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를 찾아서 (장문석 시집)

천마를 찾아서 (장문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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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0년 《한민족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시력 30년을 넘어선 장문석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천마를 찾아서』를 펴냈다. 궁극의 세계를 향한 사유와 탐색을 시로써 구현해 온 그는, 이번에는 ‘천마’라는 상징을 통해 진리를 염원하는 동시에 ‘우순풍조(雨順風調)’의 말을 짓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지향한다.
장문석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마방’의 삶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고 고백하는데, 차마고도를 오가며 교역하는 마방에게 ‘말’[馬]이 곧 분신인 것처럼, 작가 역시 ‘말’[語]을 이끌고 가는 사람으로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언제 어디서든 말과 혼연일체되는 삶을 살 때 궁극의 정점에 닿을 수 있으며, 그래야 비로소 하늘의 말 ‘천마’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시집은 바로 그 ‘천마’를 찾아가는 아름답고도 고된 여정을 담고 있다. 시인의 표현에 의하면 “아름다움과 고단함, 고단함과 아름다움, 그것이 합일되는 지점”을 향한 끝없는 탐색이 그의 시 쓰기인 것이다.
저자

장문석

충북청주에서태어났다.1990년《한민족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잠든아내곁에서』『아주오래된흔적』『꽃찾으러간다』『내사랑도미니카』,시산문집으로『시가있는내고향,버들고지』『인생은닻이아니라돛이다』등이있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모란
꽃기린
꽃밭의카르텔
우리들의부처
천마총
내고향고은
점성술
치맥공화국

삼각형의사랑을하고싶다
용치놀래기
최후통첩
비둘기발등이붉은이유
강같은평화

제2부
화전
너도바람꽃
가을비망록
늙은전나무
안경을잃어버렸다
소리를읽다
환승
혼자바둑을두다
돈가스
액자가걸린삼겹살집
블루홀
SM5
말뚝뽑기
매포

제3부
씨간장
무지개
왕버들
물수제비
가을무심천
청명
월동준비
섣달
겨울갈대
꽃지노을
처서
황사
동지를지나며

제4부
사자의혀
훈장
사랑
난다리로가야해요
푸른감옥
기타와소총
사랑의자물쇠
너는내게죽었다
천문
비로소별
우리들의신발

저자발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자연의섭리에순응하고자하는삶,끝이없는구도(求道)를향해가는절절한인간의모습은이시집곳곳에서드러난다.그리고시인은자신이명마를휘두를수있다고믿는‘우쭐함’이야말로작가로서가장경계해야할태도라고일갈한다.“설익은마장마술몇개앞세워명마의주인임을자처했으니그저모골이송연할따름”(「저자발문」)이라고고백한다.

하늘을날던말이있었다
죽간에갇혀낡은활자나겅중대는검은말이아니라
구만리장천이자유자재인
신령스러운흰말이었다한번솟구칠때마다
천지간의말씀이인동당초문으로출렁였다
뿔에선언제나서늘한서기가뻗쳤고
갈기와꼬리에선날카로운불꽃이일었다
감히범접못할위용이었다
그시절,하늘과땅은그뜻이조금의어긋남이없었다
때맞추어비의말씀이대지를적셨고감사의곡물이제단에올랐다
우순풍조하여태평성대였다
이에경향각지의선비들이몰려와저마다의붓을들어말씀한필짓기를청하였으나
무슨비의가있음인지도제를두지는않았다
-「천마총」부분

담대한자연에비해인간이란얼마나어리석고얕은존재인가.장문석시인은경이롭고도신비로운‘천마총’을들여다보면서무한한상상력을펼치는한편,그속에서자못작아지기만하는인간을,스스로를뼈저리게반성한다.그리하여「천마총」속‘흰말’은“항간에자신의이름을팔아혹세무민하는무리가출몰한다는풍문에접하고는/사나흘장탄식끝에스스로짠백화수피14진속으로들어가/여태껏모습을드러내지않”고있다며시인은탄식한다.
겨울갈대를소재로한시한편을보자.이는마치‘대지(大地)’라는어머니가인간을어떻게품고사랑하며자신을다내어주는지를섬세한풍경화로그려낸한편이아닌가.더군다나“그리고조용히자신의생을강바닥에눕혔다”라는마지막백미는시의여운을한층더깊고도길게끌어올린다.

노랑부리개개비한쌍이외진물골숨어들다그만남으로가는일행을놓치고말았다그철없는사랑을위해허리춤에작고아담한둥지를틀어주었다물기내린옷섶이따뜻했다

한걸음씩뒤로물러나작은웅덩이를만들기도했다하류에서피난온버들치가족이거기에임시거처를정했다파수를겹겹둘러세우고살얼음도살짝얹어주었다

(중략)

서로의뿌리를얽으며뜨겁게사랑도했다우우우온몸을흔들며깊어졌다그러다새끼들태어나초록의걸음마를시작하면기꺼이그들의지지대가되었다.

그리고조용히자신의생을강바닥에눕혔다
-「겨울갈대」부분


겨울은춥고어둡고깊다
상처가자라기에딱좋은계절이다
상처는아무는게아니라
덧나는것,곪아서터지는것이다
깊은계곡얼음장밑에서
가재한마리
상처의급소를가위질하고있다
그때마다눈보라는내리치고
바위틈에선청랑한맥박이돋는다
아프지않다
어쩜너는급소가아니었는지도모른다
이젠
한숨자두도록하자
-「동지를지나며」전문


저물무렵,그가꽃노을한필짊어지고돌아왔다
수평선을통째로물들이는진홍빛대단이었다
저빛이생의곡절이라면아주먼바다로부터출렁여왔겠다
고래등타고호기롭게물줄기뿜어대던젊은날도있었겠다
기항지의등댓불바라보며갈매기도몇마리날려보았겠다
검은암초에부딪혀하얗게울부짖은날도많았겠다
그리하여시퍼렇게멍도들었겠다결국은
실핏줄이란실핏줄모두터져걷잡을수도없었겠다
그렇지않고서야어찌저토록장엄하겠는가!
철썩철썩,가위질소리인가하면바느질소리
그날저녁,그는손수마름질한비단옷한벌지어입고수평선을넘어갔다
밤새도록등대가불을밝혔다
-「꽃지노을」전문

간장독을여니바닥이다
간신히한종발뜬다
드르륵,긁히는소리
솔아붙은소금의결정이다
맛을보니짠맛,깊다

오늘이어머니제삿날이다
-「씨간장」전문

처음시를쓸때에는미처몰랐지만시를쓰면쓸수록시인은아마도‘시’가두려웠을것이다.‘말’이두려웠을것이다.자칫잘못하면말은순식간에조로서도(鳥路鼠道)를벗어나낭떠러지로떨어질테고,마방이고삐를느슨하게잡은어느순간에는“비루먹은당나귀”꼴을면할수없게되어마방의운명역시똑같이추락해버릴테니말이다.그리하여시인은오늘도겨울얼음장을보며,꽃지노을대단을보며‘천마’를향한길을부지런히가고또간다.“실핏줄이란실핏줄모두터져걷잡을수도없”는지경이되었을때에야“장엄”은우리에게펼쳐질것이기에.시인의업(業)이란무릇기다리고상처입는가운데서익어가는것이기에.깊고묵직한궁극의“짠맛”을향하여시인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