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겨울 (문진영 단편집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눈 속의 겨울 (문진영 단편집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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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9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 으로 제3회 창비 장편 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진영 작가의 첫 단편집 『눈속의 겨울』이 실천문학 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2009년 작가의 첫 장편인 『담배 한 개비의 시간』에서 청춘이라는 시기에 몸과 마음을 휩쓸었던 방황과 유예와 같은 존재적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는 자와 고백하는 자의 역할을 두루 맡으며 자기 세대의 자리를 따뜻하게 묘파했던”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흘려간 십여 년의 세월만큼 더 성숙된 주인공들을 등장시킨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주인공들이 20대에서 30대의 미혼으로 성장했지만, 작가의 첫 소설에서 묘파한 방황과 유예와 같은 존재적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젊은 세대의 일상과 꿈을 다룬 「내일의 날씨」, 「눈 속의 겨울」, 「일인용 소파」, 「남쪽의 남쪽」, 「두 개의 방」 과 현대 사회의 가족에 대한 문제가 담긴 「방공호」, 「방공호」, 「딸기맛」,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골든 슬럼버」 , 유일하게 주인공이 중년(그렇지만 미혼)인 「나비야」를 읽다보면 독자는 “작가의 재능과 고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문진영

1987년강원도춘천에서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서사창작을전공했다.
2009년제3회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담배한개비의시간』이있다

목차

엄마에게애인이있었으면좋겠다
내일의날씨
눈속의겨울
방공호
골든슬럼버
남쪽의남쪽
나비야
일인용소파
딸기맛
두개의방

해설-정재훈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방황과유예의시절이거쳐간낮선길위에서쓰는편지

문진영의소설집『눈속의겨울』에실린10편의소설을편의상아래의세종류로분류해볼수있겠다.

1.젊은세대의일상과꿈이야기
젊은세대의일상과꿈을다룬작품들,즉「내일의날씨」,「눈속의겨울」,「일인용소파」,「남쪽의남쪽」,「두개의방」은작가의첫작품에서부터견지되어온문제의식을담은것들이라할수있다.이전에젊은세대의불안한삶을그렸던김미월작가처럼문진영작가또한그러하다고봐야할것이다.하지만문진영작가는여기서더나아가작중인물들의‘방황’과‘유예’적상황을더욱더끌고나온다.예를들어,「눈속의겨울」이나「일인용소파」처럼젊은세대가처한고단한일상만이아니라,타지(호주)에서살아간다는상황을설정함으로서작중인물들의앞으로의삶에어떠한이정표를암시하지않고여백으로써비워두는것처럼보인다.따라서이들에게주어진방황과유예는단지젊은세대로서경험하는것으로만머무는게아니라,오히려존재로서피할수없는문제이자‘정답없는정답’을찾기위해길을떠나는과정일지도모른다.

「일인용소파」는소설집에실린작품들가운데유일하게‘액자식구성’을한작품이다.이작품에서도호주에여행을온주인공“나”가등장하여이책의제목인「눈속의겨울」과연작소설이아닌가할정도로유사하다.두소설의주인공나는유사한나이에유사한이유로유사한남자친구와헤어져호주의시드니로떠난다.전자는‘어학연수생’으로후‘오페어’로시드니에머무르면서일어난이야기다.작가의체험이느껴지기도하는이두작품을읽자면,연작소설로한권의작품집을완성했었으면하는아쉬움을주기도한다.한편으론한욜로족의무책임하고대책없는도피처럼보여지기도하는호주행(行)이지만,그녀들에게는이여행이나체류가그동안지금껏자신에게무수히강요되어왔던어떠한지위나역할로부터의완전한자유를도모하기위함에서비롯된것일수도있다싶다.

「남쪽의남쪽」도방황과유예에관해빼놓을수없는작품이다.이작품을읽어봤다면,당신또한“네로”라는인물이벌이는기이한“장례식”에잠시나마눈길이머물렀을것이다.주인공인“나”의외사촌형인“네로”가치루는장례식이란것은사망한작가의책을불태우는일이다.“죽은작가의책들을책꽂이에서꺼내고나면,거기에는적당히네모난구멍이생”기게되는데,그‘구멍’은작가의죽음에따라비워지고메워지는것을반복했던것이다.“네로”의서재라는작은세계조차도마치자연의섭리처럼운행하고있음을암시하고있다.이질서는생과사의끊임없는순환과도같으며,“네로”는그에따라동일한의식을진행하는일종의사제역할을하고있는셈이다.촉망받던그의이런변신은어머니(한가족)의상실이가장큰원인으로보이며,결국에는고단한일상과“쓸쓸한기분”을해소할수있는나름의의식이다싶다.또다른보통의인간형을벗어나는등장인물인“연”의문신도이러한섭리로써본다면납득할수있다.마치겨울을견디는나무처럼앙상한가지를드리우고있는문신은어쩌면“연”의감춰진내면의황량함을암시하는것일수도있다.작품말미에서“네로”는“연”에게“잎도그려.꽃도그리고.”“향기좋잖아.”라고제안한것은밝은미래가열려있음을암시하고있다.


