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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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2관왕에 당선되어 화려하게 등단했던 박은영 시인이 첫 시집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를 출간했다.「모자이크」(1부), 「발코니의 아침」(2부), 「인디고」(3부), 「토구」(4부) 를 비롯한 52편의 각각의 특색을 가진 시들로 13편씩 묶어 4부로 나눠 수록되어 있다. 추천사처럼 박은영의 이번 시집은 체험하지 않았으면 표현할 수 없는 간난하고 신산한 삶을, 학습만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연금술사적 언어로 그려내고 있어 시는 읽는 독자들을 그의 시 속으로 가만가만히 삼투시켜 감동을 선사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박은영

전남강진에서태어났다.2018문화일보신춘문예(「발코니의시간」)와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인디고」)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다.제1회농어촌희망문학상(「쑥」),제2회제주4·3평화문학상시부문대상(「북촌리의봄」),제2회천강문학상시부문대상(「토구」),제9회조영관문학창작기금(「보수동골목」)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백수현상ㅣ옥수동ㅣ저녁없는삶ㅣ달동네ㅣ에어캡
어메이징그레이스ㅣ모자이크ㅣ감추고ㅣ폐기물집하장가는길
번아웃신드롬ㅣ모태신앙ㅣ브라자ㅣ이글아이

제2부
발코니의시간ㅣ이크티스ㅣ북촌리의봄ㅣ데린쿠유ㅣ모눈종이
보수동골목ㅣ마포대교ㅣ추억의방식ㅣ포스트모템ㅣ장미의습도
오남매ㅣ숨은그림찾기ㅣ열두번째얼굴

제3부
인디고ㅣ모자의완성ㅣ펠리컨ㅣ스카라베우스ㅣ오리너구리ㅣ검은악보
습작기ㅣ폭식증ㅣ살과의전쟁ㅣ비만ㅣ몽중인-개꿈ㅣ길음동ㅣ큐브게임

제4부
토구ㅣ높은산저녁나방ㅣ쑥ㅣ매화ㅣ오포리에서ㅣ재첩잡이ㅣ명태
가늠ㅣ구강건조증ㅣ역전ㅣ미로증후군ㅣ풀스윙ㅣ달팽이집을지읍시다

해설정재훈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박은영의시에는미학이있고그와함께고단한삶의현장이짙게배어있다.이두부문을가장잘드러내주는시가「모자이크」다.

모자가정이?되었다?
정권이?바뀌고?수급비가?끊기자?
국밥?한?그릇?사먹을?돈이?없었다?
아홉?살?아이는?식탐이?많았다?
24시간행복포차식당에서?두루치기로?일을?하고?
눈만?붙였다가?
등만?붙였다가?
엉덩이만?붙였다가,부업을?했다?
아이가?손톱을?물어뜯을?땐?
국밥?먹고?싶다는?말이?나올까봐?
야단을?쳤다?
반쪽짜리?해를?보며?침을?삼키던?아이는?
일찍?침묵하는?법을?배웠다?

찢어진?날들을?붙이면?어떤?계절이?될까?

내가?있는?곳은?
멀리서?보면?그림이?된다고?했지만?
밀린?인형?눈알을?붙이며?가까이?보았다?
초점이?맞지?않아?희부옇게?보이는?내일,
아이의?슬픔이?가려지고?
조각조각,조각조각
깍두기?먹는?소리가?들렸다
-「모자이크」전문

