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scription
2013년 《문예중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이자 국립대 문예창작과 교수이기도 한 김개영 작가가 동해 북부의 무녀와 그 가정을 다룬 두 번째 소설집 『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를 《실천문학》에서 출간했다. 『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는 한국 문단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다. 그 이유는 소설 속의 화자가 작가 자신이며, 소설의 주인공인 무녀 선녀 씨는 작가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샤먼의 아들로서 한국 사회에서의 샤먼의 삶과 그 가족사를 온전히 소설화한 예가 있었던가? 제3자로서 혹은 관찰자로서의 시각과 샤먼 가족으로서의 시각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독특한 소재와 함께 작품성 또한 이미 대산 문예창작기금 수혜작의 심사평에서 ‘속도감 있는 유려한 문장과 디테일한 묘사가 장점이며, 무당을 시인이나 성소수자와 같은 오늘의 문제로 확장시켜 새로움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하고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무당의 자식으로서 거부할 수 없는 무당의 유전자를 무당의 다른 이름인 시인(문학인)으로 환치해 시인이 된 화자의 다음과 같은 전언이 작가 자신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 소설의 주제이자 제목(시적인)이 아닌가 한다. ‘사실 시인과 샤먼은 이름만 다른 한 존재였다. 샤먼이 곧 시인이고 시인이 곧 샤먼이다.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찰나보다는 영원을 염두에 둔다는 점에서, 이 세계의 이면에 깃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삶의 원리와 의미를 보고 이해한다는 점에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중재하는 방법까지도. 접신 상태에서 샤먼이 말을 전하듯이 시인은 사물과 융화된 상태에서 그 침묵의 언어를 번역해냈다. 그들은 모두 언어 너머의 세계를 가리키는 존재들, 우주에 들려있는 자들, 목소리 없는 존재의 통역사들이었다.’ 또 이 소설 제목을 분석해 보자면 ‘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는 시인(시적)으로 평생 남 잘되기만 빌은 착한 여자(善女)로 살다간 저자의 어머니(무녀)란 뜻이리라. 작가가 임종의 어머님과 약속해서 실제로 두 번이나 열었다는 오구굿은 소설 속에서도 절정의 장면으로 보이는데, 어찌 보면 이 소설 전체가 바로 한 판의 장엄한 오구굿이 아닌가 한다.

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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