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은봉 시집)

생활 (이은봉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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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4년 창작과비평의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로 등단하며 시작 활동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써 온 이은봉 시인이 시집 『생활』을 출간했다. 표제작 「생활」을 비롯해 총 6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이번 시집은 그가 2018년 정년 퇴임 후 출간한 첫 작품집으로서, 세종시에서 밭을 일구고 땀을 흘리며 일상의 바람을 만끽하는 자연인으로서의 삶의 지혜가 넉넉하게 담겨 있으며, 시편 곳곳 이은봉 시인 특유의 낙천성과 성찰의 미학이 물 흐르듯 펼쳐진다. 추천사를 쓴 조재훈 시인의 표현대로“보통 말을 자연스럽게 쓰면서도 발랄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경쾌한 호흡, 번쩍이는 재치, 조금씩 숨겨 놓은 의미를 보물찾기처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시집이다.
저자

이은봉

충남공주(현,세종시)에서출생했다.1983년《삶의문학》에평론을,1984년신작시집『마침내시인이여』(창작과비평)에시를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좋은세상』,『봄여름가을겨울』,『절망은어깨동무를하고』,『무엇이너를키우니』,『내몸에는달이살고있다』,『길은당나귀를타고』,『책바위』,『첫눈아침』,『걸레옷을입은구름』,『봄바람,은여우』,평론집으로『실사구시의시학』,『진실의시학』,『시와생태적상상력』,『시와깨달음의형식』,시조집으로『파편들에대한단상』이있으며,시론집으로『화두또는호기심』,『풍경과존재의변증법』등이있다.한성기문학상,유심작품상,가톨릭문학상,시와시학상,질마재문학상,송수권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붉은고양이
파문
삶은달걀이라고
딱딱한슬픔
붉은고양이
생활
대나무들
나주호한바퀴
마음은금방또
시간의모가지를비틀어대는밤
돼지국밥집에서
오늘
도마뱀
정치
김밥두줄
초여름밤
절벽

제2부:달걀이운다
달걀이운다
떡든손
저녁산책길
사람들지금어지럽다
그리운금강산
움직이는집
지도에없는섬
궁시렁할머니
날개돋친뱀
조촐한가족
기차를타고갈거야
굴참나무와소나무
불빛아
좌골신경통
절망에게
걸어다니는절벽

제3부:겨울의갈피
트럭―서울
웃는얼굴
뒷골목―서울
달항아리
겨울의갈피
이지랄을뭐라고하나
공동의적
쇼핑센터―서울
질주―이상에게
고인돌
수락폭포를읽는법
가로등불빛

을지로지하아케이드―서울
공든탑―국가
코고는여자

제4부:저녁의기도
어둠의혀
초겨울
저녁의기도
역사에대하여
신문지―서울
회전문―서울
딱지
반성
병풍
길―큰스님의말씀
깜박깜박
어떤아침
결별
TV를켜놓고
해설황정산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이은봉의시는항상삶의현장을토대로구축되어왔다.특히이번시집에서는그런의지를더욱확고하게드러내는데,그는‘시인의말’에서이번시집이추구하는바를전면적으로드러낸다.이은봉시인은“시를구체적인생활에서획득하는깨달음의형식으로받아들이고있다”고밝히며,이는곧“시를구체적인생활에서획득하는‘발견의형식’”이자“‘지혜의형식’으로받아들이”는것이라고말한다.
아마도시인은시인지산문인지알수없고,도통난해하고,무슨말인지알수없는외계어와같은언어들로점철된요즈음의시들을접하면서심한멀미를느낀것같다.그래서더욱본인의시를‘생활’에밀착시켜,생활속에깃든작은아름다움,지혜,힘,열망들을발견해내는데정성을들였으리라.거실귀퉁이에놓인무말랭이와땅콩알과은행알에시선이머문시인은대저자연에서태어난인간으로서의본성을,생명을향한경외와겸손을아름다운한편의시로길어올린다.
우리집거실귀퉁이에는무말랭이가마르고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감말랭이가마르던곳이다땅콩알이마르던곳이다은행알이마르던곳이다구린내를풍기며
인삼주도더덕주도호박덩이도함께마르고있는
우리집거실귀퉁이
고향을떠난지도대체얼마인가
농촌을떠난지도대체얼마인가
대도시아파트에살면서도나와아내는여태껏농촌을떠나지못하고있다고향을오가며살고있다
좁아터진거실이곳저곳을오가며오늘도아내와나는습관처럼자연에서준비해온먹거리들을다듬고있다
이것들다나날의목구멍이시킨것이지만,나날의생활이시킨것이지만&&
목구멍보다,생활보다중요한것이어디있으랴.
-「생활」전문
쫓기듯바쁘게살던날에도시인의오감은자신에게주어진선물같은순간들을또렷이기억해낸다.조금서글프고궁색한상황에서조차그상황을전복시키는힘이그의성정속엔깃들여있다.이를테면‘김밥천국’에서산김밥이라는“설움두줄”조차도그에게는자신을“서울로밀고가”는“눈물두줄의힘”이되는것이다.
검정비닐봉지에담겨있는슬픔두줄
왼손에들고역을향해뛴다
오른손에는오래된검정가죽가방
덜레덜레들려있다
막출발하는KTX역방향에
철푸덱이주저앉는다
검정비닐봉지를펼쳐
설움두줄먹어치운다
자동판매기에서뽑혀나온생수병이
주둥이를향해거꾸로쑤셔박힌다
졸음쏟아져내리는데
이고마움누구에게표해야하나
오늘도눈물두줄의힘이
나를서울로밀고간다
-「김밥두줄」부분
한편「날개돋친뱀」,「걸어다니는절벽」,「칼」,「어둠의혀」과같은시에서는스스로에대한경계를늦추지않으려는시인으로서의기개도여전하다.‘생활’곳곳으로향한시인의눈은자기스스로에게도똑같이적용되어날카로운사유와발견,통찰을가져오고,그러한눈뜸이야말로“날름대는변덕으로가득차있는어둠”에저항하는시인의방식일것이다.그래야만“역사는줄넘기장난을하면서도,달의행로를밟으면서도조금씩앞으로,낮은곳으로나아간다그렇게믿는다꽃피운다.”(「역사에대하여」)고시인은믿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