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시인 구상 평전 (양장본 Hardcover)

구도 시인 구상 평전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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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존재의 실상을 응시하여 그 안의 진실을 추구해 간 시인 구상. 구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이 첫 평전은, 구도자요 시인으로 살아간 한 인물의 85년 삶을 복원하려는 뜻깊은 시도다.
구상은 사제가 되는 길을 밟기도 했고, 기자로서 사회정의에 투신했으며, 6·25 전쟁 때는 종군작가로 활동했고, 전후에는 그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주의에 천착한 시를 썼다. 소박한 진실이 화려한 수사보다 고귀하다는 문학적, 윤리적 당위에 토대한 구상의 시는 표현 기법과 언어 미학을 중시하는 한국시의 편향적 흐름에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으며, 지금 우리에게 과연 시가 무엇이고 그 본령이 무엇인지 무거운 물음을 던진다.
저자

이숭원

李崇源).1955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충남대,한림대,서울여대교수를역임하고서울여대명예교수로있다.1986년평론가로등단하여김달진문학상,편운문학상,김환태평론문학상,유심작품상등을받았다.저서로『서정시의힘과아름다움』『정지용시의심층적탐구』『초록의시학을위하여』『폐허속의축복』『감성의파문』『백석시의심층적탐구』『세속의성전』『백석을만나다』『영랑을만나다』『시속으로』『미당과의만남』『한국현대시연구의맥락』『김종삼의시를찾아서』『시간의속살』『목월과의만남』『몰입의잔상』등이있다.

목차

1.구상시인과의인연
2.시인의출생과덕원이주
3.성장기의진통과일본유학
4.귀국후의생활과결혼
5.해방과탈주
6.월남후의우여곡절
7.종군과피난
8.강직한언론인의면모
9.6·25전쟁과구상의인간주의
10.인간주의적전망의시적형상화
11.왜관정착과시집출간
12.이중섭과의관계
13.부패한정권에대한항거
14.사상적전환의계기들
15.일본에서의결핵치료와새로운문학의의욕
16.현실과의불화,탈주의행운
17.암울한현실로의귀환
18.시의새로운개안
19.인간주의시의황홀한개화
20.그리스도폴의강
21.불이(不二)의세계관
22.또한번의혼란과시의은총
23.표상과실재의결합
24.구상의인품에대한후일담
25.거인과의이별

작가연보
저자후기

출판사 서평

구상탄생100주년을기념하여나온첫평전

존재의실상을응시하여
그안의진실을추구해간시인구상
그구도자의자취를되짚는다

구도자요시인으로살아간한인물
시인구상의어법을빌리자면이평전은숙연(宿緣)의결과다.1980년대후반저자이숭원은충남대학교에재직하며『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편찬사업에참여하여한국현대시집항목을저술했고,그때처음인연을맺었다.편찬작업에필요한시집을보내달라는젊은평론가의요청에구상은해당시집은물론이고막출간된시전집과연구서까지보내주었다.평론가로갓등단한30대초반일면부지서생의부탁에성심을다해응답한시인에게저자는깊은인상을받았다.이후저자의가친이펴낸『시조문학』에구상이편집위원으로참여하며인연이이어졌고,또한구상문학상제정을기념하여새로엮은연작시집『그리스도폴의강』에저자가해설을썼고,구상문학상운영위원을잠시맡기도했다.
저자는이숙연을바탕으로주관과객관을오가되가능한한선입견은배제한다.구체적자료에근거하여술이부작(述而不作)의태도로그저기술한다.이평전의대상인시인구상은복합적인삶을살아갔다.사제가되는길을밟기도했고,일본유학후기자로일했으며,공산정권의탄압을피해월남했고,6·25전쟁때는종군작가로활동했다.전쟁의참상을겪은이후에는언론인으로사회정의에투신하는한편,문학적으로시창작에천착했다.또시인으로살면서도많은산문을쓰고희곡과시나리오까지지었다.그전과정을통하여일관되게지킨것은가톨릭신앙과인간에대한성찰이었다.구상탄생100주년을기념하여나온이평전은구도자요시인으로살아간한인물의85년삶을복원하려는뜻깊은시도다.

해방과탈주,시인의탄생
1946년12월,시인구상은원산문예총연합회의청탁을받아해방기념시집『응향』에작품세편을발표하며세상에나왔다.그러나북한정권은인민에게복무해야할문학이현실도피적이고퇴폐적인정서를담고있다면서,그시집을건국시점에서용납할수없는반동행위로규정했다.다른작품들과함께구상의「길」,「밤」,「여명도」또한가혹한비판을피할수없었고,평양에서중앙문예총연합회의현장검열이내려와자아비판을강요당했다.사상적검열과정치적탄압에위기의식을느낀구상은며칠을숨어지내며탈출에필요한위조서류를갖추어단신으로서울로떠나지만,연천의38선경계에서체포되었다.그럼에도그는재래식변소밑으로내려가서기적적으로탈출에성공했고,이를통해북에서정치적핍박을받고월남한반공문인으로남한문단에이름이알려지게되었다.공산주의체제의폭압을직접겪은구상은언론인으로일하며자유민주주의실현을위해누구보다앞장섰으며,당시독재로기울던이승만정권을향해여러비판칼럼을내기도했다.

