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도 찬란한 (유시연 소설집)

쓸쓸하고도 찬란한 (유시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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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3년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인 〈존재의 그늘〉에서 여성의 사유와 시선을 통해 현대인의 잃어버린 자연적 삶의 가능성을 되묻는 작품으로 인정받은 유시연 작가의 〈쓸쓸하고도 찬란한〉 소설집이 실천문학에서 출간되었다. 9편의 단편을 엮은 이 소설집에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소박한 인물들의 삶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쓸쓸한 풍경 속에서 두 여인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층 통나무집〉과 원죄 의식을 감각적인 문체로 담아낸 〈설행〉. 힘겨운 이웃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포착한 〈비밀의 방〉, 장자 위주 상속의 부당함을 희극적으로 그려내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상상력으로 밀고나가 인간 이해의 통찰력을 보여준 〈영혼의 집〉. 이외에도 〈울음 우는 숲〉, 〈야간 산행〉, 역사적 현장이 자본의 그늘로 전락하는 쓸쓸함을 담아낸 〈나는 모른다〉, 〈쓸쓸하고도 찬란한〉 등 사계절처럼 눈부신 인간 본연의 시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독자에게 서사의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유시연

강원도정선에서태어나동국대예술대학원을졸업했다.2003년〈동서문학〉신인상을받고등단했다.소설집으로는〈알래스카에눈이내리지않는다〉,〈오후4시의기억〉,〈달의호수〉.장편소설〈부용꽃여름〉,〈바우덕이전〉,〈공녀남아〉등이있다.정선아리랑문학상과현진건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이층통나무집
깊은밤을지나
설행
비밀의방
울음우는숲
야간산행
나는모른다
쓸쓸하고도찬란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유시연소설의강점은크게다섯가지로나눌수있다.강한흡인력으로독자를사로잡는가독성,정확하고단아한문체,오랜수련기간을통해연마된깊은통찰과사유,세상을향한따스한시선,오염되지않는자연속에서상처입은생명체들이다시생명을얻어가는여운을남기며우리의삶을되돌아보고성찰하게하여지난페이지를자꾸돌아보게하고책장을넘기게한다.
〈이층통나무집〉에서작가는사려깊은시선으로슬픔과슬픔이서로를돌보면서공존하는아름다운장면을밀도감있게그렸다.여기두여인이있다.죽은자와떠난자의뒷모습을붙잡고그그림자에갇혀사는여인들이다.연희는귀촌한지삼년이못돼남편승재가죽고혼자이층통나무집을지키며살고있다.젊은시절집밖을떠돌던남편대신생계를돌봐야했던함양댁은뒤늦게재혼을했지만잊을만하면찾아오는전남편때문에노심초사하며살고있다.연희와함양댁이겪는현재진행형고통은바꿀수없는운명과어긋난인연에서기인한것이지만두사람의유대감은적당한거리를유지하는투박한돌봄과보살핌으로서로의결여를온전히감당하도록해주는섬세한배려에바탕을두고있다.이들은정확히알지못하는타인의상처앞에서함부로‘나와같다’거나‘나도안다’고말하지않고슬픔의거리를유지해가며그저사소하게서로를살피고돌봄으로써마음의빈자리를같이알아간다.“내다안다”는함양댁의읊조림과말없는연희의몸짓이‘너를안다’가아니라내가모르는‘너의슬픔을신뢰한다’는의미로해석되는이유이기도하다.이처럼진정한공감이란서로다른고통을동질화하고평균화하지않을때가능하고타인을이해하는윤리적자원이될수있는것이다.
〈깊은밤을지나〉는한때시나리오작업을하며잘나가던영화감독으로지냈던송수용과황감독이이태리여행지에서만나과거를공유하고현재의시간을재탐색하는여행기구조를취하고있다.빠르게변한영화산업의길에서밀려난두남자가서로다른시간에산탄젤로동굴성당을돌며성(聖)과속(俗)의세계를전착해가는내용으로눈부신세상의속도를더욱빠르게하는5G시대의변화속에서생에천착하는현대인의모습을담았다.
〈설행〉은한인간속에뿌리내린깊은어둠과그속에용서와화해의길을내는실존적몸짓을드러낸다.이십년전군인신분의한남자를뜨겁게사랑했던여자는남자가유부남이었다는것을몰랐다.그와사랑이깊어지던순간남자의아내가아기를안고관사의문을열었다.사랑에몰두한그들은이를알아차리지못했고아내는아이를내려놓고눈이내리는깊은산골짜기로들어가겨울밤차가운눈속에서싸늘한시체로돌아온다.여자와남자는그마을을떠나고,둘은이후만나지못한다.이사건은두사람의영혼에깊은어둠을남긴다.이후여자는영혼에각인된어둠에서도망치지못하고결국이십년의세월을넘어,어둠이만들어낸그마을로돌아와눈속에갇힌고라니새끼를놓아주면서그때의어둠과대면하는원죄의식을밀도감있게그려낸작품이다.
〈영혼의집〉은농촌마을을배경으로비극적인가족사를다루고있지만소재나기법면에서주목을끄는작품이다.시간속에서사건을전개하지않고이미지와이미지의정교한네트워크로구성해디테일에서오는갑갑함과피로감을상상력으로소설공간을확장해미학적인즐거움을선사한다.중심인물인영모는어머니를잃고‘노인’의보살핌으로두살차이인순임이고모와함께정을나누며자랐다.영모는순임이고모로부터노인이아프다는연락을받고시골집으로내려와얼마간지내는동안불행했던가족사의숨겨진비밀을알게된다.할아버지가영모에게유산으로남겨주겠다던시골재산이순임이고모아들에게상속된다는것을안영모는잘못을바로잡는다.영모가순임이고모와함께나누었던사랑과정을도시에서사온서푼짜리스카프처럼돈으로치환하려는인간풍경은비극적이라기보다희극적이다.
〈야간산행〉,〈나는모른다〉,〈쓸쓸하고도찬란한〉세작품도급격하게변화하는삶을응시하며고달픈현실속에서도세상에대한따뜻한시선과배려,통찰력을보여준다.작가의말에서도암시하고있듯작가는나고자란강원도의깊은자연의생명력을각각의단편속에고르게나눠주며공간과시간,인물들을보듬어안고쓸쓸하지만찬란한삶의순간순간을감각적인문체로전개하며서사의세계로독자들을끌어들인다.
바흐찐이〈소설미학〉에서‘모든예술과미학은공통적으로건축양식과형식을가지고예술과미학을통일시킨다.’고주장하듯이유시연은〈쓸쓸하고도찬란한〉9편의단편을통해바흐찐의말처럼‘다양한형식으로그공식에맞춰노래로변주하고,장식하고,화학적으로변화시키고정당화시키며확증한다.’하나의미학성을완성하기위해주변재료들을믹서하여소재나기법의참신함으로자연생태의원초적울림을메아리처럼들려주는여운을남기며감동을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