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연인

미래의 연인

$9.16
Description
2012년에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성진 시인의 첫시집 ?미래의 연인?이 257번째 실천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40편의 시를 통해 존재감 없이 떠도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내일의 꿈과 사랑을 담담한 듯 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지구의 마지막 밤’과 ‘인류의 미래없음’을 그리면서도 체념과 포기가 아니라 무미래를 위한 틈새를 포기하지 않고 그 틈새를 위한 ‘처음의 시’를 누군가 써줄 것을 꿈꾸고 있다.
저자

이성진

2012년『실천문학』신인상을받으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7년청년예술인창작지원사업-최초예술지원문학분야에선정되었다.

목차

제1부
미래의연인-미래와연인에게
요술소녀
나와나-내이름으로된도시
달위에기린이
미래의연인-하이퍼리얼리즘
타국에서의마라톤
계절감
밤의비행기날개
미래의연인-백패킹
에스터벌린트

제2부
방과마음
미래의연인-마지막극장
낙원아파트로비의야마하시계
이민선단
밑그림
어떻게음악도없이무기력해질수있나
하드보일드소년의서정
산책,누구나할수있는
미래의연인-53번째주말
오후에만있는사람

제3부
미래의연인-끝의무성영화
리빙스톤캠핑클럽
슈게이저
나와나-우린저기있었는데
윈드서퍼
누나들
미래의연인-배드민턴친구
누구나그림자
음악감상
롱베이케이션

제4부
한개만남은계절
국립소년들
미래의연인-짐모리슨을듣는날
베이시스트
좋은배우
미래의연인-2집가수
거인의공
해가떨어지는빌딩에서나는여럿이서춤을추었지
밤과그라데이션
미래의연인-풍차,마음,미래광들에게

해설-정기석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오직사랑하는이들만이‘잠시’살아남고처음의시는쓰여진다
‘미래’는죽었다.‘미래’라는말은사어(死語)가되었다.이제‘미래’라는단어주위에는“새희망이넘실거”리거나(<코난>주제곡)“희망찬미래의꿈들이빛”나지않는다(<나디아>주제곡).「이민선단」에서의“신은증명됐지만무능했다”라는말은‘미래’라는단어에도적용할수있을것이다.미래는증명됐지만무능했다.
한때가능성으로충만했던미래가있었다.이를가능적미래라고한다면,그러한미래가지나가버린이후,살아남은자가다시살피는미래는어느시점일까.가능적미래를위해다투던코난이다자란이후를,혹은<나디아>의이런미래는뭐라고할수있을까.

쟝은하룻밤사이천천히늙어서
할머니가된나디아가차려준밥을
이도없이먹는다

나를당신이너무생각해서
나는700년동안밤이된다
-「미래의연인-백패킹」중에서

이성진의시인의미래는‘미래’이후이다.세계종말(apocalypse)이후미래소년코난은미래이후의미래를향해나아간다.코난의미래는가능적미래를꿈꿨던과거의시간을반복하는것이다.하지만‘미래의연인’들의시간은과거-현재-미래의이후에다시이어지는미래가아니다.이는연대기적인시간에서벗어난어떤시간으로써의미래이다.만화가종영되고,(‘나디아’와‘쟝’과시적화자의)소녀소년시절이끝나고,그리고미래가죽은이후이지만,시인의시간은과거나현재,미래라기보다도래중인시간의틈새이다.소녀소년시절의가능적미래는“하룻밤사이”에끝났다.시간은당신이나를생각할동안지속된다.“700년전에빛난”별을위한‘나’의“700년동안”의밤이연대기적인시간에구멍을뚫는다.여전히미래라는단어를쓴다면‘다른미래’.명멸(明滅)의틈새가지속될동안의무(無)미래적인시간이다.
여기에는만화적상상력의미래에빠져있던소년의기억과,그미래가아무것도담보하지못해노이즈가득한음악에스스로를가둔무기력한청년의끝나지않는현재와,그럼에도미래이후까지살아남은자의시간이무(無)시간의틈새에서명멸한다.미래없음의전망이일반세계의시간이라면,이성진의화자들은거기서비켜서있다.그들은‘다른미래’를모색하며,일반세계의시간에구멍을낸다.

