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간장 달이는 시간 (김인옥 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 (김인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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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7년 〈문학나무〉로 등단했던 교포 문인 김인옥 시인이 첫 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을 실천문학 시인선 47권으로 출간했다. 시인은 1963년 강원도 속초에서 출생하여 1998년 호주로 이민하여 현재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다.
박덕규 평론가가 추천사에서 〈고향과 현지, 옛 시절과 오늘의 시간, 그 시공을 넘나드는 폭이 크고, 솜씨 또한 발랄하다. 나고 자란 곳과 살고 살아갈 곳의 차이를 모국어 쓰임의 형상으로 감각화〉 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태어난 고향 강원도와 현재 살고 있는 시드니에서의 보고 느낀 삶의 일상들을 정제된 시어로 잘 형상화하고 있다. 같은 시드니 이민 시인인 김오 시인의 추천사는 더욱 구체적이다. 〈툭하면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간다는 시인. 그 발걸음이 아나 베이, 팜비치로 나가 ‘설악산 소총 산장 은하수’와 ‘태극 운수의 안개등’을 건져오는 치유의 길이란 걸 나중에야 알았다.〉 고 기술하고 있다. 더하여 〈‘고향을 그리워하기보다는 고향을 끌어다 놓은’ ‘뿌리 내리고 사는 곳이 고향’〉 이라는 주체적 이민 문학관가 조우하게 된다 이 시집의 시적 배경이 호주라는 이국이 주 무대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낯선 지명과 풍경은 그곳에 가본 독자들에게는 낭만적인 추억의 풍경으로 다가오기도, 그곳에 가보지 못한 다른 독자에게는 낯설게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모국어로 시를 쓰는 이민 문학도 우리 한국 문학의 한 부분으로 귀중한 자산이니 독자 제위의 일독을 기대한다.
저자

김인옥

1963년강원도속초에서태어났다.1998년호주시드니로이민했다.2017년〈문학나무〉로등단했다.2020년재외동포문학상수상했다.

목차

제1부

어떤이유가있어/아직끝나지않은/잎관/코로나19의현상학/오늘/팜비치,팜비치/WWW닷컴/관계자외출입금지/고양이똥/시네마천국/당신들은누구십니까

제2부
금희언니/사랑의뮤직차트/역송금하는남자/뿌리/아나베이은하수/수행자,씨클리프브리지/유산/햇간장달이는시간/언덕에서만나다/롱제티에서/선데이마켓

제3부
마지막패/동창회/올챙이/바람속으로이제막/이스트우드북경오리/경계를서다/블랙혹은블루/그대가유채꽃이되려는순간/거처를옮기다/별과사이프러스가있는집/침묵의봄

제4부
고요를읽다/밥은굶어도/해독/창밖으로눈인사/화물열차의짐이되는일/베란다에갇힌나에게/들깨한알의회고/유리창위에찍힌/부러진언덕의회상/러브텐트/화이트크리프에서

해설이승하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호주의하늘아래서그리는고향

해설을쓴이성하평론가는〈이민문학은‘거리’의문학이고‘격차’의문학이다.한국과호주라는수만리되는거리와한국의문화와호주문화의격차를인정하는문학이다.이민자는두나라사이의경계에서있으며,그아슬아슬한공간에서모국어로시를쓰고있기에그시가값어치있는것이다.호주영주권을갖고있건시민권을갖고있건한국을떠나서살고있기에한국인이라고보기는어렵다.경계에서있는자의불안감,온갖갈등,엄청난그리움같은것들이시를쓰는원천이되는것이다.〉정의하고있다.
그럼해설과함께김인옥시인의시속으로들어가보기로하자.

내남자의땀을찾으러가는날입니다
간판이야윈얼굴하고있는
역송금계단올라갑니다
한사내밥때를놓쳤는지
송금영수증구기며뛰어내려오는
2층으로올라가는길이리가파른것은
당신이하는일숨차서일겁니다

스트라해장국집에혼자앉아
순댓국소주한병
길게들이켜던저남자
등뒤로걸친땀방울
뒷주머니에해진목장갑이대롱거리는

언제떨어질지모르는바닥이며벽
타일을조각조각붙여놓고보니
두고온얼굴들이었다지요
골조세우는것만큼이나
간절한추임새였던가요

아득하게짊어진채
모니터를사이에두고
수수료가찌르는꺼뭇한속
마우스꼬리에추락하는숨

저남자를보면
생의등을기웃거리는얼굴
숨찬당신의땀이
끈끈하게스며옵니다
ㅡ「역송금하는남자」전문


이시의주인공인‘저남자’는호주에와서번돈을한국에보내는모양이다.시의각주를보니역송금은은행을거치지않고송금하는방식으로,일명환치기라고한단다.저남자는뒷주머니에해진목장갑이대롱거리는것으로보아,또‘타일’‘골조’같은시어로보아건설노동자다.‘내남자’는화자의남편인것같다.“숨찬당신의땀”이라는표현을보니그또한삶의여정이쉽지않다.호주에서의교민들의삶이라는것이결코수월치않다는것을한눈에알수있게하는시다.

