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질문

길 위에서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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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94 《경남신문》 신춘문예와 2000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제1초소 새들 날아가다』와 『오목눈 숲새 이야기』와 『토네이도 딸기』란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던 조연향 중진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길 위에서의 질문』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길 위에서의 질문』은 이전 시집의 시적 경향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관점과 시도가 눈에 띄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삶의 연륜에서 우려나는 묵직한 사유에 기반을 두고 자연과 삶의 이면에 깃든 이치와 신비를 찾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62편의 매우 인상적인 시들로 채워져 있다. 시인은 첫 시집 이후 주로 자연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삶의 길과 이치를 탐색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 시집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되어 자연이 지닌 비의와 삶이 지닌 신비한 모습에 더욱 육박해 들어가는 보다 날카로운 시의식이 드러나고 있다. 상투적이고 상식적인 경향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시인의 시 세계는 때로는 주술적이고 신화적인가 하면, 때로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면모를 띠기도 한다. 또한 어떤 때는 고고학적인 색채를 띠기도 하고 연금술적인 상상력을 보이기도 하면서 종횡무진 환상과 이미지 사이를 횡단하기도 한다.
시집 제목 『길 위에서의 질문』처럼 삶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철학적이며 종교적(특히 불교적)인 질문을 잔잔하게 던져주는 시집이다.
저자

조연향

경북영천에서출생하여1994《경남신문》신춘문예와2000년《시와시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경희대국문학박사과정을졸업했으며,경희대후마니타스강사,경원대학교글쓰기강사,육군사관학교문예창작지도교수를역임했다.시집으로『제1초소새들날아가다』,『오목눈숲새이야기』,『토네이도딸기』가,연구서에『백석김소월민속성연구』가있다

목차

제1부
봄은꽃들의구치소이다11
그늘한자락의앵두12
어쩌다달빛13
여우비서설14
잠긴길들을뒤돌아세울때15
달의허파16
까마귀들의산책18
낙타몰이꾼과시인낙타19
일식의경계21
대기는구름이바탕23
사소한황금잎25
소나기를따라갔다27
산책의끝29
토가족여행법30
서울낙타32

제2부

초원의빛135
빈대의일기36
자작나무의질문37
홀연히피었다38
사소한질문과쓸쓸한대답들39
내부순환도로41
인공섬혼례식42
나비시인44
산더덕냄새46
호수라는이름의암캐47
석류꽃49
밤하늘은그믐51
바이칼호의알혼섬에서52
세르게54
타클라마칸의추억56

제3부

반달터널59
국경을지나며60
초원의빛261
기도가없는날62
목동64
사랑의내력65
사과나무온천66
손을잡는다는것68
온천풍경-사랑70
염소와나72
꽃의무기-우루무치역에서74
시퍼런가시76
연신내78
어쩌나79
황지80
수몰댐에바치는꽃술81

제4부

제4부
노을이내릴때까지-해국85
첫길86
자작나무스님88
이런꽃색아래90
적멸속으로91
목장92
서로의신을부를때93
슬픔이라는완장95
어느꽃제비고백론96
북서울꿈의숲98
봄의신100
이구아나101
애플은먹는것,공은차는것103
바비인형105
가을은등짝이없다106
밝은얼굴107

해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자연의비의,혹은생의신비
-조연향,『길위에서의질문』의시세계

1.이면의신비,혹은주술적상상력

이번시집에서주목되는점은샤머니즘적이라고할수있을듯한주술적이고마법적인상상력이라고할수있는데,시인은자연이라든가사물,혹은인생의이면,혹은그늘에깃들어있는어떤신령스러운기운이라든가불가사의한이치,혹은운명과같은점성술의대상이라할수있을듯한영역으로육박해들어간다.그러니까시인에게나타나는자연물이나자연현상,혹은삶의어떤국면들은있는그대로의모습이아니라어떤숨겨진배경과맥락을지닌신비로운것으로다가오는것이다.이러한시작(詩作)의과정에서시인은결과적으로영매(靈媒)라든가샤먼과유사한모습을지니게된다.

