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권정현 단편소설집)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권정현 단편소설집)

$14.00
Description
소설가 권정현의 두 번째 단편집
2009년 현대인의 신경증을 다룬 첫 번째 단편집 『굿바이 명왕성』을 통해 얼굴을 알린 권정현의 두 번째 단편집이 8년 만에 출간되었다. 첫 단편집에서 ‘진실과 거짓,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라는 명제 아래, 인간들이 자의적으로 그어 놓은 사회적 규범과 윤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던 성적 소수자, 신경증 환자 등 사회의 결핍된 존재들을 통해 경계와 실존의 허기를 짜깁어 놓은 작가는 이후의 작업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믿고 있는 삶의 기준이나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난 개인들이 무엇 때문에 결핍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천착하여, 그 허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왔다.

두 번째 단편집에서 작가가 특히 주목한 것은 소설의 원형, 혹은 서사의 질료를 이루는‘이야기’, 혹은 ‘이야기성’이다. 이야기는 청자, 혹은 독자를 전제로 한 서사담론인데, 그것이 문학 장르 속에서 어떻게 소재화되고, 또 어떤 미학적 특징을 만들어내며 특수한 목적에 의해 구술되거나 언술되고 기록되는지 작가는 여덟 편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탐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이루는 언어와 문자들, 그것이 만들어내는 모방이나 재현의 과정, 문학언어(텍스트)가 만들어지고 하나의 구조물로 자리 잡는 다양한 현장들이 이야기의 옷을 입고 드러내는데, 이 소설집은 그 속에 담긴 본질들이 어떻게 변질되고 어떻게 우리의 삶 속에서 작용하는지 의미화를 시도한다.
저자

권정현

저자권정현은충북청주에서태어나2002년『충청일보』와『조선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소설집『굿바이명왕성』,장편소설『몽유도원』등을펴냈으며2016년현진건문학상을받았다.

목차

골목에관한어떤오마주5
거미의집41
옴,바라마타리아73
존재와이미지,혹은사랑에관한105
라빠빠139
아르헨티노를위하여183
어둠은어떻게증식하는가?215
마트의왕247

작가의말281

출판사 서평

1.환상같은현실-현실같은환상,그리고실종된시간
첫번째작품집에이어,이번작품집에서도환상과현실의경계는존재하지않는다.주인공들은현실에발을얹고있으면서도어느순간비현실적인상황속으로빠져들어현실보다더리얼한현실을인식한다.작가는현실과환상의경계가모호한게아니라,본디경계자체가없다고주장하는듯하다.현실속에서도얼마든지비현실적인사건들이벌어지고,비현실속에서도얼마든지현실을인식할수있기때문이다.
권정현의소설에서는서사적으로특별히시간의흐름이존재하지않는다.소설속시간은현실에기반하지만어느순간과거와현재의시간이한데섞이고,정지해놓은시간속에서새로운시간이생성되었다가소멸하기도한다.길[路]의근원을파헤쳐가는골목에관한어떤오마주는수천년과거와현재의시간이서로압착되어우로보르스처럼서로의꼬리를문채맞물린다.모국을떠나어느날불현듯외국의정체모를공간으로유배된남자가언어가뒤섞인모호한세계속에서겪는욕망을그린라빠빠에서주인공이낯선전동차에오르는순간,그때까지작동했던시간이돌연자취를감추고새로운시간-사실은흐르지않는-이가동된다.신흥종교의탄생과소멸을다룬옴바라마타리에는한사이비교주의탄생과죽음을시간의흐름속에서추적하지만역설적으로그시간들이한대필작가의손에의해창조되었다는점에서,풍자성을지닌다.