쿠카부라가질러댄다쿠카카카카카웃고있다입으로따발총을쏜다
콩글리시혀짧은모습으로사는동안하루에도몇번씩깔깔거려서수습할길이없다

벙어리처럼살고있다중증환자는아니지만직장에서또직장에서속을긁어대
귀마개를하고다니지만귀머거리로버티는일이쉽지않다

소리가터지기까지새의머리로는웃을수밖에없다
ㅡ「어떤이유가있어」전문

쿠카부라는호주에서흔히볼수있는새로서새소리가사람이누굴크게비난하는것처럼요란하다고한다.즉,쿠카부라는호주인이다.따발총처럼말하면서쿠카카카카카웃는다.화자는“콩글리시혀짧은모습으로사는동안하루에도몇번씩(호주인이)깔깔거려서수습할길이없다”고한다.그래서중증환자는아니지만벙어리처럼살아가게되었다.직장에서는속을긁어대“귀마개를하고다니지만귀머거리로버티는일이쉽지않다”고한다.나의목소리가,즉영어로말하는것이‘터지기’까지호주인인쿠카부라새의머리로는웃을수밖에없다.남의실수를보고웃는통쾌한웃음일수도있지만비웃음일수도있다.이민자들은언어때문에이민초기에수도없이등골에식은땀을흘렸을것이다.

그라피티가희미한석탄공장벽
폐광의흔적은없고
바다한가운데낡은철교
생을나르던밀차는어디에

(……)

힘주고일어설긴긴햇살
남십자성아래면어때이언덕오를때마다
온생을잡고버티는다리
아버지의얼굴
ㅡ「언덕에서만나다」부분

위시의경우,화자는호주의탄광구경을하면서강원도사북탄광의광부였던아버지들을떠올리기도한다.화자는호주의그라피티가희미한옛석탄공장을방문했는데폐광의흔적조차남아있지않다.하지만낡은철교를보고강원도사북에있는탄광에서일한아버지의삶을떠올린다.대한민국탄광의수많은아버지가,이호주의수많은이민자가아래시에묘사된노동을하며먹고살았고식구들을살렸으리라.

손바닥에서
꼬부라지는허리에서
땀으로부풀린콩비린내
못물처럼햇빛들어가는밭고랑이었지
어머니등줄기를타고빠져나간여러해
까맣게익어터져버리는멍울
맑게배어나오는햇간장
검버섯찍어혀밑에머금으며
진열대에나란히앉아있는먼지

돌아나오는긴시간
저백인남자
꼿꼿하게기다리고있는여자의입끝을따라
사투리로어르는솜씨
핵칸장만없다카네
짙고자잘한내력맛보기나했는지
ㅡ「햇간장달이는시간」부분

몸은호주에있지만의식의공간은떠나온고국에가있는경우가많다.토스트에버터를발라먹을지라도입맛이어디로갈까.제대로끓인된장찌개를보면군침이돋지않을리없다.그맛을보려고이스트우드식품점에가서햇간장을찾지만진간장ㆍ양조간장ㆍ조선간장은있는데‘핵칸장’은없다.어머니가꼬부라지는허리로일군콩밭,거기서수확한콩을땀으로부풀린콩의비린내,바로그콩으로만든햇간장이먹고싶어미치는것이다.

시인에게두가지한국에서의추억은잊히지않는모양이다.어렸을때쥐를구워먹던일,가족들이모여고스톱을치던광경,그두시속으로들어가보자.

쥐들이가을햇살을물어나른다
아버지가큰언니토끼장앞에쥐덫두개를친다
날은소슬해지고마침내토끼장옆
엄마가내새끼손가락보다가느다란살코기를연탄화로에굽는다
언니들오기전에얼른먹어
(……)
환갑을바라보는이나이에허리가날씬한것은
쥐보은그때문일것이다단
그시절대한뉴스제1080호
쥐를잡자
ㅡ「올챙이」부분

어머니가쇠고기라고하면서구워먹인고기가아무래도쥐고기같다.토끼도쥐덫에걸려죽은적이있는모양인데,토끼고기인가?“쥐보은”이라는시어로보건대그때쥐고기를먹은덕분에날씬한허리를유지하고있다는이야기가엉뚱하면서도재미있다.60년대에는쥐가정말문제였다.쥐가먹는곡식의양이엄청나쥐잡기운동이전국적으로전개되었다.동사무소에서집집이쥐약을주어쥐잡는날에밥에비벼쥐가다니는길에놓도록했다.쥐꼬리를갖고동사무소에가면하나에얼마씩돈으로쳐주었으니온나라가쥐와의전쟁을했던것인데,시인의어머니는몸약한막내딸에게쥐고기보신을시켰던것이다.

