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와 눈 맞추기

개밥바라기와 눈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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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9년 《현대시학》에 시가,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해 온 신수현 시인이 첫 시집 『개밥바라기와 눈 맞추기』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사랑을 향한 열망과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시인을 둘러싼 다채로운 존재를 성찰한 시편 총 59편이 담겨져 있다. 해설을 쓴 이숭원 평론가의 말대로 사랑은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정신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신수현은 그 ‘사랑’의 탐구를 통해 삶의 아이러니와 불안한 표랑(漂浪)을 원숙한 풍경화로 담아냈다.
저자

신수현

서울출생.1999년《현대시학》에시가,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어등단했다

목차

제1부
꽃무릇에찍히다/구름퍼즐/돌멩이는물이없어도산다?/텅텅길이내몸에/관음
등꽃이또지고있다/엄마/유배를꿈꾸며/만화방창/노숙/겨울을걷는나무/밥/눈
봄놓치다/나무들이서로/파도/시범아파트엔노인정이없었다

제2부
구름경전/넝쿨장미/떠나감에대하여/겨울화두/낮꿈/축문/진화론을읽고있다
그림자나비/고치짓는누에/비명들/수련이핀다/봄비는힘이세다/다큐멘터리라고
개밥바라기와눈맞추기

제3부
큰손이있는풍경/오월이면나는보랏빛이된다?/悲悲悲/환상교향곡/문득내안에연못이
사진속의웃음은지워지지않는다/뫼제비꽃/별똥별,움찔/벽/나비를좇다/방을들키다
시월담쟁이/은하철도보다더빨리/흘러내려요봄이자꾸

제4부
잠들어야만샘솟는아버지/제주도/밤섬을위하여/겨울숲에서/가을볕/내몸살아있는
영춘화가피었다/사랑/입추/첫눈/뿌리에대하여/별똥사랑/운명소나티네

이승원해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신수현시인의표정에는그늘하나없어보이고그의웃음은우주를다빨아들일듯여유롭다.흔들림없는정신세계를지니고서,용광로처럼들끓는삶을차분히들여다보며그윽한미소를지을수있는그힘은어디에서오는것일까.신수현의시는삶을이중적시선으로바라봄으로써현실의힘겨움을희망의온기로바꾸는전환의화폭을창조한다.그것은사랑하는대상을끝없이기다릴때도마찬가지이다.작품「눈」을보자.

항상생각해요
이마에,뺨위에살짝입맞추고갈까요
탱,쥐었다풀었다눈치보게할까요
(중략)
당신안에출렁이며머물렀지요머문다는것
발목묻고익어가는일입니다
몸바꾸어
그몸의
흐뭇한살이되는일입니다
통통살오르는날들을지나
흩어지기도하는것입니다
(중략)
다덧없는것만은아니지요
스러지는만남도이렇듯쌓이다보면
당신에게한번은전부가되고싶습니다
만년설은못되더라도
-「눈」부분

겨울날가루눈같은자신의존재는미약하지만,공중에서이리저리흩날리는그것은얼마나숭고하고아름다운몸짓인가.‘그’를사랑하고있는나는환상의춤을춘다.그것은제어할수도제어될수도없는춤이다.그러니비록상대가나를사랑할수없다고하여도나의사랑은“다덧없는것만은아”닐것이다.오직“한번은전부가되고싶”다는소망으로시인은자신의춤을춘다.

골목끝빌라의외벽담쟁이
이파리들듬성듬성
구름한점없어더멀어진하늘도버리고
폐지더미상자들이나펼쳐묶다가
종이컵에소주를부어마시는
눌러쓴모자귀밑머리희끗한사내들과
해바라기나하고있다
불콰한얼굴뒤로,발바닥아프도록
한땀한땀몸던져새겨진길들선명하다
업혀만왔던길새삼드러날까
등뒤로감추고싶어지는별과별사이만큼
가깝고도먼어제와내일사이
엉거주춤매달려있는내가보인다
남은달력이너무얇은데
겨울을날외투는충분히따뜻할까
햇볕이종종걸음으로외벽을넘어
목쉰확성기를틀며생선을파는트럭
그림자를지우며간다
-「시월담쟁이」전문

듬성듬성한이파리가남아있는시월의담쟁이속풍경에“소주를부어마시는희끗한사내들”과“목쉰확성기를틀며생선을파는트럭”이지나간다.이쓸쓸한현실세계속에어쩌면피안(彼岸)은없는것도같다.그럼에도불구하고시인의눈은사랑과연민으로충만하고,지금이만큼의“햇볕”하나로도족하다고토닥인다.그리하여지금내가발붙인이곳이비록평화롭지는못하더라도,아픔과슬픔이뒤엉킨곳일지라도한떨기수련(睡蓮)같은시는끝내피어오른다.이지난한삶속에서기우뚱거리는자신을잡아주는“큰손”이있다고믿는신수현의시는삶을바탕으로쓰여진한편의경전처럼읽힌다.

방향을잃고갈피를못잡을때위험에처해있을때알수없는손길을느낀적있다넘어지려는찰나에손잡아주는가슴을쓸어내리며문득주위를돌아보게만드는영하의바깥바람속에서도가시덤불속에서도오므라들지않게하는큰손길,티스푼이나종이쪽에나를승선시켜제땅에안착시키는
-「큰손이있는풍경」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