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 물속에 있다 (41 판)

수요일이 물속에 있다 (4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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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5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손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으로 『수요일이 물속에 있다』를 《실천문학》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에 상재된 48편의 시는 모든 주체의 욕망이 뒤엉키는 삶의 현장에서 물질에 지배당하는 존재를 넘어 물질이 존재를 대체하는 현실을 관찰하고 성찰하여 시의 언어로 잘 빚어내고 있다. 끊임없는 세속적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많이 소비하고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더욱더 욕망의 갈증만 증폭하는 투쟁 속의 삶의 생태계-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상품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시집은 시인이 이 문제를 화두로 삼아 진지하게 성찰한 깨침의 결과물이다.
저자

손영

저자:손영
경남진해에서태어나마산교육대학을졸업했다.2015년《시인정신》으로등단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에『공손한풀잎들』이있다.부천신인상을수상했고,2025년인천문화재단예술창작일반지원사업에선정되어『수요일이물속에있다』를출간하게됐다.인천문협,인천시인협회,내항문학에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긴찰나11
수요일이물속에있다12
김밥레시피14
너,꽃다지16
고비18
왕고들빼기여행20
꽃지고나면열흘을아팠다22
힘의원리24
풀의자서전26
검은물음표28
증명사진30
물한바가지찰방찰방소리내며32

제2부
연두빛으로중얼거리다37
한때39
얇은귀41
하얀국화43
약육강식45
뒷장47
유리의넋두리49
자서전51
쇼핑의변명54
지구촌56
친절의뒤편에대하여58
그래도우리는연인60

제3부
봄밤이초대한방65
코뿔소67
무용담69
나에게갇히다71
임플란트73
첫발75
나는무엇으로내가되나요77
그혀의족보79
콩나물시루81
먼지가꽃이되고꽃이먼지가되는83
오늘의메뉴85
멀고먼외가87

제4부
덩굴장미금융회사91
획일화시대93
제비는바람잡이였다95
코드블루97
터닝포인트99
N포세대101
산오디103
햇살은여전히근무중105
커피맛기안문107
분수넘치는꿈109
물건속물건들111
스트로베리스탑핑113

해설고광식117
시인의말136

출판사 서평

욕망과통각痛覺의언어로서의시

모든주체의욕망이뒤엉키는곳이삶의현장이다.때로시는이지점을발화지점으로삼으면서,통각의언어로특별한세계를만든다.통각의언어에있어서시인의시는감각의프레임에붙잡힌기억을수평선상에놓고시적사유를전개한다.시적주체는“새물건은빠르게세력을넓혀가지//큰목소리에나는맥없이투항하지//내가들고왔는데나보다힘이세지”(「물건들」)처럼물화의프레임에걸린자신을본다.세상의모든사물이욕망의불꽃을피운다.이제‘나’는소유한것으로부터지배를받는존재로전락한다.시적주체는타자화된욕망에사로잡혀살아가는존재이다.따라서타자에게잘보이기위해“화면을들여다보며보정작업을하는사진사”(「증명사진」)를응시하고있다.오직타자를만족시키기위해얼굴에필러시술을하고,보톡스로이마의주름살을없앤다.삶의주체는타자의욕망때문에더이상순백의대지위에설수없다.지금여기는온갖종류의욕망으로통증을생산하는중이다.
시인은통각의순간을시적발화지점으로삼는다.주체는감각속에서살아있음을느끼고통각속에서사건이발생했음을깨닫는다.통각은시인에게시적사유가솟아날수있게하는기제로작용한다.

수요일이물속에있다
가끔물밖으로꺼내본다
물에서단단하던수요일이물밖으로나오면젖는다
말려도보송해지지않는다

<중략>

내곁을떠났던사람들은모두수요일
물속으로나를밀어버린사람들도수요일이야
나쁜일많던수요일
덜잠겨진수도꼭지에서떨어지는물방울처럼
멈출수없는수요일이야
수요일의팔을흔들고매달려도
아무것도해주지않는물처럼
수요일은잠잠한흐느낌이야
―?수요일이물속에있다?부분