2.보통아닌가족의이야기

작가의작품들에서공통되는것이있으니그것은바로‘가족’이다.유독문진영작가의작품에서는우리가흔히여기는일종의‘보통가족’이드물다.어떤가족은부모가이혼
을했고,아니면이혼을해서혼자살고있거나,또는방금살펴본「남쪽의남쪽」의“네로”처럼가족과사별한경우도있다.지금은흔히있는1인가구의생활도다루고있다.이렇게가족을등장시키는이유는무엇일까.어쩌면‘가족’이라는기존질서에대한회의(懷疑)일수도있지않을까싶다.아무튼앞서다룬「엄마에게애인이있었으면좋겠다」도그러하고,「방공호」에서엿볼수있는1인가구의세태,그리고「딸기맛」에서자매중에막내인주인공“나”의시선을보면‘가족’이라는문제가자연스레떠오를수밖에없게된다.가족에관한문제의식을담은「방공호」나「딸기맛」은작가의또다른문제의식이라고봐야할것같다.흔히‘가족이데올로기’를비판하는작품들도있어왔으나,문진영작가의시선은‘가족’이란무엇인지직시함과동시에,또다른가족(「방공호」)을상상하는작업의일환에서나온것인지도모른다.지금과같이아무리‘1인가구’가늘어났다고하지만,여전히‘가족’은젊은세대와중년세대간의갈등을내포하는문제이기도하니까.

「방공호」는화자의친구인X와그녀의동생Y의자매관계가보통의가족관계와는이질적인관계라이곳에분류했지만,이소설은‘방황’과‘유예’라는젊은이의일상과꿈이라는분류에넣어도될소설이다.또한이소설은베게트의희곡인「고도를기다리며」를연상케하기도하며,이작품의마지막문장인“그때삑삑삑삑,현관비밀번호누르는소리가들렸다”는장면은여운이깊고울림이크다.과연그현관비밀번호를누르며등장할사람은그방의주인인X일지아니면또다른새로운인물의등장일지독자의호기심을놓아주지않는다.

창밖으로해가지고있었다.노을은라라의코처럼연한분
홍색을띠고있었다.그리고점점더붉어지기시작했다.취
해서인지,아름다웠다.우리는한참을말없이북한산능선위
로물들어가는하늘을바라보았다.나는맞은편의자에앉아
함께노을을바라보고있는X의모습을상상했다.그때삑삑
삑삑,현관비밀번호누르는소리가들렸다


3.중년의삶이야기
‘청춘’을누리는젊은세대들은장밋빛과도같은미래를꿈꾸며열심히앞만을보고달리지,정작자신들에게도언젠가찾아올중년또는노년에대해서는다소무지한감이있다.그렇게세월이흐르다보면그들또한어느덧중년,더이후에는노년이될것이고그때가온다면그들도그시절을단지추억으로써만음미해야할것이다.이렇게본다면‘청춘’의아름다움이란,세월이흐르고나서야진정으로느낄수있는것인지도모르겠다.그때그시절을떠올릴수록세월의무게가더욱더무겁게느껴질수밖에없는것일테다.한층성숙한작가는이문제를다루면서도이를어둡게만칠하지는않는다.소설집에실린작품들가운데등장하는중년의인물들은여전히자신들에게도아직‘청춘’다운면모가있다는점을끊임없이확인하고자한다.그대표적인인물들이바로「엄마에게애인이있었으면좋겠다」에서등장한“아빠”나,「나비야」의주인공인“미희”라고볼수있다.

「엄마에게애인이있었으면좋겠다」의주인공부모는이혼을한상태이고,그녀는이미아빠에게애인이있다는것을알고있다.문제는‘가장’이라는굴레에서벗어난“아빠”의새로운삶이다.“연애”를하면서도“특별히바라는것도없”다는주인공과는달리,“아빠”는청년못지않게불같은연애를시작했고,또자신이예전부터꿈꾸었던자유로운상을누리기시작한다.“그냥식당아줌마”가된“엄마”와는완전히다르다.공장을정리한“아빠”는“지금은모초등학교서학교보안관”일을하면서“따뜻한손”을가진“동거녀”와함께행복한노후를꿈꾸는것처럼보인다.이런“아빠”의제2의인생을옆에서지켜보는주인공의시선에서는처자식을버린아버지에대한자식으로서의거부감이라든지,아니면새인생을축복해준다든지하는감정은배제되고그저기계처럼건조할뿐이다.

「나비야」는중년이지만아직미혼인미희는“간호사로20년을일했”고,“나머지20년은
보건소에서일했고보건소장”까지도지냈다.그런그녀에게“현장”은오로지생존을위한투쟁의장소였다.‘결혼’은다른무엇보다“훨씬더미지의일”에가까웠기때문에지금도여전히그녀는적어도‘가족내역할’이라는굴레로부터는조금자유로웠을것이다.하지만그녀도내면에깃든불안감에서완전히자유롭지는않아보인다

「골든슬럼버」는삼십년의지하철기관사로봉직하며어머니와사별했고동료의자살도목격하여정신건강과약까지복용했던아버지가직장을은퇴하자마자커다란배낭하나만달랑메고홀로인도로귀환이기약없는여행을떠나버린아버지가그때그때보내주는“보아라~”로시작하는엽서를통해이야기의한축을날로엮어가고다른한축은주인공이승주라는동기생여자를사랑하는이야기로씨줄로엮어간다.인도를여행하는아버지는길위의수행자같아보이고,주인공과승주는썸타는사람처럼미래가불확실하고모호하다.특별히이작품과「남쪽의남쪽」만화자가남자다.

편의상위의세종류로여기실린10편의소설들을분류해보았지만,젊은세대소설이든중년세대소설이든평범하고화목한‘보통의가족’관계가보이지않는다.그런면에서이소설들을편의상이러이러한부류로나눈다는것은처음부터단추를잘못낀것인지도모른다.
하여이소설집에서「방공호」,「남쪽의남쪽」,「일인용소파」,「골든슬럼버」등주옥같은작품들을독자들이직접읽고스스로음미해보는수밖에없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