「모자이크」에는아홉살아이와엄마(모자가정)의삶이미학적으로잘그려져있다.모자가정이라고하면언뜻떠오르는것이생활경제적문제가아닐까한다.이시에서도역시편모는24시간포차식당등에서두루치기로허드렛일과부업을하지만아이에게국밥을사줄여력도없다.찢어지게궁핍한시절을보내고있는것이다.여기서모자가정은일반적인용어인편모가정이나시사사회적용어로많이사용되는결손가정혹은싱글맘등과는유사하지만다르다.국가의경제적수혜,즉모자가정혜택(한부모가정혜택)받을수있다는뜻을담고있는용어이다.이시에서도정권이바뀌면서정부에서받던모자가정혜택이끊어진것으로보인다.경험해보지않으면알수없는곤궁한삶의현장용어다.이간난한삶의현장에서도박은영의타고난미학적재주가드러난다.‘모자이크’와‘모자가정’이란서로무관한개별적용어가시속에서서로유기적으로잘연결되어한편의훌륭한시를완성시키고있다.네글자중앞두글자의음만같고뜻은전혀다른「모자이크」를시의제목으로모셔와서(「모자가정」을제목으로정해도충분하기에)모자가정삶의고단함을잘그려내고있다.조각조각붙여서만드는모자이크와조각조각잘라서만드는깍두기의이‘조각조각’이란부사어가전혀상관없을것같은두낱말의병치를하나로연결시키는매개체로작용함에감탄하지않을수없다.연이어깍두기먹는소리는자연스레국밥먹는소리로치환되고.모자이크로희부옇게처리되어가려진아이의슬픔은조각무늬그림으로치환되고.

필리핀의?한?마을에선
암벽에?철심을?박아?관을?올려놓는?장례법이?있다
고인은
두?다리를?뻗고?허공의?난간에?몸을?맡긴다
이까짓?두려움쯤이야
살아있을?당시?이미?겪어낸?일이므로
무서워?떠는?모습을?찾아볼?수?없다
암벽을?오르던?바람이?관?뚜껑을?발로?차거나
철심을?휘어도
하얀?치아를?드러내며?그저?웃는다
평온한?경직,
아버지는?정년퇴직?후?발코니에서?화초를?키웠다
생은?난간에?기대어?서는?일
허공과?공허?사이
무수한?추락?앞에?내성이?생기는?일이라고
통유리?너머의?당신은?그저?웃는다
암벽?같은?등으로?아슬아슬?이우는?봄
붉은?시클라멘이?피었다?
막다른?향기가
서녘의?난간을?오래?붙잡고?서있었다
발아래?아득한?소실점
천적으로부터?훼손당하는?일은?없겠다
하얀?유골?한?구가?바람의?멍든?발을?매만져준다
해?저무는?발코니,
세상이?한눈에?보인다
-「발코니의?시간」전문?

이시집의1부가고단하고궁핍한소재의시들로주류를이뤘다면2부는죽음과연관된소재시들로묶었다.2부첫시인「발코니의?시간」은2018년문화일보신춘문예당선작이다.당시황동규-정호승심사위원의평은아래와같다.


‘삶의고통에대한견딤이죽음의고통또한견디게해준다는중의적의미가내포된시다.정년퇴직한뒤발코니에서화초를키우는아버지의현재적삶과암벽에서풍장의과정을겪고있는죽음의삶을발코니의통유리를경계로대비함으로써삶과죽음의동일성을깨닫게해준다.자연적인해체의과정을견디는풍장그자체가바로오늘의삶에서도가장요구되는인내의덕목이라는것이다.삶과죽음이라는관념성을풍장문화라는구체성을통해나타내고있는점이이시의힘이자장점이다’

박은영시의특징을잘드러내주고있는시다.「모자이크」에서모자이크와모자가정을서로유기적로잘이어놓았듯이(상호텍스트성)이시에서도필리핀한마을의암벽장례풍습과아파트발코니에서화초를키우는아버지의삶을상호텍스트성으로잘연결하고있다.
쥘리아크리스테바는상호텍스트성에대하여"모든텍스트는인용구들의모자이크로구축되며모든텍스트는다른텍스트를받아들이고변형시키는것”이라고언급했는데박은영은상호텍스트성시작법에탁월한시인이다.(「어메이징그레이스」의뉴기니섬과오금행열차등)