표제작?수요일이물속에있다?의시적화자는존재가물속에갇힌날을수요일로본다.이땅에생존하는존재는욕망이너무강하다.수많은욕망이뒤섞이는지상은투쟁이치열한곳이다.이제우리사회는거대한원형감옥이다.우리는파놉티콘의규율을내면화한채스스로감시하는데익숙해져있다.특히현대사회는감시하는자가감시당한다.그래서시적화자는‘나’를은폐할수있는물속이좋다.이러한현상을증명하기위해화자는“물에서단단하던수요일이물밖으로나오면젖는다”고자신있게진술한다.세상에자신을드러내고이상을좇는게아니라오히려이상을은폐시킨다.사회규율을내면화하며추구하던이상은이제물속에잠겨있다.일상적행위에서상처를입은사람들은“수요일은잠잠한흐느낌이야”처럼물속이편안하다.따라서물속에잠겨천년을견딜수있다는자신감을키우기도한다.물속은세상과경계를달리하므로벤담이고안한파놉티콘이없다.그러므로감시의눈때문에두려워하지않아도되는유일한공간이다.

과체중의집이헉헉거려요

옷장으로들어가지못하고옷걸이에난민처럼매달려있어요옷들이삐져나와닫히지않은장롱이소화제를찾아요주방에는접시프라이팬냄비를쌓아둔찬장과수납장의어깨가한쪽으로기울었어요

냉동실문을억지로깨워요검은비닐에싸인삼겹살목살뱃살그위에바다와들판이누르고있어요투도어냉장고문을여는순간지금이탈출할기회라는듯한꺼번에와르르쏟아져요

목까지채워도냉장고와옷걸이,신발장은왜매일허기진신음을보내는걸까요비만한옷장이비명을질러도거울의비위를맞추기어려워요많아진나를내밀어도계속고개를저어요외출을접고구입할날개와구름의리스트를다시만들어요―?쇼핑의변명?부분

쇼핑하는행위는물질을이데올로기화하고있다.이미자본주의사회를내면화한화자는“옷장으로들어가지못한옷들이행거에난민처럼매달려”있어도쇼핑을멈추지않는다.상품을구입했을때치솟는행복의도파민을경험했기때문이다.그러나이러한기쁨은일시적이다.지속되지않는행복은쇼핑에더욱빠지게만든다.상품을소유해행복해지고자하는욕구는“찬장과수납장의어깨가한쪽으로”기울어져도멈추지않는다.화자는상품구입에중독되고동시에도파민에중독된다.더많은양의상품을구입하면도파민도그만큼많이나올거라믿는다.상품제조사의광고는소비자의욕구를끊임없이부채질하고,소비자는상품을사는게아니라행복을산다는착각에빠진다.행복해지기위해소비자는상품을구입한다.도파민촉발을원하는화자는“비닐에싸인삼겹살목살뱃살그위에바다와들판”을냉장고에넣어둔다.하지만,행복은어느공간에도존재하지않는다.

시인은물질에지배당하는현실을시로성찰하고있다.우리사회는사적소유권을천부권리로인정한다.삶의주체들은이런체제에서소유를마음껏추구한다.비움보다는채움을통해자신의사회적계층이높다는것을증명하려한다.모두가소유물이많으면많을수록좋다는생각을갖는다.이제물질은자신의신분을재는척도이다.이성의힘으로만들어놓은체제안에서경쟁만치열할뿐,자본이손짓하는방향으로달려가도행복의정점에는도달하지못한다.존재에대한회의감이들고사회는불평등하다.아무리물질을추구해도우리는행복하지않고원하는물질을소유하는순간만잠시행복하다.행복은그리오래가지않고,물질에대한욕구는새로운물질로끊임없이이행한다.이러한욕구는나와네가경쟁하는방식이며,누구도이길수없는경쟁을우리는계속한다.유일하게이기는방법은경쟁하지않는것이다.
시인은물질에대한반성적자각으로존재를바라본다.과잉생산된상품은우리의욕구를끊임없이자극한다.지금여기의매체는상품과행복이상관관계가있는것처럼왜곡된광고로소비자를끊임없이세뇌한다.

시인은자신이느끼는통각의지점에서세상을들여다본다.현대사회의특징을분해하고재조립하여욕망의움직임을관찰한다.우리의감각은자본주의사회가만들어놓은상품의터널을지나고있다.물질이존재를대체한다는자각이고개를든다.동시에사회적행위에서발생하는생리적자극과지각의상호작용이통증을유발한다는것을깨닫는다.통각의발견이다.그러므로시인의시는들뢰즈가언급한공명의영역속에서통각의언어로구축한감각적세계이다.


??시인의말

환약처럼복용하며
기대었다

밤길에서
별의모서리를잡은처방전
드디어
햇살이온다

수요일이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