서러시아와유럽까지오가며한반도에한심한바보들이산다고소문을냅니다.그러면서철책을두르고있는한반도가얼마나아픈지자기자신의허리에가시철책을두르고있어보라고합니다.그리고파주철책선부근에철새가유난히많은이유가“자유를보여주려는단군할아버지의기획”이라고합니다.군에간아들면회를가서쓴‘유월독서’나댓잎끝에매달린이슬방울이모여서섬진강을만나서해나동해로흘러가“슬픈한반도의해안을흰포말로쓰다듬”는다는역사적연민을표현한‘평사리에서’,히로시마평화공원에서체게바라가서있던자리에서묵념을했다는내용의‘동지’,촛불집회경험을쓴‘11월26일’,세월호사건을형상한‘노란리본을묶으며’와대통령선거결과에대한세대차이를동물의생존경쟁으로비유한‘먹이다툼’,이동의자유를구속하는현실을자유롭게날아오르는새를통해비판하는‘겨울화제’도분단현실을상상하게합니다.그리고시‘지금당장!’을통해독일통일이말실수를해서이루어졌듯남북한도말실수를통해통일을하면어떻겠느냐는황당하지만의미있는제안을하기도합니다.

둘째,불교적제재와사유의형상입니다.이전시집‘소주병’(2004)과‘말똥한덩이’(2008)그리고‘담장을허물다’(2013)에서돋보였던방법의시입니다.시에불교를적극적으로수용하고형상하는방법은공시인의특기이기도합니다.더운여름날절간에서백일장과사생대회심사를하는데곤줄박이가날아들어와서선풍기에앉는바람에새가다칠까봐선풍기를켜지않고심사를새와같이했다는‘곤줄박이심사위원’이나,마당가에감나무가있고감나무에탱화를걸어놓았던경남산청절에서보내온밤을깎으며쓴‘율곡사’,달리던자동차를정지선에정지하고서야꽃을보았다는‘정지’,사하촌가는길을묻는화자에게물을따라가라고하는선승과같은말을하는공양주보살이있는‘마곡사’,그리고시집을보내주겠다고주소를알려달라고했더니자신의주소가바람이라고한스님의예화를쓴‘주소’,번화한도시의길가에있는‘상해안정사’,가벼운찻잔도오래들고있으면무거우니까내려놓아야한다는‘그만내려놓으시오’,시인의어머니가남기고간가래나무염주를다시꿰면서어머니를생각하는‘가래나무열애를꿰며’,다시태어난다면대구를파는외포항의생선장수가되어상자에두마리씩다정하게담아놓는선업을쌓겠다는‘외포항’등의시들입니다.

셋째,낡음과늙음,그리고죽음에대한관조와긍정적수용입니다.시골인고향을찾아갔다가오래사용하지않아서잘수없는빈집에서나와읍내모텔에서자면서쓴유장한우울이넘치는‘모텔에서울다’,시골독거노인의죽음을다룬‘고독사에대한보고서’,장례식장앞에있는여관간판을보고삶이라는것이잠시여관에드는것이라는상상과관을들고묻으러가면서사람이죽고사는것과상관없이새와초목은즐겁게노래하고화사하게꽃을피운다는‘그러거나말거나’,주변의기독교학교와중남미문화원은사람들이많이드나들지만아무도찾아오는사람이없어시골에사는독거노인을닮았다는쓸쓸한‘고향향교’등의시입니다.

넷째,자기성찰과위로의시들입니다.시‘병’에서는고지대에사는야크가낮은곳에내려오면세속에물들지않아서시름시름아프다는비유를통해,역설적으로이미세속에물이잔뜩들어서아부도잘하고돈벌이도무난한화자자신이병이든것이라고합니다.‘선물’은명절선물을쌓아놓은딸의방을치우다가딸이야말로세상에서가장큰선물이라고합니다.수십년동안도심빌딩에서돈벌이를하느라마음과몸이일그러졌다는‘자화상’,사람의일생을무거운짐을지고다니는낙타의삶과비유한‘낙타의일생’,고통스러운순간을쉽게잊어버리고장래를대비하지못하는인간의속성을비유한‘산박쥐’,항문이헐거워지고화장실물을깜박잊고내리지않아아내와다투었다는웃음을짓게하는‘근황’,방에꽉찬가구나책들을치우고햇빛을방에받아들였다는‘흰빛을얻다’,집을나가사는자식들을걱정하며잠을못이루는부모의심정을다룬‘새벽에잠이깨어’,자기의주장보다평생남의말을들으며사느라자신의내면적집한채짓지못했다는‘헛간을짓다가’,잘익어서떨어진매실을보고그것이인내의결과이며성인들이그렇다는것을암시하는‘열매는왜둥근가’등의시입니다.

