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 요코와 나의 이야기

두 소녀: 요코와 나의 이야기

$16.50
Description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낯달」이 당선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수색, 그 물빛 무늬』로 동인문학상,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한무숙문학상, 「아비의 잠」으로 이효석문학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남촌문학상, 『나무』로 녹색문학상, 『삿포로의 여인』으로 동리문학상과 황순원작가상을 수상했고, 청소년 소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한국 문학사에서 순수 서정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이순원 작가가 《실천문학》에서 한국적 서정미에 묵직한 역사적 메시지를 얹어 장편소설 『두 소녀-요코와 나의 이야기』를 출간했다.


한국적 서정으로 역사의 무게를 길어올린 이순원 소설 문학의 백미
모국어를 잃고, 이름을 바꾸고,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시대 이야기
『두 소녀-요코와 나의 이야기』


지워진 얼굴들 속에서 우리는 한 소녀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잊혀지지도, 지워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 책은 잊힘을 막고 기억을 이어가는 한 권의 모뉴먼트다.

“요코야.
아니, 용자야.
그리운 내 친구야.
우리 다시 경포호숫가에서 만나면 내가 예전에 양보하지 못했던 고무신을 너의 발밑에 놓고 네 옆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 네 손을 꼭 잡을게.”

“저 고무신 한 켤레가 내 친구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두 소녀 이야기
『두 소녀-요코와 나의 이야기』
저자

이순원

저자:이순원
강원도강릉에서태어나고자랐다.1985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소」가당선된이래『19세』,『아들과함께걷는길』,『말을찾아서』,『은비령』,『그가걸음을멈추었을때』,『나무』,『고래바위』,『어머니의이슬털이』등‘자연과성찰’을주제로한작품으로독자들의마음을이끌었으며,많은작품이초·중·고등학교교과서에수록되어있다.『수색,그물빛무늬』로동인문학상,『은비령』으로현대문학상,『그대,정동진에가면』으로한무숙문학상,「아비의잠」으로이효석문학상,「푸른모래의시간」으로남촌문학상,『나무』로녹색문학상,『삿포로의여인』으로동리문학상과황순원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나의오랜친구요코9
납돌마을의용자라는아이25
우리는성덕공립보통학교1학년42
오오모리사부로센세이68
문학청년작은아버지와집안할아버지김해경80
우리는대일본제국의신민입니다86
조선사람이름을일본식이름으로109
조선말을쓰면빼앗는딱지141
옛날에옛날에157
우리들의가두행진186
천황폐하가하사한고무신210
홍숙인,난요센세이225
오늘은우리가헤어지는날251
떠난사람남은사람266
해방이되었건만돌아오지않는사람309
친일부역자의화려한변신324
다시나의오랜친구,용자332
해설김나정337

출판사 서평

『두소녀-요코와나의이야기』에대해작가는작가의말에서이렇게말했다

작품에도어떤운명이있다면
나는이얘기를쓰기위해작가가되었는지모릅니다.

등단40年동안수많은작품을창작한작가는왜이런말을했을까?

그것은좁은의미로는작가개인적으로
‘아주오랫동안이얘기를들려주신나의어머니김남숙여사님’
의전기이기때문으로보이고,
넓은의미로는
창씨개명과일본어수업시대를살았던우리와
우리를그렇게살게했던일본인들이

‘이얘기를우리의얘기로함께들어주’어

우리모두이역사적사실을잊지도지우지도않은채
두나라의보다밝은미래를만들어가라는메시지가아닐까?


『두소녀-요코와나의이야기』는한국문학사의공백을메꾸는의미깊은작품

이작품은한국문학에서생략된‘창씨개명과일본어수업시대(조선어말살시대)’를복원해낸작품으로한국문학사적으로의미깊은작품이다.그래서일까?작가는이작품에서알퐁스도데의「마지막수업」을중요한모티프로여러번등장시키고있다.이작품의주요무대인두소녀의국민학교6년간의「일본어수업시대」가알퐁스도데의「마지막수업」의주제와다르지않음을강조하는것이리라.
주인공인두소녀외에내선인(일본본토인)으로서는더없이모범적인‘오오모리사부로센세이’와조국어에대한열정을가지고실천하는‘홍숙인,난요센세이’,‘친일부역자’였으나해방후‘화려한변신’에성공한
김진벽을통해작가는독자들에게자신의장기인서정적미학에묵직한역사적메시지를얹어전하고있다.작가의말그대로‘이얘기를씀’으로서완벽한작가가된것이리라.


