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열어 보았다

당신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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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7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진영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당신을 열어 보았다』가 《실천문학 시인선》 5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각 부 15편 총 4부 60편의 신실한 시가 실려 있다. 이 60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의 한 평생의 연륜과 따뜻한 심성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시인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투명하다. 너무 투명하다 보니 시인이 보여주려던 당초의 풍경은 물론 풍경이 감추고자 했던 속내까지 다 보여주고 만다. 시에 사용된 낱말들의 장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낱말들끼리 충돌하면서 사물의 본래면목까지 한눈에 드러난다. 때문에 시인의 시에는 읽어나가는 상상력의 재미와 함께 한참씩 그 깊이를 음미하게 만드는 웅숭깊은 맛이 깊이 배여 있다.
저자

진영대

충남연기군(세종시)에서출생해현재까지살고있다.1997년실천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술병처럼서있다」,「길고양이도집이있다」가있으며,제2회〈삶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모래무덤11
썰물12
매화꽃13
풍장14
올무16
오동나무18
부실공사19
놓지마20
우화등천21
당신을열어보았다22
일몰23
물푸레나무코뚜레24
철거민25
수구초심26
동안거27

제2부
억새꽃31
목발32
소나기33
목련꽃차34
지렁이가우는밤35
아버지36
금가락지37
꼬리38
누수39
다문화가족40
상아41
넝쿨,탯줄42
오작동43
결투44
울음동냥45

제3부
배경49
꽃잎마스크50
십자가51
눈내린후52
층간소음53
알54
길55
소꿉놀이터56
세사는동안57
이산저산꽃피었다58
세근59
꽃이피는중이었다60
일출,호미곶상생의손61
집62
낮달63

제4부
붓꽃67
이주민마을68
싸리꽃69
주먹실타래70
운지법71
공갈젖꼭지72
점빼고온날73
검은콩,흰콩74
봄75
별망태기76
말77
누군가다녀갔다78
앉은자리79
까치밥80
장승81

해설이은봉85
시인의말107

출판사 서평

삶의연륜이묻어나는진영대시인의시집『당신을열어보았다』는1부에실려있는시「당신을열어보았다」의제목이기도하다.여기서당신은시인의어머니이며,열어보았다는것은이장을하기위해봉분을열고관(이미녹아없어졌지만)을열어보았음을말한다.




특별히추릴만한뼛조각하나남은게없었다고이누웠던자리,모락모락김이올라왔다

뼛조각몇개주섬주섬짝을맞춰뒷간이라도다니러가신듯,신발끄는소리가금방들릴것같았다

거뭇거뭇한흙을정성껏긁어모아문종이를펴고한줌씩올려놓았다생전의모습대로머리부터발끝까지고르게펼
쳐놓고봐도어머니를닮지않았다

어딘가마실이라도가셨다가황급히돌아와다시,고이누우실것같았다
-「당신을열어보았다」

2부의「금가락지」도같은시인데,시인은어머니를열어보고선‘살아소원이었던이사를죽어서하신어머니’라고담담하게그리고있다.슬픔보다는소원을들어드리는효도하는아들로읽혀진다.무덤속의금가락지까지푸른녹을면장갑으로쓱쓱닦아내툭툭털고가져간다.어머니의보물을훔쳐가는불효자가아니라어머니가내어주는선물로보이는이유다.



막냇동생은열살에죽었다
아버지가업고가서강기슭에묻어놓고
고운모래를
무덤위에골고루얹어주었다

민물조개들이
제몸을끌고지나온자국,
강물속까지길게이어져있었다

모래를한삽떠서
시퍼런강물에흘려보내면
죽은조개껍질이빈배처럼떠내려갔다

아버지와함께
삽을끌고집으로가는길
도마뱀이꼬리를끌고다닌
흔적이길게이어져있었다
-「모래무덤」전문

이시는열살에죽은막냇동생의장례식의장면이다.어머니의이장하는시와는완전히다른시의형상화다.마치밀레의‘저녁종’이란그림을보듯한폭의그림이눈앞에선연한이미지로떠오른다.슬프다는낱말하나사용하고있지않지만,관도없이아버지가업고가서강기슭에만든모래무덤,민물조개들이제몸을끌고지나간자국,죽은조개껍질이떠내려가는시퍼런강물,아버지와함께삽을끌고가는어스름귀갓길의풍경이한폭의그림으로이미지화되는이시가그얼마나쓸쓸하고슬퍼보이는가?

진영대시인이기족사의애환만노래한것이아니다.짓밟힌민중의고통을읊은「철거민」같은시는짧은시이지만단연압권이다.삽날에찍혀모가지가날아간먹구렁이가어떻게든살아보려고발버둥치는모습은거대한폭력앞에짓밟혀갔던용산철거민들의영상을떠오르게하지않는가?


삽질소리
계속들린다

돌을찍고부러진삽날
어딘가에박힌다

나무밑에숨어살던먹구렁이
삽날에찍혀
모가지,내모가지!

어떻게든살아보겠다고

제몸뚱어리를
제꼬리로칭칭감는다
-「철거민」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