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습관 (최승랑 소설집)

추억의 습관 (최승랑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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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6년 《작가세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승랑 소설가가 첫 단편 소설집『추억의 습관』을 출간했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 ‘미소를 띠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사랑- 그리워한다는 것.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인간의 보편 정서이자 감정이다. 사랑을 담으려고 했다. 누군가의 외로움의 자리를 그리움으로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가슴으로 공감하는 독자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높은 산의 정상을 향해 오른다는 느낌보다는 오래 걸어도 피로하지 않는 햇살드는 오솔길을 걷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싶다.’ 고 밝혔듯이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빛깔의 사랑을 담은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이순원 김유정 문학촌장은 ‘사랑은 몇 겹의 빛깔일까. 그걸로 동화와 같이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거기에 목숨을 걸거나 잃기도 한다. 달콤함인 동시에 생의 독약이기도 하다. 이 한 권의 소설집 안에만도 서로 다른 아홉 빛깔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며, 김나정 평론가는 ‘사랑만큼 오해받는 감정도 없다. 사랑은 갈등과 불안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며, 때론 두 우주를 단숨에 연결시키는 웜홀이고, 존재의 이유나 삶의 가치로 격상된다. 신이 사라 진 자리를 ‘사랑’이 차지한다.’며 추천사를 쓰고 있다.
이 작품집에 다양한 빛깔로 채색된 아홉 편의 현대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과연 몇 겹의 사랑의 빛깔로 채색되어 있는 지를 가려내는 것은 읽는 이 각자의 몫일 것이다.
저자

최승랑

서울에서태어나2016년《작가세계》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검은숲7
좁은방35
계절풍63
하얀겨울95
은재123
스티브151
추억의습관183
블루하트211
거리의봄241
해설-김나정265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사랑의실험실

‘사랑’을쓴다’
사랑은‘하는’것이지‘쓰는’게아니다.행복한사람은시계를보지않고연인은서로의눈을들여다보느냐하염없다.서로의사랑을확인할뿐사랑이무엇인지물을짬이없다
최승랑의소설은‘사랑’을쓴다.그러나사랑에빠진연인들의속삭임,해피엔딩으로끝나는사랑의성취과정을다루진않는다.끝난사랑,끝장직전의사랑을다루며사랑의속성이나의미를파헤친다.소설은과거형이기본인사후(事後)진술이다.사랑이끝났을때야비로소사랑의진면목에대해쓸수있다.사랑‘속’에있을땐사랑이뵈지않는다.최승랑은사랑밖으로나온사랑의모습을그린다.하지만사랑에대해쓰는건만만치않다.사랑은감정인가,상태인가,존재방식인가.
최승랑의소설은사랑을핀셋으로채취해프레파라트에올려놓고,시료로염색하여고배율현미경으로들여다본다.사랑은무엇인가,아니우리가사랑에대해바라는것은무엇인가.

동그란컵자국들이서로겹쳐말라붙어있었다.마치그것은
수학에서배운교집합과합집합을설명하는원들처럼보였다.
나는지훈을둘러싼갖가지이유들을떠올려그것들의교집합을생각했다.
원하나에그가있었고,또다른원하나에남편이있었다.-「하얀겨울」

최승랑은「하얀겨울」에서다양한사랑의양상을펼쳐,사랑의본질과의미를묻고있다.

사랑의고통
사랑이힘든이유는사람마음을좀체알수없어서다.하여사랑하는사람들은상대가어떤생각을하는지를끝없이살핀다.지진계처럼연인의마음이일으키는파장에민감하게반응한다.주어진데이터를분석하여숨겨진진심을읽어내야한다.그러나문제는객관적인독법이존재하지않는다는점이다.사람은자신이가진프레임에따라사랑을해석한다.그런데사람마다‘사랑’에대한정의는제각각이다.누군가에게사랑은자유이며다른사람에게사랑은희생이다.유희이기도하고헌신이기도하다.이런차이로인해사랑은번번이어긋난다.“접촉의친밀감이었을뿐영혼과존재의친밀감은아니”라고한다.사랑은합의되지않는다.사랑은협정도아니며다수결이통하지도않는다.다들사랑을말하지만각자가말하는사랑은천차만별이다.
〈블루하트〉의북콘서트에참석한열명남짓한사람들은,같은공간에서같은책을두고모였지만사뭇다른반응을보인다.
‘사랑’을말하는사람조차자신이원하는걸명확히모른다.그저느낌이고운명이다.서로가서로에게검은우주다.아득하고막막하다.사랑만큼오해받는감정도없고,사랑에대한기대는부풀려져있고,좀처럼채워지기어렵다.최승랑의소설은이런오랜사랑의신화에메스를댄다.사랑에대한검질긴착각은자기애에비롯된건아닐까.우리는상대를보는게아니라거울을보는게아닐까.사랑은거울속에서일렁이는‘이미지’에서움트기도한다.

사랑의습관
배우자가있는사람의사랑은불륜으로분류하고드라마에나오는공식을끌어들여사랑을해석한다.〈스티브〉에서연인의죽음으로끝난사랑을두고사람들은이렇게
논평을가한다.

