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고개에서 만나요

만날고개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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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선호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만날고개에서 만나요』를 《실천문학》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역사의 등고선과 그 고비마다의 통점을 통과하며 길어 올린 6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대가 외면해 온 약자들의 삶과 상처를 향한 시인의 진심 어린 관심과 공감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중심이자 윤리적 태도다. 조선인 여공들의 한을 노래한 「조선인 여공의 노래」, 다랑쉬굴 안의 처절한 공포를 재현한 「길고 긴 하루」, 여순항쟁 때 군인들에게 죽임당해 매장당한 만성리 골짜기를 추모하는 「만성리 기찻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진혼을 재두루미의 날갯짓으로 제의하는 「재두루미중창단」, 오월 광주를 넘어 진도 팽목항과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비극을 응시하는 「‘꼬마 상주’, 조천주」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한국 현대사의 상흔을 시적 언어로 끈질기게 호출한다. 또한 「서천꽃밭」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담아낸 개인사적 시편들도 함께 어우러져, 이 시집은 역사적 기억과 개인적 서정이 맞물리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의 세 토포스
-참된 인간학적 진실이 무엇인지 심문하다
저자

정선호

충남서천에서출생해2001년《경남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공대학부과정과국문과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다.시집으로『내몸속의지구』,『세온도를그리다』,『번함공원에서점을보다』,『바람을낳는철새들』이있고,제3회부마항쟁문학상등을수상했다.현재경남작가회의회장,계간《시와경계》기획위원으로있다.

목차

제1부
단감묘지11
문헌서원12
고인돌14
돌이된기억16
친구를맺는일17
은행이털렸다19
서천꽃밭21
11월의사진들23
순하디순한문장들24
오어사의잉어들26
야철마라톤대회28
코끼리,꽃30
물오리들31
고사리를꺾다32
운석과충돌하다33

제2부
조선인여공의노래37
열사들과밥을먹다39
백일홍을읽다41
재두루미중창단43
한산모시45
김남주시인이여,고정희시인이여47
다시,모든쇠붙이는가라48
고구려적여인,박구경50
홍의장군은살아있다51
길고긴하루53
‘꼬마상주’,조천주54
만날고개에서만나요56
만성리기찻길58
사진신부59
압수수색하다60

제3부
불에타죽은기억65
구월의합창곡67
내마음의풍차69
철새의말들71
자전거들은날아다니고73
4월,숲길을걷다74
문무대왕릉75
뱀이길을건너다77
물의노래78
해바라기80
합천에는생명의숲이있다82
씽크홀84
꿀벌들이돌아온다86
겨울,주말농장에서87
바닷물이들어오는교실89

제4부
미황사,꽃무릇93
매미울음소리는95
장미도서관96
설날97
가습기가있는풍경99
꽃마차는걸어간다100
노인과아이가있는호수101
모시는마음을잇고102
입자가파동이되는순간103
동백꽃떨어지고104
석공,봉석105
편지106
뱀딸기108
그여름의저녁109
성탄절111

해설김석준115
시인의말138

출판사 서평

서정의심급위에표현된인간학의진실

서정은선한마음이다.시가위대한예술의양식인이유는,민족의감각을섬세하게벼려이세계전체를평화와사랑으로공명시키는숭고한전언이기때문이다.정선호시인의시는바로이지점에서출발한다.그의서정은개인의감정을넘어,우리가함께살아가는세계의균열과상처를정직하게응시한다.

아파트단지안,동백꽃이
뚝,
뚝떨어졌다

어느학생이옥상에서뛰어내렸다
도장공이땅으로추락했다,

층간소음으로서로심하게다투어
죽거나다치는입주민들이있었다,

홀로지내던노인이바닥으로떨어져
동백꽃처럼붉은울음으로남았다,

동백꽃들은입주민들의설움과
아픈상처를머금고피었다가떨어졌다

떨어져서도수없이붉디붉게울었다
-「동백꽃떨어지고」전문

시「동백꽃떨어지고」는서민들의삶의다양한양태를죽음,특히자살이라는극단적선택을통해서내밀하게살펴보고있는데,그것은현대인들이안고있는“아픈상처”이다.

공통체로서의생태환경

정선호시인은시집『만날고개에서만나요』에서자연의상태환경문제에대한경각심을불러일으켜지구를되살리는공통체의운동을벌이는데,이는다중,즉우리사회의풀뿌리운동과정확하게맞닿아있다.

욕망이모인싱크홀은저승으로가는문이지요
보세요,도로에서저승사자들이삽들고누굴기다려요
-「씽크홀thinkhole」부분

그러나그러한풀뿌리들의노력에도불구하고,점점공통적인것,즉이세계를굳건하게지탱해주었던공통체는점점사유화로무너져내려자본가의수중으로들어가부익부빈익빈이라는경제적공포를양산하게된다.따라서시「씽크홀thinkhole」혹은sinkhole.은고밀도로압축굴절된욕망의“대도시”를“저승으로가는문”이라고간주하면서“건강하고행복한생활”이무엇인지를진지하게되묻고있다.

누군가편리한생활하며물건을쓸때
지구한편의누구와자연은매일,
매일죽음의위기를맞았다
-「바닷물이들어오는교실」부분


시「바닷물이들어오는교실」은지구온난화로인해해수면이높아져삶의터전을잃어가는“필리핀의바타산섬”“주민”의삶을세밀하게소묘하고있다.인류는간석유나석탄의무분별한사용으로인해온난화의주범으로지목되는이산화탄소의과잉발생은아마존유역의밀림을비롯한밀림숲의무자비한파괴와맞물려환경재앙이라는부메랑을맞게되었다.


자기검열혹은현실참여


나는가끔교통신호를지키지않은것과
아내몰래다른여자를생각한적이있거나
직장에서영업상거짓말한나를압수수색한다

(중략)

확실한혐의가나오면내가지금껏지어온
마음의감옥에자진투옥되리라
-「압수수색하다」부분

시「압수수색하다」는자기합리화와변명만을일삼는우리시대의병리학적징후를총체적으로반성할수있는영혼이아름다운시이다.정선호시인이행한자기검열행위는만해한용운과이육사를거쳐윤동주에게로귀결하는시인의마음과자세인데,이는자기로부터의혁명이시작되는결연한의지의실천적국면이다.

이상기후로무더위가이어지던몇해,
거리의배롱나무에걸린붉은심장들

지구반대편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폭격으로팔레스타인아이의내장이
아프게배롱나무에걸렸다
얼마나더더워져야총성이멈출것인가

(중략)

무더위견디며희망을건네는붉은사랑은
온세상을가득채우다지고,
가득채우다지고

백일동안,가을이오기까지
-「백일홍을읽다」부분

시「백일홍을읽다」는「압수수색하다」의자기검열의마음을사회적실천으로이행시켜“지구와사람들을살려낼방도”를모색하고있다.정선호시인은이해와타협과협치를통하거나아니면온세상을“붉은사랑”의“기도”를“가득채”워모두가행복의주체가되기를염원하고있다.따라서“붉은사랑”은새로운세계를만드는혁명의결정적인주체이자,이세계를평화롭게만드는삶정치적행위의신기원이다.

정선호시인의『만날고개에서만나요』도서정의심급위에펼쳐진사랑의인간학을현실참여의정치학으로고양시켜이세계를사람이살만한공간으로만드는데있다.따라서시인의요청은강렬했고,변화에의의지는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