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죽

못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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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5년 『길 위의 책』으로 푸른책들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3년 부산소설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던 강미 소설가가 《실천문학》에서 단편집 『못 죽』을 출간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청소년 장편 소설과 청소년 단편 소설집을 출간해 청소년 문학계에서는 중견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본격 단편 소설집으로는 이번 단편집 『못 죽』이 첫 소설집이라 출간 의미가 크다.
가족의 부정적 중력에 놓인 여성 인물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안녕, 작은 서지영」, 「섬의 섬」, 「리유화는 모른다」와 주인공들이 성장통의 길목에 서 있는 청춘들로 성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저마다의 시름과 열망을 마주하는 「송별」, 「매직아워」, 「환승」과 인간 관계의 취약성과 도덕적 딜레마에 천착한 작품 「못 죽」, 「황금 잉어」 등 모두 8편의 단편이 이 소설집에 실려 있다.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을 오가며 단련한 폭넓은 시야로 때로는 서정적 에세이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날카로운 르포처럼 선연한 강미 소설가의 빛을 발하는 문장이 인물들에 생동감을 불어 넣고 있는 수작들이다.


떠나며 인사하는 안녕,
맞이하며 인사하는 안녕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문 이들의 이야기 어제의 나를 내려놓는 일,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과 정을 놓아주는 일, 실패와 후회를 삶 속에 봉인하는 일 - 모든 행위가 다음 걸음을 위한 준비다. 『못 죽』의 인물들은 각자의 속도와 경로를 따른다. 어떤 인물은 뒤돌아보며 천천히 걸어 나가고, 어떤 인물은 눈을 질끈 감고 뛰어간다. 그렇게 어제와 오늘 사이를 건너, 각자의 내일로 향한다. 그러므로 안녕, 그리고 안녕.



서늘하지만 따뜻한-. 작가 강미의 고유한 세계를 담은 단편 소설집


어제와 내일 사이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
안녕, 그리고 안녕.


어제의 나를 내려놓는 일,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과 정을 놓아주는 일,
실패와 후회를 삶 속에 봉인하는 일.
모든 행위가 다음 걸음을 위한 준비다.
저자

강미

저자:강미
진주에서성장기를보내고울산에서교사생활을했다.산,밥,벗을좋아하며나날이성장하는삶을꿈꾼다.2005년제3회푸른문학상‘미래의작가상’을받으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표작으로는『길위의책』『겨울블로그』『밤바다건너기』『안녕,바람』『사막을지나는시간』등이있다.
수상:0년푸른책들푸른문학상

목차

매직아워009
섬의섬039
안녕,작은서지영067
송별093
환승123
못죽153
황금잉어183
리유화는모른다211

해설허희237
작가의말255

출판사 서평

강미의단편집『못죽』은사건의책이라기보다자세(姿勢)의책이라고해야할것이다.반복과차이의이미지,이름부르기의정치학,물과빛으로상징되는시간성이이와같은포지션을구성한다.같은자리에머물러도더이상예전과같은태도를취하지않을수있음을“어젯밤의나와지금의나는다른사람같았다”(「섬의섬」)는자각으로드러낸다.서늘하고정밀하게구현되는현실의디테일과인물의내면을섬세하게비추는문체가융합할때,이야기는단면적문제소설이나감상적치유서사의범주에서벗어난다.대신관계를재정립하는방법에대한성찰을유도한다.그녀의소설은섣부른회복을약속하지않는다.그러나재구성의가능성도지워버리지않는다.완벽하게치유할수는없더라도상처와함께살아내는언어를발명하기.그것은타인의시선으로부터자기호흡을찾는일이자,누구의각본에도자신을쉽게내어주지않겠다는결단에가깝다.
이를서술하는강미의문장은때로는서정적에세이처럼부드럽고,때로는날카로운르포처럼선연하다.청소년문학과성인문학을오가며단련한폭넓은시야도빛을발하면서인물들은생동감을획득한다.이상의요소를포괄하면서,이글은소설집이품은아래의세갈래의문제의식을따라간다.


1.틀밖으로나가는여성들

가족은사랑과보호의울타리로간주되지만,동일화의원리가공고하게작동하는억압의공간이되기도한다.강미는가족의부정적중력에놓인여성인물들이자신의목소리와정체성을찾기위해분투하는모습을그린다.「안녕,작은서지영」,「섬의섬」,「리유화는모른다」가그러하다.

「안녕,작은서지영」에서서지영은어머니의이름이자,어머니가딸아린을부르는호칭이기도하다.“작은서지영”이라는호명은딸을독립된개인으로인정하지않고,자신의축소판으로소유하고자하는욕심을드러낸다.작품은아린이집을떠나며시작된다.어학연수를위해비행기에오른그녀가느끼는해방감과불편함이교차하는심리가묘사되는데,이는어머니의그늘에서벗어나려는몸부림으로읽힌다.

