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활을 쏘다 (이종현 시조집)

아내, 활을 쏘다 (이종현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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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한 장애인역도연맹 현역 상임심판 이종현 시인이
30여 년간 독학으로 터득해 빚어낸 영혼의 시조집
올곧은 뿌리들이 잠든 들녘에
기억을 그러안고 뒤척이는 아버지
무성한 숲에 산화한 핏줄의 역사 하나
-「뿌리 하나」중에서-


202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전국한밭시조백일장〉 대상, 〈지용백일장〉 대상(자유시), 〈김유정기억하기전국문예작품공모전〉 운문 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이종현 시조 시인이 첫 시조집 『아내, 활을 쏘다』를 《실천문학》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대한 장애인역도연맹 현역 상임심판 이종현 시조 시인이 30여 년간 독학으로 터득해 빚어낸 영혼의 정수인 총 4부 70편의 주옥같은 시조가 실려 있다.
저자

이종현

전북임실에서태어나강원도춘천에서살고있다.2023년《경남신문》신춘문예시조부문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중앙시조백일장〉장원,〈전국한밭시조백일장〉대상,〈전국지용백일장〉대상(자유시),〈김유정기억하기전국문예작품공모전〉운문부문대상을수상했다.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장애예술활성화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현재대한장애인역도연맹상임심판이다.

목차

1부
홍시11
작업복의하루12
오징어와아버지13
오후5시14
몫의기울기15
테라코타16
이발관에서17
종이컵18
사양의그늘19
소나기20
12월21
초병일기22
수산시장의수족관23
말을뜨다24
봄·봄25
어머니,깔깔이를박다26
엑스레이촬영28
고갯마루의창29

2부
수도꼭지를틀다33
마네킹24
새바벨탑35
면도를하다36
아버지의기상도37
아내,활을쏘다38
거미39
겸상40
철새42
열쇠는좌우로행동한다43
거울앞의자44
흔적45
국밥한그릇46
봉동리의봄47
저물녘48
산벚꽃49
하늘열리다50
그리움51

3부
꽃물들다55
그림자세탁56
고드름57
풍선론58
입안의상처59
사이드미러가없다60
풍경을잇다61
이사62
무명사63
녹,꽃을피우다64
어떤개구리65
일몰66
게놈지도를읽다67
톡!68
막,막을막다69
모야모야이름표70
번데기의꿈72
바닷가에서73

4부
등을읽다77
밑받침78
기웃대던새79
정전80
휴지81
하늘동1번지82
황태,몸을풀다83
벽에는시계가없다84
뿌리하나85
도배하던날86
촛불88
그대를안고90
봄,가지를치다91
목젖이붉다92
봄이앓다93
춘천서씨윤필이의출생기94

해설이영춘95
시인의말122

출판사 서평

이종현시인의이번첫시조집『아내,활을쏘다』는시인이문학을접한지30여년간혼자공부하고스스로그이치와형식을터득하면서이뤄낸정신의산물이다.문학의여러장르중에서도오로지우리문학의전통성을지닌‘시조’만을고집해온과정을보면시인의정서와성품과도일맥상통한다고볼수있다.시인이시조를고집하는데는우리민족고유의서정성을일정한정형의틀속에담아내는것이좋기때문이다.그이유는짧은정형속에가장함축된언어만으로주옥같은알갱이만집약시킬수있고또우리고유민족문학의전통성을계승발전시켜나가고싶은지론이다.이는글을보면그사람의인품과인성을알수있다는말처럼시인의생활인으로서정제된철저한모범적생활자세와도연관이있지않을까한다.시인은사소한것들에게생명을불어넣고확장하여삶의이치와보편적진리를창출해내는데그역량이남다르다.더넓은안목과사유로이종현의시조세계가더욱깊고넓은세계로그지평을열어가기를기대한다.


자아정체성추구와심미안적발현의시세계

시인은2023년도경남신문신춘문예시조부분당선소감에서이렇게밝히고있다.“문학을하게된것은우연이었다.37년여전장애의몸으로대학을고학으로다니던삶속에서문학을만났다.자취방에서지친몸을뒤척이다일간지에서마주한독자시조,몇번의투고끝에활자화되면서시작했다.형식도알지못한채어설픈형상화로하루를옮겨적으면서오래도록이어왔던시조다.”라고.시인은20대인대학시절,고학생으로시조를접하면서가난과외로움과고단한삶을이겨냈다.

오랜세월동안시조와함께살아온시인의첫시조집『아내,활을쏘다』를통해시인의시의세계를네갈래로나누어살펴볼수있다.첫번째는자아성찰의자세가시의심원한발원지가되어나타난다.둘째는그가2023년경남신문신춘문예당선소감에서“정형의틀로접근해시대의아픔을담아내려한다.”고밝혔듯이사회의약자인그늘진사람들,민초들의삶에시선이집중되고있음을알수있다.셋째는우리주위에서흔히볼수있고들을수있는사소한것들에대하여깊은애정의눈길로생명을불어넣는다는점이다.그리고넷째는우리인간의근원이자뿌리인부모에대한그리움과애착,사랑이그모토를이루고있다.이제그의작품세계로들어가감상해보자.

