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살의 시대

천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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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극의 한국 현대사! ‘사람을 함부로 죽’인 ‘擅殺’ 시대의 이야기
『해방기의 북한소설 연구』로 (국)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현종 작가가 자전적 경험과 손과 발로 뛴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멀리 동학농민전쟁에서부터 가까이 5.18 광주항쟁까지 민중이 국가(혹은 군벌)권력과 외세에 무참하게 학살(虐殺:참혹하게 마구 죽임)당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들을 잔잔하나 뼈아프게 소설로 형상화한 연작 2부작 소설집 『천살擅殺의 시대』를 《실천문학사》에서 출간했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창작한 이 책은 작가의 분신이며, 이 책의 출간은 한동안 연좌제의 그림자에 짓눌려 은둔하다시피 살아왔던 작가가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진정한 고고성(呱呱聲)이기도 하다.
사람을 함부로 죽인다는 ‘천살擅殺’의 시대는 1부 「연좌의 시대」와 2부 「천살의 시대」의 연작 장편소설로서, 동학농민전쟁, 여순사건, 남북의 분단과 6·25 전쟁, 보도연맹 사건 등 일련의 학살과 그 연장선상인 연좌제에 의한 비극, 그리고 부마항쟁과 5·18 광주학살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들을 마치 사서를 기록하듯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실적으로 기록하되 그것을 섬세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체적인 인물을 통한 소설 문학으로서의 형상화에 성공함으로써 같은 역사의 진실을 대면하는 도서라도 단순한 역사책 읽기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크나큰 감동을 독자분들에게 안겨 주리라 본다.

저자

김현종

충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고,동대학원에서『해방기의북한소설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계간문예지《한국문학시대》소설부문신인상을수상했다.소설집에『보다보이다』가있다.

목차

1부_연좌의시대
길이없는길9
빨갱이는이렇게만들어진다30
귀린솟는반계다리42
무명위패와백비71
트럭에타면죽는다84
박쥐중대상황실작전서기병96
8부능선웃자란나무들112
아득히멀어져가다129

2부_천살의시대
낯선것,형상의소멸149
황금박쥐의땅164
부산,마산,그리고181
수상한징조들192
전두환의거짓말205
신념으로가득찬광기220
광주라는퍼즐232
들불야학프락치252
광주를죽이는일268
갇힌자들의노래286

출판사 서평

이소설집은1부연좌의시대와2부천살의시대로구성된연작장편소설이다.
소설의1부인연좌의시대는1972년12월유신헌법이통과되고대학가의휴교령이해제돼다시문을여는것에서시작하고있다.주인공인김남규(국문과),한보림(사학과),장종태(철학과),이3인방은문사철로일컬어지는문과대입학동기생들로학군단에학군사관후보생(ROTC)입단지원서를냈다가신원조회결과하나같이부모나일가친척(혹은외가)들의월북이나부역문제로연좌제에걸려부적격판단을받는다.지리산피아골빨치산(?)아버지를둔종태,6.25때서울에남아서부역자가된큰아버지를둔보림,보도연맹가입자였던부친과삼촌을둔남규,이셋은20여년이지난후세지만연좌제에의한차별을받게된다.과거의대살(代殺-대신죽임),천살등의학살뿐만아니라그것은소설의현시점인70년대까지이어졌고,결국주인공인남규도군입대후결국보안대의연좌제에의한월북기도자로몰려살해(?)되고만다.
이1부의연좌의시대에는박철하라는작가가쓴「피의다리」라는제목의단편소설한편이실려있는데,이단편소설이이장편소설의축소판으로봐도될만큼뛰어난작품이다.소설가박철하는가공의인물이고,(국)문학박사인김현종작가가직접쓴액자형단편소설로저자의전문성이돋보이는작품이다.

“그렇다니까.전쟁이라는게원래군인보다민간인이더죽어나가는판이긴해도기관사가열차를끈걸가지고부역죄로잡아죽이고,조카까지연좌하여빨갱이라고잡도리하니이게어찌제대로된나라라고할수있겠냐?”-p39‘빨갱이는이렇게만들어진다’

“물론,자진해서부역한사람을용서해서는안되겠지.인민군이쳐내려오자당장이라도공산주의세상이올것처럼날뛰는사람을묵과할수는없었을거야.하지만형무소엔별의별사람이다있었을것아니냐?개인적원한으로잘못엮여붙잡혀온사람,자신의죄를감추기위해역으로밀고한자에게당해끌려온사람,굶어죽을수없어협조한사람,무식하고몰라서붙잡힌사람도있었을것아냐?이사람들이다누구겠어?모두이나라백성들이야.그런데위정자라고하는작자들이제목숨하나살자고꼬리끊어도망치면서이무고한백성들을수도없이쏴죽였으니이런비극이또어디에있겠냐?그런데문제는아직도연좌제라는이름으로그런악행이계속되고있다는거야.나는이게가장못마땅해.연좌제가여전히살아있다는것이.”-p40‘빨갱이는이렇게만들어진다’

“보도연맹이원래는좌익사람들을계몽하고사상을전향시켜서충량한대한민국국민이되게할목적으로정부가나서서만든관변단체인데,전쟁이터지다이들을잠재적인적으로간주해닥치는대로죽여버렸지.아군과경찰,지금은보안사령부라고부르는특무대에의해학살당한숫자가대략10만명이상.대전의골령골,청주의분터골,경북경산의코발트광산,대구와부산형무소등전국모든지역에서동시다발적으로학살이일어났지.인민군에맞서싸워야할군대와경찰이전쟁이터지니까제일먼저한다는짓이제백성죽이기였다니,정말이지하늘을원망하고땅을칠일이야.그런와중에네아버지와삼촌도그렇게된거고.”-p92‘트럭에타면죽는다’

소설2부인천살의시대는1부와같이대학생3인방이주인공이다.시점은1부가유신이시작된1972년도였다면2부는유신이끝난시기다.3인의주인공은안광수(대구경북출신),정태철(부산출신),전복기(광주전남출신)라는세운동권(?)대학생으로이들은국가권력에의해강제로휴학당해입대한강원도오지의공수부대에서서로조우하게된다.