다섯째,자연친화적심상입니다.시‘나쁜짓들의목록’에서공시인은자신의나쁜짓이라는것이길을가다가개미를밟고풀잎을꺾고꽃을따고돌멩이를함부로옮기는일이라며절대적인자연친화주의자임을피력하고있습니다.시‘본적’은시인의본적번지가지금은시골의빈밭이라며“개미와땅강아지와귀뚜라미와지렁이가모여살고/산비둘기가오고참새가와서발자국을찍고가는밭이/내본적이”라고합니다.화자자신을포함한인간은본래빈밭에서왔다는사유입니다.시‘새벽비’는도시의새벽잠결에아파트베란다스테인리스난간에부딪혀실로폰소리를내는맑은심상을통해시골집양철지붕에떨어지는빗줄기를연상합니다.울릉도여행경험에서“왕오장나무발을쳐서꽁치를잡는마을이있다면/한오년쯤머슴살이하며보내고싶다”고싶다는원망을담은‘저동항’,메뚜기귀뚜라미여치방아깨비등곤충들이가을을이고지고안고찧으며오느라곤충들의뒷다리가가을밤만큼길어졌다는심상과색깔이선명한‘가을이왔다’,중국상해박물관에서편종소리를듣고청동기시대의짐승과벌레소리가귓바퀴를굴러다닌다는‘편종’등의시입니다.*

[책속으로추가]

모텔에서울다

시골집을지척에두고읍내모텔에서울었습니다
젊어서폐암진단을받은아버지처럼
첫사랑을잃은칠순의시인처럼
이젠고향이여행지라는생각을하면서
얼굴을베개에묻지도않고울었습니다

오래전보일러가터지고수도가끊긴
텅빈시골집같은몸을거울에비춰보다가
폭설에지붕이내려앉고
눅눅하고벌레가들끓어사람이살수없는
쭈그러진몸을내려보다가

아,내가이세상에온것도
수십년을가방에구겨넣고온여행이라는생각을하다가
이런생각을지우려고
자정이넘도록텔레비전화면을뒤적거리다가
체온없는침대위에서울었습니다

어지럽게내리는창밖흰눈을생각하다가
사랑이빠져나간늙은유곽같은몸을후회하다가
불땐기억이오래된
컴컴한아궁이에걸린녹슨솥의몸을
침대위에던져놓고울었습니다



고산지대에서짐을나르는야크는
삼천미터이하로내려가면
오히려시름시름아프다고한다

세속에물들지않은동물

주변에도시름시름아픈사람들이많다
이런저런이유로아파
죽음까지생각하는사람도있다

그런데나는하나도아프지않다

직장도잘다니고
아부도잘하고
돈벌이도아직무난하다

내가병든것이다

자화상

밥을구하러종각역에내려청계천건너
빌딩숲을왔다가갔다가한것이이십년이넘었다
그러는동안내얼굴도
도심의흰건물처럼낡고때가끼었다
인사동낙원동밥집과술집으로광화문찻집으로
이런심심한인생에
늘어난것은주름과뱃살과흰머리카락이다
남비위맞추며산것이반이넘고
나한테거짓말한것이반이넘는다
그러니나는가짜다껍데기다
올초파일절에서오후내내마신막걸리가
엄지발가락에통풍을데리고와
몸이많이기울었다는것을알려주었다
어제는사무실가까이와저녁을먹고간딸이
아빠얼굴이폼페이유적같다고하였다
그러고보니내나이와아버지가돌아가신나이가똑같다
안구에건조한바람이불고
돋보기가있어야읽고쓰는데편하다
맑은날에도별이흐리다
눈이침침한것은밖을보는것을적게하라는
몸의뜻인지도모르겠다
광교난간에기대어청계천을내려다보는데
얼굴윤곽이뭉개진그림자가
물살에일그러진나를올려다보고있다

나쁜짓들의목록

길을가다개미를밟은일
나비가되려고나무를향해기어가던애벌레를밟아몸을터지게한일
풀잎을꺾은일
꽃을딴일
돌멩이를함부로옮긴일
도랑을막아물길을틀어버린일
나뭇가지가악수를청하는것인줄도모르고피해서다닌일
날아가는새의깃털을세지못한일
그늘을공짜로사용한일
곤충들의행동을무시한일
풀잎문장을읽지못한일
꽃의마음을모른일
돌과같이뒹굴며놀지못한일
나뭇가지에앉은눈이겨울꽃인줄도모르고함부로털어버린일
물의속도와새의방향과그늘의평수를계산하지못한일
그중에가장나쁜짓은
저들의이름을시에함부로도용한일
사람의일에사용한일

고독사에대한보고서

시골재당숙이혼자살다돌아가셨다
집안역사교과서한권이
동네이야기책과지적도한책이
신명꾼하나가사라졌다
혈관부에피가돌던굽은나무한그루가
평생동네를떠나본적없는말뚝하나가뽑혔다
매일아침열리던대문이며칠째닫혀있자
독거노인둘이방문을열었다고한다
산비탈에황토구덩이를파놓고
대전으로부검받으러떠난시체를기다리는노인들
혼자살다죽으면
칼로배가갈려한번더죽어야한다며
노을이번질때까지투정하는인부들
땅을향해몸이자꾸꼬부라지는노인들이
겨우겨우무덤가까이에친천막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