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아버지 (황혜련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잘 가요 아버지 (황혜련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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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미 단편 소설집 『불면 클리닉』과 장편 소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매우 불편한 관계』 2권을 출간한 황혜련 작가가 《실천문학》에서 세 번째 장편 소설 『잘 가요 아버지』를 출간했다. 1부 아버지의 집, 2부 아버지의 여자, 3부 잘 가요 아버지, 3부로 구성된 이 장편 소설은 2남 2녀의 막내딸인 화자가 은퇴한 후 치매가 온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어떻게 아버지와 잘 이별할 것인가를 아버지의 삶을 씨줄로 자신과 가족의 삶을 날줄로 삼아 담담히 직조해내고 있다.
‘아버지의 자식으로 살 때는 아버지 등에 빨대를 꽂아 받는 수혜가 너무나 당연하다 여겼으나 정작 아버지가 자식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는 당연한 게 하나도 없었다. 이 소설은 그런 불공정한 거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보듯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보이면서 다른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치매 간병 소설과 달리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 주는 한 편의 반성문이다.
‘누구나 피해 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치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과연 부모가 처한 치매라는 유령의 시간 앞에서 얼마만큼 담담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가족 간 서로 상처 입은 삶을 다독이고 아버지와 잘 이별할 수 있도록 마음의 온도를 높여주는 가족 소설이다’는 이순원 작가의 추천사처럼 이 소설은 가족의 치매라는 유령의 시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가족의 치매라는 유령과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가? 묻고 답하고 있는 소설이며, 살아 있는 이별을 묵묵히 견뎌내는 자들을 위한 문학이기도 하다.
저자

황혜련

저자:황혜련
강원도강릉에서나고자랐다.숙명여대대학원국문학과를나와방송일을잠깐했으나조직생활이맞지않아그만두고소설을썼다.2014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깊은숨」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우리염소」가천만원고료진주가을문예에당선되었으며,장편소설「촌」으로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수상했고,경기문화재단과강원문화재단에서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소설집『불면클리닉』과장편소설『너에게무슨일이있었니』,『매우불편한관계』가있다.지금은낙향하여95세노모를모시고살고있다.

목차


1부아버지의집009
2부아버지의여자079
3부잘가요아버지135
작가의말210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아버지가돌아가신지10년이넘었다.무뎌질때도됐는데아버지의마지막모습만생각하면아직도울컥해진다.아버지의자식으로살때는아버지등에빨대를꽂아받는수혜가너무나당연하다여겼으나정작아버지가자식의보호를받아야할때는당연한게하나도없었다.이소설은그런불공정한거래에대한반성에서비롯되었다.소설한편헌정하면그면구스러움이상쇄될까싶었으나써놓고보니오히려더누가된건아닌가염려스럽다.

소설을쓰는내내나는한가지걱정을하였다.아버지얘기를아버지허락도없이써도되나.소설이라지만,세상에아버지는단한분,어떻게써도그영광과오욕은오롯이아버지혼자감당해야할것이다.더구나아버지는이세상에안계시니검증도변명도할수없다.이제와서아버지를기억하는건고약을발라다아문상처를다시헤집는것이었으나아버지얘기는내가작가가된이상쓰고죽어야할숙제같은것이되어있었다.지금이그시기인지는잘모르겠으나나도자꾸만나이를먹어간다.기억이희미해지면쓰고싶어도못쓸것이다.그리움이남아있을때붙잡아놓아야한다.
아버지얘기를하느라부득불조연으로함께해야했던가족들,이번에는불가피했음을이해바란다.
이소설이세상에나오도록마중물이되어준강원문화재단과잘맞는옷을입혀주신실천문학윤한룡대표님,그리고그옷에날개를달아주신이순원선생님께감사드린다.이모든인연에아버지의손길이느껴진다.

2025년여름
황혜련

책속에서

-아버지가또집에가자고졸랐다.이젠여기가아버지집이라고아무리얘기해도소용없었다.아버지는때이른스프링코트와전엔늙어보인다며잘쓰지도않던중절모까지어디서찾아쓰고는방문앞에버티고서서집에가자고졸라댔다.이쯤되면말릴방도가없다.나는두툼한패딩조끼를꺼내입고아버지를앞세웠다.아버지는어느새현관에서신발을신고있다.나와아버지가나서는걸주방에서저녁밥을짓던엄마와큰올케가빤히쳐다본다.이젠참견하기도지겨운지나와보지도않는다.엄마의끌끌혀차는소리만주방을뚫고간간히새어나왔다.현관을나서면서아버지의스프링코트가너무얇다는생각을잠깐했으나그러다말았다.정신나간아버지의옷을갈아입히려면그것도일이었다.
-1부‘아버지의집’에서

-여자는흰티셔츠에검정가디건을걸치고출구쪽을향해망연한표정으로서있었다.배낭은한쪽어깨에만걸쳤다.사람들틈바구니에서그여자와내시선이마주쳤다.우리는그냥서로를알아봤다.여자가나를향해웃었다.고른치아가형광불빛아래서빛났다.내가가까이가자여자도한발다가왔다.
“저기…”
내가먼저입을뗐다.
“어서와요.”
여자가내손을덥석잡았다.조금전까지여자를만나면무슨말부터해야하나를고민하던건기우였다.여자의미소를보자금방편안해졌다.여자는피부가까무잡잡하고보통체격의전형적인몽골여자상이었다.못생긴건아니었으나딱히예쁘지도않았다.얼굴을살포시덮고있는주름을걷어낸다해도그저평범한얼굴일따름이었다.아버지는이여자를왜좋아했을까.여행을하다보면그의문은풀리겠지만나는여자가평범해서더호기심이일었다.누가보더라도매력적인여자와사랑에빠지는건아주흔한일일테니까.
-2부‘아버지의여자’에서

-아버지는홀가분해보였다.온몸에거미줄처럼엮여있던그많은생명줄들을다떼어버리고아버지는단출하게누워있었다.갈때는이렇게가는거구나.올때처럼빈손으로.아버지와의허락된시간은짧았다.안치실직원에의해아버지는다시깊은굴속으로들어갔다.나는분향실로올라왔다.분향소엔조문객들로발디딜틈이없었다.상복을입은큰오빠와작은오빠가장손인큰조카를데리고나란히서서일일이응대를하고있었다.장조카는지루한지간간히몸을비틀었다.엄마는보이지않고언니는복도의자에앉아형부어깨에머리를기대고있다.언니에겐형부가있어다행이었다.저러려고결혼을하는거겠지.힘들때기대려고번거로운아침밥을해먹이고같이자는거겠지.나는강릉엘오는내내고속버스등받이에기대어눈물을찍어냈다.
-망자의나이여든아홉이면살만큼살고간거라고,그러니호상이라고했다.
호상이라는말에언니의곡소리가더커졌다.제부모에관한한호상은없다.백살에간들애달프지않을까.
-3부‘잘가요아버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