2.중첩된공간-무한속으로펼쳐지는공간,아니무한
권정현의소설에서또하나주목할만한부분은공간의이질적인펼침과중첩이다.작품을읽다보면너무도자연스럽게,우리가발을딛고있던현실의공간들속으로새로운공간들이펼쳐지거나숨어든다.그개별적장소들은이세상인동시에또한다른세상이다.그의소설영토속에서는시간이개별적으로흐르기도하고,시간이존재하지않기도하며,과거와현재가하나의공간속에서당연하다든듯하나의삽화를이룬다.
詩(시)를소재로한거미의집에서작가는시어의공간화를시도한다.문장이아니라공간(건축물)이된시어들은,우리가견고하다고믿었던그문장들은굴삭기삽날앞에서너무도쉽게해체되어허공으로흩어져버린다.본래그문장들은최초의발화와함께소멸해버렸기때문이다.그것에의미를부여하고욕망을키워온것은인간들의욕망이었을뿐이다.작가는욕망이개입된2차언어,즉같은텍스트이지만더럽혀진텍스트인그것들은소멸될때비로소최소의순수를찾을수있다고주장한다.
대기업미술관지하창고에처박혀평생맹아로살아가야하는미술품들을통해예술작품의존재가치와의미를생각해보게만드는존재와이미지,혹은사랑에관한에서,공간은존재하기도하고존재하지않기도한다.그것은분명히세상에널리알려진유명미술관안에존재하지만,몇몇에의해외부에노출되지않은채철저하게비밀속으로함구된다.그속에서예술작품들은생기를잃고시들어간다.죽음을통해비밀의방에생기를불어넣은마스크의여인은존재하지않는공간속에존재한유일한인간이었다.
‘공룡키우기’라는엉뚱한일에매달리는한남자의이야기를다룬아르헨티노를위하여에서소설의공간은백악기와현재,영화의프레임을자유롭게오가며남자의엉뚱한집착을자연스럽게포착해나간다.어느날대형마트속에혼자고립된블랙컨슈머가겪게되는위기의상황을컴퓨터와인간의소통을통해관찰해나가는마트의왕에서는작동되던시간이돌연정지하고새로운공간이펼쳐지는경험을한다.한줄한줄읽어나가는사이독자는스토리가아니라,문득낯선공간속에서있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그리고자신이그동안익숙하다고여겨졌던공간이사실은존재하지않거나지나가버린,속은시간속에정지해있다는혼동을경험할것이다.

줄거리요약
*골목에관한어떤오마주
아침에일어나발을딛고나서는저골목,저골목은어떻게만들어졌을까,최초로골목에발을디딘이는누구였을까.같은골목을수천,수만번오르내리며언덕에뼈를묻어놓은채골목을확장시켜온자들은누구일까?골목에관한어떤오마주는우리가어느날문득한번쯤해보았음직한이런질문에대한문학적인대답이다.작가에의하면골목은태초한여인의‘발짝소리’로부터시작되었다.숲에서나고자란원시의한여인과그녀를쫓는문명의남자들,그리고여인을구원하기위해양떼를포기한어느목동,세존재가그려내는쫓고쫓기는발짝소리를따라풀들이눕고나뭇가지가꺾인다.그들의거칠거나다급한숨소리가지나간곳에길이열리고,아이들이자라고길은진화를거듭하여왔다.이소설은문명의고달픈여정에대한인류사적질문이다.

*거미의집
죽기전에자신의모든시를거두어들여지상에서소거시키기를갈망했던한노시인의여정을뒤좇는거미의집은시를소재로삼았지만실상은문학언어의생성과소멸에관한탐구이다.살아생전108편의시를남겼던시인B는죽기전자신의시를모두거두어들여없애는작업을한다.그가죽은뒤딸에의해계속되던그작업은마지막한편의시를남겨둔채젊은평론가에의해실체가세상에드러난다.잘나가는평론가로활동하다가갑자기절필을선언한화자와시인B,시를부수는작업에동원된굴삭기기사C는각각비평가와시인,독자를상징하기도한다.평론가들에의해본질과다르게화려한수식어를얻었던B의시어들은굴삭기삽날앞에서아무런가치도없이파괴된다.그자리에남은것은언어에대한절신한탐구가아니라,덧없는욕망의파편뿐이다.

*옴,바라마타리아
옴바라마타리아는대필작가의시선으로한종교가어떻게만들어지고신도들에게신화로자리잡게되는지그진리의허구성과아이러니를들여다본작품이다.국내출판계에서손꼽히는대필작가인화자는어느날‘지리산도령’의부인으로부터막태동하기시작한신흥종교단체의경전집필작업을의뢰받는다.현란한솜씨로한종교의기원을세워주고뼈대는갖추는데일조하지만,화자는작업이완료된뒤높은보수의제안에도불구하고그곳을떠난다.그들의숭고함으로포장한신성함이한개인의다사다난한일상보다보잘것없는것이었기때문이다.신흥종교교단을모델로했지만,실상은기성종교모두에게던지는작가의질문이아닐까.