누구는전여친과그렇게애틋했는데그새다른여자랑결혼할수
있냐고했고,누구는병든여친을오래겪다보니건강한여자랑연애하고
싶었을거라고했다.남자는원래그렇다고.다틀린말일수도있고
다옳은말일수도있다.그런데한가지빠뜨린것이있었다.
연과스티브의사랑에대해선아무도말하지않았다.왜일까.-「스티브」

그들은사랑을관습적으로해석한다.사랑은이런상투적인틀안에서습관적으로소모된다.이를테면남편+젊은여자=불륜,사랑의완성=결혼이라는식으로.

「은재」에서은재는유부남경훈과어울린다.다들그녀를경훈의애인이라고짐작한다.불륜이다.경훈의아내는‘나’에게남편과은재의관계에서번민한다.그러나사람의관계는그런통속적인틀에갇히지않는다.“은재에게경훈은때로는친오빠처럼삼촌처럼의지가되는사람이었다.”그러나통속적인시선,고정관념에붙들린관계규정은두사람사이를불륜으로매도한다.이성애중심의낭만적사랑의신화도오해를불러일으켰다.은재가사랑한사람은동성이었다.사랑은고정관념으로해석되지않는다.이런상투적인관계규정은되레사랑을오염시킨다.

“흑백사진에서도빨간입술은빨간색으로보인다는게신기
하지않아요?”
“그럼정말까만색립스틱을바르고찍으면어떨까요?”
“그래도사람들은빨간색이라고생각할거예요.생각의습관
이죠.”-「추억의습관」

피와살을가진사랑은이런통속적인해석과생각의습관으로,박제와화석으로변하고있는것이다.

시간의파괴력,제도의구속
사랑이영원한거라고믿고싶다.그러나사랑은변한다.시간탓이다.사랑의신화에따르면,둘이눈을마주보고마음을확인하고입을맞추면사랑은봉인된다.해피엔딩으로사랑은결말을맺는다.그러나세속의사랑은고정되지않는다.열기는식는다.결혼제도로묶인사랑도고정되지않는다.결혼으로완성했다고믿었던사랑도자꾸흔들린다.

그냥헤어지자…….
충분히그럴수있다는생각이들었다.그말에는무수한이
별의이유가들어있기때문이다.단지그이유가뭔지모를
뿐.분명사랑으로시작했다고여겼는데아내와나의관계는
왜이런모양으로바뀌었을까.-「거리의봄」

사랑은제약에도전한다.시간의파괴력과제도의구속력을넘어서고자한다.이는진정성,자신의진실을고수하려는의지와결부된다.최승랑의소설은가족윤리안에포섭되지않는사랑을다룬다.〈검은숲〉을비롯해〈은재〉,〈하얀겨울〉,〈추억의습관〉,〈스티브〉,〈계절풍〉은제도밖의사랑을그린다.이런작품들은기존질서가‘사랑’을침범하는양상을비판적으로그린다.사랑이변하는건살아있기때문이다.살아있는것을고정된틀에묶어둘순없다.변화는되레사랑의본질이기도하다.

사랑뒤에남은것들
최승랑의소설은사랑이야기며이별이야기다.인물들은사랑의끝자락에서갈등한다.이사랑이진정한사랑인지를저울질한다.진짜와가짜를구별하려고진짜사랑을구성하는것이무엇인지,사랑의본질에대해따진다.사랑이끝났을때왜이사랑이버그러졌는지따지고올라간다.사랑을되새김하며자기마음을분석한다.하지만사랑이어떻게끝나는지는명확히알수없다.

사랑너머
사랑에대해쓰는건,사랑하고싶어서다.지난사랑을되새겨더좋은사랑을하고싶기때문이다.최승랑의소설은사랑의여러양상을살펴,진정한사랑은무엇인지우리가사랑이라고말하는것들이무엇인지를보여준다.사랑은지나갈순있지만실패할순없다.우리에게뭔가를남기고간다.불탄자리에따뜻한재가소복하다.
〈좁은방〉의화자‘연주’는화재로가족을잃었다.동생은숨졌고어머니는심한화상에고통받으며아버지는가족곁을떠났다.연주에게는‘마지막’얼굴들만남겨졌다.그러나마지막은진짜끝은아니다.연주는사방에서죽은동생의흔적을발견한다.세조의아픈몸을어루만져낫게했다는상원사전설속문수보살은규영을닮았다.울먹이는연주의등을쓰다듬는친구의손길로돌아온다.“네가제일문쪽에누웠는데이쪽으로돌아누워내손을네가슴쪽으로끌어갔어.그래서내가손을빼면네가다시이름을부르며내손을가슴쪽으로끌어갔어,이렇게.”떠난사람들의기억은어딘가에남아있다.열기가가신따뜻한위로의손길로나를다독인다.낭만적연애의신화에서벗어날때사랑은제품을넓힌다.생이탄생과죽음사이의과정이듯,사랑은잠시머물다가는위안일는지모른다.시작도끝도확실하지않지만나와함께있던어떤것들,잠시머물던마음의정거장들.

하늘을가득매운눈송이가옥상바닥의깨어진시멘트조각
위로고요히내려앉았다.담배를꺼내물었다.내몸속을한바탕
휘감고뿜어진담배연기속에하얀눈송이가부유했다.-「은재」

열정이살라먹고지나간자리엔재가남는다.사뿐히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