「섬의섬」은더극한상황에서여성주체의각성을다룬다.배경은작은섬마을.새날은장애가있는엄마와함께계부장씨와지낸다.섬주민들은관광객에게1박3식을제공하는민박패키지여행프로그램으로생계를잇는다.장씨도마찬가지다.문제는그가새날모녀를착취하면서장사를한다는데있다.어릴적부터덤취급을받으며설거지ㆍ청소ㆍ식사준비까지도맡아해온새날에게장씨는밥값을하라고폭언한다.새날의엄마를향해서는“저깟병신이무슨부인이냐”는모욕을퍼붓고손찌검까지일삼는다.혹독한환경에서새날은일꾼이자고등학생으로서의역할을충실히수행한다.

「리유화는모른다」는앞의두작품과는또다른가족의형태를다룬다.주인공리유화는조선족출신여성으로,한국남성과(계약)결혼을한상태다.리유화의남편은커밍아웃하지않은성소수자다.두사람은법적으로는부부지만실질적으로는서로의삶을터치하지않는동거인관계를유지한다.갈등이나적대보다는안정된공존의형식이다.그럼에도리유화의마음은은별의생부를만나지못하는데에서오는공허감으로헛헛하다.이러한와중에그녀는고향연변으로딸과함께다녀올계획을세운다.단순한여행이아니라리유화가오랫동안미뤄온과거와마주하기위한결단이다.


2.다시그리는청춘의지도

「송별」의영진은입영통지서를받았다.군대에가야한다는사실보다그를괴롭게하는일은따로있다.어머니가새로운남자와교제한다는이야기를들은것을포함해,그간사귀어온동성연인정환과의미래도불투명해진까닭이다.그러는가운데어머니가운영하는횟집에들렀던손님커플중한명이바다에빠져구조대가출동하는사건까지벌어지면서삶과죽음,사랑과이별을둘러싼시련이한꺼번에영진을흔들어놓는다.

「매직아워」의은결은아빠가교통사고로중환자실에입원한후이모와살고있다.아직보살핌이필요한학생임에도빨리철들어야만했던소녀.그런데오랫동안인연을끊다시피지내던엄마가불쑥연락을취한다.TV모금프로그램에출연하라는통보다.병원비등경제적형편이나아지는데도움이될수있는기회였지만,한편으로는자신의삶이방송사연으로소비되는것에대한거부감이든다.TV가내보내는장면이현실의일부만잘라내포장되는과정을은결이알고있기때문이다.사전조율을위해내려온최작가는다행히은결의입장을존중하는인물이었다.그녀는은결의목소리를직접들으면서속깊은대화를시도한다.

「환승」의은해가족은집을개조해놀이방을창업하기로한다.가족이운영하던마트가폐업한상황에서별다른대안이없었기때문이다.마침보육교사자격증이있던은해는놀이방사업에자연스레동원된다.한편은해의언니정해는국비지원으로어학연수를마친후막귀국한상태다.그녀는가족에게말못할사연으로목돈을마련해왔는데은해는그러한언니가낯설게느껴진다.가족에게닥친고난이현실의무게를짐지우는가운데,그녀를잠시나마해방시켜주는것은연애다.“가난하고공부도못하는내가주인공이되는유일한길을왜마다하겠는가.누군가의욕망의대상이되는짜릿함을포기할이유가있는가.”

3.돌아오지않는것들과함께

「못죽」의수완은사회단체에서일하는활동가이고,미영은수완의고모로은퇴한유치원교사다.수완은일찍이어머니를여의고아버지와도연을끊은뒤,아르바이트로생계를꾸리며살아왔다.그녀의삶에는경제적어려움이그림자처럼따라다녔고,현재는전세사기까지당해통장잔고가바닥나고말았다.그러한수완이마지막으로기댈곳이라생각하고찾아온것이미영의집이다.이작품은두사람이부대끼는시간을차분히그린다.방울이떨어지는동일한풍경을바라보고있지만두사람은상이한목적지를가슴에품는다.

「황금잉어」는상실의여파를전경화한다.‘나’는어린아들을잃은어머니다.사고뒤그녀의삶은뿌리째흔들렸고,남편과의관계도균열로가득하다.그러던차에‘나’는붕어빵(잉어빵)손수레를인수한다.빵틀에서노릇노릇구워지는작은물고기모양의빵들은겉보기에는겨울철흔한간식일뿐이지만,그녀에게는잃어버린아이를떠올리게하는상관물로작용한다.그녀는반죽을붓고빵을구우면서,슬픔을반추하는삶을버텨낸다.그녀의일상은장사하며마주치는이웃과의작은교류속에서갱신의조짐이보인다.은산할매나정노인등과주고받는대화,아이들이와빵먹는모습을지켜보는일이그렇다.잔잔한연대감이그녀를한발자국씩현재의삶으로불러낸다.


