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서머

인디언 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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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6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현 시인이 《실천문학》에서 첫 시집 『인디언 서머』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상실과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치유의 언어, 상처를 응시하는 숭고한 증언,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정서적 복합성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 독자를 이끌 51편의 수려한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집 『인디언 서머』는 상처 입은 자아를 다시 세우고 단절된 기억을 잇는 치열한 기록이자,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묵직한 위로의 시집이다.


상처의 구조를 해부하고, 내면의 균열을 기록한 시집!
이현, 9년의 침묵을 깨고 첫 시집 『인디언 서머』 출간

상실과 불안, 그리고 트라우마-
그 깊은 균열 속에 피어오르는 한 줄기 언어의 불빛!

가장 아픈 순간에만 나타나는 언어의 온도!
이현의 『인디언 서머』는 상실과 존재의 불안을 지나
트라우마 너머의 빛을 보여준다
저자

이현

경상남도합천에서태어났다.2016년『서정시학』으로등단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청바지J11
인디언서머12
이사14
미현이라는거짓16
공업사와개19
모두의도서관20
산책을따라나선밤22
탈의실24
나의월요일26
문상하는자세27
드라이플라워30
달력속의사람32
손가락왈츠34

제2부
명료한밤37
오랜분실물40
크리넥스가젖었다41
숙제는끝나지않아42
휠체어타는남자44
아라비안노래꼬리치레46
악수48
여름은그곳에남아50
호계역에서51
네잎클로버는없다52
모자,일요일그리고개54
첫눈사람56
객점호쨔이58

제3부
유키는유키63
누구의장례식이었을까64
소꿉놀이66
톨게이트에웃음을지불했다68
아직도술래일까70
밤의횡단보도72
목요일의안부74
광장의방향76
샤갈의미술관79
스무살의다이어리80
폭설,봄82
폐경84
MySecondLife86

제4부
창고와개91
우리집구전92
크레바스94
나무랄수없는,96
다시여름99
8월4일100
그러게,그러게102
낮달104
여름고드름106
기도의내일108
이모라고했다110
나르시시스트112

해설김병호117
시인의말138

출판사 서평

변혁적언어와찰나의카타르시스

여름이갇혔다

한번도스스로어두워본적없는마네킹을생각한다
한덩어리의어둠으로켜켜이페이지를이룬
두꺼운책을들고비가올때마다계단을오른다

종이컵에가라앉은시간을마신다
처음엔이름과맞바꿀생각이었다어둠,한줄에죽음하나

나는아무렇지않은척살고있구나,쇼윈도를사는심정으로

(중략)

어긋나게자란사시나무곁으로
시침이꽂힌채작은새가뒷걸음질치고있었다
누군가다가와
처음으로돌아가는문을알려주겠다고했다
나는머리를흔들었다

아무것도필요하지않은여름이었다
-「인디언서머」부분

시「인디언서머」는글의서두에서설명한내용을압축적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즉상실,트라우마,존재의불안정,그리고정체성탐색이라는현대인의보편적인내면풍경을밀도높은언어와독특한이미지로직조해내고있다는의미이다.표제작으로서시집의전체적인분위기와주제의식을함축적으로담아내고있으며,특히현실과유리된듯한현대인의삶,그속에서느끼는내면의공허함을날카롭게포착한다.

이것을초록이라부르기로합시다

아무것도없었는데
말이끝나자반짝이는나뭇잎이보였다
왼팔맞은편에는나무그건너엔오른팔

멀찍이떨어져,나무의자전을생각한다
나무가가지를뻗어원심력을펼치고있다
가족을얻었다,나무에겐
그림자와날아든속도로날아오르는새가있다

(중략)

