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사를 그리다 (박구경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형평사를 그리다 (박구경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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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8년 행정안전부 공모 제1회 전국 공무원문예대전에 詩 「진료소가 있는 풍경」이 당선되어 〈행안부장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박구경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형평사를 그리다』를 《실천문학사》에서 출간했다.
총 4부 51편의 시들 중에서 특히, 1923년 4월 경상남도 진주에서 일어난 백정(白丁)들의 신분 해방 운동인 ‘형평사 운동’을 시로 형상화한 1부가 눈에 띈다. 윤한룡 실천문학 대표는 표4에서 다음의 글을 이 시집의 헌사로 올려놓았다.
‘민중항쟁의 고장, 진주시인 박구경이 「형평사」를 그려냈다. 왜 하필 진주인가? 지금 시인이 살고 있는 진주는 임진왜란 진주대첩, 진주민란, 형평사 운동 등, 한국 민족사에서 보기 드문 민중들의 항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지조의 고장이다. 이런 높고 맑고 향기로운 역사의 얼을 품은 고장에 깃들인 시 정신과 시인의 소명은 남다를 것이다. 그런 소명으로 그려낸 진주 민중의 서사가 바로 이 시집이다. 일독을 권해 마지않는다.’
저자

박구경

1956년경남산청에서태어났다.10·26당시경남일보기자로근무하던중해직되었다.1998년행정안전부공모제1회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詩「진료소가있는풍경」이당선되어〈행안부장관상〉을받으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진료소가있는풍경』,『기차가들어왔으면좋겠다』,『국수를닮은이야기』,『외딴저집은둥글다』등이있다.한국작가회의이사,경남작가회의회장엮임,‘얼토’동인으로활동중이다.〈고산윤선도문학대상〉〈경남작가상〉〈토지문학하동문학상〉을수상했고,〈2019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했다

목차

제1부

형평사·111
형평사·226
형평사·329
형평사·432
형평사·536
형평사·639
형평사·750
형평사·853
형평사·956

제2부

진료소가있는풍경·161
진료소가있는풍경·262
진료소가있는풍경·363
진료소가있는풍경·464
진료소가있는풍경·565
진료소가있는풍경·666
진료소가있는풍경·767
진료소가있는풍경·868
진료소가있는풍경·969
진료소가있는풍경·1071
진료소가있는풍경·1172
진료소가있는풍경·1273

제3부

‘열살막내가보고싶다’77
슬픈생일80
슬픔은슬픔아닌무늬입니다82
신년의시83
우리는꽃이다86
사계88
세은이시집가는날90
어머니젖알91
묘묘의밤93
겨울풍경95
더듬거리며생명만져보기296
구두97
게를바라보았다98
한인물입99

제4부

점심시간103
가마105
영락공원106
첫사랑107
오후108
잘기른수염에한복입은109
춘자의이름에서는111
수국속마이산113
수국의노래114
밤바다115
봄날에116
미조에서117
삼천포에서118
登나무를빌다119
불면120
신발121

해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기교를벗어난역사의식의강

박구경의새시집에「형평사」(衡平社)연작아홉편이실려있다.몇권의시집에서그가보여온작품들에비해다른문제의식을느끼게한다.박구경이이번에는조선시대의최하층신분이었던백정들의평등공평인권운동을우리에게들이민것이다.새시집의제1부에실린「형평사」연작들이그것인데,이시들은소재뿐아니라주제의식도뛰어나다.서정시라기보다서사시라고봐야할제1부의연작시들은그러기에시의예술성보다주제에방점을두고시를창작하지않았나한다.
‘형평사’는한마디로소개돼지등을잡던백정계급의신분해방단체였다.백정들의시원은분명하지않지만그신분이적어도조선왕조시대의노비들보다도더낮아호적에도오르지못하고천대받는최하층계급의백성이었다.근대사회진입기에시민의식차원에서백정해방운동의공식적인시작은1923년4월경남진주에서이루어졌다.형평사기성회의개최이다.이대목을박구경의시에서본다.

