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날다

한글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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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58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199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쇠똥끼리 모여 세상 따뜻하게 하는구나』와 『절정은 모두 하트 모양이다』란 두 권이 시집을 출간했던 박종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한글 날다』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 대해 이동순 평론가는 ‘주체의식과 애민 정신이 특별했던 세종대왕이 창제한 우리 한글의 구성 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초성, 중성, 종성과 순경음(脣輕音)의 어울림과 우주와 대자연, 혹은 인간의 삶 그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데, 박종현의 시집 『한글 날다』에는 민족 언어의 구성 원리와 그 체계에 대한 깊은 사색과 철학성이 감동으로 담겨져 있다. 시인의 길고 깊은 관찰과 응시는 성찰로 이어지고, 그 성찰은 시적 통찰로 발전되었다. 박종현의 시작품과 그 효과가 보여주는 기대감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문화적 확장의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한글의 상형 원리를 시작품으로 빚어낸 시도는 아마 박종현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시도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는 크고 빛난다. 민족문화와 그 원리에 주목한 경험이 없이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박종현 시인은 우리가 소홀하게 지나친 부분에 대해 진작 주목하고 특별한 애착을 가지며 한글의 창제원리와 그에 깃든 상형성의 내부를 시적 이해방식으로 분석하였다. 그 경험을 성실하게 정리한 것이 시집 『한글 날다』이다. 이 시집이 지닌 아름다움과 그 비의성(秘義性)에 대해 토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모국어의 원리와 신비스러운 상형 원리에 대해 시적 통찰로 풀어낸 박종현 시인의 노고를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며 상찬하고 있다.
저자

박종현

1958년경남창녕에서태어나1990년〈부산일보〉신춘문예와1992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쇠똥끼리모여세상따뜻하게하는구나』,『절정은모두하트모양이다』,명상힐링산문집으로『나를버린나를찾아떠난여행1,2』가있다.제2회박재삼사천문학상을수상했고,경상국립대청담사상연구소연구원·경남문인협회부회장·마루문학주간등을역임했으며,현재멀구슬문학회대표로활동중이다

목차

제1부
한글피다-꼭지만남은옛이응11
한글피다-사막의꽃12
한글피다-한글의관자놀이엔관자가산다13
한글피다-ㅡ자네개가새겨진새끼손가락15
한글피다-세발가락나무늘보17
한글피다-중년사랑19
한글피다-콩잎장아찌석장20
한글피다-ㅍㅍㅍ으로걷는게걸음22
한글피다-나이테23
한글피다-입술가벼운소리(ㅸ)발성법24
한글피다-집게벌레가피운꽃26
한글피다-ㄹ자뱀춤27
한글피다-과28
한글피다-ㄲ두꺼운그믐밤30
한글피다-ㅇ자드럼세탁기32

제2부
한글헐다-속이헌ㅇ37
한글헐다-나의바람기39
한글헐다-바닥을치면바다가된다41
한글헐다-꽤액꽤액롱패딩42
한글헐다-빗소리44
한글헐다-ㅡ자경면45
한글헐다-춘분46
한글헐다-ㅅ자부메랑47
한글헐다-까맣다49
한글헐다-오렌지와인에는오렌지향이없다51
한글헐다-저승새53
한글헐다-ㄱ자로휜달구소리55
한글헐다-주먹밥56
한글헐다-괄호를풀면길이된다58
한글헐다-방가지똥59


제3부
한글날다-은행잎투사63
한글날다-솟대새64
한글헐다-붉은예서체66
한글날다-대추나무시집보내기68
한글날다-ㅇ을지우면우주가탄생한다69
한글날다-집의원형70
한글날다-ㅊ자모기화석71
한글날다-감또개입술에새긴유서72
한글날다-우리73
한글날다-시계를이계라고하는손자74
한글날다-바다76
한글날다-귀얄귀얄78
한글날다-자벌레80
한글날다-거룩한모음81
한글날다-쇠똥구리82

제4부
소등-이순의첫날85
황금빛통증86
그사이88
리모델링89
음소거-백수91
아르갈92
꽃으로핀지네94
유기견96
육탈-바지락98
O형이래100
경외103
봉명을듣다105
가을의소통법106
가축의변천사108
파란,절정에이르다110

해설113
시인의말123

출판사 서평

한글의상형원리와시적통찰
-박종현시집『한글날다』에깃들인시인의뜻

이시집의첫작품은늙은어머니가목욕을하실때등을밀어드리며보게된어머니의유두(乳頭)를다룬다.시인은그것을「꼭지만남은옛이응」으로표현한다.그몸에서태어나그몸의젖을빨며자랐다.자식들에게모든것을내어주고어머니는이제빈껍질만남았다.혼자일어설수도없는상태로병약하시다.그어머니의목욕을도우며보게된어머니의까맣게시든젖꼭지를보며아들의심정은어떠할것인지가슴이멘다.