두꺼운몸에그림을그려넣는나무
안경을끼고축구공을뒤쫓는아이
벽에기대목적지를고쳐신는이야기

어느것도시가아니라고말할수없는데
자전을배우고원심력으로부터나를지키려

잠꼬대로알아듣지못하는세계를다녀온다
받아적는꿈이달라질때면
여전히자전중인지를묻는다초록은겨울로바뀌었지만
아직초록으로불린다

연필을심었다
-「MySecondLife」전문


이현의시「MySecondLife」역시다소이색적인작품이다.이시는존재의근원과자아의본질을탐색하는심오한여정을그리고있다.​‘초록’이라는상징적인이미지와‘MySecondLife’라는제목의그늘에서,시인은재탄생과끊임없는변화속에서진정한자신을찾아가려는의지를탁월하게드러낸다.​앞선「인디언서머」처럼시는단정적진술로시작한다.“이것을초록이라부르기로합시다”라는선언적진술은새로운시작과의미부여의의지를드러내는명명행위이다.2연에서후속되는언어의창조적힘,이것은무에서유를창조하는자아탐구의첫걸음이다.

언니와나
둘다예쁜엄마가되고싶었으나
술취하면때리는아빠도있었으므로

나는아빠가되기로했다
기왓장조각에이끼로차린밥상이반짝거렸다
신발안에는닭이물어온노란햇살
그날따라벽돌을빻은반찬은자꾸바람에날렸다

새살림차릴엄마가방이숨겨진마루밑
봄볕이나무대문을열수도있다는걸
몰랐다가방을뒤쫓는아빠의왼쪽주머니에칼이있었다는걸
햇살이바닥에쨍그랑댄뒤에야알았다

(중략)

언니가손가락으로밥을먹기시작했다
문소리가나면치마를벗었다
나는방문을잠그고,주일엔아버지면회를갔다

태어난날이크리스마스였다는,예수가
내방에있단다,아버지가손을내밀었다
달걀처럼위태로운예수는그봄에죽었잖아요

겨울인데도해가길어지고있었다
이번엔언니가아빠될차례
언니가잠든사이머리를감기고옷을갈아입혔다
-「소꿉놀이」전문

시집『인디언서머』에는위험하거나위태로운작품이암암리에숨겨져있다.「소꿉놀이」가그대표적작품이라고할수있다.이시는어린아이의경험,특히가족내폭력과불안정한환경이개인의정체성형성과자아변형에미치는영향을심도있게다룬다.‘소꿉놀이’라는유년기의행위를통해비극적인현실을재구성하고,이를통해존재의불안정과상처받은자아의모습이노출된다.

바구니가득
장미꽃잎으로샤워를합니다
둘곳없는눈
온몸을더듬는게입술이어서좋아요

껍질을가졌어요
자궁으로되돌아가고싶지않아서죠

기적을울리며들이닥치는
미끈거림,깃을치는입술을상상해요
미끈한자유와몸의굴곡들을사유화합니다

머리와젖가슴사이엔
좀더쿵쾅거리는동사가필요합니다
레버를당겨요이륙해주세요

(중략)

어쩌면좋아요주사위를던지면각면마다다른얼굴의내가있습니다
나는비누거품처럼무수하고풍성합니다

끝없이높은계단을오를때
나라서좋아요
거기서뛰어내릴때조차도

나는누군가의완벽한대안입니다
-「나르시시스트」전문


마지막차례로읽어보는「나르시시스트」역시이현시의개성적세계관을고스란히보여준다.자기애적주체의내면을강렬한이미지와파격적인언어로그려내면서도,존재의불안정과그속에서자아를탐색하고확립하려는치열함을감추지못한다.앞서살핀작품들과다소다른결이지만,여전히기존의관습적인시선을거부하고,주체적인감각과욕망을전면에내세워독특한개성을과감하게드러낸다.시는화려하면서도감각적인이미지로시작하면서극도로미화된나르시시즘의본질을보여준다.외부의시선에서벗어나오직자기감각에몰입하는모습은타인의시선에서자유로운내면의욕망을직시하며,자기몸을탐색하는자아와의깊은교감을드러낸다.

이현의시는완벽한행복이나해결책을제시하지않지만,불완전한현실속에서삶을받아들이는법에대한사유를선사하며잔잔하면서도깊은여운을남긴다.복잡다단한삶의갈피를이해하고,자신만의의미를찾아가는변혁적인경험을통해다다르는미학적쾌감이이현시인만이지닌또다른시적가치이며가능성이다.벌써부터그의다음시집이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