“백정들의생활을개선시키지않고한인간으로사는
것이위선이며식민지상황에서조선인들끼리차별하고
탄압하는것은결국일본의식민통치를돕는어리석은
일이다인간은저울처럼평등하다”

이말은진주사람백촌강상호의외침이다

임술년진주민란이나
갑오농민전쟁의계보를이어받은
진주청년지식인들은

새롭게열린자본사회속에서
생업에열중하는선량한백정들을
무심코두고볼수만은없었다

형평사운동의
큰물줄기였던백촌강상호는
나라가망할무렵에
스무살의청년이었다

그는훗날
국채보상운동을주도한이력이있었고
기미년3·1운동에도앞장섰으며

다양한사회운동의경력으로
1년6개월의옥살이를하기도했다

진주사람,
강상호!

가난한마을농부들의
세금을대납하여주었던
진주천석꾼의장자였던사람이었다

백정의자식을두명이나

양자로들여
아이의손을잡고학교에갔더라

백정의자식이라
취학이허락되지않자
그부당함에치를떨게되었더라

이아이들을입학시켜주시오
품안에서호적서류를꺼내보이며
아이들이자신의양자들임을밝혀야했다

명실상부한양반가문의장손이
오래된편견과차별앞에
두눈을부릅뜨게되었더라

백정놈들의단체인형평사사장이되어
스스로백정의길로들어선이가있었으니
그가바로
진주사람,강상호였더라!
-「형평사·6」부분

형평사운동에대체로백정들과백정출신들이참여했지만그단체를운영하는선두에는지식인들이있었다.강상호도그런인물이었다.그러나강상호는사회적위상도잃고경제적으로파산을당해심한곤궁속에서세상을떠났다.냉전의시대,외세에의한분단의재앙을고루겪고1957년에그가생애를마쳤을때,전국축산기업조합이장례를주관하고,9일장으로치러졌다.전국에서50만의조문객이모여왔다.

진주시내에서장지까지이어진
사람들의행렬이

남강오백리물길과도같았더라
-「형평사·6」부분

논개가임진란때왜장게다니무라를안고뛰어든그남강물길처럼이어진장례행렬에시「형평사」의역사의식이있다.

진주는조선철종조민란의발원지고,은둔이아니라초탈이었던남명철학의땅이다.그리고형평사의땅이고지금도형평사운동은계속되고있고형평사기념탑과평등의문이세워져있다

「형평사」를쓴시인의또다른시로「‘열살막내가보고싶다’」가있다.

재판을하지도않았는데
사형장의청소는미리시작되고있었다고

가족이면회를요청했으나이미그들은
형장의이슬로사라진뒤였다고

18시간만인새벽4시!
헌정사초유의일은마감되어있었다

얼마나무서웠을까
얼마나얼마나떨어대었을까
-「‘열살막내가보고싶다’」부분

이작품은1974년4월반유신민청학련시위의배후세력이라고하여이른바인혁당재건파에속한8인의사형에관한시이다.인혁당재건파는순전히수사기관의조작에의한것이고뒷날에모두대법원의무죄판결을받았다.그러나수감중8인은군법회의언도후18시간뒤인새벽4시에사형집행을당했다.

박구경시인도역사현실의혹독함에대한치열성에만갇혀있기는힘들었던모양이다.아래의시를한번보도록하자.

새해새아침
붉은해가떠오르는
그런시는쓰고싶질않다
붉은해대신
그리운사람의얼굴
따뜻한마음이떠오르는시를쓰고싶다
비린내와잔뜩어울린
노동과휴식이함께북적이는
아침과같은시를꿈꾸고싶다
-「신년의시」부분
시인은따뜻한마음으로떠올리는그리운사람의얼굴과비린내잔뜩한노동과휴식이함께북적이는그런시쓰기를꿈꾸고있다.일상에의식하지는않는들숨과날숨의호흡이인간의생명을지탱하고있음을우리는가끔이라도자각해보아야할것이다.

빈나뭇가지사이로외롭고쓸쓸한겨울
추위대신눈내리는풍경속에입김날리며걸어요
사랑할게어디사람뿐이겠어요?
계절도사람에게참으로눈물겹지요?
참으로눈물겨운게어디사람뿐이겠어요?
-「사계」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