잊혀지지도,지워지지도않으며사라지지도않는다(해설과함께)


소녀상에숨결을불어넣다

평화의소녀상(PeaceMonument)엔따로이름이없다.그저‘소녀’상일따름이다.아픈시대를치러낸모든사람을대표하기때문이다.하지만이땅에서살았던그모든소녀들에겐이름이있었을터이다.『두소녀-요코와나의이야기』는그소녀중한명인‘용자(容子)’의이름을화자인나95세후득이가불러준다.당차고멋졌던용자,가난해도꿋꿋했던단짝친구.열다섯살에손을흔들며떠나보낸친구가80년만에소녀상이되어돌아왔다.
“여자아이의맨발을보고,아니그옆에누가고무신을가져다놓는것을보고서야나는저아이가내기억속의누군지알았던거예요.”라면서후득은소녀상에서용자를떠올리고깊은회한에사로잡힌다.그런미안함과죄책감의근원엔신발한켤레가놓여있었다.

역사는삼인칭,소설은일인칭

『두소녀-요코와나의이야기』는여리고얌전한모범생후득이와당찬용자,두소녀의이야기로꾸려진다.‘나는그때그곳에살았었고,너와함께했다.’누군가를떠올리면,그사람과지낸시절과공간,함께했던사람들도더불어온다.
소설의구성요소인배경은한시절의시간과공간을복원하는저장소역할을한다.용자(容子)와후득(後得)은강릉근교납돌마을에서태어났다.소녀들이살던동네며오가는길들을그려지며소설의배경인강릉군성덕면납평마을(납돌)의모습이복원된다.1928년과1929년에태어나1937년소학교에입학해1943년3월에졸업하는두소녀의이야기를통해일제말기의역사가생동감있게그려진다.
소설속에등장하는역사적사건을줄거리에따라정리하면다음과같다.

-관공서에서조선어사용금지일본어만사용(1937)
-황국신민의서사제정(1937)
-학교에서조선어수업폐지(1938-1939)
-조선어신문폐간과창씨개명(1940)
-일상에서도조선말사용을금지하여교실에서서로딱지빼앗기(1941)
-일본의인도지나반도침략과점령환영대회(1942년3월)
-함흥에서시작된조선어학회사건(1942년10월)에연류된홍숙인선생님과이것을조사하기위해경찰서에끌려간후득은조선말옛날얘기모임으로상급학교의진학이막히고용자는졸업이태후(1944년)강릉보국대장의함정같은꾐에빠져정신근로대로끌려간다.

이소설은기록하고기억해야할역사적사실을소녀들의이야기를통해풀어냄으로써,역사가개개인의인간에게어떻게다가오고어떤파장을일으켰는지를섬세하게그려낸다.일인칭시점으로,소녀가바라본세상을생생하게담아내고,내면의움직임도섬세하게포착한다.
또한소녀들을구심점으로하여아이들을둘러싼많은사람들을아우르며역사를다각도로보여준다.할아버지세대,아버지와삼촌세대,덕선이과근숙등언니들,더어린세대의이야기를담아냄으로써역사의파장이개인에게어떤영향을미쳤는지를폭넓게담아낸다.

이러한대화는어린화자의일인칭시점으로전개되어학교생활을다루고사건을체험한당사자의생생한감정을다룬다는강점에시국을걱정하는어른들의대화를통해시대상을전하고분석하는내용이더해진다.성인화자의목소리로현실뒤에숨은‘구조’와사건의의미를깊이있게담아내는것이다.역사에대한서사는상황으로서의서사,체험으로서의서사,증언으로서의서사,마지막으로‘기억’으로서의서사로갈무리된다고한다.어른들의이야기는당대의상황을조망하고분석하며,어린화자의서사는그시대를직접겪은사람의체험을기록하여증언으로서의서사를펼쳐나간다.이러한여러겹의서사는기억을보존하는역할을하여,비극의역사를겪지않는포스트메모리세대에게이전세대의트라우마를기억하고전유하는역할을하게된다.


우리들의‘마지막수업’같은‘일본어수업’