작가는위에서보듯세갈래의결을좇되작품의여백은있는그대로놓아둔다.이것은독자가사유와심경을채워넣을수있는공간이면서,캐릭터들이닿지못한잠재성이머무는장소이기때문이다.그곳을가능한한길게,활짝열어둔채로독자와함께안녕을되새기고싶다.안녕은이별의수사에그치지않고,타자와얽힌관계망에서자아를재배치하는행위의이름이니까.누군가는가족에게서한걸음물러서야비로소자신에게인사할수있고,누군가는사랑을떠나보내야다가올앞날의문턱에설수있다.그렇게보면이소설집은헤어짐을통해서만닿을수있는만남의기술을기록한연작이기도하다.거기에새겨진문장들을더듬어읽으면서다양한얼굴을가늠한다.


작가의말

먼이야기다.울산방어진에서첫직장생활을했다.등대가옆에있었고노을과파도소리가건물깊숙이까지넘나드는곳이었다.눈만들면온통바다였는데늘예뻤고때론황홀했으며가끔은장엄했다.심미적공간인바다는해녀들과고기잡이배가드나드는생활의터전이기도했다.이들의작업이맞닿은항구도일하는사람들로넘쳐경매,좌판,그물수선,횟집들에서생업에힘을쏟았다.스물네살사회초년생은자연의아름다움과생업의거룩함사이에좌표를찍고나름의세계를향해꿈틀거릴수있었다.현재가좋았고앞날도밝아보였다.그런데얼마지나지않아거대한펀치를맞았다.그해여름아버지가돌아가시고몇달지나남동생이갑자기세상을떴다.의무경찰업무수행중교통사고를당했다.운명이라해도신의계획이라해도도저히받아들일수없었다.하늘에종주먹을들이대고바다를향해돌을던졌다.길을걷다가,밥을먹다가,수업하다가울컥눈물이났고밤마다소리내어울었다.인생에이제더이상의기쁨이나행복따위는없을거라생각했다.소설이유일한숨구멍이었지만,영혼이뒤틀렸으니,제대로된글을쓸수없었다.

하지만살다보니웃는날,좋은날이찾아오기도했다.내가귀중한사람이라는걸알게되고여린생명을낳고기르는일도하게되었다.결혼과육아를통해자존감,기쁨,사명감같은말들이신비롭게나를감쌌다.뒤통수를후려쳤던생이천연스러운표정으로다시내미는손을나는잡았다.해야할일과하고싶은일사이에서중심을잡아나가며앞으로나갈수있었다.그러자오랫동안짝사랑했던소설도반응해주었다.등단작을시작으로오랫동안청소년소설을썼다.학교가일터였고청소년의엄마였고청소년자식을둔친구들이많았기에자연스럽게그리됐다.청소년소설을매개로아이들과소통하는게보람있었고교사와작가가선순환하는행복한경험도누렸다.

물론좋은날이그냥찾아오지는않았다.함께삶을일구어온가족이없었다면불가능했을것이다.뜨거운고마움을전한다.어쩐지민망하여,여러권책을내면서도번번이놓쳤던인사를이제야한다.긍정과온화함을몸소보여주시는시부모님께도감사인사를드린다.특히무한한지지와응원을보내주셨던우리아버님,부디오래오래행복한삶을누리시길바란다.책을내주신실천문학사와해설을써주신허희평론가님,작업공간을내어줬던토지문화관,막바지작업을도와준‘나비우리’도반님들께도감사드린다.

세월이흘러도내안엔스물두살청년으로박제된동생이늘있다.그래서였을까?청춘의삶을앗아간재난에민감하게반응하고생을끝낼뻔했던청춘들에겐안타까움과고마움이유달리크다.거기에보태져내가지나온터널이자자식과제자들의시간에머문눈길들이모여소설한권이되었다.은결,새날,아린,영진,은해,수완,민하,유화.부디이들이오늘을열심히살아가는청년들의마음에닿고응원이되길바란다.앞선세대로서청년들의현재가안정적일수있도록,미래가절망적이지않도록애쓰겠다는마음도다진다.

2025년겨울길목에서강미




어제의나를내려놓는일,
더는함께할수없는사람과정을놓아주는일,
실패와후회를삶속에봉인하는일.
모든행위가다음걸음을위한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