거울앞에서있는허방짚은흔적이
볼부터입과턱으로부스스웃고있다
미간이좁혀진아침쓰린하루가묻어있다

자화상을읽으며면도날에맡긴얼굴
익숙한손놀림에의식을시작한다
비뚜로걷던어제를다잡는아침시간

거품으로거뭇한욕심을잠재우고
모공을열어젖혀각도를가늠한다
순방향한번역방향에일상을마름질한다
-「면도를하다」전문

이시조는시인자신의내면을관찰하는자성의‘자화상’이다.인생을살아온자신의삶의과정을“허방짚은흔적”으로비하한다.자기비하역시열등감의일종이다.“허방짚고살아온흔적”이종장에서는“미간이좁혀진아침쓰린하루가묻어있다”고어떤비애의심상을상승고조로은유한다.겉보기에는참명랑하고유머러스한이종현시인이이렇게시를통하여자기고백같은“허방짚은흔적”또는“미간이좁혀진아침쓰린하루”와같은후회와회의적심상으로어두운이미지를끌어내고있다는점이놀랍기만하다.그러나셋째수에서자신을다스리겠다는의지가미학적심상의시세계를구축하고있다.“거뭇한욕심을잠재우고”인생살이의각도를가늠하듯“모공을열어젖혀각도를가늠한다”가그것이다.그리고“순방향한번역방향에일상을마름질한다”라고삶의어떤방향제시를스스로에게명명한다.긍정적심상이자반성의자화상이이시조의구심점이자미학이다.

소매로가려진내손목의흔적하나
손내밀때시선이멈칫하다웃는다
마음속너머갸웃한표정이젖어든다

주저흔,호흡을덜어내는선이아니다
하루를살기위해매달리다미끄러진
골절로핀고정한후제거한상처였다

새벽녘발걸음이공사장을서성이다
구멍뚫린철판을딛고선나들이
문밖의모난풍경을가슴에새긴흔적
-「흔적」전문

시인의시선은노동자들의삶에눈길을주며동병상련의애련함을불러일으킨다.「흔적」이그런시중의하나다.몇년전이종현시인은‘장애인복지근로작업장’의계단층계에서넘어져팔목을다친적이있다.아마그때에받았던충격과병원치료후의외상으로인하여이시조를창조해낸것으로인지된다.“소매로가려진내손목의흔적하나”가그것의방증이다.그리고이시조속의화자역시노동자는작자자신이다.그노동자는“하루를살기위해매달리다미끄러진”노동자로환유된다.그런데이시조에서의주안점은노동에핀트를맞춘것보다노동자가다친팔목을수술하고난후의‘상처’에대하여더경도된초점을맞추고있다.노동의대가가상처로남았다는일종의중의적표현이다.상처는곧노동이고,노동은곧상처라는등가형식이다.노동의힘든값어치를끌어올리려는심정적표현의형상화로잘마름한한필의피륙같은시조다.

이제그의대표작이라고할수있는이번시집의표제가된시조「아내,활을쏘다」를감상해보자.

연애할때
내화살
과녁으로받아주고
빈잔의
삼십년을
웃음살풋채워주던.
아내가
시위를당긴다
자음모음날이서다
「아내,활을쏘다」전문

이시조의소재는일상적이지만참으로아름답게승화된시다.이시조가더욱우월성을띠는것은이세상모든부부들이느낄수있는보편적정서가깃들어있기때문이다.문학의3대요소중하나인‘보편성’은문학적요소에서그우위를차지한다.그렇다.여성이나남성이나,특히남성들은연애시절에는자신을다희생할것처럼사랑을고백하다가도결혼을하고나면그날로변하더라는부부도있다.이시조에서는남자가변한것이아니라,아내가변했다는의미를함축하고있다.“빈잔의삼십년을웃음으로채워주던”아내라니,참오랜세월동안“빈잔을채워준”아내다.그런아내가“시위를당긴다/자음모음으로날이서다”라고익살스러우면서도참으로재치있는표현으로시조의맛과멋을잘살려내고있는역작이다.이종현시조의또하나의특성은뛰어난상상력이다.「열쇠는좌우로행동한다」라는시조에서그는“두평반공간을격자로움켜잡는다”라고열쇠에생명을불어넣어의인화하고있다.이렇게표현할수있다는것은어디까지나상상력의발로이다.그리고“덜커덕,하늘을열고발걸음배웅한다”는것은곧열쇠가하늘을열고출근길에나서는“발걸음을배웅한다”고의인화기법으로형상화한미학이다.기발한표현은뛰어난상상력의발로라고할수있다.

바슐라르에의하면“우리내부에존재하는존재생성의힘이바로그진정한의미에있어서의상상력이다.현실의기능인상상력은의지력이나생의도약보다도더정신적창조의힘을가진그자체이다.”라고바슐라르는말한다.이종현시인의상상력도이런동력이작용하지않았을까하는생각을유추해보는것이다.짧은형식의시조속에많은의미의동력을지닌시의발상을구현해내고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