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자는 잠 (김근하 단편소설집)

서서 자는 잠 (김근하 단편소설집)

$16.00
Description
등단 16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짙은 고독의 미학
2023 현진건문학상 대상 수상작가 김근하 첫 소설집 『서서 자는 잠』
-200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2023년 현진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온 소설가 김근하가 등단 16년 만에 첫 번째 소설집 『서서 자는 잠』을 펴냈다. 이번 소설집에는 압도적인 서사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은 현진건 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네」와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서서 자는 잠」을 포함해,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어온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김근하의 소설은 ‘관계의 비밀’과 ‘실존적 고독’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가장 가깝다고 여겼던 타인에게서 발견되는 낯선 비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의 균열과 와해를 작가는 서늘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포착해낸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심해 아귀」, 「너를 위한 냉장고는 없다」)부터, 죽음을 이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묘지 관리인의 숭고한 삶(「서서 자는 잠」)까지, 수록된 작품들은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직시하면서도 끝내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인물들을 통해 기묘하고도 묵직한 위로를 건넨다.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그리고 삶의 비애를 감싸 안는 따뜻한 연민의 시선이 담긴 이 책은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죽음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삶

김근하의 「그네」가 수상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는 21세기 현대인의 삶에 숨겨진 공존의 그늘을 긴장감 있게 개진하고 그것을 통해 각 개체의 절대 고독을 묘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소설가:현진건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네」 심사평에서)

단편 「서서 자는 잠」에 이르러 작가의 시선이 인간 존재의 근원을 규정하는 죽음의 언저리로 옮겨가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짐승들은 죽기 전에 자기가 죽을 자리를 찾아간다고 했던가. 자신이 파놓은 땅속에서 온기를 느끼며 죽음을 맞는 허상교의 모습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회귀 본능 같은 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죽음을 이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삶이란 너무 쓸쓸하게 느껴지지만, 이 길 외에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김근하의 소설이 일러주는 쓸쓸한 비밀이다. 작가가 건네주는 이 기묘한 위로는 책을 덮은 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기며 지속된다.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주는 김근하의 이번 소설집 『서서 자는 잠』이 모쪼록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해설 중에서
저자

김근하

경북문경에서태어났다.2009년《경남신문》신춘문예에소설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0년신라문학상대상과2023년현진건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1.그네
2.심해아귀
3.서랍속물고기
4,갈매기호텔
5.너를위한냉장고는없다
6.서서자는잠
7.내안의천사

출판사 서평

가장서늘한곳에서마주한관계의민낯,그리고삶의비릿한진실

김근하의첫소설집『서서자는잠』은우리가'가족'혹은'연인'이라는이름으로묶어둔관계가얼마나허약한기반위에서있는지를가차없이폭로한다.작가는가장가깝다고여겼던타인에게서발견되는낯선비밀,그로인해발생하는관계의균열과와해(瓦解)를서늘하면서도섬세한문체로포착해낸다.
1.비릿한냉장고와심해의기생충:일상을파고드는공포
-김근하의인물들은사랑이식어가는과정을겪는게아니라,일상이붕괴하고마음이와해되는과정을끔찍하리만치생생하게겪는다.이서늘한단절은사물과본능의영역에서파괴적으로변주된다.「너를위한냉장고는없다」에서남편이잡아온물고기가싫어멀쩡한냉장고의전선을모조리잘라버리는아내의광기,「심해아귀」에서무능한남편을암컷에기생해피를빠는'심해수컷아귀'에빗대며살의를느끼는섬뜩한내면은결혼생활의적나라한비극을보여준다.

2.고장난마음들이기어이찾아낸생존의방식
-그러나소설이단순히관계의파국만을전시하는것은아니다.인물들은각자의방식대로무너진삶을지탱하려안간힘을쓴다.「그네」의남편은아내가죽고나서야소리가소거된CCTV속(41번채널)에매달리며그녀가남긴"외로워"라는입모양을끊임없이독해하려애쓴다.「서랍속물고기」의아내역시죽은남편이남긴영수증과열대어(풍선몰리)를통해도저히알수없는타인의심연을추적한다.작가는이러한기괴한집착과몸부림조차채워지지않는허기를달래기위한'생존을위한비명'으로읽어낸다.

3.가장낮은곳에서피어나는눈꽃같은위로
-「서서자는잠」이지독한관계의허기와고독끝에작가가당도한곳은표제작「서서자는잠」의숭고한세계다.평생공원묘지에서남의묏자리를파며,정작자신의가족은무연고묘역에몰래묻어야했던늙은일꾼'허상교'.세상은그를'묘지파는늙은이'라부르지만,그에게죽음은두려움의대상이아니다.그는죽은이들을"이웃처럼다정하게"느끼며,세상에서소외된이들을묵묵히품어안는다.소설의마지막,그가자신이파놓은광중(壙中)속으로미끄러져들어가잠드는순간은비극을넘어선성스러운안식을보여준다.

"나는똑바로누워반쯤접힌왼다리를쭉편다.안성맞춤이다.편안하고아늑하다.조금전까지아파서움직이는것조차힘들었던다리의통증이줄어든다.스르르,눈이감긴다.잠이쏟아진다.눈이명정처럼내몸을덮는다."-(본문중에서)

그토록고단했던육신을대지의품에누이고,하얀눈을명정(이불)삼아잠드는그의모습은죽음이삶의끝이아니라,가장편안한안식처이자자연으로의회귀임을보여준다.김근하가건네는위로는달콤하지않다.쓰다.하지만그쓴맛이삶의비릿함을씻어내고,우리로하여금죽음마저끌어안는넉넉한품을내어준다.관계가와해된폐허위에도눈은내리고,삶은(혹은죽음은)계속된다는사실을묵묵히응시하게만든다.김근하의소설은말한다.외로움은인간이짊어져야할천형(天刑)같지만,그고독의끝에서야비로소타인을향한진정한이해와위로가시작된다고.『서서자는잠』은이쓸쓸한비밀을통해우리에게묵직한울림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