조사관은심문을끝내는조건으로광수에게휴학계를내라고강요했었고,광수는그제안을받아들였다.더고문을받았다가는죽거나돌아버릴것같았다.그러나휴학만으로모든게끝난건아니다.대학생은학적이변동되면강제징집대상이되고,자동으로군대에입대해야한다.
그들이휴학계카드를내민것은안광수가시위주동자이고,인혁당재건위사건으로사형당한안휘룡의조카이긴하지만,시위대를조직하거나폭력을휘두른것이아니었기에뚜렷한혐의점을찾을수없었기때문이었다.그렇다고한달넘게심문해봤는데특별한것이없었다며무혐의로방면할수도없는노릇이었다.고육지책으로찾아낸것이강제로휴학계를내게하고군대에보내는것이었다.
조사관은이렇게말했었다.
“감옥에갈래,군대에갈래?”-p153‘낯선것,형상의소멸’

전복기는광수와는다른학교에다녔으나학년이같은동기생이었다.구로공단노동자를대상으로겨레터야학을열었던전복기.광수가그를모를리없었다.겨레터야학의초청으로탈춤공연갔던기억이떠올랐다.거기서전복기를처음만났다.그는그야학당의교사였다.그런그를군대에서다시만난것이다.-p166‘황금박쥐의땅’

이인물들은1부와달리(1부에서는시종일관김남규가화자이지만)처음주요화자는안광수지만뒤로갈수록역전돼전복기가최종화자가돼소설을마무리한다.아무래도2부천살의시대는광주학살이주내용이기때문이리라.이세인물은7~80년대우리역사의한획을그은큼직한세사건을상징하고있다.이소설에서‘민청학련(+인혁당재건위)사건’의피해자안휘룡은실제우리역사상명백한사법살인의희생자로기록되는여정남이모델로보인다.그는유신독재가한창이던1974년4월,민청학련사건에연루돼긴급조치위반으로군법회의에서사형선고를받고대법원형이확정된1975년4월8일이튿날에인혁당사형수7명과함께민청학련사건관련자로는유일하게서대문형무소에서교수형으로생을마친인물이다.이들8명에대한사형이집행되던날,스위스제네바에본부를둔국제법학자협회는4월9일을‘사법사상암흑의날’로규정하기도했었다.
큰살상이없어서인지(오히려탱크로부·마산시민100만도밀어버리겠다는차지철과유신정권본체인박정희가암살됐으니)2부에서주요화자로는등장하지않지만3인방의하나인정태철은‘부마항쟁’의상징으로보인다.그리고2부의중심인물인광주·전남출신으로구로공단노동자를대상으로‘겨레터야학’을열었던전복기는‘광주항쟁’의상징이다.이전복기는‘겨레터야학’활동가인전복길이모델로보인다.실제1978년,같은‘겨레터야학’강학이자광주·전남출신들인전복길,김영철,최기혁이긴급조치9호위반혐의로입영영장을받은상태로광주에내려와서박기순등과‘들불야학’을열었고,광주항쟁의대명사로불리는윤상원이이‘들불야학’의강학이었다.
2부는이런우리현대사를소재로차용하면서도픽션을가감해사실보다더감동을주고있다.

“평범한시민이어째서총을들고계엄군에맞섰는데?”
“계엄군의부당한폭력에대항하기위해총을든겁니다.”
“너는지금계엄군의진압행위를부당한폭력으로보는것이냐?”
“그렇습니다.이건명백히국가폭력의하수인인계엄군공수부대가무고한광주시민을학살한것입니다.더정확히말하면,집권을노린군부가공수부대를동원해제나라백성을죽인천살(擅殺)의범죄를저지른겁니다.”
“천살?처음듣는말인데?”
“사람을함부로죽인다는뜻입니다.”-p290‘갇힌자들의노래’

진압군공수부대원으로서광주에파견된세주인공들!
광주출신전복기는친구인안광수와정태철을빨갱이로둔갑시키지않기위해보안사의‘오인사격이었다고진술을번복하면친구들은무사하다’는회유에현실적실리를위해타협을할것인가?아니면자신의신념을지키기위해온갖고문과폭력에맞서다죽음을감수할것인가?

추천사
남북분단과6·25전쟁,자유당독재,5·16쿠데타,그리고5·18광주학살등으로이어지는한국근대사의비극은우리소설에서빈도높게소환되어왔으며,과거오랜세월동안이러한비극을소환하는일조차인생을포기하고무도한폭력과맞서야하는용기가아니면불가능한일이었다.이소설에등장하는소설가박철하처럼비극의역사를증언하는소설한편쓰고비극의주인공이되기도했기때문이었다.
‘사람을함부로죽이는시대’라는뜻의『천살擅殺의시대』는이비극을문학적으로재구성하면서역사의진실을대면하는데서오는크나큰감동을전해준다.지금도역사의비극을증언하는일은여전히깊은상처를다시후비는것과같은고통이따르며,역사의진실을찾기위해서는그고통을기꺼이감내해야만한다.『천살의시대』는역사의진실을증언하려는작가가이고통스러운과정을오랫동안묵묵히감내해온결과이다.이소설을읽으면서‘진정한의미의역사소설은독자에게총체적으로형상화된역사의필연성을추체험하게하는것’이라는루카치의말을떠올려본다.
-이형권(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