백양나무사이보일듯한당신들무사하다는전갈은아직도착하지않았습니다
어떤슬픈예언이나더아파야한다는점성술사같은저달무리의예고,누구는보았고누구는듣지못했습니다그대를향한사랑이나희망도기진한잡담일뿐,
반달속에남아있는반달을믿으며오늘저녁도공복의사막에서잠시눈을붙입니다
-「서울낙타」,전문

위의시가그런식이다.시적화자의관심사는“백양나무사이보일듯한당신들”의안부인데,그것을알지못하기에하늘의달무리를보면서길흉을짐작한다.“어떤슬픈예언이나더아파야한다는점성술사같은저달무리의예고”라는구절이이러한사정을암시하고있는데,달무리를보면서예언이나점술을연상하는시적화자의사고방식은근대이전의주술적사고를닮아있는것이다.

흔들리는바람을보았다
나뭇잎들이팔랑이는바람물결
사각사각공기를뒤집는소리의낙처落處는어디인가
여기없는당신가슴의빈곳인가
어떻게하면들리지않는저소리를연서처럼받아적을수있나
같이숨을섞어일체가될수는없나
희고눈부신나무껍질은
쉽게부서질사랑에마음주지않는다
그속에는수많은두근거림켜켜이긴잠을자거나
꿈꾸고있을것같다
(중략)
-「자작나무의질문」,부분

위의시를보면“흔들리는바람”이모든사태의진앙점역할을한다.바람이불자,나뭇잎이팔랑이고,그러면바람의물결이인다.그바람의물결속에는서걱이는나뭇잎의소리가담겨있는데,그소리는어딘가에가닿을것이다.그것은시적화자의상상력속에서“여기없는당신”의빈가슴을연상시키게되고당신의빈가슴에닿는그소리는연서로해석되어“같이숨을섞어일체가될수”있는동화와공감의지극한경지라는꿈을초래하게된다.이러한자연스러운상상의전개는결국나무의꿈,혹은나무의내면으로침투하게되는데,그결과나무의내면에는“수많은두근거림켜켜이긴잠을자거나/꿈꾸고있을것같다”는시적인식에도달하게된다.그러니까나무의내면에는외부적대상과의절대적동화와일치라는꿈이내재되어있다는것인데,시적화자가나무를보면서이러한생각을펼치게된연유는나무가그냥단순한외부사물이아니라어떤비의와신비를간직한유정물로파악되었기때문이다.

2.자연의베일(veil),혹은비밀스러운자연

시인에게자연은단순한외부적대상이아니라어떤꿈과질문을간직하고있는존재자로서우리의관심과해석을기다리고있는대상임을알수있다.

사라진여우는
별빛을받으면서허기를달래고있다고빗방울이전해준다
내몸속의모든장기는달빛에흐물거리고머리카락은물결처럼흘러내리네
보이는것모두환상이고착각이라고발길축축하네
대기는분명구름이바탕이다
구름이비를불러오듯
지상가까이내려오면여우비한방울잠깐피어날뿐
새들의깃털한쪽은흰색한쪽은검은활자
꽃순틔우는수국이라해도비뿌리는저녁에는어떤밀어도들리지않아
뿌리는흙속에잠들고꽃숭어리빗소리에젖는다구름에살짝가린하늘아래
잎사귀들수천번환생했을여우이야기에귀기울인다
-「대기는구름이바탕」,전문

위의시「대기는구름이바탕」이라는제목은대기란구름이바탕을이루고그너머에서우리가알수없는무수한신비스러운현상이펼쳐지고있다는암시를새겨놓고있다.그러니까대기라는무대에는구름이연극의막처럼베일을드리우고있으며그뒤에서는우리가쉽사리접근할수없는현상들이연극의한장면처럼펼쳐지고있다는허구적장치를설정하고있는셈이다.

3.삶의신비,혹은질문으로서의유목적인삶

로버트프로스트의「가지않은길(TheRoadnottaken)」을연상시키는다음시는생의신비로가득차있다.

