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령 황태집에서 (강태근 시집 | POD)

진부령 황태집에서 (강태근 시집 | P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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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평생을 교수와 소설가로 살아오다 2019년 《세종시 마루》 제3집에 신작시 9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도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강태근 시인의 첫 시집 『진부령 황태집에서』가 《실천문학 시인선》 53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제목이자 1부의 한 시편인「진부령 황태집에서」에 대해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에서 ‘황태덕장에 걸린 명태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사랑을 노래하는 그의 시적 발견이 무척 놀랍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사랑이라는 것을 이 시집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그의 문학적 인생은 기쁨으로 더욱 충만해질 것이다.’라고 상찬하고 있다. 평생을 소설가로 살아온 시인답게 이 시집에는 서정을 넘어 소설적 서사를 내포한 총 4부 55편의 종심을 넘긴 연륜이 아니면 오를 수 없는 인생에 대한 달관과 관조의 시들 외에 해직 교수로 20여년 투쟁하고 기다리며 만난(萬難)의 세월을 견뎌온 정의의 투사답게 사회 제반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일갈하는 시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저자

강태근

충청남도논산에서태어나경희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75년국방부주최광복30주년기념현상소설모집에「고향」이당선되어소설가로,2019년《세종시마루》제3집에신작시9편을발표하며시인으로도작품활동을시작했다.중단편집『신을기르는도시』,『네말더듬이말더듬기』,중편소설집『숨은꽃들의귀환-2020』,장편소설『잃은사람들의만찬-2012』,『이제일어나서가자(1,2권)』등이있다.제1회대한민국학생예술문화상,대전문화발전공로상,금남문학상등을수상했고,고려대학교인문대학교수,대전문학관관장등을역임했다

목차

제1부
바람부는날11
단청12
낙수2제13
진부령황태집에서16
적막한한낮18
자탄19
프로메테우스의베틀20
첫사랑21
이승에서의하룻밤22
가을은비에젖고24밥25
길에서26
실종27
꿈속의꿈29
이제이런사랑을30

제2부
조춘33섬34
이중섭35
동심36
꽃도지고마음도지고37
새해아침에38
그렇고그런날들41
역마살42
박꽃43
호박꽃44
복사꽃45
민들레46
다짐47
본능의경제학원론48
수담49

제3부
정류장에서57
귀로에서58
만세선인장59
낙엽을태우며60역61집63
하니를묻고66
꽃이지는것은67
다산초당에서68
불립문자69
귀천70
무애원송71
황혼을서랍에넣으며73

제4부
그래도할말은해야지83
다시봄은왔다고86
젊음에게87
기다림89
운명90
할미꽃91
결별92
아픔도가꾸면반짝인다93
갈대95
공룡에게97
아가야,어서오너라101
잔인한봄104

저자산문111
시인의말136

출판사 서평

강태근시인은행복한시인이다.오랫동안소설가와교수로서살아온시인이종심을훌쩍넘긴연륜에첫시집을출간하게됐는데,무려쟁쟁한세분의시인이추천사를보내준것이다.그한분은현재에도식지않는독자들의큰인기를얻고있는나태주시인이며,또한분은대학동문이자한국시단의유명인사인정호승시인이다.그리고나머지다른한분은고교후배이며후임으로현대전문학관장인이은봉시인이다.
나태주시인은‘나는평생서정형식만을고집한사람인데,강태근교수님은놀랍게도서정과서사를넘나들며특별한시를쓰고계셨다.서사에대해서능력을갖춘분이라평소가끔읽었던시가매우특별했고힘이있었다.’고시인을평하고있으며,정호승시인은‘강태근은경희대국문과에문예장학생으로나와함께입학해오랜세월동안문학적우정을나누어온벗이다.나는시속에소설적서사가있다고늘생각해왔는데,그는소설속에시적영혼이깃들어있다고늘생각해온게분명하다.그렇지않고서야소설가인그가종심(從心)을넘은나이에어찌시를쓸수있으랴.’고평하고있는데이두시인의강태근시인의이번시집에대한공통평은소설적서사가깃들어있다는것이다.아마도소설가시인의특징이아닌가한다.
이어정호승시인의다음평을들어보자.
‘그의시에는전통적서정과감동의눈물이촉촉하다.그눈물이고통스러운삶을살아가는우리를깊게위무해준다.황태덕장에걸린명태에서십자가에매달린예수의사랑을노래하는그의시적발견이무척놀랍다.인생의가장소중한가치가사랑이라는것을이시집을통해구현함으로써그의문학적인생은기쁨으로더욱충만해질것이다.’
여기서‘황태장에걸려있는명태에서가려십자가에매달린예수의사랑을노래하는그의시적발견’이라는것은이시집의제목이기도한‘진부령황태집에서’란시를가르키는것이다.

