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는 세상

신이 없는 세상

$16.00
Description
20세기의 문턱에서 세상을 떠난 프리드리히 니체는 “다가올 세기의 맏이이자 조산아들” 중 하나로 신이 없는 세상을 선언했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버렸다! 우리가 신을 죽인 것이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위로를 얻을 것인가? 지금껏 세계에 존재한 가장 성스럽고 강력한 자가 지금 우리의 칼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 누가 우리에게서 이 피를 씻어 줄 것인가? 어떤 물로 우리를 정화할 것인가”

초기 그리스도교로 하여금 그리스철학과 로마 문명에 발을 들이게 한 사도 바오로는 아직 ‘신’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에게 연설했다. “여러분이 알지 못한 채 공경하는 바로 그것을 나는 여러분에게 알려 드립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만드신 하느님, 이분이야말로 하늘과 땅의 주인으로서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사시지 않습니다. 또한 무엇인가 아쉬워서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이 모든 이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진단과 신을 일깨우는 바오로의 연설, 두 극단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 책은 신앙과 불신앙의 동기와 태도를 진지하게 따져 묻는다. 신앙과 불신앙은 단어와 문장과 판에 박힌 문구로 만들어진 어떤 고안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지향, 즉 신뢰와 실존적 책임이다. 이것들은 신과 함께하든, 신이 없든, 신 안에 있든 중요하다. 이것들은 끊임없이 중요하며, 신을 떠났어도 중요하다.

저자

안셀름그륀

저자_안셀름그륀(AnselmGrun)
1945년독일융커스하우젠에서태어나성베네딕도회에입회하여신부가되었다.상트오틸리엔과로마안셀모대학에서철학과신학을공부하고카를라너에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수도승전통과현대심리학을연결하는작업에힘써왔고,현재뮌스터슈바르차흐수도원에서다채로운영성강좌를이끌고있다.그의저서들은30여개국에서1,400만부이상판매되었다.『아래로부터의영성』『우울증벗어나기』『내영혼의치유제』『당신곁에있을게요』등이우리말로출간되었다.

저자_토마시할리크
1948년체코프라하에서태어나프라하카를대학교에서사회학과철학,심리학을공부했다.공산정권하의체코슬로바키아에서심리치료사로일하며,1978년비밀리에사제서품을받고지하교회에서활동했다.현재프라하카를대학교사회학교수로재직중이다.그의저서『하느님을기다리는시간』은전세계로번역되어베스트셀러에올랐으며,2014년에는종교계의노벨상이라불리는템플턴상을수상했다.

저자_빈프리트논호프(WinfriedNonhoff)
1951년태어나튀빙겐대학교에서독문학과신학을공부했다.뮌헨쾨젤출판사에서종교?영성부서를이끌었고,출판경영자로쾨젤출판사와디트리히출판사에서총본부장을역임했다.지금은태티게출판사자문으로활동하고있으면서다양한책을엮고쓰고있다.

역자_모명숙
성균관대학교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독문학을공부했다.독일뮌스터대학교에서수학했으며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에너지명령』『이성의섬』『운라트선생또는어느폭군의종말』『내안의사막,고비를건너다』『카사노바의귀향.꿈의노벨레』『한낮의여자』『요헨의선택』『인간의길을가다』『마르틴루터』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언:신에게서버림받다?(빈프리트논호프)

프롤로그:죽은신.광인의연설(토마시할리크)

신이침묵할때
영혼은무신론을안다(안셀름그륀)
무신론을껴안다(토마시할리크)

다양하게실행된무신론
신을상정하거나아니거나(토마시할리크)
종교적무감각에서영적탐색까지-갖가지무신론(안셀름그륀)

탐색으로의전향
신의낌새를알아채다(안셀름그륀)
종교와종교적으로탐색하는인간(토마시할리크)

신비를살다
깊이에이르는길(토마시할리크)
무엇이라형용할수없는것의체험(안셀름그륀)

신비로가는길-이야기들로묘사할수없는것
변화-신앙인과불신앙인이함께가는길(안셀름그륀)
내안의불신앙인-나의친구(토마시할리크)

에필로그:미지의신.바오로의아레오파고스연설(안셀름그륀)

신앙과불신앙이서로껴안으면-필자들의대화(안셀름그륀,토마시할리크,빈프리트논호프)

출판사 서평

신이없는세상에서신에대해물음을던지는두사람,
독일의영적스승안셀름그륀과템플턴상수상자토마시할리크


신의죽음과신의귀환
문명세계일부에서최근의과거는유일무이한시절이었다.사람들이종교라는현상을접하지않고도삶을꾸려갔다.이것은동유럽과북유럽의세속화된국가들에적용되는데,거기서는그리스도교가문화와사회로부터추방되거나다른생활양식과사고방식을통해암암리에배제되었다.그런데이것은서유럽과남유럽국가들에도일부해당된다.여기서는그리스도교가감지하지못할정도로문화에동화되었다.20세기후반에는한세대전체가부유한서유럽국가들에서‘마치신이존재하지않는것처럼’살수있었다.니체가말한신의살해는신의말없는죽음으로바뀌었다.
그렇지만다른한편으로상황이달라지기시작했다.종교가정치영역으로돌아왔다.어떤이들은호메이니의이란‘이슬람혁명’을보고이를이미알아챘다.어떤이들은‘2001년9월11일’에야알아챘다.또한어떤이들은이슬람급진주의분파들의테러를피해유럽으로몰려드는난민의물결을보고그때깨달았다.21세기초부터세계인들의마음을졸이게한테러리스트들은이슬람을근거로내세운다.그들이사용하는이데올로기적수사는더이상나치스트들처럼인종적증오나공산주의자들처럼계급적증오가아니었다.종교적증오였다.신은테러리즘이란이름으로귀환했다.
그렇다면사람들은신이정말죽었으면하고문득바라지않을까?신의이름으로재단하여어떤것은가치있고어떤것은무가치하다고,어떤것은파괴할만하고어떤것은보존할만하다고주장하는목소리가있는데,그런식의신에게서벗어나길바라는것도당연하지않을까?