*존재와이미지,혹은사랑에관한
존재와이미지,혹은사랑에관한은대기업미술관지하창고에처박혀평상맹아로살아가야하는미술품들을통해예술작품의존재가치와의미를생각해보게만드는작품이다.화자는관장‘친구의아들’이라는믿을수있는신분으로인해유명대기업미술관의비밀별실관리자로임명받는다.그가하는일은관장과몇사람만이알고있는그방을관리하며습도와온도를맞추어주고이따금씩방문하는회장과관장(사모)를위해고개를숙이는일이다.그러던어느날,이비밀지하창고에아주특별한관람객이찾아온다.회장의특별지시로비밀창고에들어온여인은리히텐슈타인의<행복한눈물>앞에서발이멈추고,이후틈만나면그그림을보기위해지하로내려온다.묘령의여인에게호기심이생긴‘나’는어쩌면목숨을걸어야할수도있는위험천만한거래를제안한다…….

*라빠빠
라빠빠는모국을떠나어느날불현듯외국의정체모를공간으로유배된남자가언어가뒤섞인(혹은존재하지않는)모호한세계속에서겪는불행한욕망의종말을그리고있다.남미의어떤장소를상징화하고있지만실제로이소설이펼쳐지는공간은우리주변어디에도있고어디에도없는곳이다.부정한짓을저지른것으로의심되는아내를모텔창밖으로내던진뒤숨어들어간공간,그곳에서남자는뜻밖에도아내를다시만난다.이상황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답은‘라빠빠’라는주술적인의식어속에숨어있다.라빠빠는삶과죽음의경계를이어주는상징적인언어이자,신의음성이기도하다.신은매번우리에게두가지선택지를강요한다.이글을읽는독자들은주인공이처한두가지선택지를따라가다가자신앞에놓인새로운질문과마주하게될것이다.

*아르헨티노를위하여
스탠드업코미디형식으로쓰여진아르헨티노를위하여는백악기에사라진초식공룡아르헨티노사우스를현실공간으로불러내며시작된다.아내를사고로잃고혼자남겨진공간에서만화영화의외주삽화를그리며살아가던주인공은연속으로반복되는수천,수만장의그림속에서현실과비현실이비틀어지는공간속에던져진다.그틈속에서발견한생물이바로영화관을탈출한아르헨티노사우르스다.줄거리는아르헨티노사우르스를자신의아파트에서기르기위해행정적인절차를마무리하려는주인공의엉뚱한사투를그리고있지만,역설적으로이스탠드업코미디가우리에게던지는질문은자본주의의노예가되어현대사회를살아가는,살아갈수밖에없는지리멸렬함에대한의문이다.물질화된프레임속에서인간본래의정체성은잃은채수많은연속삽화의한장면처럼,이거대한세상의배경으로존재하고있지않은가,에대한.

*어둠은어떻게증식하는가?
어둠은어떻게증식되는가는화려한조명속에부동자세로서있던마네킹이밤마다탈출을꿈꾸는이야기로,어둠과빛속에서하나의이야기가어떻게탄생하고소멸하는지를알레고리로보여주는작품이다.늘어둠속에서웅크린지하상가,공휴일을맞아문을닫은그어둠침침한공간으로죽은오빠의장례식에가기위해길을나섰던한여자가거짓말처럼스며들어온다.그리고우연처럼지하상가를활보하는또다른존재를목격하고뒤를좇게되는데,그모든장면은경비실의CCTV에흔적을남긴다.

*마트의왕
마트의왕은어느날대형마트속에혼자고립된블랙컨슈머가겪게되는위기의상황을컴퓨터와인간의소통을통해관찰해나가는작품이다.어느순간부터독자는책을읽는게아니라기계화된목소리인매장의안내방송과컴퓨터기계음이들려주는이야기를듣게되는경험을하게된다.어느덧현대인들에게없어서는안될공간이된거대한대형마트와그것에종속되어버린현대인들,이소설은단순히마트를벗어나라고외치지않는다.마트는거대한환상이고,인간이라는존재도어차피그환상속의일부다.이작품은우리에게외친다.이것은놀이다.단지,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