마음은춥고
기다리는사랑은배달되지않은날
진눈깨비나맞으며
진부령황태집으로가라

어둠이짙어가는진부령황태집창가에앉아
대책없이쏟아지는눈발을바라보며
황태탕에소주한병시켜놓고
마지막열차를기다리듯
남은사랑을기다려라

창밖의눈발은싸락눈으로변해
싸락싸락내리고
지상은주님의은총으로
마음따뜻해지고좀넉넉해졌을때
황태에게물어보아라
생은왜이렇게추운날이많으냐고

황태는대답할것이다
예수처럼죄없이덕장에매달려있다가
질긴인연으로너의밥이된황태는
염화시중의미소를지으며대답할것이다

씨잘데없는노가리까지말고
어서뜨거운국물이나마셔라
이는너를위하여흘린내피니라
어서살점이나뜯어먹고기운차려라
이는너를위하여내어주는내몸이니라

그렇다이제는너도남은사랑을위해
아주진부령황태가되어야한다
-「진부령황태집에서」전문

이은봉시인의추천사에서도「진부령황태집에서」를언급하고있다.“강태근교수는남다른정의감때문에만난(萬難)의세월을견뎌온소설가이자시인이다.수많은고통을감내해왔지만그의시는다정하고다감한마음을바탕으로하고있어밝고화사한위로와위안을준다.새삼스러운얘기지만‘망부석이된/기다림을주’(「기다림」)으며살아온것이그이다.‘마음은춥고/기다리는사랑은배달되지않’(「진부령황태집에서」)는삶을살아온것이그이다.그래서일까.이시집의시를읽다보면무구하고순수한마음에서우러나오는해맑은아우라가독자들의가슴을치거니와,아마도이는나날의삶과세계에대한그의낙관적전망에서비롯되지않는가싶다.”여기서언급한‘마음은춥고/기다리는사랑은배달되지않은날’이란만난한세월을견뎌온것을이른다.강태근시인은해직교수로20년간투쟁해서결국복직을이뤄낸만난한삶의당사자였다.그20여년은투쟁의시간이자기다림의시간이었을것이다.

오늘도나는망부석이된
기다림을주워왔습니다

부처님,예수님,언제오시나요언제당신들의참모습을
뵐수있나요언제까지당신들을기다리다가망부석이되어
야하나요

부처님이말씀하신다기다림이없는삶은삶이아니다

예수님이말씀하신다내가너희앞에나타나면나는이미
너희가기다리는부처도예수도아니다나는다만보이지
않는구원의손으로가련한기다림들의다비식을올려줄뿐
이다

부처님,예수님,오시기는오시나요

오늘도나는기다림이된
망부석을주워왔습니다
-「기다림」전문

추천사와별개로이시집에서는종심을넘긴연륜이아니면오를수없는인생에대한달관의경지랄까관조랄까아니면황혼의쓸쓸함이랄까그런시들이눈에많이띈다.저자산문의글을빌린다면‘시나브로저물어가는피안의언덕을바라보며묵상하는중얼거림이다.어떻게생각하면삶은,특별한삶이아니면,거의가지루한반나절로채워지는것인지모른다.새는죽을때가되면울음이구슬프고,사람은그말이선해진다는말이있듯이,한생을살며구겨지고더럽혀진말들을빨아서정리하는심경.아직다저물지않은남은생을아름답게채색하고싶은욕망의탈색,적확한표현인지모르나심경의저변은그렇다.’고표현하는시편들이다.

이승에서다시는
허망한집짓지말자고
혀깨물었는데
어느새내가슴속
둥지튼당신
바람부는날
오늘도불면의밤이네

-「바람부는날」전문

이제떠나자
천년사랑을수놓을오색실과
주린그리움을채울주발만달랑챙겨
훠이훠이떠나자

길을가다가
학이외다리로서서영원을향하고있는먼마을
애증을내려놓고
사랑과용서와배려의띠풀로초막을짓자

낮에는텃밭에청빈의푸른푸성귀를심고
밤이면그대고향의갯벌처럼
별이내려와장이서는마당에서
사랑의수를놓는그대
무릎에누워
하늘님과영원을흥정하자

생은낯선여인숙에서의하룻밤같은것이라지만
토막잠이면어떠랴
-「이승에서의하룻밤」전문

살아온날들을탈곡하니
쭉정이가더많다

멀고먼여정끝에회귀한
연어한마리

석양에누워
파도에할퀸상처쓰다듬고있네

샛별기다릴수있어
행복한저녁
-「그렇고그런날들」전문

모진세월지나고
철들어
다버린줄알았더니
다시쌓이는욕심

안락의자에
오래앉아있을일아니네

해더저물기전에
버릴건빨리버려야지
-「다짐」전문

한때찬란했던꽃이여,사랑이여
이제지난계절은잊기로한다

여기,천둥과먹구름속에
생이더단단해져
완숙한사랑의지문으로누워있는
낙엽들을보아라

온산야에누운홍엽은
떨어져추하게시드는
봄꽃보다오히려아름답지않은가

흘린사랑의음표를줍듯
낙엽을쓸어모아불을지핀다
소천하는아름다운넋에향을사른다
-「낙엽을태우며」전문

그렇지이제그런허망한인연일랑
더는만들지말아야지
떠나보내지말아야할인연이나잘간수해야지

이세상어느것도영원히내것이될수없고
잠시빌렸다가돌려주고가는것
이제비우고내려놓아야지
어떤이념이나흑백논리에도더는휘둘리지말아야지

(…중략…)

