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루에서 (성배순 시집)

세상의 마루에서 (성배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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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성배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세상의 마루에서』가 출간되었다. 시집 제목에서 보여지듯, 시인은 지금 자신이 발 딛고 선 자리를 신화적 시각 으로 확장하여 인식하며, 고도화된 산업문명에 의해 훼손돼거나 소외된 인간의 생명력과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55편의 시에 담았다.
동화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만큼 성배순 시인은 시에서도 무한하게 확장 가능한, 열린 이야기 구조를 펼쳐간다. 우주의 생성 과정에서 신과 인간이 한데 어울려 벌이는 복잡하고 아주 치졸한 감정 다툼을 다루는 신화에서부터 우수마발(牛?馬勃)의 하찮은 것들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이야기들이 그에겐 아주 친근한 삶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 신화나 노자와 장자의 걸림 없는 무애자재(无涯自在)의 삶 그리고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나 여우놀이 등 동서고금의 설화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그에게 설화적 세계는 산업화 이전의 불편한 원시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대의 원시사회에서 벗어나 지금의 눈부신 산업사회를 가능하게 한 진보와 문명에 의문을 품으며, 강인하고 준엄한 인간의 생명력을 회복할 것을 시로써 희원한다.
저자

성배순

충남연기군(현세종시)에서출생했다,2004년《경인일보》신춘문예,계간《시로여는세상》신인상을통해등단했으며시집으로『어미의붉은꽃잎을찢고』,『아무르호랑이를찾아서』,그림책『세종호수공원』,시비평집『세종·충남詩香을찾아서』등이있다.

목차

제1부

꽃을보면배가고프다
꽃무룻
암컷론2
산불
시인과농부1
고무신한짝
조치원엘레지
나무꾼의선녀를내려놓으리
배고픈귀
터키블루,나의글루밍선데이
우리엄니시집을가시네
신여인국2
천사의눈
세종갤러리카페에서
안녕,별다방아가씨

제2부

진눈깨비
포란반
달맞이꽃
선샤인
사랑니
개와늑대의시간
나는펫
시인과농부2
우리는순한짐승이되어
어떤스투키
근황
유년일기
오후세시의순대국밥집

제3부

절앞에서고기를굽다
박태기
도꼬마리
신풍
여름지나가을
갱년기
쑥타령
시인이면좋겠소
예산시인김아무개
토르스산맥을넘으며
밀술이익는계절
성소피아사원풍경
고운뜰공원에서
세종호수공원

제4부

선녀의나무꾼처럼
신데렐라의연인
비오는날여우야뭐하니
일몰,그리고일출
메두사를위하여
아침풍경은영원의한순간
나는펫2
쉰,어느날
바람꽃
스토커,딸
한때나는야훼의딸이었지
얄리얄리얄라성얄라리얄라
세상의마루에서

해설김영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성배순시인은‘시인의말’에서상서로운동방의동물인청여우에대한기다림을말하고있다.중국의문헌인『산해경(山海經)』에는‘청구산(靑丘山)의양지바른남쪽언덕에는옥돌이많이널려있고,음지인북쪽언덕에는청확(靑?)이라는질좋은푸른염료가나며,이산에꼬리아홉개달린여우처럼생긴짐승이산다’는기록이전해진다.삼키면만물의이치를깨닫게되는구슬을지니고초자연적인능력을발휘해사람을홀리는매혹적인여성으로변신하기도하는여우는,천하가태평해지는상서로운조짐을알려주는상상속동물이다.이는곧우리몸속에잠들어있는웅혼한기상과강인한생명력그리고원숙한지혜를상징하는우리민족의원형(原型,)이라할수있다.성배순시인은작품속에서이런강인한생명력과지혜를끊임없이갈구하며,갖은삶의비애와고통을뛰어넘을수있는기개와용기를신화적상상력속에서찾고자한다.

프로메테우스가털없는원숭이에게
부싯돌속의불왜몰래주었을까
그것이오랜의문이라는듯.

사슴을쫓던그때동굴속에서
슬금슬금기어나오던
달큰한익힌고기냄새만아니었더라도
쓰레기더미옆을지나다가
뼈다귀에붙은고기조각핥지만않았더라도
사람들의우리속으로
스스로들어가지않았을것이라는듯.

어둑어둑저녁이물드는지금
인간의친구로있어야하는지말아야하는지
근질거리는송곳니로
이쇠창살끊어야하는지말아야하는지
골똘히생각하는유기견의우리속
저개같은것보고있자니
갑자기겨드랑이가근질거리는듯.
-「개와늑대의시간」전문

인디언들은독화살을맞았을때칡을달여먹는다더군.
집을팔고임대아파트로이사하는날남편이한말이다.
그날은가까운사람에게물을먹은날이기도하다.
이곳갈뫼로351번지칡산에서멈춘것은,순전히남편의그한마디말때문이다.
그렇게물을먹고도소갈증에걸린나는수시로벌컥벌컥물을마신다.
먹은물들이몸속에서웅덩이를만들고썩어냄새를풍긴다.
수독이네요.몸이붓고가려워병원에간날의사는몸속물이걸쭉하게뭉쳐져담이되었다며내게물을먹인다.
가까이오지마,손톱을세우고온몸을긁으면손톱밑마다피가고인다.
카르마의등가교환법칙이맞는다면이제내게사랑이오겠군,돈이…….
아니지,언젠가진빚을이제야갚은거겠지,비로소인연이정리된거겠지.
붉은자줏빛칡산에서신발을벗는다.아내의주검앞에서노래를부른장자의달관을흉내내본다.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
-「얄리얄리얄라셩얄라리얄라」전문

‘여성’이란표현은어딘지싱싱한생명력이제거된건조하고엘리트주의적인느낌을준다.반면‘암컷’이라는말은원초적이고근원적인생명력을싱싱하게전달하며,인간과동물을통틀어암컷생명체가가진근원적인생명력을포괄한다.

거무튀튀한등에
찰싹달라붙은
하얀새끼알.
어부바하다가
등의살속으로
품어버렸네.

물갈퀴손펼쳐
펑펑,생살찢고,
너덜너덜등짝
폴짝폴짝넘어가는
열마리,백마리
피파개구리새끼들.
-「암컷론2」전문

우리자신이우주와자연의일부로다른동물과연결돼있다는시인의인식은암컷에대한뜨거운공감을통해뭇생명에대한포용력과일체감으로확산된다.이는곧교감함으로써인간중심의사고에서벗어나모든것들이결국한뿌리에서나온‘만유동근(萬有同根)’임을온몸으로느끼는것이다.
사람과자연이서로신비로운힘으로연결되어하나가될때우리인생의봄도절정에달한다.성배순시인은그러한삶의경이로움을이번시집에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