다저녁때,구들장에깔린군용담요

말이나왔으니말인데요
꽉쥐고계시면안되잖아요
뭐가그리억울한지
납작엎어진표정들붉으락푸르락
지상에서사라진나의온생애로파고듭니다

그래요
나는유언없이죽었습니다
선산팔아야하는건이를테면
요양병원의아내를둘러싼간병이라든지
화투장에충혈된제사전야

개평뜯는셋째
시골집빼돌린둘째
송두리째흔들고싹쓸고
수그린채뒷장만문지르는첫째는
독박에피박광박
지금은설사중
ㅡ「마지막패」부분

온가족이명절에모여군용담요를펼쳐놓고화투를치는데(집집마다군용담요가꼭하나씩있었다),3형제의꿍꿍이속이다다르다.생활형편도다다르고성격도판이하게다르다.욕심을지나치게부리다가는큰코다친다는교훈이담겨있는이시의풍경은이제는한국에서도보기어려워졌다.“군용담요에쫙달라붙는마지막패/나가리”라는끝연처리도입가에미소를머금게한다.욕심꾸러기일지라도또형제간이라는끈끈한정이있다.어려울때는도울줄도안다.

하지만호주에서의나날은미소를거두어가곤한다.2019년9월부터호주에서큰산불이나거의1년이나계속되었다.

코알라캥거루떼죽음
흔적떠밀듯바람짙은숲저절로탔는지
까마귀얼씬않는

화단에물주면벌금250불
기운어깨반쯤젖으면
푸른노여움의싹으로살아가야하나

기관지검사를기다리는동안
병원벽에매달린TV를쳐다보는동안
크리켓으로근심걱정날리라는호주총리가
프라이팬같다는생각이드는동안
스콧모리슨은휴가중이다
ㅡ「아직끝나지않은」전반부

호주총리스콧모리슨이산불이한창일때도휴가를간모양이다.참한심하다.호주에서는이때만산불이난것이아니라수시로산불이난다고한다.건조지역이많고건기가길고또숲자체가워낙넓기때문에소방인력이다커버할수없기때문일것이다.호주의산불을다룬또다른시를보면유칼립투스나무의놀라운생명력을다루고있다.“살아돌아온전사처럼/숯덩이자신들만의비법으로/불면을태우고/심장을열어젖히고/겹겹의옷자락에얹혀진혈관/터진사이사이로호흡이낭자하다”(「잎관」)고하면서.동물들은불에타죽고말지만식물들은또다시살아나결국은숲을이룬다.우리도저유칼립투스나무를본받아야할것이다.하지만코로나19바이러스와의싸움은호주에서도그렇게녹록치않다.

또한명사망자가늘었다

시드니날씨는비가오고방금어깨를적신뉴스
죽음이따라붙을까실업이옮겨붙을까
뒷걸음치는이역만리

하릴없이묶여있는식당문
초만원한글메뉴에얹힌영어발음과살아온땀
세어보는밥알수가그토록일품이었다니
시드니날씨는어제도비이럴때이많은하강이라니
ㅡ「오늘」앞부분

호주에서의삶은‘job’이없으면영위하기가어려울터인데바이러스때문에죽음이따라붙을까도걱정되지만“실업이옮겨붙을까‘고민이많이된다.이시는그러니까10여만호주교민들의지금의고민을대변한시로볼수있다.
삶은영어를해야지만영위할수있는데꿈은한글로꾸고,그꿈을한글로옮겨쓰고있으니이런모순이어디있는가.하지만바로이모순이이민자의문학을살찌우고있다.김인옥시인의시는이렇게해서태어났다.경계에서있는자의고민과불안이,갈등과혼란이잉태한것이다.

코로나사태에대한시는여러편더있는데실감나는내용이니따로설명을덧붙이지않아도될듯하다.어부출신,불쌍한황씨의경우를보자.

맹그로브가되기위해
터지고부른발
강목수의만류에도
광산많은서부로철일하러가게됐다며
누런이로웃던쇳물같던황씨
서부끝자락퍼스의파도
주급센물결사이로뿌리를넣다가
뽑혀나간황씨

퍼스지나
동해의어디쯤에서
오징어잡이배그물을감고있는지
대포항폐선에엎드린얼굴
파도소리끌어다
길을내어만나고있는지
빌라우드에꼬부리고앉아든잠
어깨로내려오는미소
깨지말기를
ㅡ「뿌리」부분

황씨는전에동해어디에서오징어잡이배그물을감고있었나보다.호주에와서는서부의광산에서일하다“주급센물결사이로뿌리를넣다가/뽑혀나가”버렸다.실업자가되었다는뜻이리라.아무튼불법체류자수용소인빌라우드에꼬부리고앉아잠들어있다.“대포항폐선에엎드린얼굴/파도소리끌어다/길을내어만나고있는지”란시구가인상적이다.동해에서호주의광산으로,다시호주의불법체류자수용소로간인생유전이안타깝다.이와비슷한인생담이널려있는것이호주교민사회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