니체의선언과바오로의연설
20세기에강력하게영향을끼친금언을찾는다면어김없이“신은죽었다!”라는문장을만날것이다.니체는신의죽음을선언한최초의사람도유일한작가도아니지만,누구보다유명한인물임에는틀림없다.『즐거운학문』의광인이야기는이에가장잘알려져있고가장영향력이큰설명이다.“신은죽었다.신은죽어버렸다.우리가신을죽인것이다.살인자중의살인자인우리는이제어디에서위로를얻을것인가?”그런데니체의광인이야기를읽을때흔히못보고지나치는핵심문장이있다.광인의선언을듣는자들이“신을믿지않은많은사람”이었다는내용이다.
이천년전사도바오로는아테네아레오파고스한가운데서서서이방인들에게‘알려지지않은신’에대해연설했다.그리스도인은아니지만영적탐색의길위에있는철학자들과토론을벌였다.스토아학파철학자들은신을믿는다.물론그들이믿는것은철학적신이다.그들에게신은세계전체를형성하고그세계에영향을미치는로고스이다.신은모든것을움직이는불이요,모든것을관통하는정신이다.에피쿠로스학파는그리스신들을부정하지않는다.그러나그신들은아무런역할도하지않는다.인간과어떤관계도맺지않는다.그러니거기서관건은현세의행복과만족이다.
신의옥좌가제거될때,곧그옥좌의주인이실각될때개인적,사회적의식의이빈옥좌에누가앉을것인가하는문제는그만큼시급해진다.이책의사유는프리드리히니체의신은죽었다는진단과아레오파고스언덕에서사도바오로가행한알려지지않은신에대한연설의양극사이에서펼쳐지며,신앙과불신앙의동기와태도를따져본다.

할리크와그륀,신앙과불신앙
신앙과불신앙사이,유신론과무신론사이에서중요한것은사상적개념을둘러싼논쟁그이상의것이다.어느한진영이수사적승리를거둔다고해도거기에는큰의미가없다.신앙은실존의방향을정하는일이고불신앙도탐색하는실존,깨어있는실존의한형태이다.괴테는신앙과불신앙의논쟁을역사전체의본질로여겼다.그런데이논쟁은흔히한인간의내면에서일어난다.우리시대에는“신앙인인동시에불신앙인”이라고부를수있는사람들이증가하고있다.이책의두저자,토마시할리크와안셀름그륀은체험에근거한다.과감히자신들의개인사에대해통찰을시도한다.
안셀름그륀은종교적가정에서성장했다.삼촌이베네딕도회회원이었고고모둘도같은수도회수녀였다.외가쪽도비슷한상황이었으니,그륀에게신앙은공기와같았다.하지만모든것을신에게걸고수도원에들어가자비로소무신론적의문이들기시작했다.특히심리학을파고들며‘신은다름아닌인간의투사에지나지않을까?’‘모든것이그저상상이아닐까?’하는의심에사로잡혔다.그렇지만오랜회의끝에‘나는신앙에걸겠어’라는결단을저절로내리게되었다.마치파스칼의『팡세』에나오는유명한내기와같았다.
반면에토마시할리크가성장한체코슬로바키아는수십년동안공산주의정권이지배하며,무신론적이데올로기가공적교육제도와국가주도문화의본질을이루던나라였다.할리크는먼저불교와동아시아영성에심취했다.그러던어느날아버지방에서G.K.체스터턴의『정통주의』를발견하고그리스도교를역설의종교로깨닫게되었다.이후할리크는한순례교회로떠나휴식을취하며‘내가정말로신을믿는가'라는물음에답을할거라고다짐했고,아무런계시도큰깨달음도얻지못했지만,주님의기도를외고자신의물음에“네,믿습니다”라고침묵중에대답했다.

불가피하며불가결한물음
신앙과불신앙은분리된차원이아니라동전의양면이다.게다가때로이동전은단연신앙인의주머니에도들어있다.신앙과불신앙은단어와문장과판에박힌문구로만들어진어떤고안물이아니다.여기서중요한것은삶의지향,즉신뢰와실존적책임이다.이것들은신과함께하든,신이없든,신안에있든중요하다.이것들은끊임없이중요하며,행여신을떠났어도중요하다.
‘신은죽었다.’이진술은오늘날많은사람들에게상식이되었다.그들에게안셀름그륀은끝으로묻는다.“나는어떤신이죽었는지물어보겠습니다.그다음에나는삶의의미가어디에있는지,그리고삶에서자신을지탱해주는것이무엇인지물을겁니다.”또한토마시할리크도물음을던진다.“나역시이렇게물을겁니다.어떤신이죽었나요?가장흔한문제는특정한신관념이그신빙성을잃은것입니다.신에대한관념은역사속에서,개별인간의삶에서생겨나고다시소멸합니다.”이것은신을신앙하는이들에게도,신을부정하는이들에게도,또한신에무관심한이들에게도언제나유효한물음일것이다.이책은이물음에자신의체험으로나름의답을내놓으려는두작가의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