초토에서꽃핀인간주의
구상의시는인간주의로특징지어진다.그렇지만역설적이게도이특징은참혹한전쟁,곧동족상잔의비극6·25로부터비롯되었다.전쟁발발1년전부터구상은육군정보국에서『북한특보』와『봉화』를펴내며북한의실상을알리고대북선전을했다.발발이후에는정훈국으로자리를옮겨『승리』를만들어전황을전했고,종군작가단의일원으로활동했다.또한9·28서울수복때는,정훈국선발대로인천으로들어가서수도탈환을예비하여『승리일보』를만들었다.구상은6·25전쟁에정식으로종군하여2년을전쟁현장에서보냈다.인간본능의밑바닥까지목격한그의전쟁체험은인간의삶을저깊은차원에서바라보는계기가되었다.구상자신이첫시집『구상』보다전쟁체험이담긴『초토의시』를더귀하게여긴이유가여기에있다.초토(焦土)란불에타서검게그을린땅을뜻하는데,구상은그초토에서인간에대한환멸보다인간을향한연민을느꼈다.그는초토의비극에머무르지않고그로부터새인간주의의토대를찾아자신의지향으로삼았다.

신앙의길,구도의길
구상은가톨릭집안에서성장했다.성베네딕도회에서운영하는덕원신학교에형구대준과함께형제가나란히다니기도했다.형은신학교를무사히마치고서품을받아신부가되었지만(훗날북한공산당에납치되어순교했다),분방한성격의동생은신학교에적응하지못하고3년만에자퇴했다.후에구상은동경으로건너가일본대학종교과에들어갔고그곳에서불교를배웠다.시인에게이는가톨릭신앙에토대하여불교적사유를아우르는구도적작품으로표현되었다.「그리스도폴의강」이그대표작이다.무려65편에달하는이연작시에서‘그리스도폴’은예수그리스도를만날날을기다리며사람들을업고강을건네주는일을하던성인‘크리스토퍼’를가리킨다.젊은시절제힘만믿고악행을일삼던그거인은결국예수를만나회심했고,구상은그를자신처럼여겼다.구상은‘강’을삶의현장이자구원자를기다리며타인에게헌신하는구도의공간으로삼아연작시를써내려갔다.“그리스도폴!/나도당신처럼강을/회심(回心)의일터로삼습니다”(「그리스도폴의강-프롤로그」부분).

한시인과한화가
구상의삶에서빼놓을수없는한인물이있다.이중섭이다.구상이처음으로작품을발표한시집『응향』의장정을화가이중섭이맡았으며,또한『초토의시』,『구상문학선』의표지그림도그가그린작품이다.인연은1939년가을일본에서시작되었다.당시일본에서유학하던두사람은서로의얼굴에서루오의예수그리스도를보았다.“형,구형은예수를닮았어!예수의얼굴을.”구상은이중섭이첫아이를잃었을때함께관을만들어서운구했고,이중섭이생활고에빠져아내와아이들을일본으로떠나보냈을때는자책과자학에빠진그를자신이정착해있는왜관으로불러곁에머물게했다.그때그는「구상네가족」이란작품을남기기도했다.1956년이중섭이적십자병원에서홀로숨을거두었을때구상은장례를전담했고,이듬해국제펜클럽대회에참석하며유골을일본으로가져가부인에게전했다.구상은임종을며칠앞두고도흐릿한의식속에서오래전에잃은친구를찾았다.“우리듕섭이왔나?듕섭이가왔다갔는데오늘은아직안왔나?”

표상과실재의일치
구상은늘자신이명기(名器)가못된다고말하고는했다.시의표현기법이라든가언어기교에재능이떨어진다는고백이었다.그런데실은젊은시절부터시의기교에관심이없었고,연륜이깊어지면서기교가오히려내면의진실을흐리게할수있다고생각했다.그는비유의과잉과심상의탐닉을경계했다.구상의시는철저히기교를거부함으로써비시적(非詩的)이란부정적평가를받기도했다.그러나시인이원한바는“나도남도속이지않고더럽히지않는”천진을그대로드러내는일이었다.치장과치레에서벗어나서세상만물과그실상을진실하게드러내는것이그가바란일이었고,그래서심지어「시와기어(綺語)」에서는그일을시가방해한다면나에게서떠나달라고청했다.해방후근80년동안한국문단은겉을화려히꾸미는표현중시의경향을보였다.말로는형식과내용이조화를이룬총체적상태를좇으면서사실은표현기법,언어미학,감수성을중시했다.특이한방법으로독특한생각을표현해야시가된다는논리가한국문학사를지배했다.
구상의문학은소박한진실이화려한수사보다고귀하다는문학적,윤리적당위에바탕을두고있다.그런점에서구상의시는한국시의편향적흐름에균형을잡는역할을했다.과연시가무엇이고그본령이무엇인지지금우리는구상의관점을통해반성해볼필요가있다.“시와그진실이일치하는삶”,바로이것이질곡의시대와파란의역사를넘어서고개인적시련과병고를극복하여진실을노래한구도자구상이우리에게남긴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