붉은소나기를따라갔다
뭉쳐진구름이흘러내리고빗방울세차게앞을가린다
세상의모든길은희거나검어서낯설지않으면권태롭다고
세찬비바람이나를밀어줄지라도
하나의길은버려야할때,갈림길에서풀려나야할때
직선이거나둥글게내속으로빠져나간뒷길은빗물에잠겨서멀어져갔다
저비탈어딘가태풍의회오리가앞을가로막아도
흰꽃무더기눈부시게멀어져가도나는이쪽길을갔다
버릴수없는내생각의빗줄기
가지않은길에는구름이걷히고상수리가푸른물방울털어낼무렵
내가나로부터잠시이탈했을까
저검은먹장구름하늘끝맑은공터한뼘청백색으로여울지고있다
굵은소나기가따라왔다
-「소나기를따라갔다」,전문
이시에서의시적관심사는‘길위의삶’이다.인생이란선택의연속이어서인생의행로를결정할길을선택해야한다는것,그래서“하나의길은버려야할때,갈림길에서풀려나야할때”가온다는것,그런데그러한불가피한선택은운명을결정하고,선택하지않고버려진길은없어지는것이아니라운명의길에남아서여전히서성거리며신비한영역으로채색된다는것등의시적메시지가이어지고있다.

해가지지않아도어둠이내리기시작했다
숲을적시며하류까지떠내려오는저녁의호수
완장을찬여승무원들일제히창문커튼을내릴때
열차는접경지역에서멈칫거린다
기어코새어드는노을빛
바퀴는여전히교전지역을지나고있다
조금후경계가없는초원에닿을수있을까
망명의꿈이이루어질까
국경과국경사이
마약밀매신호처럼독수리떼웅성거리며날아오르고
강기슭부딪치며탈주소식을교신하는새떼들
(중략)
-「국경을지나며」,부분

위의시를보면,대륙횡단열차를타고시적화자는지금접경지역을지나고있는데,주목되는점은시적화자의의식에맴돌고있는경계에대한시각이다.이시의시적공간에는무수한경계가등장하고있는데,“접경”이라든가“국경과국경”,그리고“경계가없는초원”등의시어들과구절들이그러한경계에대한시적화자의의식을대변해주고있다.


휘날리는영혼을보았다
팔도없이파도바람에쓸리는그림자,온몸에휘감겨있는
색색의내장들이그것이라면
누가저세르게가슴이없다고말할수있는가
생각이없다하겠는가
내가그옆에기대선다교대하고싶은혼이여,없는혼이여
저처럼있으면서없어져보라
누더기를걸치고없는팔로추는춤
겹겹이묶여있던나의카르마여둥둥검은심장이여
(중략)-「세르게」,부분

오색의천으로휘감겨있는세르게는몽골지역의샤먼장승으로서우리의옛서낭당주변에신성시되는나무인신목(神木)이나장승과같은것이다.즉그것은샤먼의신들이깃드는곳으로서신성한영역을상징하는표지이기도하다.이시에서그것은“휘날리는영혼”,혹은“색색의내장”으로해석되는데,인간의꿈과소망을간직하고있기때문에이러한해석이가능할것이다.그러니까오색의천을온몸에두르고있는세르게는어떤영혼의대리표상물이기도하고,어떤육신의절절한내면을표상하는상징물이기도한다.그래서시적화자는그러한세르게를보면서“누가저세르게가슴이없다고말할수있는가/생각이없다하겠는가”라고하면서그것을인격화할수있는것인지도모른다.

4.그윽한생의비의를위한한걸음

이시집을전체적으로살펴보면묵직한사유에기반을두고자연과삶의이면에깃든이치와신비를찾아음미하고사색하는시인의개성적인시편들로이뤄져이시집을매우인상적인시집으로만들고있다.상투적이고상식적인경향에서멀리벗어나있는시인의시세계는때로는주술적이고신화적인가하면,때로는종교적이고철학적인면모를띠기도한다.또한어떤때는고고학적인색채를띠기도하고연금술적인상상력을보이기도하면서종횡무진환상과이미지사이를횡단하기도한다.그래서시상이명료하지않고조금흐릿하게전달되기도한다.
특히주목되는점은시집의곳곳에서고개를내밀고있는불교적상상력인데,철학적인사유와함께종교적인사유는시인의시를좀더명증하고그윽한이미지의세계로안내하지않을까생각해본다.「서로의신을부를때」라는작품도그렇지만,「자작나무스님」이라든가「적멸속으로」,「사랑의내력」「밝은얼굴」등의작품에서이미그불교적상상력의시적효과를입증해보이고있기도하다.하지만무엇보다“길위에서의질문”이라는삶의형식을견지하는것이주요한과제가될것이다.그것은새로운경험과자아의갱신을위해서언제나깨어있는정신을필요로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