빈티지구제옷가게,
물빠진청바지들이행어에걸려있다
목숨보다질긴허물들
한때,저하의속에는살연한애벌레가살았다
세상모든얼룩은블루보다옅은색
짙푸른배경을가진외침은닳지않았다
통좁은골목에서걷어차이고뒹굴고밟힐때면
멍드는건속살이었다
사랑과명예와이름을잃고돌아서던밤과
태양을좇아도밝아오지않던정의와
기장이길어끌려가던
울분의새벽을블루안쪽으로감추고
질기게버텨낸것이다
인디고는
인내와견디고의합성어라는생각이문득들때
애벌레들은청춘의옷을벗어야한다
질긴허물을찢고맨살을드러내는각선의방식
청바지가잘어울리는여대생들이
세상을물들이며흘러가는저녁의밑단
빈티지가게는
어둠을늘려찢어진역사를수선하고
물빠진허물,그속에살았던푸른몸은
에덴의동쪽으로가고있을까
청바지무릎이주먹모양으로튀어나와있다
한시대를개척한흔적이다
-「인디고」전문

 3부의첫시는인디고다.처음시인이명명한시집제목이이시속에들어있는『인디고는인내와견디고의합성어』였다그만큼시인이애착을가진작품이리라.2018년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당선작인이시의심사평(소재호)을들어보자.

‘인디고’는쪽에서나온남색이라했다.색깔을시제목으로내거는자체부터가이미범상함을벗는다.이시는역사적현실을배경으로한다.절제된감성으로주조된서정성을바탕으로어둔시대를견인하는서사적정경이오버랩된다.블루의색소가인상적으로내비치며인상파그림의구도와명암이쉬르리얼리즘의경역도넘나든다.제재들은자꾸대칭하며조화해가는,아이러니와패러독스가시의긴장감을고조시킨다.청춘이선호하는낡은청바지...이얼마나아이러니인가.그리고얼마나심대한이미지의부딪침인가.현대의세대가옛세대를끌고와서한시공에두어충돌과융합을자아낸다.결기높은시이다.청바지는낡아서무릎이나와야한다.이청바지는그대로상징성의총화이다.동서양의만남이며이는또한시공을달리한문화의충돌이자혼융이다.이때하의속애벌레가절묘한시점에등장한다.애벌레는장차성충이될터이다.매미처럼어둠을털고일어나허물을벗고마침내푸른미래의하늘을날것이다.어둠을늘려찢어진역사를수선하고...한시대를개척한흔적”의시구가청바지에얼마나적확하게부합하는가.

길의역사는냄새로부터다
아버지,말(言)의배설물을어디서부터굴리고왔나요
한말을또하고또하는숱한말의세계
당신은경단같은그림자안쪽에서
동그랗게몸을말았다
배설하는자들은따로있는법,
가장곤욕스런길은
아버지와함께대문을나서는날이었다
말의흔적을찾지못하고침묵하는걸음에서
기하학적인바람이불었다
냄새의각도에따라갈길이정해지는시대
신화를상속받은가장들은머리를굴리고눈동자를굴리고바람빠진바
퀴를굴려야한다둥글게지나간자리가길이되기까지,아무렇게나퍼질러
놓은말들이뭉쳐질때까지더부룩한하루를맞닥뜨려야한다
돌아온길이
양각의주름으로새겨진아침
코끝에붉은인주묻은아버지가대문을나선다
가장냄새나는길을골라
태양을굴리고간다
-「스카라베우스」전문

스카라베우스(scarab?us)는말똥구리(소똥구리,scarab)다.말똥구리는말똥을굴러경단을만들어그속에알을낳는딱정벌레목소똥구리과절지동물이다.그런데여기서말똥구리는말(馬)똥구리가아니라말(言)똥구리다.박은영의특기라할수있는언어를비틀어차용하는시창작기법이여기서도드러난다.말의배설물을굴러경단을만드는아버지의작업은실제는시인의시창작행위이리라.오늘도시인은아무렇게나퍼질러놓은언어가뭉쳐질때까지가장냄새나는길을골라시어의경단인태양을굴리고가고있다.이풍경은이제는울음을그치고‘쨍하고해뜰날’(「미로증후군」)과‘고시촌의태양이떠오’(「달팽이집을지읍시다」)를날을기다리며‘방망이끝을단단히’(「풀스윙」)세우고자신의고단한삶에온몸으로응전하고있는시인자신의모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