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강박과 같이 존중되고 있는 세태에 늙음에 대한 예찬은 언뜻 고리타분한 듯하다. 하지만 화집을 넘겨다보면서 곧 나무들이 풍기는 장중함과 연륜에 숙연해진다. 제목이 늙은 거목이라고 하여 고목(古木)을 상상하게 되지만, 봄기운과 무성함을 품고 있기도 하고, 나무 하나하나에 봄여름가을겨울이 모두 들어 있다. 움직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유연하고도 풍성한 거목의 모습에 압도될 정도이다.
연륜의 형상화
《山山水水》에서 먹과 과슈 물감을 함께 사용한 방식은 이번 화집에서 더욱 과감해진다. 검게 묘사된 나무들은 묘사의 강도에 따라서 추상과 반추상을 오간다. 대담하고도 강한 필치로 나무의 역동적인 존재를 담으면서도 세세한 묘사를 곁들이고, 동양화의 정적인 기법과 서양화의 화려한 색감이 동시에 담겨 있다. 가히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소설과 서정시를 한자리에 모아 놓으며 문학사와 문학이론, 문학비평까지 아울렀던 화가의 안목이 다시 한 번 형형하게 빛나는 순간이다.
인생이 담겨진 화집
신기하게도 작품들을 보면 나무가 말을 걸고, 나무가 또한 노래하고 춤을 추는 듯하다. 화가는 형상만이 아니라 꿈을 꾸는 듯한 나무도 묘사한다. 그런가 하면 말을 하지 않거나 미소로 말하기도 하고, 심(心 마음)과 염(炎 붉음),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진다. 특히 글자의 제목이 색채와 이미지로 구체화되어 한 편의 시처럼 새겨진다. 사람으로 의인화한 후반부 그림들은 나무로 인간 유형까지 형상화한다. 나무에 인생이 모두 들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특별한 화집, 전시회(조형갤러리, 6.13.~6.26.)가 아니더라도 감상해 보길 권한다.
노거수전(화집)
$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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