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

나의 시적인 무녀 선녀 씨

$14.26
저자

김개영

저자:김개영
강원도고성에서출생하여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13년《문예중앙》소설부문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거울사원』이있다.2021년『나의시적인무녀선녀씨』로대산문화재단대산창작기금을수여받았다.현재,목포대학교에서문학과창작을가르치고있다.

목차


1……7
2……28
3……50
4……67
5……77
6……89
7……111
8……130
9……139
10……149
11……166
12……181
13……191
14……206
15……222

에필로그……241
작가의말……244

출판사 서평

대학교수이자소설가인무녀의아들이어머니를모델로쓴한판‘굿’으로써의소설
완전한죽음과애도의이야기

-소설속의화자는이세계의‘안’을간섭하는‘바깥’의공간을인식함으로서,삶과죽음이이어져있음을알게된다.소설속화자의여정은평생샤먼의삶을살았던어머니에대한‘애도’임과동시에‘진정한자기찾기’의과정이다.문학은목소리없는자들,목소리를낼수없는자들을대변해야하는사명을가지고있기도한다.한국인의삶과심성에지대한영향을미치고있음에도,늘타자적존재로치부되는무속인의삶이소설형식을통해구체적으로조명된다는점에서이작품은한국문학의다양성에일조할수있을것이다.

작가의말

소설속,선녀씨라면다음과같은축원을했을지모르겠다.
“이책지니신모든분들복福받으시고원願이루시길.”

평생남잘되라고빌다간우산옥만신의명복을빈다.

책속에서

-무당의자식으로서거부할수없는무당의유전자를무당의다른이름인시인(문학인)으로치환해시인이되었다는내용들을소설속에서찾아나서보자.

-‘떡잎밑에서살고싶습니다.아아떡잎밑에서살고싶습니다.고통속에서움터하늘빛에잠기우는떡잎.생살돋아나듯솟아오르는떡잎.
언젠가내습작공책을채간,한녀석이저멀리도망가고는시를읊어댔다.곰처럼덩치큰남자애가떡잎밑에살고싶다니,여기저기서웃음이터져나왔다.놈들은알지못했지만그작품은샤먼과시인의운명을노래한시였다.늘고통속에홀로깨어세상을위로하는,상처입은치유자로서의샤먼과시인들.늘진실의유령과대면하는자들.’

-‘얘가명색이샤먼의아들이야.시인의기질을원래부터타고난놈이야.먼저알고,먼저고통스러워하고,먼저우는존재들!’

-‘오구가선녀씨의마지막시라는표현은마음에들었다.사형말대로시인의피에는샤먼의피가흐르고있을지도.어쩌면두존재는상상력과잉이라는병을앓고있는지몰랐다.그상상력이만든세계가현실보다더그럴듯해서그세계의강력한지배속에서살아왔을것이다.하지만그세계야말로자궁속처럼더할나위없이아늑하고편안했으리라.시한편은굿한판일수있었다.언어너머,현실너머,과학과합리너머뭔가가꿈틀대고있다는사실을경험한사람이라면고개를끄덕일것이다.어쩌면우리모두가샤먼이었는지도몰랐다.문명이시작되면서,자연과분리된대가로우리인간은샤먼의능력을하나둘잃어왔다.삶이축복이아니라고통이된이유도그중의하나일것이다.이나라에서점점존재의미를잃어가는시인또한샤먼과마찬가지로세상가장낮은곳으로향해야할때가도래한것인지도몰랐다.’

-‘사실시인과샤먼은이름만다른한존재였다.본질적이고원초적인것을추구한다는점에서,찰라보다는영원을염두에둔다는점에서,이세계의이면에깃들어있는보이지않는어떤삶의원리와의미를보고이해한다는점에서닮아있었다.보이는세계와보이지않는세계를중재하는방법도일치했다.접신상태에서샤먼이말을전하듯이시인은사물과융화된상태에서그침묵의언어를번역해냈다.진짜시는‘쓴’시가아니라‘쓰여진’시였다.시인도샤먼과마찬가지로멸종직전에처해있는것은마찬가지였다.멸종의원인이이세계의무관심과천대인것도비슷했다.물론,그들을신비의성채에살고있는,감히범접못할높디높은존재로여기는사람들이간혹있기는했다.그러나그수는샤먼을추앙하는사람들만큼이나적었다.시인이든샤먼이든모두가별에게길을묻던시대에나한자리하던사람들이었다.불행하게도지금은버려지고누락되었지만말이다.어쩌면이세계에서그들은고물상의고물과도같은존재인지도모른다.어쩌면그때내가고물상에서시를건져올린것은샤먼의피를이어받은나같은몽상가에게는이미정해진운명이었지않나싶다.시와고물,이질적인이미지가만나또하나의세계가열렸으니말이다.’

-‘무당이된다는말은시인이곧샤먼이라고말하곤했던내입버릇을잘못알아들은탓이리라.’

-‘간혹,웅얼거림같은것이들려오곤했다.그소리는알아들을수없었지만아예의미없는것은아니었다.미처언어화되기직전의,혀끝에서맴도는망설임이랄까.이를테면그것은대상의심연에닿자마자휘발되는순간의감각같은거였다.언어화가진행되는찰라,굴절과왜곡이일어나버리고야마는,그래서‘웅얼거림’이라고밖에표현할수없는소리들.그것은존재의흔들림이느껴지는순간에만명확해지는시의언어와닮아있는지도몰랐다.별들에게길을묻던시대의DNA가깊이아로새겨져있을언어.말자체보다는말과말사이의여백에더많은메시지를담은언어.’

-‘시가내운명의대수대명이될거라는말에쾌재를부를뻔했다.정확하게말하자면샤먼의운명을시인의운명으로대신하라,그런말이될테니까.그런데형이모르는것이있다.샤먼이곧시인이고시인이곧샤먼이라는사실을.서로를대신하는관계가아니라는것을.그들은모두언어너머의세계를가리키는존재들,우주에들려있는자들,목소리없는존재의통역사들이었다.’

-‘어느시인의말에의하면,시인은램프만켜놓고자신은사라져버리는존재라고했다.샤먼도마찬가지이지않을까.선녀씨가내마음속에환한빛을심어놓고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