인간은자신들이죽는다는것을아는
유일한동물,다른동물들은
모든인간은반드시죽는다는진술을
이해하지못하지
죽는순간에만그사실을깨닫지

깨어있는사람이라면
자신만은예외일거라는착각속에
갑자기죽음을당하여발버둥치며끌려가는
추한뒷모습은보이지말아야지

날이저물기전에이쁜마침표하나찍고
아름다운뒷모습을보이면서
홀로제그림자를끌고피안의언덕을넘어갈
마음의준비를해두어야하지
-「황혼을서랍에넣으며」부분

날이저물기전에이쁜마침표하나찍고아름다운뒷모습을보이면서홀로제그림자를끌고피안의언덕을넘어갈마음의준비를다짐한다는시인의피는아직뜨거워사회제반에서발생하는여러문제들에대해서관조하지못하는모양이다.어쩌면그것은해직교수로20여년투쟁하고기다리며만난(萬難)의세월을견뎌온정의의투사답게누구든불의에대해나의일이아니라고방임하면그방임의책임은결국나에게귀결됨을일갈하는시와근래가장요란한(?)사회문제이슈인‘미투’를소재로한시가그것이다.

나치는처음에
공산주의자를숙청했다
나는공산주의자가아니기에침묵했다

그다음에유대인을숙청했다
나는유대인이아니기에침묵했다

그다음엔노동조합원을숙청했다
나는노동조합원이아니기에침묵했다

그다음엔가톨릭교도를숙청했다
나는개신교도였기에침묵했다

마지막에그들이내게로다가왔을때
나를위해말해줄이가
아무도남아있지않았다
-「그래도할말은해야지」부분

보리밭에서,밀밭에서,물레방앗간에서
안돼요,안돼요…버티다가
돼요,돼요,돼애욧,허물어졌어도
아니면보쌈당했어도
정들어새끼낳고잘살아
뭣이찢어지게가난한살림
번듯한집구석만들었는데
저산에들꽃들도눈맞아
즈들끼리저렇게잘도붉는데

(중략)

억울한나비들은
이유여하불문곡직성추행성폭행으로몰리면
지위고하나이고하공소시효상관없이
소급적용되어졸도아니면사망인데
참회와용서의백신언제나올지모르는데
눈뒤집혀환장한놈아니고서야
어디마음에드는꽃한테
윙크한번제대로할수있겠느냐고
삼삼오오쑥덕공론이고

(중략)

귀하신꽃과나비들은몰래몰래
눈치껏별식샛밥도잘도챙겨먹는데
그래,느그들은밥만처묵고살것드나
-「잔인한봄」부분

《실천문학시인선》은해설보다저자산문을선호하는데강태근시인은「비틀거리는한국서정시의정체성을묻는다」는저자산문에서한국서정시에대해자신의시론을밝히면서도,우연인지필연인지추천사를쓴나태주정호승시인의시를매우긍정적으로평가하고있다.
‘서정시가새로워지는것은바람직하다.서정의낡은틀을부수고바람직한탈서정의활로를모색하는것은극히자연스러운일이다.그러나자폭에가까운질주의파격은자칫궤도이탈의위험성을배제하기어렵다.과거십여년전어느한시기괴팍한비유,강퍅한이분법적화법의시가유행처럼번져한국시를기형으로만들었던일을되돌아볼필요가있다.다행히요즘에는그런광란의질주를멈추고,매우일상적이면서도삶의면면을탐색하면서시의본래성에안착하는시들이많이나와미래의한국시가건강하게새로워지리라는기대를갖게한다.그런의미에서평자에따라다를수는있으나,나태주와정호승의서정시를정면교사로삼을필요가있다.그들의시가어떻게현대시에서멀어진대중에게가깝게다가갈수있는가는굳이사족을붙이지않아도될것같다.정신적인기품을높이면서대중에게사랑받는새로운서정시를모색하는길을떠나면서‘정서(서정)’를동반하지않는것은,‘줄있는거문고도뜯을줄모르는사람이줄없는거문고를뜯으려는망상’이아닌지자문하고싶다.’는시론을소개하며출판사서평을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