똑같은구름이평생너를따라다녔다그게심심해서
금요일들과
저녁의경계선과
옥상에서부는바람과
봉지안에담긴캔맥주와우린
움직이지않기로했다
-「미래의연인-끝의무성영화」중에서

이정지한시간에서의‘우리’는캔맥주와함께봉지안에숨은연인같다.이불안과같은이러한시공간은‘우리’최후의,절박한은신처였다.그곳은소년이뚫던구멍과슈게이저의꽃봉오리처럼세계분리의빈공간이현실화되는곳이다.레넌과요코의유명한명제,혼자꾸는꿈은꿈일뿐이지만함께꾸는꿈은현실이되는것처럼,이곳은하나의실재세계가된다.하지만이실재성이발디딜데가서로밖에없는협소함안에갇힐때,어떤가능적미래로만흐르는하나의세계가소진될때,실재는현실/현재의끝으로내몰린다.연인의끝역시하나의세계종말이다.이때「미래의연인」이라는제목은‘연인이후의미래’가된다.

눈을한번감으면소녀가없어지고
눈을또한번감으면노래가없어지고
세번감으면소녀와노래는나를본다
-미래의연인-하이퍼리얼리즘」중에서

이구멍들은눈을깜빡이면볼수있다.비장소는편재해있고무미래는동시적이기때문이다.눈을깜빡이면책상구멍을통해방과후교실에혼자앉아있는아이를,허공에난구멍을통해세상에헛주먹을날리는사내를볼수있다.그리고또그런구멍들을통해,이불속에서‘나’와함께이불을뒤집어쓰고있는세계를볼수도있다.구멍이환상일때라도,그것을통해보이는것이환각은아니다.그시간의틈새가다만(700년정도의)‘잠시’일지라도그때,우리들은살아남는다.

현재가충분해야미래가존재한다.무언가를충분히겪을수없는현재란그짧은생애의이후(즉미래)가없다는의미이다.남은것은짧은대체뿐이다.미래없이‘다음’만이있을뿐이다.배가난파된이후,“마루에/옆으로누워”서하는수음(「윈드서퍼」)같은우울증적쾌락이,무기력을순간적으로대체하는세계가펼쳐졌다.이공허속에서우리는“과거의기억,미래의예측,이미래를현재의행위속에통합시킬수있는가능성을상실”한다.이시대의우리는도처에서미래없음에대한사회적반응들을발견한다.수를늘여가는포기들,소비재로써흥행하는과거들,작지만날마다만족감을주는도구를사용해감당할수없는예측을무력화시킬방법을찾느라바쁜몸짓들,“쾌락을추구하는것말고는다른무엇도할수없는무능”들.화면속에서파편화된현재의잔상들.

오늘은영원이사어가되는지구
시인도없이혜성을헤는처음의밤에서

비행기날개가바다로떨어진다
지구의마지막밤이끝나는중이었다

다시
처음의시는누가써줄까
-「밤의비행기날개」중에서
미래이후에살아남은우리들의불안은거의삶의조건이되어버렸다.그리고불안을회피하기위한대체들이끝없는불안을양산한다.‘다음’의소모를위한현재가지금미래없음의전말일때,이성진의전언은중요하다.“그렇지만낭떠러지를포기해선안돼”(「하드보일드소년의서정」).미래없음에대한체념이아니라무미래를위한틈새를포기하지않는것,불안의대체가아니라스스로위태롭기를그치지않는것이다.봉지는비어옥상위를떠돌고빈캔맥주는찌그러져버려져있고.‘나’는다시“그을린침대”가되더라도모든틈새를위한“처음의시”는쓰여진다(「밤의비행기날개」).이것이중요하다.다음의시가아니다.
-해설정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