오랜만에어머니등을밀어드렸다
욕조귀퉁이낮고둥글게쪼그려앉으신어머니
때수건한테물려줄한겹때마저
남아있지않는야윈몸
연신개운타개운타외치신다
(중략)
욕실문나서는아흔의어머니
두손가득ㅇ은사라지고꼭지만남은옛이응
그거룩한열매를받들고나오신다
-「꼭지만남은옛이응」부분

시「사막의꽃」에서는모래벌판을평생터벅터벅걸어온낙타의발바닥이마치신발처럼딱딱한상태로굳어버린경과를다룬다.이대목에서도자식들을위해평생을바친부모이미지가오버랩된다.모음ㅣ를소재로삼은작품인「한글의관자놀이엔관자가산다」에서는모음을관자놀이의관자에비유한다.그관자는평등,연결,안배의심오한원리를지니고있다.모음ㅣ가들어가서비로소여러자음들을이어주고나누며힘의균형을고르게유지시켜주는것이다.자음ㄱ을다루면서시인은「세발가락나무늘보」라는희귀한야생동물의생태를떠올린다.그나무늘보가나뭇가지를움켜쥐고몸을굴리는것이ㄱ을움켜쥔채지구를돌리는것이라고말한다.시「콩잎장아찌석장」도가슴을울리는효과로다가온다.한글은읽는것보다듣는것이더욱감동으로다가온다는대목이인상적이다.

이듬해여름인데도
콩잎장아찌반찬이전부다
차곡차곡포개진노란잎이미갈색으로변해있다
된장속에묻어놓은,여럿이함께묻혀야만
맛이깊어진다시던당숙모
자모가겹친한글처럼월남치마접힌자락
들러붙은콩잎하나를떼어내어
밥한숟갈에콩잎앞뒤를혀로핥고
두숟갈에반을찢어입에넣고
세숟갈에나머지반을먹는다
(중략)
군대간막내손자가보내준생일축하카드를꺼내놓고
나에게읽어달라고하신다
한글은읽는것보다듣는것이더감동이다
당숙모눈가맺힌땀을엄지로슬쩍훔치신다
-시「콩잎장아찌석장」부분

시「ㅍㅍㅍ으로걷는게걸음」에서는자음ㅍ의상형원리를다루고있다.시「나이테」에서는자음ㅇ의상형원리를그리고있는데시인은나무의둥근나이테를동그라미에비유하며‘시간의육필’이라고명명한다.시「입술가벼운소리(ㅸ)발성법」은지금은쓰지않는순경음(脣輕音)을다루고있는데거짓말을쉽게저지르는인간의엷은입술과연결해서풍자한다.시「집게벌레가피운꽃」은집게벌레가어둠속에서알을굴려어린것들을모두부화시키지만먹이가부족한아기들에게자신의온몸을통째로내어주는숭고한과정을그려낸다.이모든것은인간의삶과풍속도에대한시인의시적통찰이라하겠다.한글자음ㄹ을다루면서시인은머리를곧추처든코브라의춤으로비유한다.공동격조사‘과’를다룬시「과」에서는꽃과잎이영원히서로만나지못하는불행한운명을그리면서여름과겨울이라는두계절의원리와연결해서비유한다.

나무도
한평생한글을익히며산다
세상에서가장완벽한글자
시간을쌓아육필로쓴,


-「나이테」전문


시「빗소리」는비와비사이의체온으로통찰하고있는데이것은한글의사잇소리에대한상형을그려낸것이다.시「ㅡ자경면黥面」은본래의얼굴을뭉개어버리고완전히새로운얼굴로탈바꿈시키는현대판성형수술의만연현상에대한신랄한풍자이다.인간본연의모습이아니라인기대중연예인인아이유나티아라의얼굴로바꿔달라는우매한속중(俗衆)들에대한비판의식이담겨져있다.시「춘분」도흥미롭다.우연히마주친장의버스의창문,그창문에서마주친어느여인이차단막을내려버린네모난차창을자음ㅁ에비유한다.

파란불로바뀐횡단보도앞에
영구차하나정지해있다
버스가신호를잘지키는건지금말고또있을까,
죽음보다느린속도로길을건너는것도
망자에대한예의다
평소급하게횡단보도를건너던사람들
파란불앞에서도느긋하다
깜박이는신호등이걸음을재촉하는데도서두를생각이없다
우리가닿을곳은어딜까,
차창밖을내다보는유족들의어두운표정이
안전유리에부딪치는아침햇살을외면하고있다
며느리인듯한중년여인맹숭맹숭한표정이
나와잠깐눈이마주치자재빨리차창블라인드를내린다
창하나가ㅁ이된장의버스가떠난뒤에도
사람들은한동안횡단보도앞에서있다
올봄들어가장따뜻한날이다
-「춘분」전문

시「집의원형」도재미있다.우리나라남부와중부북부는집의형태가달라지는데,더운지방인남부는ㅡ자(字)형이주이지만추운지방인북부로갈수록ㄱㄴㄷㅁ자(字)형으로변하는데시인은그것을우리한글로잘형상화하고있다.더하여그집위의밤마다반짝이는저우주의바탕도모두ㅇ이라고호언장담하고있다.천지인이하나로귀결되고있는것이다.

집의원형은한글이다
서정으로쌓은초가집안채도
하늘에서내려다보면ㅁ자이고
가족수나살림살이에따라
ㄱㄴㄷㅁ자로집의유형이달라진다
ㄱㄴㄷㅁ자인집채어깨와등줄기는
기둥이나대들보인ㅣ,ㅡ와어울려
가정의원형인ㅇ이된다
집과건물
그뼈대와지붕은모두한글이다
밤마다반짝이는저우주의바탕도
모두ㅇ이다
-「집의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