이소설은두소녀의학창시절을통해,제국주의논리가어떻게침투하고,어떤방식으로사람들의정신을지배해나가는지보여준다.학교에다니려면학칙을지켜야하는데,그학칙은단순한규칙이아니라제국주의정책에뿌리를박고있다.학생들은다른나라의지배자에게아침마다기계인형처럼의례를올려야한다.행동을통제당하고식민지정책에부응하는충실한신민으로육성된다.열심히공부해서더나은삶을찾으라는일본선생의말은표면적으로는그럴싸하지만따지고보면,그공부는개인적영달을찾거나식민지정책에발맞추는결과를낳게된다.너무어려그저순응하던아이들은점차그러한모순에눈을뜨게된다.
무엇보다이작품은‘말’을빼앗아얼을앗아가는과정에주목한다.창씨개명으로이름을바꿔야하고,일본어가‘고쿠고(국어)’로탈바꿈하고모범생이되려면‘황국신민서사’를일본말로읊어야한다.
언어는생각의집이란말이있듯,말을빼앗는다는것은단순히다른언어를쓴다는데국한되지않는다.사고방식마저바꿔야하는중대한문제이며말속에어린얼마저빼앗긴다는의미를품고있다.말은단순히의미를전달하는도구가아니다.말속에는겹겹의역사와그말을사용하던사람들의정신이깃들어있다.양조장집지숙언니는도저히일본어로바꿀수없는우리말이있다고한다.
일본어를자연스럽게쓰려일본식으로사고해야한단다.그러나생각하는방식이쉽사리바뀔리없다.일제는딱지를주고벌을내리는방식으로몰아붙이니아이들은홍역을치른다.모범생이되려면일본식으로생각하려애쓴다.하지만말을부품갈아끼우듯바꿀수는없는노릇이다.“오오모리센세이는그러잖아도우리가일본말로생각하는폭이좁아질문을하면자기생각을발표하는말도짧고표현도짧다고했다.”할수있는말이줄어드니생각의폭도좁아지고속에있는것을제대로표현하지못하게되는건당연한노릇이다.아이들은집에서하는말과학교에서하는말이달라갈팡질팡하고,벌을받을지무서워아예입을다물기도한다.
하지만아이들은시대의흐름과전체주의의요구에휩쓸려가지만은않았다.제국주의가전체주의로몸을부풀리는동안,아이들의정신도자라난다.제도가규칙으로억압해도아이들은방법을찾아낸다.
아이들은효자각에모여우리말로우리옛이야기를나눈다.할머니가들었던옛이야기를일본어로하면도저히맛이살아나질않는다.아이들은모여서우리말로이야기를소곤소곤나눈다.일본어만써야하는억압적인교육환경에서우리말이풀려나오며생각의숨통도트인다.

이작품에서알퐁스도데의「마지막수업」은중요한모티프로작용한다.후득은작은아버지가삼촌에게들려준소설이야기를기억한다.불란서국경마을에보로서(프로이센)군이진격해들어온다음지금까지불란서말을사용하고공부하던마을에내일부터새로독일선생이와서새로운국어로독일어수업을하게된다는것을알리는마지막수업얘기라고했다.80여년이흐른뒤,후득은자신의학창시절이그마지막수업의내용과다를바없다고생각한다.


기억의모뉴먼트

평화의소녀상(PeaceMonument)은역사적인사건을기리는조형물,‘모뉴먼트’에속한다.
죄책감이나미안함은머릿속에있고마음속에있어서자칫하면망각되기쉽다.황동빛소녀상은가방에매달린노란리본처럼기억을눈에보이게형상화시킨다.
독일의예술가권터뎀니히가기획한‘걸림돌’프로젝트는나치에게희생된유대인,동성애자,저항했던시민들을기리는황동판을그들이생전에살았던집주변에보도블록과함께박아넣었다.‘걸림돌’은독일어로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로,걸려넘어지다(stolpern)+돌(stein)을합친말이다.사람들이그냥지나치지말고,발을멈추고잠시나마기억하란의도로만든것이라고한다.
유태인박물관에는‘홀로코스트타워’란전시실이자리잡았다.건물제일위층까지뚫린텅빈공간인데전시물은하나도없다.천장에그어진틈으로들어오는빛한줄기가보이는것의전부다.전시실에들어선사람들은저절로빛이들어오는높은곳을올려다보게된다.캄캄한곳에서가느다랗게흘러드는빛을본다.희미한빛이라도갈구하던고통받던사람의자리에서게된다.
이러한기억의모뉴먼트는망각을막기위한만든것이다.이소설의말미에는등장하는,돌아오지못한사람들의이름들처럼.그시절,그사람들을잊지말자고형상화한것이소녀상,그리고당신앞에놓인이책도.

용자야.
내친구야.
우리다시경포호숫가에서만나면내가예전에양보하지못했던고무신을너의발밑에놓고네옆에놓아둔의자에앉아네손을꼭잡을게.그러면너도내손을꼭잡고돌아와서도못내불안해내려놓지못하고있는뒤꿈치를그날만이라도살며시내려놓으렴.그리고우리그동안다하지못한옛날얘기를밤이깊도록하자.
꼭그러자꾸나.

친구를떠나보낸기억을품고오랜세월살아왔던나이든소녀는신고다닐신발이없어학교까지그만두고먼길을떠났던친구에게신발을놓아준다.신발한켤레는두짝이모여야제구실한다.한소녀의마음이늦게나마다른소녀의마음곁에놓인다.친구는슬픔을함께짊어지는사람이란의미가있다고한다.
소녀상은더나이들지도,잊혀지지도,지워지지도않으며사라지지도않는다.이소설속두소녀의빛나고애틋했던나날이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